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윤
● 희생자들을 잃고 유가족들도 지켜주지 못하는 세상
‘10·29 이태원참사 희생자 유가족 협의회’가 만들어지고 있다. 윤석열 정권의 엄청난 방해와 압박을 뚫고 한걸음씩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행안부 장관 이상민은 ‘화물연대 파업도 이태원 참사와 같은 사회적 재난’이라고 말했다. 화물연대 노동자들을 때려잡듯이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도 때려잡고 싶은 게 본심일 것이다.
만약, 이 정부가 화물연대 파업 노동자에게 아주 신속하고 주도면밀하게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듯이 10월 29일 밤에 경찰에게 긴급구조명령을 내렸다면 이런 참극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윤석열은 요즘 윤핵관들과 국민의힘 지도부를 관저로 직접 불러서 만찬을 대접하며 집안 단속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 관저에 유가족들을 불러서 진심으로 사과하겠다는 생각은 1도 없어 보인다. 유가족 협의회를 만들려고 하면서 유가족 분들은 지난 며칠간에도 또 용기있게 여기저기 방송과 언론에 출연해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우리는 계속 듣고 또 듣고 알려야 한다.
* 고 이지한님의 부모님: ‘장례식장에 파견된 공무원들도 다른 유가족과 접촉하지 못하게 하라고 교육받았다고 한다. 옆집 강아지가 죽어도 이럴 수는 없다.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 지금 가족들이 인터뷰를 꺼리는 이유가 정부의 협박과 불이익, 그리고 댓글 공격 때문이다. 특수본 수사에서 하나도 언급 안된 부분들이 중요하다. 행안부 장관, 서울시장, 경찰청장 파면이나 사퇴해야 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IyUoXoNl2hM&list=WL&index=38&t=19s
* 고 이지한님의 아버지: ‘꿈이길 바라고 하루 종일 혼자서 울다가 집에 들어오면 지한이 엄마가 울고 있다. 우리 나라는 국민을 바보로 본다. 절대 다른 유족들을 만나거나 연락하지 못하게 정부가 막았다. 나는 지한이를 따라가려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었다. 대통령은 유족 어깨가 아니라 행안부 장관 어깨를 어루만졌다. 특수본에게 건들지 말라는 신호 같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mhxv6AecXy0
* 고 송채림님의 아버지 인터뷰1: ‘우리 아이들이 무슨 잘못이 있어서 이름도 밝히지 못하느냐. 우리 아이의 이름이 밝혀지고 오래 기억되길 바란다. 아무것도 없는데 거기 가서 누구를 위해서 절을 하고 누구를 위해서 추모를 하느냐. 사고 직후 정부가 채림이 친구들을 강제 귀가시켰다. 절대 이해가 안 된다. 엄청나게 전화를 하고 문자를 하고 경찰이 위치 추적도 했는데, 12시간 동안 전화 한 통 안 받다가 송탄에서 연락이 왔다.’
https://www.youtube.com/watch?v=yXYAWpZcMro&list=PLSWSKiRfBgbE2xTBlQmthF2TFeWHwQodu&index=4
* 고 송채림님의 아버지 인터뷰2: 정부가 유족협의회 찬반 여부를 저녁까지 답하라는 문자를 보냈다는데, 나한테는 오지도 않았다. 1년에 600조 예산을 쓰면서 158개 단체 문자 하나도 보내지 못하는 것이다. 대통령의 공식적인 진심어린 사과가 있어야 정부의 태도가 바뀔 것이다. 길거리에서 옆의 사람 발을 밟아도 사과한다. 일본기자가 한국 기자들은 취재를 안하고 복붙한다고 하더라. 지금은 취재하지만 금방 관심이 식을까봐 걱정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21xSevzbQ1Y&list=PLSWSKiRfBgbE2xTBlQmthF2TFeWHwQodu&index=4
* 고 김원준님의 누나: ‘현재까지 정부의 제대로 된 답변은 없다.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이 거짓말만 하고 있다. 유가족들을 두 번 죽이고 있다. 책임자는 대통령, 행안부 장관, 경찰청장, 용산구청장이다. 한달이 지난 이제와서 국정조사를 예산안 처리와 묶어서 고작 45일간 한다고 한다. 정치권에서 누구도 우리의 아픔에 진심으로 공감하지 않는다.’
https://www.youtube.com/watch?v=mxzxsjtLluo
위의 인터뷰들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지금 가장 적극적으로 여기저기 방송에 출연해서 인터뷰를 하며 다시는 이런 참극이 벌어지지 않게 만들려고 발버둥을 치고 있는 것이 고 이지한님의 부모님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은 이 분들이 비극을 덮어버리고 책임과 처벌을 피하려는 세력에게 공격의 표적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뜻한다. 어떻게든 잔인하고 악랄하게 괴롭혀서 입을 닫게 만들려는 것이다. 그런 공격의 선봉에 서고 있는 자들 중 하나가 바로 윤서인이다.
윤서인은 이미 세월호 유가족을 공격하고 괴롭힌 것으로 악명 높은 극우유튜버이고, 무엇보다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의 선거운동에 적극적이었고, 그 공을 인정받아서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 초청받았던 인물이다.
이 윤서인이 이미 참사의 초기부터 희생자들을 매도하는 방송을 올리기 시작하더니, 유가족의 기자회견 이후에 아예 작정을 하고 유가족과 특히 고 이지한님의 부모임을 악랄하게 괴롭히고 2차가해하는 방송을 올렸다.
이 방송에서 윤서인은 이지한님의 어머니 사진을 띄우고 “에이 아줌마 암만 그래도 그건 아니죠”라는 제목을 달았다. 그리고 온갖 조롱과 비아냥을 섞어서 유가족들의 가슴에 칼을 꽂는 내용의 막말들을 계속 쏟아냈다.
‘이태원에 놀러가서 죽었는데 대통령이 왜 사과하나, 대표적인 반정부 세력인 민변과 함께하는 게 이상하다, 교통사고로 사망해도 나라가 책임지냐, 위험한 곳에 가지 말라고 자식에게 전화 한통이나 하시지, 국가의 안보를 위한 죽음이 귀한 것이지 여러분 자녀들 죽음이 귀한 것은 아니네요...’
이 방송에는 윤서인에 동조하면서 유가족에 대한 2차가해에 동참하는 1400개가 넘는 악플들이 달렸고 슈퍼챗들이 쏟아졌다. 윤서인이 특히 악질적인 것은 유가족에 대한 악질적인 2차가해적인 댓글과 악플들에 담긴 내용들을 방송으로 재구성해 올렸다는 데 있다.
다른 극우유튜버들도 차마 아직은 노골적이고 공개적으로 하지 못하는 이런 행동을 가장 앞장서서 한 것이다. 이런 악질적 행위들이 늘어날수록 참사의 희생자들은 두번세번 죽임을 당할 것이고, 유가족들은 더욱 끔찍한 고통에 시달리고 입이 막히게 될 것이다.
지금 정상적인 정부가 존재하고 작동하고 있다면, 이런 악질적인 행위들을 정부가 감시하고 차단하고 방지할 것이다. 사람들에게 신고를 받고 게시물을 삭제하고 행위자를 처벌할 것이다. 그러나 윤석열 정권은 그 정반대이다. 정권이 앞장서 2차가해를 부추기고 윤석열의 지지자가 가장 앞장서서 2차가해를 하고 있다.
따라서 가능한 많은 분들이 윤서인같은 자들의 이런 2차가해를 막아야 한다. 우리 스스로가 감시하고 신고하고 비판할 수밖에 없다. 당장은 이런 게시물 등을 발견하면 ‘10.29 참사 유가족 협의회 준비모임의 성명문에 나와있던 연락처(공익인권변론센터: 전화 02-522-7284, 이메일 : pipc@minbyun.or.kr)로 알리는 방법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 10.29 참사 유가족 - “우리가 모이고 뭉쳐야 합니다”
그저께 국민의힘 지도부는 모두 빨간색 옷을 입고 활짝 웃으면서 월드컵 응원 퍼포먼스를 했다. “귀엽게 봐달라”고 했다. 이어서 진행된 회의에서 10.29 참사를 야당이 정쟁에 이용하고 있다고 비난했고, 국회 본회의에서는 국민의힘 의원 상당수가 국정조사에 불참, 반대, 기권표를 던졌다.
사람에 대해서 ‘역겹다’는 표현을 쓰지 않아왔다. 인간은 누구든 존중받아야 하고 혐오해서는 안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솔직히 이 사진을 보면서 ‘역겹다’는 말이 떠올랐다. 도저히 ‘귀엽게’ 볼 수 없었다. 10.29참사 희생자들은 대부분 월드컵 거리응원전에 나갔을 만한 세대이다. 이런 비극이 없었다면 신나게 친구들과 치맥을 하며 소리치고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 월드컵 열풍을 보면서 유족들의 마음이 어떨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다행히 수원에서는 응원 전에 다 같이 묵념을 했다고 한다. 광화문에서는 전광판에 추모의 글이 올라왔다고 한다. 카타르의 대표팀도 이태원 골목에서 스러진 자기 또래의 젊은이들을 기억하는 메시지를 내주길 여전히 기대한다. 그것은 유족들에게 큰 위로가 될 것이다.
또한, 월드컵 열풍 속에 모든 게 잊혀지길 바라는 윤석열 정권의 기대가 산산조각나길 기대한다. 반대표를 던지고 나오면서 친윤실세 김기현은 국정조사가 ‘2차가해’라고 했다. 터진 입이라고 함부로 말하는가? 시대전환 조정훈도 국정조사 반대표를 던졌다. 조정훈 의원의 최근 행보에 대한 의구심은 이제 확신으로 변했다. 오로지 윤석열만 눈치보는 사람으로 보인다.
물론 경찰의 셀프조사(고 이지한님의 어머니는 ‘아우가 형을 수사할 수 있냐’고 본질을 짚었다)보다는 낫지만 이번에 통과된 국정조사도 한계가 많다. 국민의힘의 반대 때문에 꼭 조사받아야할 핵심들이 빠진 것이다. 무엇보다 조사 과정에 유족 참여도 보장돼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제 시작이다. 앞으로 특검도 하고 특별법도 만들어서 반드시 청와대 이전이 어떤 후폭풍을 낳은 것인지, 경찰이 집회 관리와 대통령 경호에만 매달린 결과가 무엇인지, 법무부와 검찰이 앞장선 ‘마약과의 전쟁’이 어떤 작용을 했는지, 참사 직후 구조에 정신없는 소방서장을 세워두고 왜 기자들이 마약에 대한 질문을 던진 것인지 모조리 밝혀내야 한다.
이번 유가족 기자회견 때도 <조선일보> 기자 등은 ‘세월호 때와 같이 광화문에 공간을 달라는 것이냐’, ‘지금 기자회견이 유족 전체의 대표성이 있느냐’와 같은 질문을 던지며 아픈 가슴들을 후벼 팠다. 사실, 참사 직후 정부가 희생자들을 44군데 병원으로 뿔뿔이 흩어놓을 때, 언론과 기자들은 발 빠르게 그것을 폭로하고, 어느 병원에 누가 있는지 알려야 했다.
그랬다면 유가족들은 그 일요일 아침부터 하루종일 갈기갈기 찢어지는 가슴을 움켜쥐고 통곡하면서 전국의 병원들을 찾아 헤매고 다니지는 않아도 됐을 것이다. 내가 사랑하는 이가 죽었는데, 어디에 그 시신이 있는지도 알 수 없고, 누구도 알려주지 않아서 계속 전화하고 거리를 헤매는 그 순간의 심정은 상상만으로도 지옥이다.
그래도 몇몇 언론들은 유가족들의 목소리를 듣고 전하려고 노력하기 시작했다. 특히 역시나 10.29 참사에 대한 특별 취재와 탐사 보도를 계속하고 있는 <뉴스타파>의 노력이 돋보인다. <뉴스타파>는 ‘온갖 소음들이 유가족들의 목소리를 묻어버리고 있다. 우리는 인력과 장비가 충분한 대형언론은 아니지만 계속 진실을 파헤치고 유가족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전달하겠다’고 다짐했다.
정말이지 인력과 장비가 충분한 대형 방송과 언론들이 대장동에 매달리고, 월드컵에 매달리고, 화물연대 공격에 매달리는 그 인력과 장비를 돌려서 10.29 참사의 진실을 밝히고 유족의 목소리를 전하기 위해서 제발, 부디, 더 적극 나서야 한다. 지난 며칠간 새롭게 나온 유가족들의 목소리를 듣고 또 들어야 한다.
고 노류영님의 어머니: ‘대통령이 유족들을 다 모아놓고 국가에서 못 지켜줘서 죄송하다고 해야 되는 거 아닌가. 사과는 유족들한테 해야 되는 거잖나. 이상민 장관은 개개인한테 전화해서 혼자만 만나자고 했다. 우리를 회유하자는 그런 정도로밖에 안 느껴진다. 그날 하루종일 전화하고 헤매다가 안양에서 딸을 찾았다. 지금 모인 가족들은 모두 명단공개 찬성이다. 세월호 때도 애들 사진을 다 걸었다. 지금은 누가 누군지도 모른다.’
https://www.youtube.com/watch?v=eD3PQCFRKKU
고 이지한님 아버지: ‘국민의힘 지도부와 면담하는데 어떤 의원은 졸고, 어떤 의원은 휴대폰보고, 어떤 의원은 중간에 나가더라. 뉴스를 보는데 점점 관련 뉴스가 줄어드는 게 느껴진다. 2차가해가 무서운데 정부가 막지 않고 우리가 돈을 바라는 것처럼 부추겼다. 우리가 기자회견할 때도 정부는 바로 배상금 발표하더라. 악플에 대해서도 유족에게 계정과 시간과 내용을 캡쳐해서 가져오란다.’ https://www.youtube.com/watch?v=hdbL5MOyJc0&t=3s
사실, 고 이지한님은 ‘유족 동의 없이’ 이름과 얼굴이 최초 공개된 희생자 중에 한명이다. 그것이 ‘패륜’이라던 주류언론들은 막상 배우라는 이유로 이지한님의 이름과 얼굴을 공개하는데 아무 거리낌이 없었다. 남이 하면 ‘패륜’이고 자기들이 하면 ‘알 권리’라는 게 무슨 제멋대로의 고무줄 기준인지 도무지 알 길이 없다.
특히 고 이지한님의 아버지는 <뉴스타파> 인터뷰에서 정부의 방해와 압박으로 모이지 못하고 있는 다른 유가족들을 향해 이렇게 호소했다. “우리 다 같이 합시다. 그래야 잊혀지지 않고 정부가 우리 목소리를 듣습니다. 희생자 가족 여러분, 부상자분들도 연락주세요. 우리가 모이고 뭉쳐야 큰 힘을 낼 수 있고 저들이 두려워할 것 같습니다. 꼭 연락주십시오.”
● 화물연대 파업 – 주사위는 던져졌다
윤석열은 그제 트럼프를 흉내내며 SNS에 화물연대를 불법폭력이라고 공격하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 10.29 참사에 대해 ‘나는 경찰 지휘 권한이 없다’던 행안부 장관 이상민은 지금 경찰을 지휘하며 화물연대 공격의 선봉에 나서고 있다. 이태원에서 청년들이 죽어갈 때 지방에서 놀고 있었다는 경찰청장 윤희근은 지금 노동자들을 때려잡겠다고 목에 힘을 주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고속도로에서 앞차나 뒤차로 화물트럭이 등장하면 괜시리 불안해지고, 그 차가 시야에서 사라지면 안도감이 들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는 막연히 저기 화물운전자는 덩치를 믿고 우리같은 작은 차를 무시하며 난폭하게 운전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전혀 아니다. 화물트럭 운수 노동자의 마음은 더하다. 언제든 사고가 나서 내가 죽거나 남을 죽이고 삶이 망가질 수 있다는 공포를 달고 산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 때 가까스로 도입됐던 ‘안전운임제’가 중요했다. 안전운임제는 차 안에서 먹고 자면서 잠이 부족해 졸면서 더 많은 짐을 싣고 더 빨리 달리지 않아도 되도록 최저임금을 보장해 줬기 때문이다. 한국교통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안전운임제 도입 이후 3년간 조금이나마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이 줄고 임금은 늘고 사고 위험은 낮아졌다.
그래서 지금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시범 실시 기간 연장이 아니라 안전운임제 정식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3년마다 연장하면서 파업하고 탄압받는 이 시끄러운 과정을 반복하고 싶어 할 바보가 아니기 때문이다. 또 안전운임제를 지금처럼 화물노동자 중에 6%에게만 적용할게 아니라 확대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이미 6개월 전에 그것을 약속했었다. 그런데 이제 입에 침도 안 바르고 말을 뒤집고 있다. 윤석열 취임 직후였던 지난 6월 화물연대가 파업 8일만에 정부를 한발 물러서게 했던 것은 아직 윤석열 정권이 탄압의 준비가 안됐었기 때문이었다. ‘강성노조에 맞서서 법과 원칙을 지키겠다’던 윤석열은 당시의 패배가 상당히 쪽팔렸던 것 같다.
결국 반년간 윤석열은 칼을 갈며 복수혈전을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가장 믿을만한 측근과 충성파들을 핵심 요직에 내리꽂으며 법무무-행안부-검찰-경찰의 수직계열화와 공안탄압 체제 구축에 힘을 쏟았다. 화물연대를 ‘북한’, ‘공산주의’라고 욕하던 김문수는 경사노위 위원장이 됐다.
이런 일에 ‘바빠서’ 핼러윈 축제에 모인 청년들에 대한 안전 대책 등은 관심도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제 이태원 희생자들의 피를 손에 묻힌 이상민, 윤희근같은 자들이 화물노동자에게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사람들의 눈과 귀가 월드컵으로 쏠려있는 지금이 10.29 참사를 덮어버리고 화물연대를 짓밟으며 정국 주도권을 되찾을 기회라고 보는 것 같다.
따라서 이번 대결은 6개월 전과는 다를 것이고, 민주노총이나 화물연대에게도 만만치 않은 싸움이 될 것이다, 그제 윤석열이 썬그라스를 끼고 마치 박정희처럼 폼을 잡다가 밤에 그런 글을 SNS에 올린 것을 보면 역사상 한 번도 사용된 적이 없던 운송개시명령도 발동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운송개시명령이 발동되면 노동자들은 정말 벼랑 끝에 서게 된다.
서울 한복판의 도로에서도 사람이 죽어가는 것을 막을 의지와 능력이 없었던 정부가 고속도로위에서 화물노동자들이 시달리는 죽음의 공포에는 관심을 가질 리가 없어 보인다. 이태원 골목길에서 생명과 안전에 관심 없었던 세력에 맞서서 과연 ‘고속도로 위에서 비참하게 죽고 싶지 않다’는 사람들이 이길 수 있을 것인가, 주사위는 던져졌다.
● ‘공부 많이 한’과 ‘유족 동의 없이’
며칠전 유가족 기자회견의 발언들보다 더 듣기 힘들었던 것은 계속 흐느끼는 그 울음소리였다. 그리고 마지막에 발언했던 한 어머님의 발언 내용과 그 떨리는 목소리와 마지막 절규가 이틀간 계속 기억에 남고 떠오른다. 계속 되풀이해서 떠오르는 것은 “공부 많이 한 전문인”이라는 문장이다. 그 문장이 송곳처럼 가슴을 찌르는 느낌이다.
그랬다. ‘공부 많이 한’ 전문가, 지식인, 언론인들 대부분은 참사 직후에 정부가 희생자들의 시신을 ‘유족 동의도 없이’ 전국 곳곳으로 뿔뿔이 흩어지게 할 때 입을 닫고 있었다.
이어서 정부가 ‘유족 동의 없이’ 장례비와 위로금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했을 때도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이어서 정부가 ‘유족 동의 없이’ 국가애도기간을 결정하고 선포했을 때도 크게 입을 여는 사람들은 찾기 어려웠다.
이어서 정부가 ‘유족 동의없이’ 영정도 위패도 없는 분향소를 만들었을 때도 이상하게 생각하기 보다는 원래 그러는 것처럼 별 탈 없이 넘어가는 분위기였다.
이어서 정부가 ‘유족 동의 없이’ 유가족들이 서로 연락하고 모이는 것을 차단하며 방해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지도 못했고 따라서 문제 삼지도 못했다.
이어서 정부가 ‘유족 동의 없이’ 국정조사나 특검은 안 되고 경찰의 셀프 조사를 지켜보자고 멋대로 결정하는데도 강하게 나서지 못했다.
이어서 정부는 ‘유족 동의 없이’ 이상민의 자리를 지켜주었고, 대통령은 이상민의 어깨를 두드리며 수고 많다고 했다.
이어서 어떤 언론매체와 종교인들이 ‘유족 동의 없이’ 희생자들의 명단을 발표하는 일이 벌어졌다. 그러자 ‘공부 많이 한’ 수많은 전문가, 지식인, 언론인들이 다 같이 들고 일어서서 그것을 비판했다. ‘유족 동의 없이’ 그러는 것이 얼마나 문제인지를 조목조목 따지며 비판했다.
이어서 유가족들은 직접 영정을 들고 희생자와 자기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기자회견을 했다. 영정이 없는 유가족은 핸드폰에 희생자의 얼굴을 띄우고 기자회견 내내 어떻게든 그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얼굴이 방송 화면에 잡히기를 바라는 애타는 마음과 노력을 보여 줬다.
그런데 주요 방송사들은 그 영정 사진과 휴대폰 화면의 희생자 얼굴들을 흐리게 ‘블러’ 처리해 내보냈다. ‘유족 동의 없이’ 말이다. 그래서 계속 그 마지막 절규가 귀를 울리고 거듭 스스로 묻게 되는 것 같다. 무엇을 위한 ‘공부’였고, 누구를 위한 ‘유족 동의’였던 것일까.
이제 정권과 여당은 또 ‘유족 동의 없이’ 대검과 법무부와 (참사의 원인과 책임을 덮어버리던) 족벌언론들은 조사 대상에서 빠진 국정조사를 마지못해 통과시켰다. ‘공부 많이 한’ 전문가, 지식인, 언론인들의 대응을 지켜보겠다.
● 윤석열은 당장 유족 앞에 무릎 꿇고 사과해야 한다
10.29 이태원 참사 이후 거의 한 달 만에 어제 유가족들이 모여서 기자회견을 했다. 이것은 늦은 것이 아니다. 윤석열 정권과 친윤 족벌언론 등이 그토록 방해하고 엄청난 사회적 압력과 분위기를 만들어서 가로막았지만, 결국 막지 못한 것이다. 어떠한 권력의 억압과 통제도 인간적 감정과 사랑과 분노와 용기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한 시간이었다.
보고 또 봤다. 유가족분들은 ‘가슴을 뜯으며 몸부림친다’, ‘심장이 눈물로 가득 차 숨조차 쉬기 어렵다’, ‘무능한 정부에 자식을 빼앗겼지만 무능한 엄마는 되지 않겠다’, ‘단호히 대응하고 소리칠 것이다’고 하셨다. 그리고 이 참사를 ‘국가가 158명을 쳐다보면서 생매장한 살인사건’이고 ‘간접살인’이고 ‘부작위한 의한 살인’이라고 분명히 규정했다.
또 ‘무슨 꿍꿍이로 시신을 경기도 외곽으로 뿔뿔이 흩어놓았냐’, ‘가족이 만나지 못하도록 철저히 계산한 것 아니냐’, ‘유가족들이 왜 비밀공작하듯이 만나야 하느냐’, ‘유가족이 반정부 세력이냐’라고 분노했다. 참사 다음날 희생자들의 시신을 전국의 장례식장으로 옮기고 있다는 보도를 보면서 떠올랐던 의문들은 틀리지 않았던 것이다.
‘동의없는 명단공개’에 대해서도 유가족들의 대답은 분명했다. ‘동의없는 명단공개가 2차가해라고 공부를 많이한 전문가들이 나와서 말하는 기사를 봤다. 그 전에 동의없이 만들어진 영정과 위패도 없는 분향소가 2차가해였다. 그것에 대해서 전문가들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런 분향소를 본 적이 있냐. 나는 없다.’
이 말을 듣고 수많은 전문가, 지식인, 언론들은 스스로 부끄럽게 돌아봐야 한다. ‘명단공개를 논란거리로 만들고 갑론을박을 하도록 만들어서 문제를 호도한 정부에게 책임이 있다’는 윤복남 변호사의 말씀이 옳다.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하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는 유가족의 말에 우리 모두는 고개를 들기 어렵다.
유가족들은 어떤 전문가, 지식인, 언론도 지적하지 못한 핵심을 보고 있었고, 날카롭게 비판했다. ‘국민 한 사람을 지키지 못했다고 국방부장관을 구속하고 전임 대통령까지 구속하려는 이 정부가 지금 이태원 참사에 대해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어린아이까지 범죄를 저지르면 처벌하겠다는 이 정부가 이태원 참사의 책임자들에게 무엇을 하고 있는가?’
진정한 사과/ 성역없는 책임규명/ 피해자 참여보장/ 소통 보장과 인도적 지원/ 온전한 기억과 추모/ 동의 하에 희생자 공개/ 2차가해 방지라는 유가족들의 6대 요구는 당장 실현돼야 한다. 특히 유가족의 분노가 집중된 이상민은 당장 물러나야 한다.
또 ‘우리는 사과를 받은 적이 없다’는 유가족 앞에 윤석열은 당장 찾아가서 무릎 꿇고 통곡하면서 진심으로 사과해야 한다. 지난 대선에서 가족 전체가 윤석열에게 투표했다는 고 이지한님의 어머님의 손을 잡고 그 기대를 배신한 것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
하지만 어제 윤석열 정권에게서 나온 반응은 최악이었다. ‘그 분들이 유족 전체를 대변한 것이 아니’라고 했다. ‘국가 배상을 검토해 보겠다’고 했다. 또 유가족들을 갈라치려고 하고, 또 ‘자식 팔아서 돈 벌려는 부모’라는 프레임을 만들어내려고 한다. 10.29 참사 직후에 보상금 지급을 발표해서 즉각 ‘국고 지원 반대 서명’을 촉발시킨 그 더러운 의도가 다시 읽힌다.
서울시가 갑자기 광화문 광장에서 월드컵 거리응원을 승인했다는 소식도 좋게 들리지 않는다. 참사 직후에 광화문 광장에서 추모제도 못하게 막았던 자들이 왜 이러는 것일까. 어린 중학생들이 미군 장갑차에 압사당해 죽었을 때 어떤 보도도 없이 월드컵 거리응원만으로 뒤덮였던 2002년이 떠오른다.
솔직히 말해서 신문과 방송만 틀면 어디서든 하루 종일 나오는 월드컵 소식과 중계가 불편하다. 아무리 월드컵을 즐기려는 사람들을 이해하고 존중한다고 해도 이것은 너무 심하다. 이것은 거꾸로 월드컵을 즐기지 않는 사람에 대한 이해나 존중이 아니다. 더구나 이태원을 생각하면 지금 광화문에 모여서 환호하는 사람들을 편하게 지켜볼 자신이 없다.
붉은악마는 “우리만의 방식으로 진정한 위로와 추모”를 하겠다고 약속했는데, 그 약속을 반드시 지켜주길 기대한다. 참사의 희생자들과 그들을 너무나 사랑했고 애타게 기억하는 이들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 방식으로, 그 아픔을 함께 기억하고 위로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믿고 싶다. 국가 제창을 거부한 이란 선수들처럼, 한국 대표팀도 이 비극을 추모하고 위로하는 메시지를 내주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거듭 다시 말하고 싶다. 윤석열은 당장 유가족들이 모여서 서로의 아픔을 나눌 수 있도록 만들어주고 그곳에 찾아가서 무릎 꿇고 통곡하면서 진심으로 사과해야 한다.
# 유가족 기자회견 https://www.youtube.com/watch?v=CfWOjw0azhQ
# 고 이지한님 어머님의 인터뷰 https://www.youtube.com/watch?v=09HJuHJgcxQ
● 반드시 듣고 기억해야 할 목소리들
10.29 이태원 참사에 대해서 많은 이들이 도저히 잊을 수도 용서할 수도 없을 것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문득 문득 올라오는 슬픔과 분노는 사라질 줄을 모른다. 그런데 이번에 계속 드는 의문은 왜 언론과 방송에서 희생자들을 가장 사랑하던 이들의 목소리를 듣기가 이토록 어렵냐는 것이다. 그것은 대부분 외신에서나 간간히 접할 수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는 어떻게든 이 참사를 금방 잊어버리고, 사람들이 분노하며 행동하지 못하게 하려는 정권과 그 정권을 돕기 위해 혈안이 된 기득권 족벌언론들의 노력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유가족 등의 목소리를 내보내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더욱 슬퍼하고 분노할 것이 분명하니 어떻게든 빨리 이 기억과 목소리들을 지워버리고 싶은 것이다.
더구나 정권과 족벌언론들은 유가족을 찾아가서 기억을 떠올리게 하고, 이거 저것 물어보고, 희생자의 이름이나 얼굴뿐만 아니라 유가족의 얼굴과 목소리를 보도하는 것도 뭔가 잘못된 행동이고, 사생활을 침해하는 것이고, 인권 감수성이 없는 행동이라는 강력한 프레임과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다. 심지어 ‘패륜’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다른 언론들도 위축돼서 눈치를 보면서 나서기 부담스러운 상황과 조건이 형성돼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측면들이 있다. 실제로 이러한 참사가 벌어졌을 때 많은 언론들이 너도나도 유가족 등에게 달려가서 무작정 마이크를 들이대고 전형적인 틀에 끼워 맞춘 자극적이고 신파적인 이야기를 끌어내서 클릭수를 높이거나 정치적으로 이용하려고 했던 잘못된 관행에 대한 언론인들의 후회와 반성도 깔려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그런 잘못된 관행을 가장 상업적이고 선정적인 방식으로 수행하던 곳이 지금 ‘유가족을 찾아가서 괴롭히고 그 목소리를 보도하며 상업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것은 문제’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거대 족벌언론들이라는 것이다. 사실 비극적으로 희생된 사람의 유가족의 목소리를 듣고 보도하는 것이 반드시 바람직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가장 잘 보여준 것도 이들 족벌언론들이다.
대표적으로 서해공무원의 비극적 죽음이 <조선일보>에게 어떻게 악용돼 왔는지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다. <조선일보>는 이 비극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유가족의 목소리를 듣고 보도했지만, 그것은 진실을 밝히고 희생자의 넋을 기리고 남겨진 이들의 아픔을 치유하고 더 많은 이들이 추모와 공감을 하게 만들기보다는 그 반대의 효과만 낳아 왔다. 스스로 ‘비극과 슬픔을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것이 낳는 문제’를 입증해 온 셈이다.
하지만, 아무리 기존의 부정적 경험에 대한 반성적 성찰이 있고, 또 일부 언론들이 보여 준 반면교사의 사례들이 있다 하더라도, 10.29 참사에서 남겨진 이들의 생생하고 절절한 목소리를 진정으로 공감하고 위로하는 마음으로 듣고 또 듣고 더 많이 알려서 폭넓은 사회적 연대와 치유의 길로 이끄는데 기여해야 할 언론과 언론인들의 외면할 수 없는 책무는 남아 있다.
남겨진 이와 유가족들의 목소리를 들으려고 하고 알리려고 하는 것 자체가 문제일 리는 당연히 없다. 문제는 어떤 목적을 가지고 어떤 관점과 자세로 듣고 옮기느냐가 핵심인 것이다. 그리고 아래에서 볼 수 있듯이 이미 그것을 조심스럽고 진지하게 수행하고 있는 언론과 언론인들은 존재한다. 이런 노력은 더욱 더 많아져야 한다.
1. <오마이TV>의 아래 보도를 보면 서울에 있던 유가족은 정부의 방치 속에서 하루가 지나서야 멀리 평택 장례식장에서 딸을 찾을 수 있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GWhVsL8UbrI&t=58s
2. KBS와 인터뷰한 유가족은 ‘유가족들이 같은 슬픔을 나누고 싶지만 정부가 가로막고 있다’고 분노하며 중요한 것은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라고 말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N17AVaQuwJU
3. BBC 코리아는 이번에 유가족의 목소리를 전하는데 매우 두드러지는데, 고 이지한 씨의 어머님은 이 죽음의 책임이 정부에게 있음을 분명히 말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FlYU-onkvug&t=16s
4. BBC 코리아가 보도한 이 ‘이태원 참사 희생자 어머니가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는 반드시 모두가 봐야 한다. 그 절절한 슬픔과 분노가 뼈 속 깊이 사무친다.
https://youtube.com/shorts/hbpqkubGhS8?feature=share
5. <뉴스타파>가 보도한 이태원 참사 미국인 희생자인 스티븐 블래시의 아버님은 ‘내 삶이 산산조각 나버렸다. 한국 국민들은 책임자의 해임과 파면을 요구해야 한다’고 말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8PWKghdWH7s
6. <뉴스공장>에서 현장 출동했던 소방관은 ‘선채로 죽어가면서 잘 들리지 않는 작은 목소리로 살려달라고하다가 눈도 못 감고 죽어간 사람들의 눈빛이 잊혀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uNdszNyE48o&list=PLSWSKiRfBgbE2xTBlQmthF2TFeWHwQodu&index=5
* 이 유가족의 말에 모든 정답이 다 들어가 있다. ‘서울 한복판, 대통령실 옆에서 죽었다. 이것은 간접살인이다. 누구하나 사과도 책임지지도 않는다. 무능도 아니고 방치다. 이상민은 물러나라. 영정과 위패도 없는 분향소가 어디있냐. 명단공개로 고발할 때가 아니다. 언론이 유족의 입장과 아픔을 반영해달라.’
https://www.youtube.com/watch?v=F_eUV0qrZEM&list=WL&index=33
● 카타르 월드컵을 그냥 즐길 수는 없어진 이유
원래 스포츠를 별로 잘 알거나 좋아하고 즐기지 않는다. 하지만 영화나 음악을 좋아하고 즐기듯이 스포츠를 좋아하고 즐기는 사람들도 공감하고 이해한다. 자본주의에서 스프츠경기가 대부분 상업주의, 경쟁 논리, 민족주의에서 자유롭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게 따지면 이 사회에서 모든 게 그렇기 때문에 전부 다 거부하거나 반대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래서 올림픽이나 월드컵이 열릴 때마다 무조건 반대하고 비판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것을 기다리고 즐기는 사람들도 존중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컨대 헐리우드 대자본이 만든 영화라고 무조건 거부하고 안 볼 수는 없는 일인 것과 비슷하다. 스포츠경기를 보면서 느끼는 재미와 즐거움, 스트레스 해소 등은 결코 잘못이거니 나쁜 게 아닐 것이다. 그것에 죄책감을 느껴야 한다고 보지 않는다.
손홍민 선수가 큰 부상과 추가적 위험에도 불구하고 월드컵에 나간다는 소식을 들으면 안쓰럽기도 하다. 엄청난 열정도 있겠지만 얼마나 큰 압력이 존재하는지도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이번 카타르 월드컵은 그냥 여러 스포츠경기와 국제대회 중 하나라고 넘어가기는 어려울 것 같다. 개최국가인 카타르의 정부가 지독하게 반민주적인 봉건세습 독재왕정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카타르 정부가 이번에 FIFA와 손잡고 무리하게 최초의 동계 월드컵을 유치하는 과정은 엄청나게 부패한 과정이었다고 한다. FIFA 회장 셉 블라터와 임원들, 그리고 카타르 정부의 부정부패, 금융 사기, 자금 세탁, 탈세 등은 최근 공개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FIFA 언커버드>에서 자세히 보여주고 있다.
카타르에서는 노조와 노동자들의 권리도 찾아보기 어렵고, 여성 억압과 동성애 억압도 극심하다. 동성애는 불법으로 최대 7년형의 처벌을 받을 수 있고, 카타르 월드컵 대사가 인터뷰에서 “동성애는 정신적 손상”이라고 했다.
특히 카타르는 중동과 동남아시아, 아프리카에서 데려온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저임금과 초착취로 악명높은 나라이다. 이런 이주노동자들을 동원해서 찌는 폭염의 날씨를 못 느끼며 축구를 할 수 있는 조건이 가능한 에어컨들로 가득한 월드컵 경기장들을 급속도로 건설하는 과정은 반환경적이었을 뿐 아니라, 무려 6500명의 산업재해 사망을 낳았다고 한다.
무려 50도의 찌는 폭염 속에서 12시간씩 일하던 이주노동자들의 피와 죽음 위에서 지어진 경기장에서 진행되는 축구 경기를 마냥 웃고 즐기면서 환호하기는 어려워진 것이다. 그것은 결국 다국적 기업들이 엄청난 광고 수익들을 얻을 기회와 카타르의 독재왕정이 ‘스포츠 워싱’을 통해서 자신들을 포장할 기회는 되겠지만 말이다.
물론 그럼에도 축구를 그 자체로 즐기고 싶다는 사람들을 비난하기는 어렵다. 다만 그렇더라도 카타르 월드컵이 이런 조건과 상황 속에서 누구의 희생을 바탕으로 진행되고 있는지 기억해 주기를 기대한다. 또 그것을 기억하고 항의하는 의미에서 검은색 유니폼을 입고 출전하겠다는 호주팀 선수들 등을 응원해주면 좋겠다.
(기사 등록 202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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