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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참의원 선거 결과를 보면서

by 다른세상을향한연대 2019. 7. 25.

일본 참의원 선거 결과 : 아베의 상처뿐인승리와 가능성을 보여 준 신생진보정당 레이와 신선조

 

박철균



  일본 안에서도 아베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1.

2019721일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아베의 결과는 썩 좋지 않은 성적표를 받았다. 아베가 소속된 자민당은 공명당과의 연합 여당으로 과반을 얻는 데는 성공했으나, “전쟁 및 무력행사를 영구히 포기하는평화헌법 9조 개정을 추진할 수 있는 개헌저지선(의석의 2/3) 달성은 실패했기 때문이다.


특히 동일본 대지진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보았던 도호쿠 지역 1인 선출 지역 상당수에서 자민당이 미역국을 먹었고, 심지어는 텃밭이나 다름없던 에히메 지역에서도 패배하였다. 상당수의 1인 선출 지역에서 소위 야권연합으로 나온 후보들이 자민당 현역 후보들을 낙선시켰다. 자민당 전체 의석은 6석 가량 줄어들었고, 연립여당인 공명당은 3석이 늘어났으나, 당선인 중 1/5이 개헌을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등 아베의 헌법 개정은 더욱 더 요원한 상황이다.

 

반면 개헌에 반대하는 야당 쪽에서는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이 의석을 크게 늘렸고, 공산당은 7석을 얻었다. 특히 이번 선거로 정당으로 인정받은 레이와 신선조도 첫 선거에서 2석을 얻었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 성소수자 1, 장애인 3인 등 사회적 소수자에 속하는 사람들이 참의원에 당선됐다.


이를 보면 아베, 자민당 그리고 극우들이 활개 치며 헌법개정을 하려 들고 한일 및 동아시아 주변 국가와의 긴장 관계를 통해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만을 챙기려는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희망이 아주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번 결과는 민족주의적 관점으로 모든 일본인이 다 아베나 극우을 지지하거나 함께 동참하는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 대다수의 일본인이 아베의 장기 집권 속에서 소비세 폐지, 연금문제, 평화헌법 개정과 같은 소수만을 위한 정책을 추진하려는 것에 염증을 느끼고 있고, 그 반대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2.

배우 출신이고 2013년 무소속으로 참의원에 당선돼서 반전, 탈핵을 얘기하고 안보법안 회의 때는 대놓고 "여러분은 죽었어요"로 디스했던 야마모토 타로가 "레이와 신선조"란 진보단체(현재 일본법 상으로는 정당으로 분류되지 않는다고 한다)201941일 만들었다.

 

이번 참의원 선거에 1명의 지역구 후보, 9명의 비례대표 후보가 나왔다. 야마모토 타로는 지역구로 나가도 충분히 승산이 있는 사람이나 비례대표로 나갔고, 그것도 1번이 아니라 ALS(근위축성측색경화증, 흔히 루게릭병으로 알려짐) 난치병 당사자, 중증장애인 당사자에 이어 3번으로 출마했다. 주요 선거 문구는 "소비세 폐지(아베와 자민당은 소비세를 더 인상할 계획이다)", "원자력발전소 폐지", "최저임금 1500", "오키나와 미군기지 건설 반대" 등이다.

 

야마모토 타로가 원체 유명한 사람이다 보니 이 사람을 주되게 홍보로 하고, 주되게 활동했지만, 다른 비례대표들도 눈에 띈다. 특히 비례대표 2번으로 나온 중증장애인 키무라 에이코의 연설 "만약 장애인도 비장애인도 함께 똑같은 학교에 다니고, 똑같은 장소에서 함께 일한다면 차별과 편견은 사라질 것입니다."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지금도 한국에서 노동권, 교육권 등으로 장애인운동을 하는 사람으로서 동지애적으로 눈시울이 붉어졌다.

 

정치단체라고 공중파에선 외면하지만, 연설하는 곳곳에서 수백 수천이 모이는 단체. 후보든 지지자든 "당신의 그 존재만으로 가치 있다고 느낄 수 있는 사회" "살아서 다행이다고 느끼는 사회" 라고 외치는 레이와 신선조가 선거기간 내내 계속 눈에 밟혔다.

 

아베가 추진하는 반서민, 반평화적인 정책에 염증을 느낀 2,280,249(4.6%의 비율)이 레이와 신선조에 투표했다. 그 결과, 당선된 장애인 당사자 3명 중 2명이 이번 참의원에 당선됐다. 야마모토 타로는 비록 당선되지 못했지만, 다른 정당이었다면 거뜬히 당선되었을 991,752표를 얻었다.(일본의 비례제도는 한국처럼 정당을 기표하는 방식이 아니라 비례대표 후보를 적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는 참의원 선거 사상 최다 득표 낙선자로 비록 본인은 낙선했지만, 결성 112일만에 참의원 의석수 2석인 정당으로 만드는데 일조했다.

 

그렇다. 우리 보고 너희는 박근혜를 지지하냐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발끈하듯이 일본 높으신 분들이 징용재판 판결을 근거로 경제 보복을 하고 무례한 언사를 한다고 해서 일본인들을 아예 통틀어 "아베 지지자"라고 하는 것도 무례한 일이다.

 

지금도 일본 한 곳에선 다른 세상을 만들기 위해 선거든 일상이든 싸우는 사람들이 있다. 레이와 신선조도 그 중 하나일 것이다. 레이와 신선조가 이번 결과를 바탕으로 계속 성장해 나갔으면 좋겠다.

 

한국의 진보 진영은 이런 일본의 진보 진영 및 사회운동 진영과 손잡고 다른 대안과 연대 운동을 함께 만들어야 한다. 현재 일본의 무역규제 등의 갈등 상황 속에서 반일 민족주의를 이야기하고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까지 가세하여 함께 하지 않으면 매국이라 말하면서 52시간 규제 완화,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를 가진 사람들을 제대로 처벌하지 않으려는 한국 정부가 한국의 노동자 및 사회적 소수자를 대변해 주기는 어렵다. 서로간의 민족적 감정을 자극하여 서로의 이득을 보려는 정부 및 대기업에 맞서 나라가 아닌 동일한 입장과 상황의 서로의 대중들이 국제적 연대로 함께 하는 것이야말로 함부로 위정자들이 평화와 삶을 뒤흔들지 못하게 하는 길이다.

 


(기사 등록 2019.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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