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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퍼펙트 데이즈 - 일상을 살아가는 모두를 위한 격려

by 다른세상을향한연대 2024. 10. 13.

박철균

1. 일상의 기본적인 틀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세세히 들어가면 언제나 똑같지는 않다. 뭔가 사건이 일어나서 좀 다른 방향으로 갈 수도 있고, 좀 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그렇지만 결론은 다시 집에서 잠을 자게 되고 꿈을 꾸고 다시 다음날 눈을 뜬다. 뭔가 규격화되어 있으면서도 변수가 항상 일어나는 삶. 하지만 이를 통해 우리 삶은 계속 이어지는 듯 보인다.

2. 도쿄 시부야에서 도쿄올림픽을 맞이해서 공중화장실 개선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그 결과 다양한 디자인에 상당히 깔끔한 화장실이 은근히 강조된다. 하지만 히라야마의 직장 동료인 타케시의 대사처럼 그 화장실은 곧 "더러워 질" 것이다. 그 깨끗한 화장실 뒤로 화장실을 매일매일 성실히 깨끗하게 하는 청소부 히라야마가 있다.

때론 대놓고 멸시받거나 때론 대놓고 동정받지만 그는 그 화장실을 깨끗하게 하기 위해 아사쿠사 인근 집에서 새벽같이 다소 먼 곳에 위치한 시부야까지 또 자신에게 맡겨졌고 자신이 선택한 청소를 하러 간다. 아무리 깨끗하게 개선된 공중화장실이라 한 들 그 깨끗함 뒤엔 묵묵히 일하는 노동자가 있고 무시되선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공중화장실을 중심으로 공중화장실에서 마주치는 다양한 인간군상이 나올 법 한데 이는 마치 숨겨진 채 깨끗한 화장실과 이를 위해 열심히 청소하는 히라야마만 강조된 것은 아쉬운 지점이다.

3. 히라야마는 매우 성실하고 고상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대한 주어진 일상을 살아가려 한다. 쉬는 시간에도 열심히 청소를 하고 세탁을 하고 찍어둔 사진을 정리해서 보관도 한다. 낡은 찻잔에 모아둔 식물에 매일매일 물을 주고, 일하고 난 뒤 신사에서 샌드위치를 먹으며 코모레비(나뭇잎 사이로 비추는 햇빛) 사진을 찍는다.

차안이든 쉬는 날 집이든 오래된 옛 노래를 카세트 테이프로 듣는다. 동네 낡은 서점에서 파는 100엔짜리 책을 구입하여 매일같이 보다 잠이 든다. 분명 히라야마의 과거는 지금과는 다른 궤적이 아니었나 하는 흔적들이 많이 보인다. 그럼에도 작품은 그의 과거를 디테일하게 캐묻지 않고 관객에게 여지를 남긴 것이 인상적이었다.

작품에서 바다 보러 가자는 조카의 말을 거절하면서 히라야마가 말한 "다음번엔 다음번, 지금은 지금"이라는 말처럼 과거 그가 어떤 높은 위치와 신분이든 어떤 사연으로 지금처럼 살아가든, 그에게 있어서 지금 자신이 선택한 삶이 가장 귀중할 것이다.

카세트테이프에 담긴 옛 노래를 듣고, 여전히 피쳐폰이나 목욕탕에 비치된 아날로그 전화기로 소통하고, 스포티파이는 무슨 음악가게 정도로 인식하는 등 어딘가 과거에 멈춰진 듯한 모습을 보이지만, 그럼에도 현재 일상에서 중요한 지금은 열심히 살아가는 히라야마의 모습은 사실 우리에게도 보여지는 모습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4. 2시간 내내 잔잔한 일상물처럼 흘러갔지만, 맨 마지막 운전하면서 온갖 감정이 얼굴로 나오면서 눈물 흘리는 히라야마가 계속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사진으로 담아내는 코모레비 말고, 아침 햇살을 직접 맞으며 롱테이크로 보이는 그 폭발하는 히라야마의 감정이 어떤 것일까 궁금했다.

은연 중 나온 과거의 경험이 떠올려져서 슬픈 것일까, 그럼에도 묵묵히 선택한 일상을 또 나아간다는 기쁨일 것일까.... 그 알 수 없는 다양한 감정이 폭발하는 그 마지막을 다들 헤어나지 못할 것 같다. 묵묵히 그 일상을 "퍼펙트 데이즈"로 만드는 히라야마에게 격려하고 싶었다. 그리고 역시 다양한 감정이 오고 가는 일상을 살아가는 주변 관객과 시민에게도 그 격려의 마음을 나누고 싶었다.

(기사 등록 2024.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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