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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343

좌파, 성폭력, 정신장애, 피해와 가해 전지윤 ● 미국 좌파의 경험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 나는 얼마전 미국의 중요한 급진좌파 단체인 국제사회주의조직(International Socialist Organization: ISO)이 성폭력 사건을 지도부가 은폐했던 것이 드러나면서 겪게 된 위기에 대해 언급한 바가 있다. 그러면서 같은 국제사회주의 경향(IST)으로 정치적으로 연결돼 있던 이 곳의 노동자연대 분들이 이를 통해서 “스스로를 돌아보고 뭔가를 배웠으면 좋겠다”고 했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헛된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졌다. 미국의 ISO 동지들은 피해자에 대한 사과뿐 아니라 그동안의 잘못된 관행에 대한 철저한 반성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총투표를 통해 조직을 스스로 해산하는 그야말로 뼈를 깎는 쇄신의 과정을 보여줬다. 이 과정에서 ISO 회원들이.. 2019. 7. 15.
세상읽기 - 한반도/ 삼성해고자/ 난민인권/ 기생충 ● 다시 기회의 창이 열리는 한반도 얼마전 남북미 정상이 만나는 판문점 광경을 보면서 아마 많은 사람들이 국경이란게 얼마나 헛된 것인지 떠올리게 됐을 것 같다. 땅에 그어놓은 선에 불과하고 저렇게 쉽게 넘어가 왔다갔다하면 될 것을 왜 누구를, 무엇을 위해서 반세기가 넘게 서로 증오, 불신, 적대하고 죽고 죽이고 해 왔을까. 왜 철조망을 치고 지뢰를 깔고 군대를 배치하고 총을 들고 지켜 왔을까.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든 주역 중에 하나가 바로 우리에게 그것을 강요해 온 나라의 대통령이며, 지금 멕시코 국경에서 그 어리석고 잔인한 짓을 확대하고 있는 트럼프라는 것이 아이러니다. 얼마전 멕시코 국경 강가에서 아빠의 목에 팔을 걸고 함께 죽은 아기의 살인범. 그래도 이런 트윗 즉석 만남은 트럼프같은 워싱턴의 아웃.. 2019. 7. 5.
세상읽기 - 성소수자/ 민주노총/ 맑스코뮤날레/ 2차가해와 사과 ● ‘성소수자 부모모임’편 얼마전 ‘성소수자 부모모임’편은 너무 반갑고 내용도 좋았다. 특히 “지구가 뒤집어져도 엄마는 네 편이야” 사연을 들을 때, 그 순간 그 편지를 읽은 당사자가 얼마나 위안이 됐을지 상상이 됐다. 그런 사람이 1명만 있어도 사람은 살아갈 수 있는 힘과 용기를 얻는다. 물론 보면서 계속 생각하게 되는 것은, 누군가가 성소수자라는 이유만으로 앞으로 이 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을지 주변 가족들까지 슬픔, 절망, 공포를 느끼게 만드는 구조가 얼마나 어처구니없고 끔찍한 것인지의 문제다. 얼마 전에 본 영화 도 생각났다.(이하 스포 있음) 영화는 ‘동성애 전환치료 센터’에서 벌어진 실화를 바탕으로 하는데, 이성애를 기본값으로 잡아놓고 동성애를 강제 치료를 통해 ‘정상’으로 돌려놓는다는 생각이 .. 2019. 6. 3.
세상읽기 - 세월호 5주기/ 낙태죄 헌법불합치/ 강간문화 전지윤 ● 세월호 5주기와 영화 얼마전 영화 를 봤다. 반올림과 함께해온 인연 덕에 ‘재난 참사 및 산재 피해 가족들과 함께 하는 시사회’에서 많은 분들과 함께 볼 수 있었다. 영화는 그런 비극을 겪는 당사자들의 감정, 기분, 일상이 어떨지 충분히 느끼게 해주었다. 눈물이 너무 나서 머리가 아플 정도로 영화를 보는 것 자체가 힘든 경험은 오랜만이었다. 그런 것을 전혀 헤아리지 못할 때 얼마나 큰 상처를 줄 수 있는지, 그것을 공감하고 나누려할 때 얼마나 큰 힘이 돼줄 수 있는지도 잘 이해하게 해주는 영화였다. 그리고 영화 끝나고 이어진 이야기마당이 더 중요했다. 세월호, 대구지하철, 춘천산사태, 삼성직업병, 태안화력 희생자 가족분들이 나와서 감상을 나눠주셨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그 순간부터 시간이 멈.. 2019. 4. 16.
세상읽기 - 창원 재보선/ 미세먼지/ 성폭력과 좌파, 페미니즘 전지윤 ● 진보정치의 반목과 창원 재보선 얼마전 논란이 된 블룸버그의 ‘문재인은 김정은 수석대변인’ 기사 논란에서 분명 민주당이 기자 개인에게 과하고 부적절하게 공격적이었다고 생각한다. 기자의 입을 막으며 ‘매국노’라는 조리돌림을 부추기는 듯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 때문에 민주주의의 진정한 걸림돌인, 자한당이 일으키는 냉전 색깔론의 문제가 가려져선 안된다. 여전히 대통령까지 종북몰이의 타겟이 되는게 한국사회다. 북한에 대한 냉전적 혐오는 국제적 프레임이기도 하다. 블룸버그의 데스크도 자유롭지 않았을 것이다. ‘강대국들 속에서 국제적 왕따를 당해온 북한을 대변하는게 뭐가 문제야. 더 대변해야지’ 이런 상식적 생각은 거의 먹히지 않는다. 요며칠도 통일부 장관 후보 김연철 청문회에서 공공연하게 사상검증과 십.. 2019. 3. 28.
세상읽기 - 99%의 페미니즘/ ‘역차별’/ 우파 위험/ 트라우마 전지윤 ● 안희정 판결과 99%를 위한 페미니즘 체육계 미투에 이어진 안희정 2심판결은 1년전 이맘때부터 본격화했던 미투운동의 의미와 성과를 기념하기에 아주 시의적절한 이벤트가 됐다. 미투는 전세계적인 운동이기도 했다. 이 운동은 성폭력이 얼마나 사회 곳곳에 널리 퍼져있었는지 만이 아니라 그것에 맞설 수 있는 여성, 소수자들의 힘도 보여줬다. 그것만이 아니다. 지금 미국에서 전국적 파업 물결을 주도하는 것은 전통적 산업이나 남성, 백인들이 아니다. 교육, 호텔, 보건의료 부문에서 노동계급의 재구성을 주도하는 것은 주로 여성과 유색인종들이다. 쇠락한 공업지역의 제조업 백인 노동자들이 인종주의에 취약하다는 말들이 나오던 상황에서, 그 지역의 여성, 다인종 노동자들이 치고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이 나라에서도 .. 2019. 2. 28.
세상읽기 - 경사노위/ 청년 남성/ 난민의 시대 전지윤 ● 경사노위 참가, 불참 논쟁 경사노위 참가 문제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먼저 이것은 언제 어디서나 적용될 정해진 정답과 원칙의 문제는 아니다. 그러면 토론은 필요없고, 그냥 그 원칙과 정답을 적용하면 된다. 실제로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똑같은 답을 가진 사람들이 일부 보인다. 참가를 주장하면 배신, 거부를 주장하면 꼴통이란 식으로 정해놓고 상대 말을 들어보지도 않는다. 양쪽 모두에서 일부 보이는 이런 벽같은 태도는 토론을 가로막을 뿐이다. 그리고 자유롭고 활발한 토론이 없다면 이런 문제에서 함께 더 나은 답을 찾기는 더 어렵다. 더구나 이건 구체적 상황과 주객관적 조건에 따라 달라질 전술 문제다. 지금의 경제, 정치, 사회적 상황, 정권의 성격과 태도, 대중의 정서가 어떠한지, 지난번과 어떤 .. 2019. 1. 28.
세상읽기 - 문정부/ 정체성정치와 사회재생산/ 표현과 혐오 전지윤 ● 문재인 지지율 하락의 맥락과 진보좌파의 전망 문정부가 재벌과 기득권 세력의 압력에 타협하면서 낡은 것들이 모두 되돌아오고 있다. 문정부의 지지율도 계속 떨어지고 있다. 개혁 배반의 결과라고 꼴좋아하기엔 문제가 단순치 않다, 주로 진보적 여론의 반발이고, 그 결과 진보좌파가 득세하는 상황이라면 반갑겠지만, 그렇게만 해석하긴 어려워 보인다. 지지율은 대체로 ‘남북화해가 안보를 무너뜨리고, 최저임금 인상과 소득주도성장이 경제를 망쳤다’는 프레임 속에 떨어지고 있다. 영남권과 자영계층 속에서 더 가파르고, 2030에서는 ‘여성이나 양심적 병역거부자만 챙긴다’며 남성들의 이탈이 특히 두드러진다고 한다.(서울 주요 대학들에서 총여를 없애는 과정에도 이런 여론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 평화든, 노.. 2019. 1. 7.
세상읽기 - 故 김용균 님을 추모하며/ 프랑스 노란조끼 투쟁 전지윤 ● 외주화를 멈추고 산업안전보건법을 개정하라 얼마 전 반올림 송년회에 갔다가 너무나 감사하고 잊지못할, 자랑하고 싶은 선물을 받았다. 반올림과 함께하면서 찍은 내가 나온 사진들을 인화한 것이었다. 이 긴 투쟁의 막바지에 결합해 작은 손 보탠 처지에서 너무 과분한 선물이었다. 그 사진 속에는 2년전 촛불 때, 사망한 노동자들의 이름이 담긴 배너를 들고 광화문 광장에서 찍은 사진도 있었다. 하지만 며칠 동안 우리 모두의 기분은 참담하기만 하다. 죽어간 79명 노동자의 이름들을 들고 촛불광장에 섰던 저 사진 속의 그때보다 더 우울하고 갑갑하다. 故 김용균 님의 처참한 마지막도, 그 주검을 친한 동료들이 직접 수습해야 했다는 소식도, 주검을 수습하고 곧바로 컨베이어 벨트를 다시 돌려야 했다는 소식도 잊혀.. 2018. 12. 16.
세상읽기 - 차별과 상처/ 김정은 답방/ 이수역/ 삼성 해고자 전지윤 ● ‘다문화’ 한부모 가정 청소년의 비극이 보여준 것 얼마 전 옥상에서 추락 사망한 중학생이 다문화 한부모 가정 자녀로 집단 괴롭힘을 당해왔다는 게 밝혀졌다. 이것이 더 커다란 빙산의 일각이거나, 이어질 비극의 시작일지 모른다는 불길함을 지울 수 없다. 돌이켜보면 저출산, 농촌 비혼남성 등의 해결책으로 국제결혼이 한참 붐이던 시기가 바로 2000년대 중후반이었다. 당시 결혼 10쌍중 한쌍이 국제결혼이라고 했다. 꼽아보면 그렇게 맺어진 가정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지금 한참 청소년으로 자랐을 나이다. 그때 국제결혼의 일부 양태는 참담할 정도였다. ‘절대 도망 안감, 후불제, 자녀딸린 재혼 환영, 60세 이상도 가능, 베트남 처녀, 싸다...’ 이런 현수막들이 붙었고, 남성들이 동남아로 단체로 가 며칠만.. 2018. 12. 1.
세상읽기 - 미국 중간선거/ 브라질 대선/ 카라반/ 플랫폼노동 전지윤 ● 미국 중간선거 결과가 보여 준 것 미국 중간선거에서 오카시오 코르테스를 비롯한 노동계급 출신의 소수인종 여성후보들이 크게 승리한 소식은 물론 고무적이다. 이민자 출신이거나 무슬림도 있다니, 더 그렇다. 이들은 무상의료, 등록금 폐지, 이민자 환영, 총기규제 등의 급진적 공약도 내걸었다. 함께 실시된 몇몇 주민투표들에서 트랜스젠더 권리 보호, 메디케이드 확대, 최저임금 인상 등이 통과됐다는 소식도 반갑다. 하지만 이런 것들과 하원 결과만 갖고 이번에 트럼프가 패배하고 민주당이 승리했다고 보긴 어렵다. 전통적으로 집권여당이 상하원 모두를 내주던 중간선거에서 트럼프는 상원과 주지사 선거에서 승리, 선방했고 하원에서도 예상되던 대패를 막았다. 아웃사이더였던 트럼프는 이제 공화당을 완전 장악했고, 지난.. 2018. 11. 8.
세상읽기 - 혐오뉴스/ 캐버노/ 삼성해고자 복직/ 가사노동 전지윤 ● 에스더기도운동과 혐오뉴스 ‘에스더기도운동과 가짜뉴스’에 대한 의 훌륭한 취재와 보도는 사회적 반향을 만들어냈다. 정부와 법무부가 대책까지 발표했다. 부실하고 초점이 어긋난 대책은 ‘표현의 자유’ 논란도 불러오고 있지만, 그럼에도 ‘표현의 자유’가 핵심으로 보이진 않는다. 광우병 쇠고기나 세월호 사건에 대한 온갖 폭로와 추론들을 우파정부가 ‘유언비어, 가짜뉴스’라고 억누르던 때와 맥락이 다르기 때문이다. 사회적 강자와 다수자를 조롱할 ‘자유’와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혐오할 ‘자유’는 다르기 때문이다. 닭장 속에서 여우가 맘대로 활개칠 ‘자유’는 닭에겐 ‘공포’일 뿐이니까. 에스더류의 ‘가짜뉴스’ 때문에 성소수자, 난민, 무슬림 등이 겪어온 고통은 실질적이었다. 일상적 혐오에 노출된 소수자들이 .. 2018. 10.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