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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의 혁신

4차 정치혁신 세미나

by 다른세상을향한연대 2014. 10. 27.

전지윤

 

이번에는 4차 세미나였다. 교재인 신자유주의 30, 그 음악이 멈추던 날(데이비드 맥낼리 <글로벌 슬럼프>의 제2장)에 대해 간략한 발제가 있었고, 발제를 바탕으로 문제제기와 토론이 진행됐다. 이번 세미나는 참가자도 많았고 토론과 문제제기가 매우 풍부하고 활발했다. 이번 세미나에서 제기된 쟁점과 토론 내용을 아래에 정리했다.(정리의 편의를 위해서 질의 응답식으로 정리한 것이다. 실제로는 많은 부분 다양한 참가자들의 주장과 토론 속에서 나온 내용들이다. 물론 정리자의 주관이 많이 개입돼서 정리된 내용이라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논쟁됐던 내용에서도 양 쪽의 입장을 동등하게 정리했다기 보다 정리자의 입장으로 써있다는 점을 주의하라. 토론 때 충분히 정리되거나 답변되지 못한 점도 정리자의 의견으로 보충했다.)

 

* 신자유주의를 시대나 단계로 볼 것인가, 아니면 축적체제로 볼 것인가?

국제사회주의 전통은 자본주의의 역사를 구분되는 특징에 따라서 단계로 구분해 왔다. 크게 자유경쟁 자본주의, 독점 자본주의, 국가자본주의로 말이다. 그런데 신자유주의는 새로운 단계나 시대가 아니라고 굳이 부정해 왔다.


이것은 신자유주의가 금융주도 축적체제이며 여기서는 마르크스가 말한 자본주의와는 다른 질적인 변화가 있다는 일부의 주장에 대한 반박의 성격이 컸다. 실제로 금융주도 축적체제론에서 생산보다 유통이 더 중요해졌다거나, 금융자본이 생산자본과 다른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거나, 이윤율 저하 경향은 사라졌다는 주장 등은 틀렸다.


그러나 이런 오버하는 주장에 반박하는 데 주력하느라, 신자유주의가 가져 온 변화를 간과하는 것도 옳지 않다. 신자유주의는 독자적인 축적체제는 아니지만, 자본주의 역사에서 구분되는 하나의 시대, 단계로 보는 것이 옳다


신자유주의 시대는 분명히 이전의 국가자본주의 시대와는 다른 축적의 조건과 구조를 형성했고 특징을 보였다. 착취율의 급격한 상승, 노동유연화, 민영화와 규제 완화, 국가의 성격 변화, 금융 투기와 거품의 성장, 세계화된 제조업 생산체제 등이 그것이다.

자본주의의 연속성과 보편성을 보면서도, 시대와 지역에 따른 그 특수성을 구분하며 종합된 분석 속에서 과제를 고민하는 것이 옳다.


* 신자유주의 시대에 제3세계에 대한 약탈이 있었다고 보는 것은 종속 이론의 오류를 받아들이는 것 아닌가?

신자유주의 시대에 특히 1970~80년대에 제3세계의 외채 위기 속에서 벌어진 일은 가혹했다. IMF와 강대국들이 외채를 갚지 못하는 나라에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강요하고, 그 나라의 자원과 공공부문을 수탈해 가면서, 가혹한 조건의 금리를 적용해서 엄청난 이자(원금을 훌쩍 뛰어넘는)를 받아갔다.


3세계 민중은 굶주려 죽어가는데도 외채를 갚아야 했고, 외채를 갚기위해 또 외채를 빌려야 했다. 이 과정에서 제3세계 민중이 생산한 부가 강대국의 금융기관과 기업들에게 이전됐다.

물론, 자본주의에서 계급간의 착취가 주된 것이지만, 불균등한 경쟁력을 가진 국가 간의 위계서열과 갈등, 수탈도 존재한다. 이런 과정을 폭로하는 것은 곧 종속이론이라고 내치기보다, 이런 폭로와 분석을 자본주의적 착취에 대한 분석 속에 통합해내는 것이 필요하다.

 

* 신자유주의 시대에 중국에서 벌어진 일을 어떻게 분석할 것인가? 특히 원시적 축적이 벌어졌다고 볼 수 있는가?

신자유주의 시대에 자본의 시공간적 재배치가 있었고, 여기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중국이다. 중국에서 급격한 자본 축적은 세계자본주의의 구조변화에 큰 영향을 끼쳤고, 새로운 축적의 중심축이 등장하는 과정이었다. 그동안 국제사회주의 전통에서는 중국에서 벌어진 변화를 간과하면서, 신자유주의가 자본주의에 가져 온 변화를 과소평가하곤 했다.


특히 중국에서 수억 명의 농민들이 도시로 몰려 와서 노동자로 등장하는 과정은 전형적인 원시적 축적이었다. 원시적 축적의 핵심은 생산수단과 직접생산자의 분리, 자유로운 임노동자의 창출, 자원과 토지의 소수의 수중으로의 집중 등이기 때문이다.

 

* 약탈을 통한 축적이라는 개념을 받아들여야 하는가?

데이비드 하비는 로자 룩셈부르크의 분석을 더욱 발전시켜서 자본주의는 착취를 통한 축적만이 아니라 약탈을 통한 축적도 항상 수반해 왔다고 주장한다. 즉 대자본과 강대국들이 자신들의 권력을 이용해 토지나 천연자원 등을 헐값이나 강제로 몰수하여 축적에 이용해 왔다는 것이다


특히 신자유주의 시대에 공공부문 민영화나 제3세계 자원 약탈, 도시 개발과 부동산 투기, 환경 파괴 등 속에서 벌어진 일을 분석하는 데 유용한 분석틀이라고 볼 수 있다. 착취를 통한 축적을 기본으로 보면서 약탈을 통한 축적에 대한 분석을 결합시켜 나가야 한다.

 

* 비정규직 착취나 민영화를 약탈을 통한 축적이라고 볼 수 있는가?

착취는 정상적인 노동력 재생산 비용을 지불하고도, 살아있는 노동력이 생산과정에서 만들어내는 새로운 가치에서 나오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노동력 재생산 비용마저 절반 정도밖에 지불하지 않는 비정규직은 단지 착취만이 아니라, 수탈을 당하는 것이라는 주장이 있었다. 예컨대 임금의 절반을 떼어가는 노동자 파견업체는 명백히 수탈을 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노동력 재생산 비용은 정해진 것이 아니라 역사적, 사회적, 문화적 요인 등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고, 특히 계급세력 균형에 따라서 결정되는 것이므로 비정규직의 낮은 임금은 높은 착취율로 설명하는 것이 옳다는 반박이 있었다. 비정규직이나 여성의 낮은 임금은 노동계급을 이간질해서 더 억압, 차별받는 집단에게 높은 착취율을 강요하는 과정이란 것이다.


한편, 한국통신 민영화가 보여주듯이 공공자산의 헐값매각과 보조금 지급, 요금 인상, 공공성 후퇴 등을 통해 이윤몫 상승은 약탈을 통한 축적의 대표적 사례이다.


* 2008년 이후 신자유주의의 종말을 말할 수 있지 않는가?

신자유주의 시대는 분명히 이윤율을 상승시킨 시기였다. 그러나 오늘의 성공이 내일의 실패를 낳는 자본주의 메카니즘에 따라 신자유주의적 팽창은 과잉축적과 이윤율의 저하를 낳았다. 이것이 이미 1997년 동아시아 위기에서 모습을 드러냈고, 막바지에는 거품과 투기가 쌓이다가 2008년에 폭발했던 것이다.


하지만 2008년 이후 신자유주의의 종말과 케인주의의 부활을 점쳤던 사람들은 섣불렀다. 신자유주의가 사라질 거라고 본 분석은 시간의 검증을 이겨내지 못했다. 신자유주의가 자본가들에게 가져다주는 이익 때문에, 경제위기 고통전가를 위한 필요와 자본가들에게 다른 대안이 없다는 이유 때문에 신자유주의는 여전히 살아남았다.

 

* 79년 미국 연준 의장 폴 볼커의 금리 인상은 어떤 맥락에서 벌어진 일이었고, 오늘날에도 금리 인상 가능성이 존재하는가?

전후 호황의 막바지인 70년대 중반에 세계경제는 침체에 빠지기 시작했고, 이런 침체에 대한 지배자들의 첫 반응은 케인즈주의적인 경기부양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경기부양은 경제를 살리지 못했고 급격한 인플레만을 낳았다. 이에 대한 처방이 폴 볼커의 극단적 금리 인상이었다. 금리 인상을 물가를 안정시키려는 것이자, 인위적인 구조조정으로 부실을 털어내고 노동자들을 위축시키려는 것이었다. 따라서 금리 인상 자체가 목적은 아니었고, 이후 신자유주의 시대를 고금리로 특징지을 수는 없다.


오히려 낮은 이윤율과 부진한 투자 때문에 저금리를 통해서 투자를 유인하려는 시도가 많았다. 특히 2008년 이후 양적완화와 저금리가 계속돼 왔다. 그러나 이제 미국이 양적완화를 끝내고 금리를 인상하려는 시도가 나타나고 있다. 이것은 신흥국에서 달러의 이탈과 경제 불안정을 부추길 것이다.

 

* 실물이 아니라 투기와 거품을 통해서 경기가 회복될 수 있는가? 2008년 이후에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진 것인가?

금융의 기능은 생산과 소비를 촉진하며 경제를 활성화하고, 당장 실물에 문제가 있더라도 위기를 유예시킨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거품이 쌓이면 유예된 위기는 나중에 더 심각한 규모로 폭발하게 된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가 대표적이었다. 당시에 가난한 사람들에게도 주택담보대출을 남발했고, 사람들은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 속에 차를 사고 소비를 늘렸다. 이것은 경제를 활성화시켰지만, 일자리가 늘고 소득이 늘어나지 않는 이상 계속될 수 없었다. 사람들은 대출 이자를 갚기 힘들어졌고, 집값마저 폭락하면서 위기는 폭발했다.


2008년 위기 이후에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근래에 미국에서는 집이 아니라 자동차와 학자금 대출 등에서 새로운 거품이 형성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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