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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압과 차별

성소수자 마녀사냥과 혐오선동의 그 입을 다물라!

by 다른세상을향한연대 2017. 10. 14.

박철균(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선전국장)

 



1. 어제(1013) 나는 국회 보건복지위 국정감사에 참관을 다녀왔다. 거기서 제일 황당했던 것은 동성애가 에이즈의 온상인 양 그 이전부터 대대적으로 호모포비아 발언을 쏟아 붇고 있는 염안섭(수동연세요양병원) 원장이 증인으로 나온 것이었다. 물론 이런 사람을 증인으로 신청한 건 자유한국당이었다.

 

2. 염안섭은 마치 기회가 됐다는 듯이 온갖 자료들을 가지고 와 신나는 성소수자 마녀사냥을 퍼붓기 시작했다. 동성애자 만남 어플이 있느니, 청소년들이 돈을 벌려고 동성애자가 아닌데도 접촉해서 에이즈에 걸렸느니, 그것 때문에 항문이 심하게 손상됐다느니, 그것 때문에 에이즈 감염율이 높다느니... 여기까지도 어처구니가 없었다.

 

에이즈는 성소수자만 걸리는 병이 아닐 뿐더러, 그런 성매매와 관련된 어플이나 컨텐츠는 마치 성소수자만 하는 것도 아니고 어떤 면에선 이성애자가 더 광대하고 다양한 컨텐츠를 가지고 있는데, 거기서 일어나는 여러 위험들에 대해선 왜 외면할까? 그리고 자신의 사랑을 섹스로만 귀결하면 기분 나빠할 사람이 자신과 다르다고 성소수자의 사랑을 항문섹스로만 귀결하는 것이 너무나 기분 나빴다.

 

3. 그렇게 동성애자=항문섹스=에이즈로 말하는 귀결은 지금 국가가 에이즈에 걸린 사람들에게 무상의료지원을 하는데, 그건 문제가 있으니 예방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바로 앞에서는 에이즈 치료에 몇백 이상이 깨진다고 하면서 그 사람들을 사실상 배척하고 죽게 내버려 두자는 모순. 그 순간에도 성소수자만 문제라고 하고 마치 바퀴벌레 보듯이 혐오하는 것을 '예방'이라 하며 거기에 예산을 투여하라는 말에 소름이 끼쳤다.

 

에이즈 피해 당사자라면서 사진자료를 기자들에게 보여 주면서 그 '피해 당사자'가 제대로 된 치료도 못 받게 죽으라는 얘기를 하는 그 뻔뻔함에 소름이 끼쳤다. 말로는 피해자들을 상담하고 아낀다면서 자기 필요에 따라 피해자들을 내치고 이용하고 결국엔 수렁에 빠트리는 그 야만적인 주장을 들으면서 참관하는 입장에서 뭐라고 퍼부을 수도 없고 가슴만 연신 쳐 댔다.

 

4. 어떻게 저렇게 자기보다 사회적 약자인 사람을 버젓이 악의 축으로 뒤집어 씌우고 왜곡하고 즈려 밟는 혐오성 발언을 하는 사람이 국정 감사에서 저런 말을 하는 거지? 그리고 왜 저런 사람을 국회의원들은 버젓이 초대하고, 저런 혐오발언을 제재를 안 하는 거지? 이런 생각이 들었다.

 

너무 지나치게 염안섭에게 발언을 하게 만드는 것에 대해 이의제기 및 소란은 있었지만, 의원들 중 그 사람에게 인권적으로 문제제기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렇게 별 다른 질문 없이 열심히 하고 싶은 말을 화장실에 묶은 것을 다 밀어낸 것처럼 쏟아 부은 그 사람은 자기 이야기 후 유유히 사라졌다. 속으로 "참으로 나쁜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

 

5. 국정감사 참관이 전체적으로 좋았지만, 그 염안섭을 생각하면 화가 나고 우울해진다. 이것이 한국의 인권 실태구나 생각이 들어서 참담한 마음까지 들었다. 나 역시 왕따 혹은 배척을 받았던 경험이 있는 지라 특정한 다수가 소수를 찍어 버리면서 자기들이 맞다고 강요하는 잔인함과 배척당하고 차별받는 소수의 찢어지는 슬픔, 그리고 파괴되는 자존감은 경험자로서 뼈 저리게 알고 있다.


그런데, 염안섭을 보면서 이렇게 수십년의 세월동안 보수 개신교 세력이라든가, 그 세력과 함께 의학적이고 전문적인 척하는 염안섭 같은 사람들에 의해 매도당하고 차별당하고 배척당해 왔던 성소수자 동지들은 이런 순간순간을 겪으면서 얼마나 상처 받고 무너지는 자신을 느껴야만 했을까?

 

내가 함께 하고 연대하는 사람들이 직접 포비아들에게 차별받는 것을 바로 몇 미터 앞에서 겪으면서 그 찢어지는 슬픔이 다시 느껴져서 눈물이 맺힌다.

 

6. 그렇지만, 자기보다 만만한 사회적 소수자를 악마로 몰아세우는 염안섭 같은 인간들이 이 사회를 잠식하게 만들지는 않을 것이다. 인권운동 속에서 함께 하며 이 사회를 염안섭 같은 사람들이 버젓이 함부로 입을 놀리지 못하게 하는 사회로 만들 것이다. 차별금지법 제정 운동이라든가 퀴어퍼레이드 등등 성소수자도 함께 이 사회를 차별 없이 살아갈 수 있도록 함께 연대하겠다.

 

7. 그래서 오늘 국정감사 참관은 많은 의미를 남겼다. 나와 다르다고 함부로 차별받지 않는 세상에 대한 열망이 더 커졌다.

 

(기사 등록 2017.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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