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압과 차별103 ‘안 그런 남자들’에게 – 미투에 대한 반격에 부쳐 ‘안 그런 남자들’에게 – 미투에 대한 반격(백래시)에 부쳐 윤미래 1. 대부분의 성폭력 가해자들이 진심으로 죽을 만큼 억울해하는 것은 그들이 ‘꽃뱀에게 당했기 때문’도 아니지만 그들이 특별히 뻔뻔하고 파렴치한 인간이기 때문도 아니다. 이 사회는 성폭력을 많이, 쉽게 휘두르는 남자를 ‘상남자’, ‘형’으로 추켜세우면서 덮어주고 감싸주기 어려워지면 등을 돌리고 돌을 던진다. ‘자취하는 여자가 인기가 좋다’ ‘차려준 밥상도 못 먹는 건 X자다’ ‘남자가 25살까지 동정이면 마법사가 된다’는 따위의 말들로, 남성은 으레 성욕을 못 이겨 항상 ‘풀발기’ 상태에 있고 그렇지 않으면 남자로서 어딘가 급이 떨어지는 결격이라고 취급하면서 ‘여자가 너무 밝히면 깬다’ ‘여자가 내숭 떠는 맛이 있어야지’ ‘여자친구가 처녀.. 2018. 3. 12. ‘#미투(MeToo)’는 새로운 표준을 만들어 낼 것인가? #미투(MeToo) 운동은 여성이 어떻게 성차별과 억압을 경험하는지에 관한 사람들의 이해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에서도 이 운동은 처음에 파렴치한 성폭력범들을 고발하면 시작됐지만, 나아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유롭지 않은 성폭력적 문화와 사회구조에 대한 문제제기로 확대됐고, 아지즈 안사리와 관련된 사건이 이런 토론을 더욱 확대시킨 바 있다.(관련기사:http://www.huffingtonpost.kr/2018/01/15/story_n_19004734.html?utm_id=naver) 아래 글은 이런 쟁점들을 다루며 미투 운동의 의의와 과제들을 살펴본다. 미국의 사회주의자들인 에바 마리아(Eva María)와 릴라 옐레세티(Leela Yellesetty)가 썼다. 이 글을 번역해 준 정강산 님에.. 2018. 2. 28. 아주 '친밀하고 사적'인 폭력 남수경 [이 글의 필자인 남수경은 미국 뉴욕에서 도시빈민, 이주민, 여성, 성소수자 등을 대변하는 공익인권변호사로 일하고 있으며, 법률서비스노동조합(Legal Services Staff Association UAW/NOLSW)의 조합원이다. 대구경북지역 독립 대안 언론인 에 실렸던 글(http://www.newsmin.co.kr/news/27588/)을 다시 옮겨서 실을 수 있도록 허락해 준 필자와에 감사드린다.] 지난주 백악관의 대통령 비서관 2명이 연달아 자리에서 물러났다. 결혼 생활 중 배우자를 육체적, 정신적으로 학대했다는 보도가 나온 직후였다. 7일 사임한 선임비서관 롭 포터는 대통령 비서실장인 켈리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에게 어떤 정보와 문서를 전달할지 직접 결정하는 것으로 알려진 백악관의 실세.. 2018. 2. 14.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 차이와 단결/ 윤리적 소비... 윤미래 ●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은 새로운 헤게모니를 위한 시도다 70년대 미국식 급진페미니즘의 가장 중요한 한계는 남성 적대 따위에 있는 게 아니라 기존 질서를 대체하는 데 실패했다는 데 있다. 아무리 급진적인 수사를 남발해도, 이윤 본위의 엘리트 지배가 아니라면 도대체 어떤 원리 어떤 체제로 사회가 조직되어야 하는지 전망을 제출하고 관철시키지 못한다면 현실적으로는 그저 기존 질서의 부분 부분을 지엽적으로 수정하는 ‘만년 야당’ ‘비판자로만 존재하는 비판자’ 포지션을 벗어날 수 없다. 기존 체제의 논리를 꺾지 못하는 이상, 여성 집단 내부의 상대적 다수자인 비장애 백인 중상류층 여성을 중심으로 판이 돌아가는 것도 거의 필연적이다. 진실로 급진적인 운동은 남성에 대한 강렬한 증오와 과격한 언설이 아니라 권.. 2018. 1. 22. ‘성폭력’과 ‘피해자중심주의’를 넘어, 더 다양한 언어들을 개발하자 윤미래 성폭력 개념의 무한 확장, 운동의 유사사법화, 피해 서사의 범람은, 외부에서 종종 짐작하는 바와는 달리 기실 그 누구보다도 여성들을 고통스럽게 한다. 삶과 세상을 납작한 가피해서사의 끝없는 변주들로 환원하고, 세계를 바꾸어야만 가능할 치유와 해방을 가해자 한 사람(대상이 '2차 가해자들'이나 '가해 단체'로 확장되더라도 본질적으로 상황은 같다)을 단죄함으로써 구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 게임에서 누구보다 가혹하게 지는 것은 다름 아닌 여성들이다. 신자유주의는 개인이 기본적으로 완전하고 자유로우며 누군가 고통을 느낀다면 그것은 그 개인이 나약하거나 누군가 그 개인을 ‘침해’했기 때문 둘 중 하나라는 믿음을 우리의 머리속에 단단하게 새겨놓음으로써 사람은 원래, 본질적으로, 모든 측면에서 사회적인 존재.. 2018. 1. 19. 임신중지가 생명권이다. 낙태죄를 함께 폐지하자 전진한 지난 9월 청와대를 향한 “낙태죄 폐지와 자연유산 유도약(미프진) 합법화 및 도입을 부탁드립니다”라는 청원이 23만명을 돌파하면서 낙태('낙태'는 태아 중심적 단어로, 이 글에서는 행위 주체인 여성이 중심이 되는 ‘임신중지’라는 용어를 사용할 것이다.) 문제는 또다시 뜨거운 이슈가 됐다. 조국 민정수석은 낙태죄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혀야 했다. 천주교는 임신중지가 ‘끔찍한 폭력이자 살인행위’라고 주장하며 낙태죄 폐지에 반대하는 100만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임신중지는 흔히 태아의 ‘생명’과 여성의 ‘선택’의 대립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둘 중 무엇이 먼저인가라는 추상적 논의는 본질을 가린다. ‘낙태죄’는 여성을 죽인다. 루마니아에서 극단적인 역사가 있었다. 1966년 독재자.. 2018. 1. 9. 좌파 남성의 페미니즘 실천/ TERF에 관한 짧은 생각 윤미래 ● 진보·좌파 남성의 페미니즘 실천 “운동장이 기울어져 있다면 서로 힘을 모아 그 운동장을 바로 잡는 것이 옳지 않나. 운동장을 기울게 한 적도 없고, 그 기운 운동장으로 인해 변변한 혜택도 받은 적없는 애먼 사람들에게 죄를 추궁하고 페널티를 가하는 것이 아니라.” 한 (남성) 페친분이, 아마도 페미니즘을 겨냥한 것으로 보이는 단문을 페이스북에 올렸는데, 나는 이 말에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힘을 모으기 위해서는 불평등의 수혜자들이 최소한 불평등에 편승하지 않으려는 노력이라도 해야 한다고 답하고 싶다. 소위 말하는 “정체성 정치”로서의 페미니즘 - 시스젠더 중심적·성본질주의적으로 정의된 ‘여성’이라는 정체성을 중심으로 한 신자유주의적 이익집단 정치 - 의 틀에서 벗어나 혁명적 이념으로서 페미니즘을- .. 2017. 11. 28. 상호교차성 페미니즘에 관한 단상들 윤미래 이 시대에 진보는 무엇인가 에서 전희경은 진보가 특정한 사회세력이나 집단의 전유물이라는 관념을 비판하면서 한, “진보는 진보하려는 에토스다”라고 말했다. 그 비판 자체는 매우 타당하고, 그걸 깨닫지 못한 사람들이 노동자의 이익이면 그저 일단 주장하고 노동자의 입장이면 지지하고 보는 것이 옳은 일인 줄 아는 노동자주의자가 된다. 그러나 그 대안이 ‘진보하려는 에토스’다? 그것은 평상시에는 진보를 상상할 여유조차 없는 수많은 근로 계급의 극빈자들보다 선량한 중산층 화이트칼라나 인텔리를 더 진보적인 주체로 놓게 되는 사고다. 그것은 자기 계급 특권과 지식 권력을 돌아보지 않음으로써 상대적으로 특권적인 주체의 특성을 곧 진보 그 자체와 등치한다는 점에서 남성 조직노동자와 그 동맹자들이 주장하는 노동자주의.. 2017. 11. 23. 성소수자 마녀사냥과 혐오선동의 그 입을 다물라! 박철균(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선전국장) 1. 어제(10월 13일) 나는 국회 보건복지위 국정감사에 참관을 다녀왔다. 거기서 제일 황당했던 것은 동성애가 에이즈의 온상인 양 그 이전부터 대대적으로 호모포비아 발언을 쏟아 붇고 있는 염안섭(수동연세요양병원) 원장이 증인으로 나온 것이었다. 물론 이런 사람을 증인으로 신청한 건 자유한국당이었다. 2. 염안섭은 마치 기회가 됐다는 듯이 온갖 자료들을 가지고 와 신나는 성소수자 마녀사냥을 퍼붓기 시작했다. 동성애자 만남 어플이 있느니, 청소년들이 돈을 벌려고 동성애자가 아닌데도 접촉해서 에이즈에 걸렸느니, 그것 때문에 항문이 심하게 손상됐다느니, 그것 때문에 에이즈 감염율이 높다느니... 여기까지도 어처구니가 없었다. 에이즈는 성소수자만 걸리는 병이 아닐 뿐더러,.. 2017. 10. 14. 혁명적 페미니즘이 세상을 구한다 혁명적 페미니즘이 세상을 구한다: 상호교차성 페미니즘에 대한 소고 윤미래 채식주의자나 의제강간 연령 저하에 반대하는 청소년, 상호교차성 페미니즘의 지지자들을 ‘운동권’이라 딱지붙이고 비난하는 글이 여성주의 단행본에 실렸다는 소식을 얼마 전에 들었다. 이것은 전무후무한 에피소드가 아니라, 오히려 앞으로의 경향을 예고하는 작은 신호일 가능성이 높다. 지금 한국에서 상호교차성은 명실공히 여성주의의 언어로 자리잡고 있으며, 좌파가 상호교차성에 접근하는 것은 아직까지 좌파 이념의 발전보다는 여성운동과의 대화를 위한 '외국어 익히기'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한국에서 상호교차성 페미니즘 운동을 할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이 얼마나 존재하는지를 생각하면, 이러한 합의가 앞으로 얼마나 더 지속될지는 의외로 확답하기.. 2017. 8. 31. 스톤월의 메아리 - 기다리지 말고 싸워라 남수경 [이 글의 필자인 남수경은 미국 뉴욕에서 도시빈민, 이주민, 여성, 성소수자 등을 대변하는 공익인권변호사로 일하고 있으며, 법률서비스노동조합(Legal Services Staff Association UAW/NOLSW)의 조합원이다. 대구경북지역 독립 대안 언론인 에 실렸던 글(http://www.newsmin.co.kr/news/21707/)을 다시 옮겨서 실을 수 있도록 허락해 준 필자와에 감사드린다.] 2017 퀴어문화축제 포스터 미국에서 6월은 성소수자 자긍심의 달(LGBTQ Pride Month)이다. 성소수자들이 차별에 맞서 싸워온 역사를 기념하는 다양한 행사와 행진이 미 전역에서 벌어진다. 48년 전 일어난 스톤월 항쟁으로 시작된 성소수자 자긍심 행진은 이제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해.. 2017. 6. 28. ‘위안부’ 문제의 본질? - 사죄와 배상을 생략할 수 없는 이유 윤미래 박유하 교수가 '위안부' 문제의 본질을 발굴했으며 사람들이 이것을 외면하고 있다는 언설을, 다름아닌 포스트모더니즘 담론을 수용한 사람들이 하는 것은 비유할 사례를 찾기도 어려울 만큼의 역설이다. 사물의 의미는 사물 자체로서 주어진 것이 아니라 해석에 의해 부여되는 것이고, 따라서 본질은 하나가 아니라 여럿이며, 현재의 정치적 사회적 상황에 맞게 계속 재해석 재규정되고 협상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야말로 포스트모더니즘 인식론의 가장 강력한 합리적 핵심이다. 신자유주의자, 문화적 보수주의자, 국가주의자, 저항적 민족주의자, 국제사회주의자, 여성주의자가 본 '위안부' 문제의 본질은 다 다를 수밖에 없고 이것은 사람들이 제 욕망을 위해 현실을 왜곡할 때뿐만이 아니라 오로지 사실만을 채택하며 가능한한 많은 사.. 2017. 6. 26. 이전 1 2 3 4 5 6 7 8 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