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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안티도이체 논쟁과 인종주의

by 다른세상을향한연대 2019. 5. 30.

윤미래

 

독일에서 열린 친이민 집회 장면 

 


독일에서는 안티도이체라고 불리는, 이스라엘에 대한 비판이나 이스라엘이 미제국주의에 복무하고 있다는 분석을 반유대주의로 간주하고, 이스라엘을 지지하며 이슬람 전체를 반동으로 간주하는 입장의 좌파들이 많습니다. 파시즘에 대한 역사적 반성이나 평가가 알려진 것만큼 잘 되지 않았고, 독일인들이 파시즘을 저질렀다는 의식이 공적 담론과 달리 사적, 개인적으로는 억압되고 부정된 부분이 많아, 파시즘을 계몽된 서양 민주주의 문명과 대립하는 것으로 보고 타자에게 투영하는 일종의 신오리엔탈리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 제가 장학금을 받고 있는 로자 룩셈부르크 재단의 장학생들의 메일링 리스트에서 한 차례 논란이 일어났습니다. 슈테판 그리가트라는 유명한 안티도이체선동가가 쓴 아랍의 유대인들이라는 책 광고가 메일링 리스트로 전송되자, 유색인들을 중심으로 이런 광고를 받아보고 싶지 않다는 항의가 일어났던 것입니다. 주로 백인 남성 장학생들이 좌파는 다양성을 관용해야 하고, 우리는 메일링 리스트에 전제 검열을 도입할 수는 없다. 보기 싫은 건 알아서 삭제하고, 그게 싫으면 리스트에서 탈퇴하면 된다고 맞받아치고, 이에 유색인 장학생들은 다시 매우 기득권적인 논변이라고 맞서면서 언쟁은 점점 격해졌고 결국 리스트 관리자가 피로를 호소하는 데 이르렀습니다.

 

이 문제는 총회에 상정되었고, 길고 격렬한 논쟁 끝에 결국 행사나 책 광고는 모두 관리자에게 보내고 관리자가 이를 간단한 글로만 된 표로 요약해서 매주 보내주는 것으로 타협이 이루어졌습니다. 저는 총회에는 가지 못했지만 메일로 오가는 논쟁에는 참여해서 말을 보탰는데, 내용은 아래에 번역해 두었습니다. 굉장히 격앙된 답신을 여러 통 받았는데, 그것은 일일이 답신하지 않고 전체 메일로 보낸 건의 메일(메일2)에 몇 마디를 인용하고 말았습니다. 인용된 부분만 보아도 짐작할 수 있는 내용이기 때문에 번역도 하지 않았습니다.

 

다수의 안티도이체들과 공개적으로 부딪혀본 것은 처음이었는데,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독일뿐만 아니라 영국, 미국 등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하니, 앞으로도 여러 번 이런 논쟁에 부딪히게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른 동지들과 경험을 나누고 지혜를 모아나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메일1]


이번 주말 총회에도 참석하지 못하면서 문제만 제기하기 부끄럽지만, 이슬람 혐오 선동은 다른 모든 약자에 대한 차별과 배제와 마찬가지로 다양성의 일부일 수 없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제가 만약에 이 메일링 리스트에서 북한이 얼마나 끔찍한 국가이며 그 파시즘적인성격이 한국 민족성과 어떻게 관련되어 있는지에 관한 행사나 책 광고를 자꾸 받게 된다면, 북한 정권을 꼭 좋게 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금방 여기에서 나가고 싶어질 거에요. 그렇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도 이런 일을 겪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런 것을 계속 참거나 나가거나의 양자택일밖에 없는 상황을 두고 자유 선택이라고 하지는 않습니다. 이것은 간접적인 배제라고 불러야 합니다. 유색인으로 간주되는 사람들에게는 너무 자주,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일이고 저는 개인적으로 이것과 타협하며 살아가고 있지만 다원주의적 좌파를 표방하는 단체의 메일링 리스트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문제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여기서 누구를 쫓아내려는 뜻은 없고, 저는 제가 수긍할 수 없는 입장을 가진 다른 많은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이스라엘에 연대하는사람들과도 얼마든 토론을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여기에서 인종주의 선동을 유포하면서 정치적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당사자들의 항의는 무시한다면 그것은 묵과할 수가 없습니다. 특히 그 대상이 이 나라에서 가장 악독한 낙인과 혐오범죄에 노출되어 있는 집단이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슈테판 그리가트는 추방될 필요가 없지만, 이슬람 혐오는 그래야 합니다.

 

연대의 인사를 전하며, 미래

 

[메일2]

관리자 동지들께.

 

학생 자치에 봉사하시는 동지들이 잘못도 없는 일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게 만들어서 미안한 마음입니다. 리스트를 관리하는 동지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이슬람 혐오를 제외하면 저에게는 리스트가 상당히 유용했고,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저는 유대인에 대해서든 무슬림에 대해서든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고려하지 않은 채 특정한 집단 전체를 일반화하는 모든 종류의 비판을 삼가는 것이 어떨까 제안하고 싶습니다.

  

미국의 흑인 공동체들이 아무리 남성 지배적이라고 하더라도, 만약 백인 학자들이 자꾸 모여서 할렘가의 가정 폭력과 범죄를 성토하는 한다면 그것은 완전히 부적절할 것이고, 흑인 여성들이 아니라 범죄자 검둥이라는 관념에나 보탬이 되겠지요. 그들이 말하는 소위 사회적 상황이라는 것은, 그들의 말처럼 흑인 자신들이 만들어낸것이 아니라 백인 노예주와 그 후신들이 초래하였으며 명백하고 실재적으로 백인들에게 이익이 된다는 점에서 더더욱 그렇습니다. 이것을 구미 지역 바깥에 대해서도 적용하는 일이 나르시즘이나 특혜와 특별한 보호 요구”, “계급을 분열시키는 정체성 정치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유럽의 좌파들이 유대인, 무슬림, 기타 계급의 한식구들에 대해 증오 선동을 하고 있으면 노동자 계급의 단결은 불가능합니다. 무슬림으로 간주되는 사람들에 적대하는 자유민주주의적유럽인들의 이런 정체성 정치야말로 계급을 분열시키는 정체성 정치이고, 이에 대해 항의하는 것은 특별한 보호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정반대로 특별한 멸시와 혐오를 그만두라는 호소일 뿐입니다. 현지 사람들의 자기해방을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면, “사회 상황에 대한 이런 식의 비판은 지구 남반구를 지배하려는 유럽적 욕망을 정당화해줄 뿐입니다. 그런데 현지 사람들이 뭐라고 말하는지 들어보려고도 하지 않아서야 이런 지향은 가질 수 없지요.

 

비록 여전히 다소 추상적이긴 하지만, 저의 제안이 취지를 충분히 명확하게 전달하는, 고려해볼 만한 대안이 된다면 좋겠습니다.

 

친애의 인사를 전하며, 미래



(기사 등록 2019.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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