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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56

덤머니 - 소수의 자본과 부자에 맞선 개미의 통쾌한 반란 박철균 2021년 실제 미국 주가뿐만 아니라 월스트리트까지 충격과 공포로 몰아갔던 게임스탑 주가 폭등에 대한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주식을 전혀 하지 않거나 경제학과 별로 친하지 않은 사람에겐 좀 어려운 영화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비단 주식이 아니더라도 이 자본주의 사회를 구성하는 기본 원리가 눈에 보여서 영화가 좀 달콤씁쓸했다. 어쩜 자본가, 대기업 사장, 같은 사람들은 저렇게 시민대중보다 기회가 많을까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헤지펀드 공매도를 통해 특정 회사가 망하고 거기서 일하던 사람들이 길거리에 내앉든, 평생 모은 돈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자식에게 빚이 되물림되든 그런 거에 아랑곳 없이 자신들은 떼돈을 벌고 파티를 벌이고 바다가 보이는 집에 으리으리한 집에서 고급 스테이크를 먹어대.. 2024. 1. 25.
<괴물> - 사람이 괴물이 되는 세상의 진실 박철균 (주의: 이 글에는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1. 사실 "브로커"와 "마이코의 행복한 밥상"으로 인해 고레에다 히로카즈에 대한 실망감이 매우 커진 상황이어서 "괴물"에 대한 기대치가 많이 낮았었다. 칸느에서 극본상을 받아도, 여러 평론가(특히, 이동진)의 극찬이 있었음에도 다소 반신반의한 마음으로 괴물을 봤었다. 그렇게 실망한 만큼 "예전 고레에다 작품 텐션으로 돌아왔다."라고 박수 칠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2. 소통은 무엇이고 폭력은 무엇인지 그리고 괴물이라 불리는 악함은 무엇인지 영화 전체를 통틀어 내내 질문받는 느낌이었다. 스토리텔링 구성이 주요 인물의 관점(엄마 사오리, 선생님 호리, 아들 미나토)에 따라 같은 일이라도 서로 다르게 판단하거나 오해하고 이로 인해 서로 갈등하거나.. 2023. 12. 22.
인어공주 - 디즈니가 허락한 정치적 올바름의 한계를 보여주다 박철균 한국에선 이상하리만치 단지 아프리카계인 핼리 베일리가 인어공주 애리얼이 캐스팅이 됐다는 이유만으로 격하게 비난하고 혐오하는 경향이 심하다. 배역에 안 어울린다를 넘어 왜 "백인인 인어공주가 흑인이 되느냐" "바다도 어두운데, 인어도 어두워서 공포영화다." "원피스에 나오는 어인족 괴물이 캐스팅되었다." 식으로 인종차별성 혐오댓글이 가득하다. 아예 나무위키같은 혐오 조장 위키사이트에선 "흑어공주"로 인어공주 비판 자동 검색이 되게 할 정도다. 그만큼 한국 사회에서 다른 사회적 소수자에 대해 얼마나 배척하고 차별하고 혐오하는지 민낯으로 드러난 한 측면이라고 본다. 하지만 인터넷에서 지나치게 범람하는 인종차별 및 혐오성 비난 및 평가 그리고 조롱성 반응만큼 망작은 아니었다. 일각에서 말하는 실제 동물 .. 2023. 6. 11.
이니셰린의 밴시 - 상대방과의 관계에서 놓치지 말아야 하는 것 박철균 * 스포일러가 조금 있습니다. 사실 본 것은 4월 초에 봤었는데, 이래저래 감상평을 쓰니 마니 개인의 바쁨으로 미루다가 이제야 조그마하게 쓸려고 한다. 아일랜드 내전을 배경으로 하고, 그래서 섬 너머 본섬에서 들리는 총성 소리나 본섬에 다녀 온 경관의 비인간성을 통해 내전의 느낌이 느껴진다. 그런데, 이 영화는 내게 있어 인간관계에 있어 놓치지 말아야 하는 것이 뭔지 다시금 고민하게 만든 영화였다. 영화를 보는 내내 만화 "후르츠 바스켓"의 명대사가 생각났다. "좋아하기 때문에 무슨 소리를 해도 용서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선 안돼. 좋아하기 때문에 무슨 짓을 해도 용서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면, 반성하는 편이 좋아. 일방적으로 고조된 애정을 맞부딪쳤다간, 상대의 무거운 짐이 되거나 상처를 입힐.. 2023. 5. 30.
스즈메의 문단속 - 재난을 겪어 온 일본 사회를 이해하기 박철균 * 주의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확실히 신카이 마코토의 그간 작품보다 많이 발전되었다는 느낌이 많이 든다. 그간 신카이 작품들은 굉장히 풍부하고 아름다운 배경, 작화 그리고 명암 표현을 가지고 있지만, 격한 액션은 뭐랄까 그만큼 못 따라간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이번 작품은 현란하고도 풍부한 액션도 많이 느낄 수 있었다. 스토리 구성도 로드무비 같으면서도 각 장소의 상징성 때문에 공간적 배경이 고정적처럼 보이고, 개인이 전 세계의 흥망을 쥐락펴락하는 "세카이계" 장르처럼 보이다가도 결국 개인 하나하나가 치유가 되는 드라마로 귀결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그동안 신카이 마코토가 보여준 장르의 이미지가 달라져서 이전 작품보다는 확실히 재밌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이 작품을 감동적으로 봤다... 2023. 4. 4.
종교가 폭력과 비극이 되는 순환을 멈추기 위해 - <나는 신이다: 신이 배반한 사람들> 박철균 MBC가 제작하고, 넷플릭스가 제작비 지원에 제공을 맡게 된 "나는 신이다 : 신이 배반한 사람들"이 2023년 3월 3일 공개됐다. JMS가 상영금지가처분까지 신청했지만, 결국 기각되어 전 세계로 공개된 해당 다큐멘터리는 다큐 최초로 한국 TV 시리즈 부문 1위를 차지했다. 그만큼 한국에서 교회를 첨칭한 '사이비 종교'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8부작 모두 하나같이 불편하고 불편하고 또 불편했다. 성폭력이 일어났을 때 육성이 그대로 재현되고, 전라의 여성들을 얼굴만 가린채 정명석을 위해 찍은 영상을 그대로 보여주고, 그것 이외에도 정명석 편이나 이재록편에서 성폭력을 재현하는 영상, 김기순편에서 아동과 여성을 구타하고 죽이는 재현 영상을 굳이 저렇게까지? .. 2023. 3. 8.
장점과 단점이 분명한 <아바타: 물의 길> 박철균 * 스포일러가 살짝 있습니다. 13년만의 속편. 오랜만에 제임스 카메룬이 자신의 특기라 할 수 있는 "물"에 대한 소재로 단단히 준비했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시작 지점인 판도라 숲부터 시작해서 판도라의 광할한 해양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주민, 해양동식물 하나하나 경이롭고 환상적으로 표현된다. 가히 13년이란 세월 동안 엄청나게 발전한 CG 기술과 연출에 박수를 보내고, 제임스 카메룬의 마르지 않는 상상력이 대단해 보였다. 스토리 같은 거 따지지 않고 일상의 장면이든 전투하는 장면이든 영상 하나만 보는 것 만으로 3시간이 하나도 지루하지 않고 재밌게 볼 수 있었다. 마지막 클라이막스에서 인간의 배가 마침내 가라앉을 때의 모습을 통해 타이타닉 이후 20여년 동안 어떻게 기술과 표현이 상향했는지 실.. 2022. 12. 28.
‘실패한 덕후’가 돌아보는 삶의 잔상 박철균 1. 정준영이란 가수의 열렬한 팬이었고, 이후 TV 예능에도 정준영과 함께 출연할 정도로 "성공한 덕후"였던 감독이 이후 2019년 3월 정준영이 성관계 불법 촬영 영상을 제작하여 카카오톡 단체방에 공유하는 등의 성범죄 사건이 발생하면서 "실패한 덕후"가 되고, 이후 자신처럼 어떤 남자 가수(아이돌)을 좋아했다가 이런 유사한 문제 등으로 탈덕하게 된 여러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이 영화의 골격이다. 영화 간간히 나오는 기차길은 마치 어떤 연예인을 덕질했던 자신의 인생을 톺아보고, 그 연예인에게 온갖 슬프고 화나고 속상한 마음을 가지게 된 자신을 비롯한 여러 사람들의 쓰리지만 덤덤한 여행담처럼 느끼게 해 주었다. 2. 그동안 미디어에선 사생팬 같은 이미지를 강조하며 특히 남성 아이돌과 남성 연예인을 .. 2022. 10. 17.
경계에서 성찰하며 머뭇거리는 마르크스주의? 정태석(전북대 교수) [다른세상을향한연대의 전지윤 실행위원의 첫 저서인 에 대한 서평이다. 원래 얼마 전 에 실렸던 서평(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2042216381711197)을 더욱 확장한 글로써, 더 자세하게 책을 리뷰하면서 특히 책에 대한 긍정적 평가뿐 아니라 이견과 비판적 지적도 충분히 더 그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이 서평은 더 깊이있는 고민과 앞으로 이어질 발전적 토론에 도움이 될 것이다. 책을 서평해주시고 나아가 발전적 토론을 위한 기여도 해주신 정태석 교수께 감사드린다.] 이단적 마르크스주의자이기를 원하는 좌파 사회운동가의 자기성찰적 책이 출간되었다. 저자 전지윤은 『연속성과 교차성』을 통해 오랜 활동가로서의 여정에서 자신의 생각이 변화.. 2022. 4. 29.
새책 소개) 연속성과 교차성 연속성과 교차성: 다른 세상을 향한 이단적 경계 넘기 플랫폼 자본주의, 기후 위기, 코로나19 팬데믹, 전 세계적 극우 혐오정치의 위험은 계급투쟁의 새로운 물결과 방향을 필요로 한다. 투쟁과 쟁점을 연결한다는 것은 투쟁과 쟁점의 분리, 단절이 아니라 그것의 연속과 교차를 추구한다는 뜻이다. 그러한 사회변혁은 무엇보다 여성과 소수자 등 ‘피억압자들의 축제’가 될 것이다. “제가 쓴 첫 책이 출판됐습니다. 누구에게든 그렇겠지만, 이 책에 실린 글들은 많은 분들과의 모임, 세미나, 회의, 토론, 활동, 교류 속에서 얻은 영감, 조언, 반론들이 없었다면 나오지 못했을 것입니다. 저는 어떤 성역이나 금기도 없는 자유롭고 열린 토론, 서로 다른 의견의 존중과 우호적인 토론 자세를 가장 중요하게 여겼고 다양한 많은 .. 2022. 3. 30.
영화: 스파이의 아내 2차대전의 불편한 진실 앞에 끝장나 버린 부부의 이야기 박철균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1. 처음 이 영화에 대한 이미지는 이름처럼 스파이 스릴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이 저지른 2차 대전(태평양 전쟁) 속에서 어떤 참혹한 사실에 대해 제대로 폭로하기 위해 치열하게 두뇌 싸움하는 이야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에서 제대로 스폰서를 구하기 어려워서 NHK의 지원을 받고서야 겨우 저예산으로 영화를 만들었다는 사실이 일본 사회에서 어떠한 '불편한 내용'을 담고 있길래 하는 호기심이 들었다. 2. 그런데 막상 영화를 보니 내 예상은 대략 1/3은 맞았고, 2/3은 틀렸던 것을 확인했다. 분명 이 영화의 주요 소재는 일본이 한국 중국 동남아 미국 등 온갖 나라를 침략하던 1940년 시절 저.. 2022. 2. 3.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 다시 우리의 이웃이 되다 박철균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 편의상 지금의 스파이더맨은 "MCU 스파이더맨", 샘 레이미가 만든 첫 21세기 초 스파이더맨은 "토비 스파이더맨". 앤드류 가필드가 나온 2편만 나오고 끝나 버린 스파이더맨은 제목 그대로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으로 표기합니다. 1. 보고 싶었으나 이래저래 일정이 생겨서 보지 못했던 스파이더맨 : 노 웨이 홈을 2022년 첫 영화로 보게 되었다. 노원 롯데시네마에서 좌석이 움직이는 2D로 봤는데... 노원 롯데시네마랑 나랑 안 맞는 건지 아니면 나이가 든 건지 왠지 멀미가 났다. ;; 2. 지금까지 봤던 MCU 스파이더맨 트릴로지 중 가장 MCU와 이질적이면서 스파이더맨 본연의 매력으로 돌아오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지금까지 MCU 스파이더맨은 MCU에 나오는 아.. 2022. 1.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