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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압과 차별106

동물원에서의 죽음 최태규 [민음사에서 연간 3회 발간하는 인문잡지 4호 ‘동물’책에 한 꼭지로 실린 글을 옮겨 싣는다.(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60585647) 동물의 삶과 죽음, 동물의 죽음 앞에서 인간의 책임 문제를 사려깊고 먹먹하게 살펴보는 이 글을 옮겨 실을 수 있도록 허락해 준 민음사와 필자에게 깊이 감사드린다.] 2018년 초가을 ‘동물원’이라는 낱말을 언론에 오르내리게 한 퓨마가 있었다. 대전오월드에서 탈출했다가 사살당한 뽀롱이였다. 뽀롱이는 열려 있는 문으로 걸어 나왔다. 아메리카대륙에 조상을 둔 퓨마 뽀롱이는 사육사가 깜빡 잠그지 않은 문 밖으로 발을 내딛었다가 총을 맞고 죽었다. 현생 인류가 동물과 맺은 관계는 대부분의 기간 동안 먹고.. 2021. 6. 3.
5.18과 장애인의 "민주화 운동"을 위하여 박철균 1. 2021년 5월 18일 광주 구, 전남도청 앞에서 장애인은 또 이동권 투쟁을 시작했다. 우연의 일치(?)일지는 모르겠지만, 장애인은 타지도 못하는 차별버스 스타일의 419번, 518번 버스를 상대로 장애인은 지역 차별 없는 제대로 된 이동권 보장을 얘기하며 또 쇠사슬을 걸고 버스 위에 올라가 현수막을 들고 또 도로 위에서 피켓을 들고 소리쳤다. 40년 전 민주주의를 외쳤던 그 광장에서 장애인이 이제는 장애인의 민주주의를 외치며 투쟁했던 것이다. 2. 혹자는 왜 "오늘 같은 날에 광주에서?"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왜 굳이 누구나 어떤 날인지 알고 있는 5월 18일에 꼭 이렇게 거리를 막고 외치느냐 회의적으로 바라볼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다시 묻고 싶다. 41년 전 광주에서 그 수많은 사.. 2021. 5. 21.
이주노동자 차별과 낙인찍기는 코로나 방역이 아니다 박철균 1. 얼마전 강릉에서 이주노동자 확진자가 46명이 하루에 발생했다고 보낸 문자 내용이었다. 이주노동자는 외국인 확진자”에”로 표기하고 시민들은 “께서는” 으로 표기하고 있다. 많은 강릉시민들이 이 문자를 보고 놀라고 겁이 나셨을 거라 본다. 강릉에서 코로나가 지역 집단감염으로 더 커지지 않고 무사히 지나가길 바란다. 다만 저 문자에서 내포되는 외국인 특히 이주노동자에 대한 차별도 역시 읽어 주시고 문제가 있다고 말씀해 주시면 좋겠다. 어쩌면 가장 확진 위험에 놓인 사람들은 저런 식으로 함부로 낮춰 불러도 되고 시민 밑에 이주노동자가 있는 것처럼 적어 놓는 게 말이 되냐는 거다. 2. “외국인이 어쨌든 집단 감염이 된 거잖아요” 라고 말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왜 그런 현상이 강릉 뿐.. 2021. 5. 16.
4월 20일은 장애인에게 어떤 의미인가 4월 20일은 장애인에게 어떤 의미인가 - 그 날이 장애인의 "생일“이 아닌 이유 박철균 1. 4월 20일에 도담동에서 계속 버스막기 투쟁을 하느라 장애인차별철폐투쟁의 날 본대회는 함께 하지 못했습니다. 다행히도 중간부터 엠프와 유튜브 생중계를 연결해서 중간부터 들을 수는 있었습니다. 그리고 도담동 투쟁을 마치고 문화제부터는 본격적으로 보건복지부 앞에서 동지들과 함께 할 수 있었죠. 그런데, 활동가 한 분이 언짢아하시고 계셨습니다. 무슨 일인가 했더니, 바로 오후 본 대회에서 민주노총 부위원장님의 연대발언 첫 시작이 "동지들의 생일날 투쟁하는 아름다운 모습"(https://youtu.be/HTfrBimmcpk?t=1734의 28분 54초 부분 참고) 이어서 그 언짢음이 저녁까지 이어지셨습니다. 아마 민주.. 2021. 4. 25.
인종주의와 인신매매의 신화 - 1 낸시 린디스판(Nancy Lindisfarne) & 조나선 닐(Jonathan Neale) 번역: 윤미래 인신매매 신화는 미국의 우익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이 발명했다. 그것은 사실과 다르고, 인종주의적이며, 성노동자들에게 위험하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이것을 페미니즘적이고 좌익적이라고 여긴다. 이 기사는 이 모순을 논쟁적으로 파헤치고 있다. 이 글의 필자인 독립적 사회주의자인 낸시 린디스판(Nancy Lindisfarne)과 조나선 닐(Jonathan Neale)은 미국과 영국에서 다양한 활동을 해 왔고, 제국주의, 기후정의, 젠더 억압과 젠더 정의 등에 대한 많은 글을 써왔다. 조나선 닐의 , , 등은 국내에도 출판돼 있다. 글이 길어서 몇 번에 나누어 연재한다. 이것은 1편이다. 출처: https:/.. 2021. 3. 13.
사람에게 하면 안 되는, 사람이 당하면 안 되는 일들이 있다 '운동권 막 그런 건 아니지만'에서 말하는 '운동권 막 그런 거'가 하는 이야기 윤미래 [‘시스터 후어사이더’에 실렸던 글을 다시 옮겨서 실을 수 있도록 허락해 준 필자에게 깊이 감사드린다. ‘시스터 후어사이더’는 성노동자에 대한 낙인과 혐오, 배제의 논리 속에 진행돼 온 집단적 괴롭힘과 사이버불링을 고발하며 그 생존자(밀사)를 방어하는 내용의 글들을 계속 올려왔다. 좀 더 자세한 것은 이 글을 참고할 수 있다.] 나는 2009년에 대학에 들어갔다. ‘이명박근혜’ 정권의 2년 차였다. 내 기억이 맞다면 아마도 그즈음부터 죽음이 흔해졌다. 입학 첫해에 처음 배운 83학번 김세진, 이재호는 전방입소 거부시위 중에 ‘반전반핵 양키고홈’을 외치며 분신했다. 김세진 선배가 칸트를 그렇게 좋아했다지. 하늘 높이 뜬.. 2020. 12. 22.
이수정 교수와 정신장애 이수정 교수와 정신장애 - 정신장애인은 범죄의 온상? 치료 불가능? 정신장애인 혐오 선동 그리고 낙인 찍기를 중단하라 박철균 정신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생생하고 감동적으로 그린 영화 '위캔두댓' 1."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해 유명해진 사람 중에 이수정 교수가 있다. 끔직한 미해결 살인 사건이 이야기되면 으례 이 교수가 나와서 범인에 대한 분석을 하는 형식으로 등장했고, 뭔가 범인을 찾아내는 과정들이 굉장히 흥미진진하게 묘사되곤 했다. 그리고 이수정은 여성문제에 대해서 진지하게 접근하고 문제제기 하는 방식으로 주목을 끌었다. 그런 여러가지 활동 속에서 여성의당 자문위원을 하더니, 박원순 서울시장 사건에서 피해자를 향한 박원순 지지자들의 온갖 2차가해를 보더니 국민의힘 성폭력특별위원회 위원까지 하고 있다. 2.. 2020. 12. 2.
장애인 노동권과 사회적 재생산 전지윤 [아래 글은 지난 11월 13일에 전장연 노동권위원회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필자가 제출한 토론문이다. 그날 토론회는 먼저 ‘권리중심 공공일자리의 의미와 전망’(정창조. 전장연 노동권위원회 간사), ‘권리중심 공공일자리,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정동은. 서울형권리중심공공일자리협력단 사무국장)의 발제가 있었고 이어서 토론자 3명의 의견 제시와 토론으로 이어졌다. 이 날 토론회의 모든 발제문과 토론문들은 ‘노들장애학궁리소’ 홈페이지에 올라 있다.(http://goongree.net/disability_related_data/89679) 의미있고 유익한 토론 자리를 마련하고 기회를 제안해주신 전장연 노동권위원회에 감사드린다] ● 정창조, 정동은 두 분의 발제를 매우 인상적이고 유익하게 보았다. 새로운 내.. 2020. 11. 26.
동물산업은 동물복지와 반댓말 최태규 [네이버 포스트 ‘최태규의 동심보감’에 실렸던 글을 다시 옮겨서 실을 수 있도록 허락해 준 필자에게 깊이 감사드린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조사에 따르면 2018년도 반려동물 “시장 규모”는 2조 8900억원이었다고 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조사(반려동물 시장을 왜 농촌경제연구원이 조사하는지 모르겠지만)에서 국내 반려동물 시장 규모는 연평균 14.1%씩 성장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애완동물사료 시장만 해도 2011년 2천억원 규모에서 2020년 1조5천억원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10년 안에 일곱 배다. 엊그제, 정운천 전 농수산식품부 장관이자 농해수위 소속 국회의원은 농림수산식품부 국정감사에서 세계의 반려동물 연관 산업 시장규모가 성장 중인데 수입산 사료의 시장 점유율이 너무 크고 그에 대.. 2020. 11. 18.
[페미니스트 프리즘 #2]‘정의연 사태’와 쉽게 쓰인 글들 페미니스트 프리즘 #2‘정의연 사태’와 쉽게 쓰인 글들은진 '소녀상' 옆에 놓였던 고 손영미 소장의 영정 (출처: 민중의 소리>) [‘페미니스트 프리즘’은 크든 작든 페미니즘에 대한 다양한 고민과 생각을 자유롭게 나누는 부정기 연재이다. 이것은 두번째 글이고 좋은 글을 보내주신 필자에게 감사드린다.] 1.이용수 ‘할머니’의 기자회견 이후, 계속해서 정의기억연대(舊정대협), 윤미향 당선인, 나아가 일본군‘위안부’ 운동 및 연구 전반에 대한 의혹 제기와 비판이 이루어지고 있다. ‘정의연 사태’라고들 부르고 있는 현 상황의 본질을 규명하거나 종합적인 진단을 내리는 것은 내 능력 범위 밖의 일이라고 느낀다. 다만, 연일 쏟아져 내리는 엄청난 분량의 언론 보도들을 겨우 쫓아가면서, 감정적인 동요를 겪지 않으려는 .. 2020. 6. 26.
기억과 권력의 식민주의와 탈식민주의: 어떤 지식인들에게 고함 윤미래 어느 학교에나 여성학 수업에는 으레히 교수에게 ‘진정한 성평등’에 대해 가르치려 드는 남학생 ‘빌런’들이 등장하곤 한다. 임명묵 씨가 슬로우뉴스에 기고한 라는 글은, 비록 그보다는 풍부한 학문적인 내용을 갖추고 있다고는 하나, “학교 다니며 귀동냥으로 들은 수준”의 “간단하고 초보적인 탈식민주의 얘기”로 수십 년간 탈식민주의 여성 운동을 선도해온 학자와 활동가들을 계도할 수 있다고 믿는 (다분히 젠더화된) 오만이라는 점에서 이러한 시도들과 본질적으로 별반 다르지 않다. 여성에 대한 남성의 억압, 식민지에 대한 제국의 억압, 개인에 대한 국가의 억압을 ‘위안부’ 문제의 세 가지 축으로 열거한 뒤, 이 글은 “이 두 관점도 충분히 주의깊게 다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인사치레를 남기고 앞의 두 가지를.. 2020. 5. 14.
30년전 내게 매일 매일이 끔찍했던 이유 박철균 1.뭔가 초등학교 1학년을 상대로 담임 교사 등의 트러블이 발생했다는 소식이 들려오면 나는 이제는 딱 30년 전이 된 국민학교 1학년이 너무나 아리게 떠오른다. 2.유치원부터 시작했던 괴롭힘은 국민학교에 가서도 계속됐다. 이유는 "여자같고 잘 울어서". 거기다 화장실에서 내가 밀어서 다리가 부러졌다며 모함(이게 어린 마음에 얼마나 억울했으면 나는 30년이 지난 지금도 걔랑 내가 화장실에서 마주친 적이 없었다는 것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도 당하기도 했다. 주변 환경이 이러니까 나는 당연히 적응을 못 하고 겉도는 아이가 되었다. 산만하거나, 수업시간에 교실 복도를 배회하거나, 관심 받으려고 엉뚱한 말을 하거나... 그럴 때마다 나의 1학년 담임이란 사람은 아이들이랑 함께 나를 무시하거나 윽박지르거.. 2020. 4.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