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압과 차별108 개의 행동을 ‘교정’할 계제가 아니다 최태규(곰보금자리 프로젝트 활동가)[시사IN>에 실렸던 글을 다시 옮겨서 실을 수 있도록 허락해 준 시사인과 필자에게 감사드린다.] 소셜미디어 짧은 영상 페이지를 홀린 듯 넘기고 있는 순간이 있다. 소름 돋는 알고리즘 덕에 내 화면에는 역시나 동물이 자주 등장한다. 말초 자극으로 사람들의 정신을 쏙 빼놔야 하는 영상들인 만큼 영상에 등장하는 동물도 그 자극원으로 사용된다. ‘귀여움’을 부각하는 건 예사고, 인간이 동물을 놀래키거나 겁주면서 노는 장면, 동물이 서로를 심각하게 공격하는 영상 따위가 국적도 없이 떠돌아다닌다. 이 짧은 영상들은 어떤 주제를 다루든 미디어 이용자의 눈길을 잡아채어야 한다는 강박으로 만들어졌고 백해무익해보인다. 동물을 다루는 영상은 더 그래보인다. 개중에는 훈련사랍시고 남의 개 .. 2025. 1. 23. 젠더퀴어는 젠더의 해체를 바란다 강준희(TWT. @8ittertruth)[윤석열 탄핵과 처벌을 위한 거대한 투쟁이 발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온라인에서 일부 사람들이 트랜스젠더에 대한 혐오를 나타내며 논란이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트랜스젠더 혐오를 비판하며 가부장적 성별이분법을 분석하는 글을 싣는다. 이 글의 필자가 본래 다른 블로그에 썼던 글들을 다시 취합, 정리, 퇴고한 글이다.] 1. 과학은 혐오의 도구가 아니다. 우리의 성(Sex)을 결정하는 것은, 우리가 태어날 당시 겉으로 나타난 성기를 보고, 의사가 마음대로 판단하는 것일 뿐 입니다. 즉 의사가 마음대로 겉으로 보여지는 성기만을 보고 '지정'한 성별이니, 이마저도 명백한 의미에서 성염색체인 X, Y를 가지고 한 것이 아닙니다. 그러니 생물학적인 성별 구분은 되지 못하지요. .. 2025. 1. 4. “아기 동물” 최태규(곰보금자리 프로젝트 활동가)[시사IN>에 실렸던 글을 다시 옮겨서 실을 수 있도록 허락해 준 시사인과 필자에게 감사드린다.] 며칠 전 어느 동물단체의 캠페인에서 “아기 동물”이라는 말을 봤다. ‘아기’라는 말의 사전적 의미에 “짐승의 작은 새끼나 어린 식물을 귀엽게 이르는 말”이라는 뜻도 있으니 완전히 틀린 말도 아니다. 20년쯤 전에 몇몇 수의사들은 동물을 기르는 사람들이 동물을 “아이”라고 부르는 것을 따라 병원을 찾는 개나 고양이를 ‘아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수의사 사회에서는 그게 괜찮은 거냐, 과하거나 틀린 말 아니냐 하는 불만이 돌았다. ‘아이’는 “나이가 어린 사람”이나 “남에게 자기 자식을 낮추어 이르는 말” 정도의 사전적 의미가 있다.이 시대의 반려동물이란 사람과 같은 지위를 가.. 2024. 11. 28. ‘동물복지’ 공포 유감 최태규(곰보금자리 프로젝트 활동가)[시사IN>에 실렸던 글을 다시 옮겨서 실을 수 있도록 허락해 준 시사인과 필자에게 감사드린다.] “동물복지가 뭐라고 생각하세요?”라는 질문을 자주 한다. 그 말을 듣는 사람들은 무엇을 떠올릴까? 제 각각이다. “동물이 행복한 것”, “동물에게 지켜야 하는 최저선” 등 다양한 답이 나온다. 그도 그럴 것이 ‘동물복지’를 하나로 정의하기란 학자들에게도 어려운 일이다. ‘동물복지’라는 말은 animal welfare의 번역어다. Welfare가 ‘복지’로 번역되는 바람에 한국의 맥락에서 복잡해졌다. 복지는 한국 사회에서 마치 위정자가 ‘시혜’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고, 늘 달성하지 못해 싸워야 하는 어떤 것이니까. 심지어 그걸 동물에게 적용한다는 것이, 여전히 동물과 경쟁하.. 2024. 11. 10. 먹황새와 제비, 내성천 최태규(곰보금자리 프로젝트 활동가)[시사IN>에 실렸던 글을 다시 옮겨서 실을 수 있도록 허락해 준 시사인과 필자에게 감사드린다.]내성천이라는 강이 있다. 경북 봉화에서 발원하여 영주, 예천, 문경을 지나 낙동강으로 흘러드는 모래강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원래 모래강이었다. 지금은 4대강 사업으로 낙동강 본류 강바닥이 낮아지고 4대강 사업 마지막 댐인 ‘영주댐’이 들어서면서 모래와 물이 흐르는 줄기를 틀어막는 바람에 모래강이라고 부르기 어려운 상태가 되었다.본류 바닥이 낮아진다는 의미를 잠깐 설명해야 할 것 같다.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른다. 낮은 곳의 강바닥이 더 낮아지면 어떻게 될까? 낮은 곳으로 가려는 물살은 높은 곳에서부터 빨라진다. 빨라진 물살은 높은 곳의 바닥을 깎아낸다. 넓게 천천.. 2024. 10. 24. 쟈니스 성폭력 논란 - 일본의 성폭력 용인 사회를 뒤흔들다 박철균 쟈니스 사장인 쟈니 기타가와의 성폭력 문제가 오랜 세월이 지나고 가해자가 사망한지 4년이 넘어서야 제대로 폭로되고 있다. 계속 폭로되는 내용은 악질 중에서도 악질적인 권력형 성폭력의 모습이다. 쟈니는 회사가 세워지기 훨씬 전인 1950년부터 성폭력을 저질렀다는 피해자(피해자 중 한명이 78세인데, 성폭력을 당한 나이가 8세였다.)의 증언도 나왔고, 자신의 절대적인 결정권으로 인해 데뷔가 정해지고, 방송출연이 정해진다는 것을 이용해 10대 연습생 수백명에게 성폭력을 가했다. 쟈니 기타가와의 일본 방송연예계 압도적인 영향력을 토대로 그 수십년동안 몇 건의 성폭력 피해 폭로가 있었음에도 일본 사회에선 조사 및 처벌은 고사하고 보도조차 철저히 되지 않았다. 링크(https://www.youtube.com.. 2023. 9. 27. 함께 사는 세상 그것이 대동 세상입니다 배영준(광주 장애인 차별 철폐연대 활동가) [아래는 얼마전에 광주에서 있었던 ‘무상교통 운동본부’ 출범 기자회견에서 배영준 활동가가 연설한 내용이다] 내일이 빛나는 광주 슬로건을 내세우고 있는 광주는 모든 사람이 빛이 날까요. 내일이 빛나는 광주를 만들기 위해서는 모두가 차별받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기본권이 조성된다면 모두가 빛을 내고 광주에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장애인들에게는 21년 동안 외쳐도 아직까지도 해결되지 않는 것들이 기본권보다는 생명권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생명권과 기본권이 아직까지 전국적으로 풀리지 않는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계획 세우고 제대로 시행되지 못한 제도들도 분명하게 있습니다. 그런 모습들을 수십년 바라보고 있는 당사자들은 얼마나 분노 할 수밖에 없다는.. 2023. 5. 19. 장애인 노동권의 현실과 제도를 바꾸어야 합니다 배영준(광주 장애인 차별 철폐연대 활동가) 근로자의 날 또한 노동절. 그 수많은 노동자 중에 장애인 노동 환경에 관해서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수십 년 수백 년 노동절에 대해서 비장애인 중심으로는 많은 연대 발언을 하면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지만 그 시간 동안 장애인 노동환경과 제도에 대해서는 누구 한 사람도 이야기하지 않았습니다. 최근 들어서 장애 노동 환경에 관해서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여러분에게 묻고 싶습니다. 똑같은 시간에 출근해서 퇴근하는데 과연 장애인 노동자분들이 얼마 정도 받고 있을 거로 생각합니까. 비장애인들과 비슷하게 일을 하고 있을 거라고 대부분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때로는 최저임금도 못 미친 월급을 받고 일하는 사람도 있고 똑같은 시간에 일을 하고.. 2023. 5. 5. 장애인도 고속버스 타고 여행가는 꿈 배영준(광주 장애인 차별 철폐연대 활동가) [광주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고속버스에 휠체어 탑승 설비를 설치하지 않은 것은 차별이라는 민사소송을 5년전에 제기한 바 있는데, 이 재판은 대법원 판결 등에 따라서 연기되다가 최근에야 다시 제개됐다. 다음은 배영준 동지가 최근에 열렸던 이 재판에 출두하면서 발표한 글이다.] 재판 출석이라는 것은 나에게는 너무 어색했습니다. 죄를 지은 사람도 아니고 누군가를 폭행한 것도 아닌데 왜 출석하는지 많은 사람이 질문을 던질 것입니다. 또한, 최근에 배영준이라는 사람이 도대체 누구냐고 물어보는 사람도 분명 우리 사회는 있을 것입니다. 저를 이야기하면 고속버스 소송에 원고인 한 사람이면서 최근에 광주 시장에게 페이스북 차단을 단해서 논란이 되었던 한 사람입니다. 광주에서 고속버.. 2023. 3. 26. 결혼식장을 어떻게 변화를 시킬까 배영준(광주 장애인 차별 철폐연대 활동가) 사실 나는 결혼식장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 친구들의 결혼식도 자주 가지 않는 사람이다. 함께 활동했던 동지들하고 진짜 친하지 않으면 결혼식장을 가지 않는다.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진짜 함께 했던 사람들의 결혼식 알림이 올리면 무조건 달려갔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런 것들이 너무나도 싫은 것이 아니라 멀리하고 싶었다. 왠지 모르게 그곳에서 밀려오는 소외감이 어느 순간 내 가슴에 찾아온 것이었다. 그러다 보니 결혼식에 초대를 한 사람 초대를 받은 사람 서로에게 불편한 시선이 나는 너무나도 싫었다. 많은 사람이 내게 이런 말을 한다. 이런 거까지 생겼으면 너는 어떻게 살아갈 거냐고 묻는다. 살아가는 방법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그들에게 불편하지 않.. 2023. 3. 12. 재생산 권리와 장애인 여성 일반적으로 '재생산 권리'는 재생산 및 재생산 건강과 관련된 법적 권리 및 자유로 인정되지만 이러한 권리는 전 세계 국가마다 다를 뿐만 아니라 특정 그룹의 여성이 완전히 배제되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산드라 다니엘스sandra daniels의 연설에서 가져온 것이다. 산드라 다니엘스는 장애인이며 영국의 좌파 활동가이다. 출처: https://anticapitalistresistance.org/reproductive-rights-and-disabled-women/ 세계보건기구는 재생산 권리를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재생산 권리는 모든 부부 및 개인이 자녀의 수, 간격 및 시기를 자유롭고 책임 있게 결정하고 이를 위한 정보와 수단을 가질 수 있는 기본권, 그리고 성적 및 재생산 건강의 최고 기준을 달성할 .. 2022. 11. 24. 정체성과 해방: 비판적 마르크스주의의 차이점 ‘일부 정체성 정치는 포스트모던적인 산만함이 있고, 계급 환원주의는 퇴행적인 막다른 골목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해방 정치’라고 닐 포크너Neil Faulkner와 로완 포춘Rowan Fortune 이 설명한다. 닐 포크너는 고고학자, 역사학자, 그리고 러시아 혁명의 민중사, 그리고 의 저자이며 활동가이다. 현재 영국에서 ‘반자본주의 저항’Anti*Capitalist Resistance이라는 단체를 결성해 좌파 재결집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그의 책이 로 번역돼 있다. 로완 포춘은 사회주의자이고 유토피아 문학과 상상력에 대해 글을 썼다. 의 공저자이다.(번역: 두견) 출처:https://anticapitalistresistance.org/identity-and-liberation-a-critic.. 2022. 1. 28. 이전 1 2 3 4 ··· 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