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세상을 향한 연대 :: 사육곰들에게 죽음이 낫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

최태규


[네이버 포스트 최태규의 동심보감에 실렸던 글을 다시 옮겨서 실을 수 있도록 허락해 준 필자에게 깊이 감사드린다.]

 


출처: 곰보금자리 프로젝트https://www.facebook.com/projectmoonbear

 

 

한국 정부는 1982, 반달가슴곰을 천연기념물 제329호로 지정했다. 직전인 1981년에는 곰을 수입해서 기르고 재수출하자는 장려 정책을 시작했다. 80년대 초에 갑자기 곰을 대량으로 수입하고 보호하자는 정책도 함께 나왔을까? 밀렵꾼(밀렵이라는 개념도 없던 때다)들의 구전에 따르면 이 시기는 남한 땅 대부분에서 곰이 사라지는 시기다. 몇 팀의 밀렵꾼들은 전국의 산야에서 곰을 잡아댔고 지리산은 마지막으로 남은 곰 몇 마리가 불 뿜는 막대와 올무를 피해 몸을 숨긴 곳이었다. 전국의 내로라하는 밀렵꾼들은 곰을 잡으러 지리산으로 몰렸다 한다.

 

웅담의 최종 소비자는 평범한 사람들이 아니었다. 당시 아파트 한 채 값의 쓸개즙을 소주에 타서 한 입에 탁 털어 넣을 수 있는 사람들, 무식하고 오래 살고 싶은 고관대작들이었다. 직접 사먹기보다는 뇌물로 받아먹는 관행이 지금도 이어진다. 쓸개즙 몇 밀리를 소주에 타먹는 순간에 성공한 삶을 느꼈을까. 남한에 곰이 멸종해가는 상황은 그들에게 생태계 파괴나 단군신화 주인공의 멸종의 문제가 아니었다. 곰이라는 동물은 죽을 때까지 쓸개즙을 만들어내는 화수분에 지나지 않았다. 잡아먹을 곰이 없어지자 곰 밀렵을 단속하는 대신 곰을 수입해서 잡아먹기로 했다.

 

수입을 주도한 자들에 대해서도 뚜렷한 기록 대신 구전만 무성하다. 사육곰 농장주들을 만나 인터뷰하면 관련된 인물은 재벌가 친인척에서 전 대통령 이야기까지 나온다. 보신문화의 수요와 공급을 맞추면서 큰 돈을 번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시골의 땅도 있고 돈도 있는 사람들에게 곰을 팔았다. 지역 유지들은 곰을 수 백마리까지 기를 수 있는 시설을 짓고 곰을 사다가 번식시켰다. 초기에 곰을 수입하고 길러 판 사람들은 대부분 90년대부터 2000년대 초까지 곰을 다 팔고 산업에서 빠져나갔다. 뒤늦게 막차를 탄 사람들은 시설비와 곰값을 들여 곰으로 돈도 만져보지 못하고 동물보호시대에 질기게 살아남은 악마 같은 사람이 되어버렸다.

 

여기서 뚜렷한 경향 하나가 일관되게 관찰된다. 곰을 비롯한 야생동물을 수입해서 사육과 판매를 유행시키는 큰 손이 있고 이들은 정책 결정자와 수월하게 결탁해 제도까지 바꿔버린다. 이들은 야생동물을 법적으로 가축의 범주에 집어넣을 수 있는 사람들이다. 예컨대 축산법에 따르면 사슴, 타조, 기러기 뿐 아니라 대략 400여종에 달하는 앵무새 종류가 앵무라는 이름으로 가축으로 포함되어 있다. 이 중 삼분의 일 이상이 멸종위기종이다.

 

일단 수입이 원활해지면 동물을 길러 팔 사람들을 모은다. 농가소득에 도움이 된다는 홍보는 부유함이 최고의 덕목인 사회에서 만사형통이다. 축산법 시행령에는 사육이 가능하며 농가의 소득증대에 기여할 수 있는 동물로서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는 동물은 한국에서 야생동물인 동시에 가축이 되어버린다. 너도나도 산업에 뛰어들면 수입업자 등은 깔끔하게 돈을 챙겨 떠난다. 전시되는 야생동물에서도 계속 드러나는 현상이다.

 

반달가슴곰은 국제적멸종위기종이면서 한국의 멸종위기종이다. 야생생물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는 멸종위기 야생동물을 포획채취가 금지되어 있지만 재수출을 하기 위하여 수입 또는 반입하여 인공사육 중인 곰(수입 또는 반입한 것으로부터 증식한 개체를 포함한다)을 가공품의 재료로 사용하려는 경우를 예외조항으로 뒀다. 한국에서 수입해 증식한 곰을 재수출한 기록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CITES(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 부속서 1급에 해당하는 동물을 농장에서 기른 뒤 재수출한다는 기막힌 발상을 2020년에도 법에 명시해 놓은 것이다. 처음부터 재수출이라는 말은 기어이 곰의 쓸개를 빼먹으려고 했던 자들의 기만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법은 여전히 반달가슴곰을 가공품의 재료로 보고 있지만 시대는 변했다. 산짐승의 쓸개즙을 먹고 불로장생을 꿈꿨던 자들은 결국 다 늙어서 죽어버렸고 웅담은 팔리지 않는 시대가 왔다. 상식을 갖게 된 사람들은 쓸개즙이 소화액에 불과하다는 것을 이해한다. 동물보호 목소리가 높아지자 정부는 2014년부터 3년 동안 전국에 남은 재수출용사육곰 천여마리를 모두 중성화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재수출용을 전시관람용으로 전환하면 중성화를 면하게 해주어서 지금도 사육곰은 태어나고 있지만, 대부분은 새끼를 낳을 수 없는 수술을 받았다. 중성화 과정에서 많은 곰들이 수술 부작용으로 고통스럽게 죽었지만, 철창 속에서 곰이 태어나는 속도보다 죽는 속도가 빨라 사육곰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전국에 약 4백마리가 남았다.

 

동물보호단체와 환경단체가 남아있는 곰들을 책임지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그러나 중성화 수술 후 곰들을 철창 안에 다시 넣은 정부는 모르쇠로 몇 년을 버텼다. 곰이 사유재산이기 때문에 정부가 관여할 일이 아니라는 하나마나한 소리만 되풀이했었다. 그러다 지난 여름, 2021년 정부예산안 심의에서 몰수동물보호시설 설계 예산을 통과시켰다. 당초 환경부 예산안에서 반토막난 15천만 원이지만 동물보호운동에서도 외면당하던 불법으로 증식해도 보호할 곳이 없어 몰수를 하지 못하고 농장주에게 맡겨 두어야 했던 곰들이 적어도 몰수를 당할 기회가 생긴 것이다. 동물보호운동의 작은 승리다.

 

그러나 작은 승리인 이유는 아직 갈 길이 멀어서다. 정부가 계획하는 몰수동물보호시설은 말 그대로 몰수할 동물() 50마리만을 보호대상으로 예정한다. 아직 정부는 합법적으로 기르고 있는 나머지 400여마리 반달가슴곰을 농장 철창 안에 그대로 둘 생각이다. 여전히 국제적멸종위기종을 길러 쓸개를 빼먹는 것에 부끄러움이 없는 나라다. 또 하나 불안한 것은 이 몰수동물보호시설을 유치하려는 지자체들이 무슨 의도로 시설 유치를 발벗고 나서는 것일까 하는 의구심에서 비롯한다.

 

경북 봉화군과 전남 구례군은 이미 몰수동물보호시설을 유치하겠다고 언론보도를 내고 나섰다. 생추어리(sanctuary) 혹은 보호소(shelter)처럼 동물을 보호하는 시설과 동물원처럼 동물을 전시하는 시설은 운영 철학부터 동물을 다루는 기술적인 면까지 달라야 한다. 동물의 안위가 목적인 시설과 인간의 수요가 목적인 시설의 차이다. 수목원 한 켠에 공작이니 원숭이, 심지어 곰까지 전시하는 유행이 아직도 끝나지 않은 나라에서 몰수동물보호시설을 관광자원으로 쓰려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가 든다. 기껏 농장에서 구해온 곰을 다시 다른 목적동물로 사용하려는 의도가 있다면 다시 이용되는 동물의 처우는 불 보듯 뻔하다.

 

이번이 마지막 지면이라기에 마음이 조급해졌다. 적절한 시점에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사육곰 이야기를 하려고 별렀던 터다. 해결점이 보일 듯 말 듯 이어지는 상황에서 곰들이 지내고 있을 매일은 계속 늘어난다. 죽는 것이 나을 만큼 끔찍한 삶이 있다. 그래서 동물복지를 위해 안락사라는 방법도 사용한다. 곰을 기를 곳이 그렇게 없다면 차라리 모두 죽여주는 게 나을 수 있다. 곰들은 자신의 고통이 끝날 거라는 기대를 못하고 있다.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기사 등록 2020.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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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다른세상을 향한 연대 변혁 재장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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