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균
어떤 영화길래 칸느에서 각본상을 받고, 데미무어는 배우 인생 수십년만에 첫 골든글러브 여우주연상까지 받았음은 물론 아카데미 여우주연상까지 얘기가 나오는지 궁금했다.
영화는 굉장히 강렬했다. 한 때는 잘 나가는 헐리웃 스타였지만, 50대가 되면서 퇴물 취급받으며 오랫동안 고정으로 진행되었던 TV 에어로빅 프로그램에 해고 되는 것은 물론 방송국 중진이 뒷담화로 모욕을 당하고 심지어는 자기가 나온 광고가 뜯기는 것을 보다 차 사고까지 나며 멘탈이 나가기 시작한 엘리자베스가 서브스턴스라는 약물을 주입하면서 본인이 갈망하던 "젊고 날씬한" 클론 수를 탄생시킨 후의 과정을 보여 주고 있다.
엘리자베스나 수나 TV 쇼가 끝나면 "당신 자신을 챙기세요." 라고 말한다. 하지만, 현실에서 엘리자베스의 모습은 이와 다르게 오히려 자존감이 계속 파괴되는 모습을 보인다. 자신이 늙어가고 사회에서 외면받는다고 느끼면서 자기 혐오가 심해진다. 그것은 또 다른 나인 수에게 투영되고 수의 모습을 보면서 결국 친구와의 약속도 화장을 수십번 고치다 지우며 괴로워하고 나중엔 자기를 밟고 올라가려는 수를 부정하고 화를 낸다.
수 역시 엘리자베스 본체가 집에만 있고 먹기만 하는 모습에 부정한다. 그러나, 결국 둘의 모습은 별개의 둘이 아니라 늙어가는 것을 싫어하는 나, 계속 젊고 예쁜 나로 있고 싶은 나의 모습이 하나로 보여진 것이다. 결국, 그것은 후반부에 다다를 때 즈음 엘리자베스가 "나는 내 자신이 싫어."라고 말하는 것에서 정점을 찍는다.
다만 영화는 엘리자베스(수) 개인이 본인의 피해의식과 자존감 저하만이 문제가 아님을 보여준다. 오히려 영화는 일관되게 엘리자베스(수)를 둘러싼 사회가 얼마나 폭력적이고 벼랑에 내미는지 톡톡히 보여준다.
엘리자베스를 해고시키는 방송국 중진 하버는 시종일관 음식을 개걸스럽게 먹는 모습, 젊은 수를 광기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고 주요 늙은 남성 이사들을 우르르 끌고 와서 "젊은 여성은 언제나 웃어야 해." 라고 하는 등 이 사회가 여성에게 강조하는 "미"에 대해 혐오스럽게 강요한다.
잠시 수와 하룻밤을 즐겼던 남성은 엘리자베스에게 날카롭게 반응하고, 옆집에 있는 남자는 참으로 지겹도록 수에게 껄덕거린다. 수가 진행하는 에어로빅 쇼는 참으로 자극적으로 수와 여성 댄서를 다루면서 이 사회가 얼마나 잔인하게 여성에게 성 섹슈얼리티를 다루는지 보여준다. 그래서 그 카메라 워킹은 섹시하다기 보단 오히려 둔기로 얻터 맞는 것 같은 폭력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클라이막스의 고어 부분은 오히려 잔인하다기 보단 이런 외모중심적이며 이를 벗어나면 도태된 것처럼 개인에게 몰아가는 사회에 대한 “괴물 엘리자수”의 통렬한 복수처럼 느껴졌다. 이 영화는 그래서 이 사회는 어떻게 책임을 지고 변화해야 하는지 상징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단지 사회 규정에 벗어난다고 페미니스트든 장애인이든 성소수자든 Monster니, Freaks 니 하며 지우려 하고 사회에서 보이지 않게 하려고 탄압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사회에서 배제하고 차별하고 혐오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해야 하는지 강렬하게 보여준다.
그 비쥬얼과 상징성이 너무 강렬해서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그러면서 동시에 앨리자베스의 비극이 맨 마지막까지 수미상관으로 표현되는 것이 너무 마음 아팠던 영화다.
(기사 등록 2024.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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