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준(광주 장애인 차별 철폐연대 활동가)
사실 나는 결혼식장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 친구들의 결혼식도 자주 가지 않는 사람이다. 함께 활동했던 동지들하고 진짜 친하지 않으면 결혼식장을 가지 않는다.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진짜 함께 했던 사람들의 결혼식 알림이 올리면 무조건 달려갔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런 것들이 너무나도 싫은 것이 아니라 멀리하고 싶었다.
왠지 모르게 그곳에서 밀려오는 소외감이 어느 순간 내 가슴에 찾아온 것이었다. 그러다 보니 결혼식에 초대를 한 사람 초대를 받은 사람 서로에게 불편한 시선이 나는 너무나도 싫었다.
많은 사람이 내게 이런 말을 한다. 이런 거까지 생겼으면 너는 어떻게 살아갈 거냐고 묻는다. 살아가는 방법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그들에게 불편하지 않도록 살아갈 방법을 찾는 것이 나에게는 제일 중요한 것이다.
또다시 바꿔서 말을 해 본다. 그러지 마! 그 말도 나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그 말이 무엇이냐면 너가 그렇게 접근 방식으로 나가면 너의 앞으로 좋은 일이 생겼을 때 많은 사람이 함께 해 줄까 이것도 고민해 봐야 한다고 나에게 던져 주었다.
사실 그런 고민도 안 해 본 것은 아니다. 많은 고민과 많은 생각을 해 봤지만 불편하게 결혼식장을 가는 것은 옳지 않다고 나는 생각한다. 어디를 가든 내가 편해야지 마음도 편하고 축하 마음도 두 배로 커진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런 생각을 오늘 당장 나온 것은 아니었다가 수시로 결혼식장을 다니면서 생각을 정리하는 중이었다. 결혼식장에 가면 나는 단체 사진 찍을 때 대부분 먼저 나와 버린다. 계단 위에 올려 줘야 하는 나를 위해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이 불편하여서 그 모습 보기 전에 미리 나와 버린다.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현실에서 장애 당사자들이 결혼하는 모습을 보면 결혼식장이 아니라 교회나 시민단체 건물을 이용해서 결혼식을 올리는 배경을 볼 때마다 나는 조금 아쉬우면서 속상한 부분이다.
우리도 똑같은 사람이 나하고 똑같은 감정이 있다는 이야기를 하는 우리도 결혼식장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싶은 소망이 장애 당사자들에게 얼마나 많을까? 이 열망이 나에게만 있는 것이 분명히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고급스러운 결혼식장에서 부페도 먹고 결혼식다운 결혼식을 올리고 싶은 사람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아니 이 열망을 가지고 있는 내가 이상한 사람인가? 나는 절대 이상한 사람이 아니다. 정말 건전하고 올바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결혼식장의 편의 시설도 미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당장 모든 결혼식장에 편의시설들이 갖추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누군가에게 눈치를 보지 않고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결혼식장의 시대가 돼야 한다.
또한, 우리는 지금 어느 시대에 살고 있는지 한번 좀 생각할 필요가 있다. 그러기 때문에 이제는 더 이상 결혼식장의 편의 시설을 미루어서는 안 된다.
(기사 등록 2023.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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