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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종교가 폭력과 비극이 되는 순환을 멈추기 위해 - <나는 신이다: 신이 배반한 사람들>

by 다른세상을향한연대 2023. 3. 8.

박철균

MBC가 제작하고, 넷플릭스가 제작비 지원에 제공을 맡게 된 "나는 신이다 : 신이 배반한 사람들"202333일 공개됐다. JMS가 상영금지가처분까지 신청했지만, 결국 기각되어 전 세계로 공개된 해당 다큐멘터리는 다큐 최초로 한국 TV 시리즈 부문 1위를 차지했다. 그만큼 한국에서 교회를 첨칭한 '사이비 종교'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8부작 모두 하나같이 불편하고 불편하고 또 불편했다. 성폭력이 일어났을 때 육성이 그대로 재현되고, 전라의 여성들을 얼굴만 가린채 정명석을 위해 찍은 영상을 그대로 보여주고, 그것 이외에도 정명석 편이나 이재록편에서 성폭력을 재현하는 영상, 김기순편에서 아동과 여성을 구타하고 죽이는 재현 영상을 굳이 저렇게까지?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아무리 타이틀 앞 부분에 관련 경고문구가 뜨더라도 MBC가 자신들의 지상파 채널 상영 대신 넷플릭스를 선택해서 2년동안 만든 영상은 그야말로 불지옥에 떨어진 느낌이었다. PD<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실제 피해증언의 1/10만 다뤘다고 말했는데, 그렇다면 나머지 다루지 못한 사실은 제작진이 일주일을 앓아 누울 정도로 지옥 그 자체였나 괴로워졌다. 마치 내가 트라우마 스위치가 켜질까 봐 "더 글로리"1초도 보지 못하는 것처럼, 나는 성폭력 피해 당사자와 아동 학대 피해 당사자에겐 차마 보라고 말할 수가 없다.

다만 그동안 꺼내지 못했을 이 "신을 참칭한 자"의 참상과 진실을 다시금 제대로 확인할 수 있던 점은 좋았다. 사실 이 다큐멘터리에 나오는 네 명에 대한 이야기는 계속 회자되었으나, 기존 공중파 방송에서 제대로 보도되지 못한 면도 있었다. 아가동산 같은 경우는 김기순 측이 계속해서 소송을 걸어서 방송금지나 서적 판매 금지가 되기도 했고, 이재록 같은 경우는 아예 방송국이 습격을 당하기도 했다. 아가동산이 비교적 보도나 꼬꼬무 같은 컨텐츠에서도 다루긴 했지만, 이번엔 구원파와 유병언까지 연계된 이야기도 함께 담았다.

4명의 가해자를 통해서 사람이 종교를 이용해서 어떻게 사람들을 끌어 당기고 감정지배(가스라이팅)하며 그것을 통해 이득을 취하고, 그것을 위해 사람을 다치게 하거나 심지어는 죽일 수도 있다는 것을 절절하게 볼 수 있었다. 특히, 이 가해자들이 사람들을 모으고 함께 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수백명의 사람들을 학살하고 정권을 차지한 전두환 정부 시절 인권과 자유가 침탈당하는 도중에 생겨난 대안의 물결을 정명석이 이용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젊고 자유롭고 사람을 사랑하는 것처럼 대학생 및 청년을 조직하고, 2,30대 청년층이 많은 것을 이용해 더 많은 청년을 조직하는 방식이 그 80년대 저항이 빈번했던 급진적 시기를 누군가는 매력적인 교회조직인 것처럼 포장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렇게 모아진 조직을 좀 더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사회를 만들고 더 많은 사람들이 존중받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고민했다면 좋았겠지만, 결국 이렇게 세력을 만든 교회조직이 소위 사이비가 되어 정명석 교주에게 집중된다. 그를 또다른 신처럼 받들고 그가 원하는 대로 하지 않으면 신심이 부족한 사람처럼 될까봐 무슨 일이든 하는 가스라이팅이 조직을 뒤엎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래서 성폭력 피해자는 피해를 받고서도 오히려 그건 교주가 너를 아끼는 것이라는 이야기에 납득 혹은 순응하게 되고, 정명석이 원하는 또 다른 여성을 데리고 오는 가해자가 되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4명의 가해자에 대한 폭로가 사실은 이전부터 존재했음에도 제대로 처벌이 되고 이런 사이비종교 조직이 와해되어야 함에도 현실은 이런 가해자들이 제대로 처벌되지 않았고 오히려 계속 그런 조직들이 바퀴벌레 생명마냥 계속 살아나는 것이다.

정명석이 홍콩에서 붙잡혔음에도 국내에서 송환 등의 조치를 제대로 치루지 않아 보석금을 내고 바로 중국으로 도망친 것, 그리고 JMS 내 검찰 경찰 등 인맥을 동원하여 JMS 안티 활동을 벌이는 활동가의 아버지에게 테러를 가하는 것, 구속된 이후에도 죄에 비해 10년 정도 밖에 안 되는 솜방망이 처벌을 하고 감옥에 있을 때도 계속 JMS가 유지되도록 가해자와 조직의 연결망을 방치한 상황은 한국 사회에서 죄 많은 권력자들이 어떻게 계속 떵떵거리고 사는지 보여 주는 거울 같은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이런 상황들이 처음 정명석의 성폭력이 폭로되던 90년대 중반에 태어나거나 유아기였던 20대 여성이 2022년 성폭력을 당했다고 절규하는 상황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만민중앙교회의 이재록은 병이나 장애 때문에 힘들어 하는 사람들에게 기도를 통해 치료를 해 준다는 걸로 사람들을 현혹했다. 심한 병을 앓든 장애를 가졌든 그 사람이 배제되지 않고 함께 살기 위해 대안과 정책을 만들어 주지 않던 한국 사회는 휠체어에서 일어나게 해 주고 오랜 암을 낫게 해 준다는 이재록의 사기극에 다들 감정지배 당하도록 부추겼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저소득층 신자들마저 경쟁을 시켜서 돈을 갈취해서 자신의 배를 불려도, 사람과 사람의 연애 및 교제를 간음이라고 몰아세우며 심지어는 거세까지 시켜도, 자신은 신이니까 죄가 아니라며 젊은 여성들을 성폭력을 저질러도 신임을 참칭하며 모든 것을 정당화하고 심지어는 마침내 드러난 피해자를 2차가해하는 폭력의 최고 모습을 보게 된다.

그러나, 나는 가장 가슴 아팠던 것은 아가동산이었다. 자신의 작은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가스라이팅한 사람들을 끊임없이 노동하게 만들고 가족까지 서로 철저히 배제하게 만들었으며, 이에 방해되는 사람은 아이라도 굶기고 때려 죽였고, 죄 없는 20대 여성도 무자비하게 구타해서 죽였던 상황이 가장 끔찍했다.

그런 비인간적인 상황이 계속 진행됨에도 그 작은사회에 감정지배당한 사람들은 행여 그 낙원같은사회가 파괴될까봐 교주의 도주를 지원하고, 자식이 사망한 유족임에도 교주를 오히려 보호하는 비극은 너무나 비참했다. 그나마 정명석, 이재록은 죄에 비해 가벼운 판결을 받고 수감 중이지만, 김기순은 어떤 처벌도 제대로 받지 않은 채 풀러 나왔고 여전히 아가동산에서 이름만 바뀐 신나라 네이처 팜이나 신나라 레코드를 통해서 조용히 부를 축적하고 자신의 호위호식을 누리는 세상이 원망스러웠다.

자식의 죽음도 제대로 확인 못 했고, 자식을 죽음으로 몰아 넣은 사람을 법정에서 유리하게 진술해 놓는 비극에 몰리면서 지금도 자신은 죽어야 한다며 뺨을 치며 자학을 하는 이낙귀 엄마의 모습이 계속 트라우마처럼 남는다. 그래서 더더욱 아가동산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해자를 제대로 처벌하고 피해자에 대한 지원 및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 사회는 끝의 끝까지 가해자가 활개치고 피해자를 짓밟는지를 현실에서 증명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종교에 대해선 부정적인 생각이 많이 든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 이단이 아닌 정통 교단이라고 말하는 곳에서 자신의 믿음과 가치가 다르다고 성소수자를 끊임없이 배제하고 죽음에 몰아 넣고 그것을 계속 교인들과 사람들에게 가스라이팅하며 폭력을 이어가는 모습, 장애인에게 선택권을 박탈한다며 탈시설을 반대하고 본인들이 관리하는 시설이 계속 없어지지 않고 장애인을 보호란 이름으로 가두고 장애 때문에 사회에서 살아갈 수 없는 무능한 존재로 가스라이팅 하는 모습, 온갖 우익집회에 등장해 자신과 다르면 빨갱이, 좌빨에 죽어야 한다며 서슬퍼렇게 얘기하는 모습에서 종교에 대해 더욱 냉담하게 된다.

한편으론 그런 기존 종교의 모습이 더 열병처럼 극단적으로 나타나는 형태가 소위 사이비종교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나는 신이다같은 사이비종교 사례는 기존 종교의 폭력성과 차별, 배제의 해소가 없다면 계속계속 그 폭력 속에서 되살아날 것이다. 다만 중요한 것은 그런 문제를 더 이상 외면하지 말고 바꿔 나가도록 계속 잊지 말고 행동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 수많은 방해와 협박, 2차가해를 넘어 그 종교단체의 이었던 가해자의 성폭력을 폭로했던 피해자의 목소리는 계속 사이비를 양산하고 폭력과 배제, 사람을 해치는 멈추지 않는 이 비극의 연속을 끊어내고 변화하는 시작점이라고 생각한다.

단지 다큐멘터리만 보고 분노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나와 주변 사람들을 지키고 그런 못된 종교무리에게서 대안을 얻을 수 밖에 없는 현실을 넘어 무엇이 나의 배제된 삶을 바꿀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하고 그 고민한 것을 함께 다양한 활동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나는 다큐멘터리에서 다뤄진 사이비 종교와 파렴치한 네 가해자가 더 이상 만들어지지 않고, 아울러 기존의 종교도 보다 더 다양한 사람들을 존중하고 함께 하는 종교로 만드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기사 등록 20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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