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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압과 차별

쟈니스 성폭력 논란 - 일본의 성폭력 용인 사회를 뒤흔들다

by 다른세상을향한연대 2023. 9. 27.

박철균

 

쟈니스 사장인 쟈니 기타가와의 성폭력 문제가 오랜 세월이 지나고 가해자가 사망한지 4년이 넘어서야 제대로 폭로되고 있다. 계속 폭로되는 내용은 악질 중에서도 악질적인 권력형 성폭력의 모습이다.

쟈니는 회사가 세워지기 훨씬 전인 1950년부터 성폭력을 저질렀다는 피해자(피해자 중 한명이 78세인데, 성폭력을 당한 나이가 8세였다.)의 증언도 나왔고, 자신의 절대적인 결정권으로 인해 데뷔가 정해지고, 방송출연이 정해진다는 것을 이용해 10대 연습생 수백명에게 성폭력을 가했다.

쟈니 기타가와의 일본 방송연예계 압도적인 영향력을 토대로 그 수십년동안 몇 건의 성폭력 피해 폭로가 있었음에도 일본 사회에선 조사 및 처벌은 고사하고 보도조차 철저히 되지 않았다.

링크(https://www.youtube.com/watch?v=ZB5o94Sjv7c)로 올려 놓은 BBC 폭로 다큐멘터리가 3월에 방영이 되었음에도 일본 언론은 철저히 침묵으로 일관되다가 4월 피해자가 일본 주재 외국 특파원을 대상으로 한 기자회견(성폭력 피해를 당할 당시 쟈니의 집 촬영 영상을 공개했다.)이 진행돼서야 조금씩 조금씩 보도하기 시작했다. 쟈니스 사무소의 제대로 된 사과 기자회견은 더 늦어서 97일에서야 이루어졌다.

일본 남자아이돌 시장은 쟈니스가 사실상 독점인 체계였다. SMAP, 아라시, King & Prince, Kinki Kids, TOKIO 등 내놓으라 하는 남돌은 죄다 쟈니스였고, 그 쟈니스 소속 그룹 아이돌이 드라마 주역에 캐스팅되거나 그룹 이름을 달아 고정 예능프로까지 줄줄이 담당했다. 이런 일본 연예 시장 시스템이 수십년 동안 피해자를 계속 낳았고, 함께 방조하는 시스템을 견고히 했던 것이다.

다만 여전히 그 "권력형 성폭력 문제" 해결은 아직도 산 넘어 산이다. 쟈니 기타가와의 친척이면서 오너일가로 사장으로 있던 후지시마 쥬리 케이코는 사장직을 사퇴했지만, 여전히 이사진으로 잔류하고 있다.

예전 쟈니스의 아이돌 그룹인 소년대 멤버였던 히가시야마 노리유키가 새 사장이 되었는데, 이 사람도 후배 연습생을 상대로 성폭력을 가했고 쟈니의 성폭력에 함께 동참한 것이 폭로되었다. 이 새 시장이 쟈니스란 사무소 이름도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말하는 것을 통해서 여전히 이 "가해 집단"의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최근 폭로된 쟈니스 사무소 전속계약서도 할말을 잃게 한다. "모든 권리는 태양계 전역에서 사무소에 전적으로 귀속된다." "매출 75%는 사무소가 가져가고 25%는 멤버들이 분배해서 가져간다." "계약파기도 할 수 없다." 한국에서도 연예기획사 계약논란이 몇 번 있긴 했지만, 태양계까지 범위를 확대하는 경우는 듣도 보도 못해서 참 신박하다.

또한 오랜 세월 이 끔찍한 성폭력을 알리고 싶어도 묵살당해 오다 이제서야 겨우 목소리를 내는 수십명의 피해자에게 "왜 당사자가 죽고 난 왜 지금에야 그런 얘기를 하냐?"고 방송 연예 주요 관계자나 유명인사들이 당당하게 공개적 2차가해가 자행되고 있다. 실망스럽게도 기무라 타쿠야는 쟈니스 기자회견이 있던 직후 쟈니 기타가와의 좌우명인 "Show must go on"을 인스타에 올리는 부적절한 행위(어찌 보면 2차가해라 할 수 있는)를 했다.

성폭력 문제가 단지 개인 하나가 파렴치한 인간이어서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상황과 시스템이 얼마나 크게 좌지우지하는지 지금 일본 사회가 톡톡히 보여 주고 있다. 가해자는 천수를 누린 채 세상을 떠났을지라도, 그 가해자가 더 이상 일본 사회에서 "대단한 기획사 사장"으로만 남지 않고 "권력을 이용한 성폭력 가해자"였음을 기록하고 반성하고 다시는 이런 권력형 성범죄가 일어나지 않도록 사회적 시스템의 재편성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를 통해 피해자가 다시 일상을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직도 계속되는 일본 주요 연예기획사(사무소)에 대한 "일본의 미투운동"을 지지한다. 이를 통해 일본 사회도 제대로 된 성평등 문화를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기사 등록 2023.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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