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시우
[권시우 동지는 현장에서 관련된 일을 하면서 부동산과 경제 정책에 대한 정치적 관심과 고민을 구체적으로 발전시켜 온 ‘다른세상을향한연대’ 회원이다. 최근 부동산 정책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치열한 상황에서 이 인터뷰가 고민과 논의의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다.]
* ‘보수정부’에서는 집값이 안정되고 ‘진보정부’에서는 집값이 폭등해 왔다고 하는데?
집값 인상은 ‘보수정부’와 ‘진보정부’를 가리지 않았다. 집값이 가장 많이 폭등한 시기는 노태우 정권 때였다. 그 당시에 토지공개념에 대한 논의가 처음 제기됐다. 따라서 ‘진보정부’나 ‘보수정부’를 언급하면서 집값을 이야기하는 것은 잘못된 접근방법이다. 김대중 정부 때에는 IMF로 집값이 매우 낮은 상태였는데 고용과 경제상장률 등을 위하여 정부에서 건설업자에게 낮은 이자율로 대출을 해주고 아파트 매수자에게 조세 특례를 제공하기도 했다.
*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지난 3년간 실패해 온 이유는 무엇인가?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정책을 24번 정도 시행했고, 핀셋규제로 불리는 정책을 했기 때문에 많은 문제를 야기할 수밖에 없었다. 집값이 오르는 지역에 대하여 종부세를 높이면 투기꾼들은 종부세가 높지 않는 지역에 집을 사면 간단하게 피해갈 수 있다. 핀셋 규제는 풍선효과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데 계속 이런 정책을 해왔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지역과 그렇지 않는 지역, 종부세가 중과세 되는 지역과 그렇지 않는 지역, 양도세가 중과세되는 지역과 그렇지 않는 지역 등등... 이런 정책들이 시장에 신뢰를 주지 못했고, 정부와 투기꾼들 사이의 끊임없는 게임이 있었다. 그 게임에서 항상 투기꾼들이 이겼다. 이런 정책들이 집값을 규제하지만 떨어지게 하지는 않는다는 메시지로 읽혔다. 특히 주택임대사업자에 대한 과도한 혜택은 단기적으로 전세를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었지만 장기적으로는 주택 투기를 부추겼다.
정책은 많았지만 사실은 땜질 처방만 있었고, 이전 정부와 확연히 다른 정책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다. 주택 공급을 통한 성장이나 투기를 부추기는 이명박근혜식의 정책은 아니지만 시장에 주택을 맡겨놓는 방식은 같았고, 그것에 대한 규제를 최소한으로 하는 것도 같았다. 이런 정책은 이자율이 낮고, 임대비율이 높은 나라에서는 쉽게 주택대란으로 갈 수 있는데, 이것에 대한 대책을 가지고 있지 않았던 것이다.
* 고위공직자들의 다주택을 언론과 경실련, 야당이 비판해 온 것을 어떻게 보는가?
고위공직자들은 정책을 입안하고, 그리고 그것을 집행하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그 고위공직자가 다주택자라면 아마도 자신들을 위하여 일을 할 것이라고 느낄 것이므로 일반 노동자 서민들은 거부감이 있을 수밖에 없다. 청년들이 매우 실망했다고 하는데 청년 가운데에서도 강남에 집을 가지고 있는 청년이나 부모찬스를 쓴 청년들이 아니라, 그런 혜택이 적거나 없는 노동자 서민 가정의 청년이라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언론과 야당의 비판은 사실 들을 가치가 없는 것들이 너무나 많다. 야당은 지금의 집값 인상의 주범이다. 이들이 주장을 잘 들어보면 규제가 아니라 시장에 맡기면 지금보다 더 좋다는 주장인데 여러 가지 반박이 필요하다. 먼저 분양가 상한제 규제나 대출규제, 재건축 연한을 규제하는 것 그리고 양도세 중과나 종부세를 통한 규제를 없애면 더 좋을 것이라는 주장인데..
이것은 그것 하나하나의 효과를 따져보아야 하는 주제들이다. 일반적으로 그런 규제를 하지 않으면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인 부메랑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그것도 더 큰 부메랑으로. 예컨대 분양가 상한제의 규제를 완화하면 집값이 오르고 오른 집값 때문에 전세값은 단기적으로 인상되지 않지만 장기적으로 전세값은 집값에 수렴되므로 전세값도 오를 수밖에 없다.
공급을 확대하자는 주장을 받아 들여서 강남에 100층 이상의 고층 아파트를 지을 수 있게 한다면 개발호제로 인하여 집값은 더 폭등할 것이다. 몇 년전에 박원순 서울시장이 용산과 여의도 통 개발에 대하여 이야기 했다가 여의도와 용산의 집값이 치솟고 그것이 서울 전체의 집값을 자극했다. 경실련의 주장들은 야당들의 주장과는 다르다. 그들은 문제인 정부의 정책들이 집값을 자극하고 있다는 주장을 하려 한 듯하다. 주택임대사업자 특혜로 인한 집값인상이 그 대표적인 지적이다.
* 문정부가 임대사업자 제도와 특혜를 유지한 것이 문제라고 하는데, 왜 그런 자충수를 둔 것인가?
위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그것은 단기적으로 전세 값의 안정을 가져왔다. 많은 사람들이 1주택이상의 주택을 매입하고 그것도 갭투자로 했다. 그리고 임대사업자 등록을 한 것인데, 그렇게 되면 최소한 8년 동안은 일정 수준 - 2년에 5% - 의 전세 값만 올릴 수 있다. 이것이 효과를 발휘해서 곧 전세 시장은 안정화 되었지만, 집에 대한 수요는 많아져서 집값의 폭등을 가져왔다. 문재인 정부가 장기적인 플랜없이 그 때 그 때의 불만에 대해서만 대처한 것이 그런 자충수를 낳은 것이다.
* 이번에 민주당이 통과시킨 법안이나 정부가 발표한 정책들은 효과를 낼 것인가?
임대차 3법이나 종부세 인상, 법인의 주택취득 등을 막는 방식, 양도세 더 심한 중과... 그리고 주택의 대량공급, 이런 방식의 규제 정책은 사실 문제인 정부 초기에 하였으면 어떻게 되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 이런 주택대란이 없었을 것이다. 노무현 정부도 사실 25번인가의 주택정책을 했고 그 마지막 결정판이 종부세의 대폭적인 인상이었다. 하지만 이미 어마어마한 주택대란이 발생한 이후였다.
그렇게 본다면 노무현 정부로부터 문제인 정부는 배운 것이 없는 것이다. 지금의 정책은 사실 강력한 정책이어서 주택가격의 대폭적인 하락은 오지 않겠지만 일정정도의 안정은 올 것으로 보여진다. 하지만 주택가격의 안정이 왔을 때 다시 규제를 풀거나 개발호재를 터트려서 집값을 자극하지 않고 장기적인 집값 안정을 위한 정책을 지속적으로 펴는지를 봐야 할 것 같다.
* 집값 안정을 달성하면서 경기침체도 막아야 하는 딜레마는 어떻게 볼 것인가?
미국에서 의료보험의 공공성 강화를 주장하면 아마도 그것이 경기침체를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물론 완전 자유시장적인 경제에 비하여 주택에 대한 규제를 강화한다면 부동산 중개업자, 주택에 대출을 해주는 은행 그리고 건설회사, 가구회사, 이사짐회사 등등이 소득에 영향을 받을 것이다. 부동산으로 투기를 하려는 사람에게는 더욱 더 그럴 것이다. 하지만 그런 소득의 원천은 일하는 노동자와 서민들로부터 나온 것이고 그들이 주택에 대해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다면 다른 곳에 더 많은 소비를 할 수 있으므로 장기적으로 경제적인 영향은 적을 수 있다.
서울에서 맥주집을 하는 것보다 원주 같은 곳에서 맥주집을 하면 원주에서 매출이 더 많이 나온다고 하는 분들이 많다. 그 이유는 서울에서는 집값이나 전세값으로 많은 대출을 받아서 소비여력이 없어서라고 한다. 공교육의 강화나 입시제도가 완화된다면 학원에 대한 비용이 줄어들 것인데 그것이 학원사업자나 그 노동자 그리고 출판업자 등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노동자와 서민들이 그 비용을 안 들인다면 자녀와 한 번 더 여행을 갈 수 있고, 한 번 더 외식을 할 수도 있다. 따라서 장기적으로는 경기 침체와 집값에 대한 규제는 그리 큰 관계가 없다. 다만 그 집에 대한 비용을 누가 더 지불해야 하느냐이다.
* 저금리와 대출확대, 유동성 증가 속에서 보통의 서민들도 투자와 투기에 뛰어든 상황은 어떤 어려움을 낳고 있는가?
저금리와 대출확대가 되었지만 서민들의 소득이 증가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미래가 불투명하다. 이런 시기에 집값상승이 확실하다면 그곳에 투자하는 것이 확실한 미래의 보장이 된다. 서민들의 소비가 증가하거나 생활이 윤택해진 것이 아니라 ‘빛 투’나 ‘영 끌’을 하고 있는 현실은 사실은 더 불안해진 미래를 의미한다. 이런 투자를 나무라는 정책입안자들의 이야기가 가끔 들리는데, 그것은 이런 암담하고 불안한 미래에 대한 심정을 모르는 것이다. 이것은 계속적인 불안정한 집값상승의 결과이므로 결과를 가지고 비난을 해봐야 충분한 대책이 나오지 않을 것이다.
* 경기도의 기본주택이나 서울시의 지분적립형 주택 등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데, 더 필요한 근본적 대안들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이런 주장이 나오고 그것이 입안되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고 이것이 중요한 한발이라고 생각한다. 집값은 시장에 맡겨놓지 않고 지속적으로 관리 되어야 한다. 집은 의료처럼 매우 공공적인 것인데 사적으로 소유되고, 계급에 따라서 집값도 매우 많은 차이가 난다. 정부 입장에서도 노동력 재생산을 위하여 꼭 필요한 부분이므로 낮은 집값은 양질의 노동력을 확보하는데 매우 필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80년대 이후 기업의 이윤율이 낮아지면서, 기업의 이윤을 보장해주는 방식으로 공공부분이 재편되듯이 부동산도 그렇게 재편되기 시작했다. 거의 모든 곳에서 아파트가 보편화되고 다양한 집들은 사라지고 있다. 아파트의 보편화와 짧은 아파트수명 - 평균27년 - 이것은 대기업들에게 안정적인 건축 수요를 위한 발판이 된다. 또한 아파트 가격 상승이 그런 것을 더욱 더 일반화 되게 하고 있다.
노동자와 서민의 관점에서 보면 주택은 쉴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고 주거를 위한 비용이기도 하다. 저렴하고 질 좋은 공공임대 주택을 정부에서 운영하고 제공한다면 모든 노동자와 서민들이 집을 가질 수 있고 집값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있다. 이것은 한 번의 정책으로 가능하지 않다. 심지어 박근혜도 행복주택을 이야기 했다. 더 전에는 노태우도 노동자와 서민을 위하여 수십만 채의 집을 공급하겠다고 했다. 많은 반대를 무릅쓰고 쓸만한 공공 임대주택을 저렴하게 노동자와 서민에 공급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주택자들에게 종부세를 높이고 양도소득세를 높이는 것, 분양가 상한제로 분양가가 높아지는 것을 막는 것 대출을 규제하고 부동산 감독기구를 두는 것에 대하여 찬성할 수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집을 시장에 맡겨 놓지 않고 계속적으로 노동자와 서민을 위한 종은 공공 임대주택을 늘리는 지속적인 정책이 중요하다.
(기사 등록 2020.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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