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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 - 국제적 투쟁 물결/ 이라크/ 쿠르드/ 홍콩

by 다른세상을향한연대 2019. 10. 29.

전지윤


 

 


국제적 투쟁 물결의 부활

 

위 사진처럼 레바논에서 유례없는 대중투쟁이 폭발하고 있다. IMF 구제금융의 결과로 긴축정책을 펴면서 앱 다운로드에 약간의 세금을 매기려던 정부 정책이 반란을 촉발시켰기에 왓츠앱 혁명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이 투쟁이 친미, 친사우디 성향의 정권을 위협하면서 민중은 정권의 몰락을 원한다2011년 아랍혁명의 구호도 재등장했다.

 

칠레에서도 지하철요금 30페소(50) 인상에 맞서서 민중들의 분노가 대규모 투쟁으로 폭발했다. 시위대는 "30페소가 아니라 30년의 문제"라고 외치며 지난 30년간의 신자유주의 정책과 부패정치를 겨냥하고 있다고 한다. 우파 정부가 비상사태와 통행금지령으로 탄압하고 있지만 학생단체와 페미니스트, 노조들을 중심으로 총파업이 시작됐다고 한다.

 

지금, 스페인의 카탈루냐에서도 분노한 민중이 거리로 나와서 도로와 철도를 점거하고 총파업에 돌입하고 있다. 며칠전 대법원이 2년전 독립투표를 주도한 정치인과 활동가들에게 징역 10년 이상의 중형을 선고한 것이 방아쇠가 돼서 다시 한번 스페인의 민족적 억압과 신자유주의 정책에 대한 반발을 투쟁으로 분출하고 있는 것이다.

 

이라크에서도 이달초 실업, 식량난, 공공서비스 파탄에 항의하는 반정부 시위와 투쟁이 벌어져 격렬한 충돌로 이어졌다. 특히 시아파 정부에 맞서서, 그동안처럼 수니파 극단주의 그룹이 아니라, 시아파 지역 시민들과 청년들이 주축이 돼 투쟁을 시작했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급진적 시아파들도 정부의 퇴진과 조기선거를 요구하는 상황이라고 한다.

 

지난달 말에는 아랍혁명의 패배 이후 군부독재 아래에 긴 침묵에 빠져있던 이집트에서도 독재자 엘시시에 반대하는 거리 시위가 분출했다. 무슬림형제단에 대한 마녀사냥과 대대적 사형집행을 통해서 어떤 반대 목소리도 억눌러오면서 유지되던 공포통치가 이제 깨지기 시작하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 공산당의 비민주적 억압에 맞선 홍콩민중의 투쟁은 아직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이렇게 보면 지금 그야말로 세계는 투쟁중이고 새로운 국제적 투쟁 물결이 일어나는 것처럼 보인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에 전세계로 번졌던 투쟁 파도가 아랍 반혁명과 트럼프같은 신우파 정권들의 연이은 집권으로 주춤했다가 다시 살아나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 다시 다가오고 있는 세계적 경제 위기의 전조일 수도 있다.

 

특히 이라크, 이집트, 레바논 등 중동에서 투쟁이 부활한 것이 매우 인상적이다. ‘아랍의 봄이 짓밟혀서 긴 겨울이 지속되던 곳에서 예멘 민중이 다시 물꼬를 튼 혁명과 승리의 기운이 여기저기로 번져나가는 것이라면 정말 기쁜 일이다. 물론 지금 나타나고 있는 모든 투쟁들에는 좌파들이 기꺼이 지지하기 어려운 혼란된 요소와 의식의 모순이 존재한다. 예컨대 카탈루냐의 지나친 민족주의적 경향이라든가, 이집트 시위대가 국외 망명한 기업주의 정치적 영향을 받고 있다거나...

 

그러나 모든 자생적 대중투쟁은 처음부터 명확한 내용과 성격을 준비한 채 시작되지 않는 법이고, 그것에 영영 가두어져 있을 거라고 정해져 있지도 않다. 지금 이 나라의 검찰개혁 촛불운동도 비슷한 점이 있다고 본다. 최근 중국의 <환구시보>는 카탈루냐 투쟁에서 홍콩에서 배우자라는 구호가 나타난 것을 언급하며 서방이 홍콩 투쟁을 부추기더니, 이렇게 번지고 있지 않냐. 이런 흐름을 중국과 서방이 공동으로 막아야 한다는 사설을 실었다. 서로 갈등하고 경쟁하는 양 진영의 지배계급 모두가 두려워하는 이 흐름이 더 커지고 번지길 기대한다.

 

 

이라크 민중이 투쟁으로 일어서고 있다

 

이슬람극단주의 조직 IS의 지도자였던 알 바그다디가 죽었다. 트럼프는 이것으로 미국의 쇠퇴를 가리며 성과로 삼으려고 하지만, 사실 IS는 미국의 2003년 이라크 침공, 2012년부터 추진한 아랍 반혁명 지원과 시리아 내전 개입이 없었다면 탄생하지 않았을 조직이다.

 

즉 자기들이 중동을 지옥으로 만들어놓고, 그 지옥에서 괴물이 만들어지자, 그것을 제거한다면서 또 난장판을 만든 것이다. 따라서 제국주의 강대국이 만들어놓은 중동의 지옥같은 현실과 고통이 사라지지 않는 이상, IS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고 오히려 더 극단적 조직이 나타날 것이다. 미국이 빈 라덴을 사살한 이후 나타난 것은 알 카에다보다 더 과격한 IS였던 것처럼.

 

지금, IS같은 반혁명적이고 절망적인 대안이 다시 등장하지 않게 하려는 진정한 노력은 트럼프와 미군이 아니라 이라크 민중들 속에서 나타나고 있다. 실업, 식량난, 공공서비스 파탄에 항의하는 반정부 시위와 투쟁이 한 달 넘게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친미 꼭두각시 정권의 폭압 통치에 맞선 저항은 이미 2000년대 중반에도 나타난 바가 있다. 미점령군은 탄압만이 아니라 시아파-수니파 이간질을 통해서 그것을 분쇄했고, 그것은 이란과 시아파 벨트의 형성이라는 역설적 결과를 낳은 바 있다. 그후 수니파 극단주의 조직이 반제국주의 저항을 대표하는 듯한 착시도 지속돼 왔다.

 

그러나 지금 시아파 정권에 맞서서 시아파 지역 시민들과 청년들이 주축이 돼 거대하고 끈질긴 투쟁을 지속하고 있다. 종파를 넘어선 연대와 투쟁의 가능성을 만들어내고 있다. 실업, 식량난, 공공서비스 파탄, 권력 부패 등이 투쟁을 촉발시켰고 지금 운동은 정부 퇴진, 의회 해산, 새헌법 제정 등을 요구하고 있다. 마흐디 정권은 통행금지, 인터넷 차단과 함께 실탄 발사 강경진압으로 유혈 진압 중이다.

 

이 때문에 벌써 100여명이 숨지고 수천 명이 체포와 부상을 당하면서도 투쟁은 한 달 넘게 중단되지 않고 있다. 이것은 지금 칠레, 카탈루냐, 레바논, 홍콩, 이집트, 에콰도르, 아르헨티나 등에서 벌어지고 있는 반정부 투쟁들과 연결된 국제적 투쟁 물결의 일부기도 하다.

 

물론 지금 곳곳에서 거리에 나서 민중들은 당연히 모두 다 정의롭고 순수하고 정치적으로 명확한 의식을 가진 그런 사람들이 아닐 것이다. 우리 자신들처럼 다들 혼란되고 여러 때도 묻고 서로 상처를 주고받으며 살아온 보통 사람들일 것이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이 더 이상 적당히 세상에 타협하며 고개 숙이고 살아가기를 거부하는 순간은 반드시 오고, 그럴 때 세상은 바뀌기 시작한다. 이라크 정부는 살인 진압을 중단해야 한다.

 

 

쿠르드족과 시리아 혁명의 비극

 

터키의 시리아 북동부 침공과 쿠르드 학살은 아랍혁명을 분쇄하고 이 지역에서 독재정권과 제국주의 강대국들의 분할지배를 재구축하기 위한 긴 과정의 일부로 봐야 한다. 이들 때문에 지난 8년 동안 혁명은 목졸려 죽었고 시리아는 생지옥이 됐다. 내전, 폭격, 침략이 끝없이 반복되면서 시리아 민중의 삶의 터전, 사회기반시설, 산업들은 철저히 파괴됐다.

 

오바마와 트럼프로 이어진 미군 철수는 미제국의 쇠퇴를 보여주긴 했지만, 완전한 철수는 아니었다. 미국은 터키와 나토 동맹국들에 의존해 자신들의 패권을 유지하고 싶어한다. 이것은 쿠르드에 대한 미국의 배신이지만, 일관된 태도기도 하다. 미국과 서방 강대국들은 애초부터 시리아 혁명과 쿠르드 해방을 지지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논리는 아사드의 반혁명에도 이용됐지만, 지금 터키의 쿠르드 학살에도 이용되고 있다. 그 속에서 8년전에 봉기했던 시리아 민중의 반독재 민주화의 꿈도 로자바에서 진행된 소수자 해방과 생태정의, 직접민주주의 결합의 실험도 모두 파괴됐다.

 

아사드에 맞서기 위해 서방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논리, 역으로 반제국주의를 위해 아사드와 러시아를 지지해야 한다는 논리 모두가 답이 될 수 없었다. 마찬가지로 쿠르드 해방을 지지하지 않는 것은 시리아 혁명의 약점이 됐고, 미국과 손잡은 것은 쿠르드 해방 투쟁의 약점이 됐다.

 

반아사드 투사들을 터키에 의존하게 만들고, 쿠르드 해방 투사들을 미국과 심지어 아사드에게까지 의존하게 만드는 압력은 지금도 강력한데, 막상 터키와 아사드와 서방 강대국들 모두는 시리아 혁명도 쿠르드 독립도 아무 관심없고 분쇄할 기회만 노리는 있다는 비극은 정말 끔찍한 것이다.

 

시리아 혁명을 지지하고 제국주의 개입을 막아낼 강력한 국제적 반전운동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 그런 비극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미국과 유럽에서 반제국주의 좌파와 반전운동의 취약함은 시리아 민중의 패배와 연결돼 있었다.

 

터키는 당장 침략과 학살을 중단해야 한다. 동시에 모든 외국군대는 시리아에서 떠나야 한다. 시리아 민중과 쿠르드 민중의 운명과 공존의 방식은 미국, 러시아, 이란, 터키도 아닌 그들 스스로가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시리아를 파괴하고 천연자원을 약탈해 온 강대국들이 지금 할 일은 터키를 탓하는 위선의 말들이 아니라, 시리아 재건을 위한 비용을 내고, 국경을 개방해 난민을 수용하고, 터키에 대한 무기 판매를 중단하는 것이다.

 

 

홍콩 민중의 투쟁은 계속된다

 

70년 전에 중국의 농민과 노동자들이 떨쳐 일어나 제국주의와 봉건기득권 세력을 물리친 1949년의 반제반봉건 혁명은 분명 기념할만한 일이다. 하지만 얼마전 첨단무기들을 앞세운 중국 건국절 초대형 군사퍼레이드에서 그때의 저항정신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같은 날 홍콩에서 한 청소년이 경찰의 실탄에 총상을 입은 것은 지금의 중국이 70년전의 저항정신과 정면으로 어긋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극명한 사건이다. 겨우 목숨을 건진 그 청소년을 홍콩당국은 폭동죄로 기소한다고 한다. 계엄령에 준하는 긴급법 발동이 초읽기이다.

 

반면 중국 본토에서는 건국 70주년을 기념하는 <나와 나의 조국>이라는 애국선동 영화가 최고흥행중이다. 한때 <패왕별희>같은 걸작을 만들었던 첸가이거가 총감독을 한 이 영화에는 ‘97년 홍콩반환이 하나된 중국의 힘과 자부심을 상징하는 사건과 장면으로 등장한다.

 

이런 소식에 얼마나 많은 홍콩 민중이 모욕감을 느끼고 있을까. 중국의 커져가는 힘 앞에서 자부심과 애국심보다 거부감과 울분을 느끼는 홍콩 민중이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중국 본토인들은 공산당의 애국주의 선동에 휘말리기보다 이것을 돌아봐야 한다.

 

물론 한국의 서초동 촛불이 그렇듯이 홍콩시위대 속에도 이념적 다양성이 존재하고 보기에 따라서 아쉬움도 있을 수 있다. 미국, 영국 국기를 흔들고, 미국 정부에 홍콩인권법을 청원하는 일부의 모습에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다. 본토 노동자들이나 이주노동자들의 동참과 지지를 끌어내려는 더 적극적 노력도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나 자유를 억누르고 민주주의를 부정하며 인권을 짓밟는 권력에 맞서는 민중의 저항은 정당하다. 중국 국가의 힘에 자부심을 느끼는 사람들과 홍콩 민중의 투쟁에 영광을 기원하는 사람들 중에서 단호하게 후자를 편들 수밖에 없다. 투쟁 속에서 집단 창작을 통해 만들어진 홍콩 민중투쟁의 주제곡 홍콩에 영광을(Glory to Hong Kong)’의 노래 가사처럼 자유와 민주를 향한 꿈은 영원할 것이다



(기사 등록 2019.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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