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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연대 - 베네수엘라/ 중국 / 이집트 혁명/ 브렉시트

by 다른세상을향한연대 2019. 2. 7.

전지윤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손을 떼라

 

베네수엘라 마두로 정권에 문제가 있는 건 맞다. 100%의 초인플레, 식량난, 부정부패, 치솟는 범죄율 속에 지난 3년간 300만명이 이민을 갔다고 한다. 마두로가 여기에 책임이 없을 수 없다. 경제적으로는 시장과 자본에 타협하면서 정치적으로 비판의 입을 막는 식의 대응도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 갈수록 군부에 의존하며 우파야당 인사를 구속, 감금, 출마봉쇄한 것도 부정선거 시비를 자초했다.

 

그러나 이 모든 게 사실이라도 제국주의가 후원하는 쿠데타가 답이 될 리 없다. 오랫동안 베네수엘라 정권 전복을 모의, 추진해 왔던 미국은 이번에 경제, 금융 제재를 한층 더 강화하면서 부통령 펜스가 직접 나서 마두로 축출과 쿠데타를 선동하고 나섰다. 군사적 개입 가능성도 내비치고 있다.

 

베네수엘라의 우익반대파 지도자 과이도는 일부 군인들의 쿠데타 시도와 반마두로 집회 와중에 자신이 새대통령이라고 선언하고 나섰고, 주변 강대국과 친미 국가들은 줄줄이 지지를 선언하고 있다. ‘민주주의를 운운하며 말이다.

 

도대체, 민중에게 직접 선출되지 않은 자가 스스로 선언하고 주변 강대국들의 지지만 얻으면 대통령이 되는게 무슨 민주주의인가? 문재인이 인기가 떨어진다고, 광화문 태극기 집회 도중에 홍준표가 대통령을 선언하고 미국의 지지를 얻는다고 상상해보자. 이건 민주주의와 아무 상관도 없는 일이다.

 

베네수엘라의 경제 위기가 심각해지고, 마두로의 인기가 추락하는데, 브라질에서 보우소나르까지 집권하면서 미국와 우파의 자신감은 높아졌을 것이다. 볼리바르 혁명의 성과를 되돌릴 기회가 왔다고 볼 것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민중은 마두로에 실망한 것이지, 우익반대파를 지지하는 게 아니다. 그간 선거 결과를 보면 마두로의 득표가 줄면서 우파의 득표가 늘기보단 투표율이 낮아졌다. 지금, 마두로와 우파 모두 군부에 지지를 호소하는 역설적 상황이다.

 

정말 필요한 것은 베네수엘라의 운명은 민중이 스스로 자유롭고 민주적, 독립적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믿는 좌익반대파의 존재일 것이다. 이것이 가능키 위해서도,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손 떼야 한다. 해군4함대를 철수하고, 남미로부터의 이민과 난민을 막는 장벽 건설부터 중단하라





 

중국 당국은 노동자와 학생들을 석방하라

 

중국에서 노동운동과 노학연대에 대한 탄압이 정말 너무 극심하다. 외신(https://reut.rs/2DBsU4x )에 따르면, 납치, 실종됐던 학생들이 외국의 지원을 받아 정부를 전복하려고 거짓 정보를 퍼뜨렸다자백하는 동영상까지 발표되고 있다.

 

이런 자백뒤에 중국 공안당국의 어떤 고문과 강압이 있었을지는 충분히 짐작할만 하다. 이것을 보면서 다른 노동자나 학생 활동가들이 느낄 공포와 불안도 엄청날 것 같다. 이런 식으로 동료가 서로 거짓 고발하도록 만들며 불신, 불안, 공포를 퍼뜨리는 것은 그야말로 활동가들의 영혼을 파괴하는 행위이다.

 

활동가들이 외국정부와 언론의 지원을 받은 첩자라는 공격은 정말 황당한 것이다. 중국이 시장개방을 하고 세계의 공장이 되는 과정에서 노동자, 농민, 농민공 등의 커다란 희생과 고통이 있었다. 그 과정에서 외국 정부, 다국적 기업들은 중국 공산당과 정부의 충실한 협력자였다.

 

사회주의의 변질과 타락이 낳은 최악의 결과인, 정치적 반대파를 자본주의, 제국주의의 부역자로 몰아서 공격하던 삐뚤어진 전통을 재탕하는 것이다. 제국주의 강대국과 손잡고 사이좋게 시장화를 추진하던 세력이 말이다.

 

이것은 부르주아 민주주의보다도 훨씬 못한 중국 사회주의의 상황을 보여주는데, 교사파업이 1년 가까이 들불처럼 번져온 미국에서 지금 트럼프마저 이런 식으로 노동운동을 공격하진 못하고 있다.

 

사회주의마르크스주의의 이름과 가치를 더럽히고 곡해하도록 만든 것도 중국 공산당과 정부가 저지른 끔찍한 잘못 중 하나다. 중국에서 노동운동과 노학연대에 대한 탄압은 당장 중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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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노학연대에 나선 학생들에 대한 탄압이 계속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남부 광둥성의 자식’(Jasic) 공장에서 비인간적 대우에 맞서 독립노조를 결성한 노동자들과 연대하던 학생들이 계속 폭행, 납치, 연행당하고 있다. 특히 이 학생들은 대학의 마르크스주의 학습동아리에서 <전태일 평전><한국 노동계급의 형성>같은 책을 필독서로 삼아 현장 투신과 노학연대를 건설하며 마치 7~80년대 한국 노동운동을 재현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미국에서는 트럼프가 반이민 장벽 건설을 위해 연방정부 셧다운을 불사하고 있고, 프랑스에서는 노란조끼 투쟁에 대해 정부가 강경진압에 나서고 있다. 이 나라에서는 재벌과 기득권 세력에 대한 문정부의 타협이 계속되는 가운데, 민주노조를 인정받기 위해 노동자들이 굴뚝 위로 올라가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지난 연말 세계주식 시장과 미국 주식시장의 추락은 세계자본주의가 2008년 세계적 금융위기 이후 긴축의 10을 통해 기층 민중과 노동자들을 쥐어짜며 고통을 전가해 왔지만, 또다른 위기만 다가오고 있다는 신호로 보였다.

 

미중간 무역분쟁 속에 세계의 시장미국의 예외적 경기회복이 중단되고, ‘세계의 공장중국의 경제가 침체하고 있는 것도 큰 위험 요인이 되고 있다. 마르크스는 자본주의의 비교적 초기에 10년에 한번씩 다가오는 주기적 불황을 관측한 바 있는데, 오늘날의 후기 자본주의는 다시 그 패턴으로 돌아가고 있다.

 

억압과 착취를 강화해 여기서 벗어나려는 시도를 앞장서 하고 있는게, 지난해 마르크스 탄생 200주년을 성대하게 기념했던 중국 정권이고, 그에 맞서는 게 마르크스주의 학생들이라는 건 참 역설적인 일이다. 그리고 올해는 중국 민중이 사회주의 국가의 탱크 앞에 자유와 평등을 요구하며 죽어갔던 천안문 항쟁 30주년이 되는 해이다.

 

지금, 중국에서 인간의 존엄과 해방에 기여하며 역사를 만들어나가고 있는 것은 당연히 독립노조 건설과 노학연대에 나선 사람들이며 그들에 대한 국제적 연대와 방어 운동을 적극 지지한다.

 

#Jasic

#SolidaritytoJasicworkers

#StudentActivism

#FreeCNactivists

 

 

브렉시트의 블랙홀에 빠진 영국

 

브렉시트가 계속해서 영국사회를 헤어날 수 없는 블랙홀로 몰아넣고 있다. 평범한 사람들의 고통과 불안은 아랑곳없이 이 상황을 반길 순 없다. 경제 위기와 붕괴가 자동으로 좌파에게 기회를 줄 리도 없다.

 

2년전 브렉시트를 들고나온 캐머런의 의도는 분명 이민자에게 화살을 돌리며 정치위기를 벗어나려는 괘씸한 거였다. 하지만 그도 브렉시트가 현실화될진 몰랐다. 영국 자본가들도 대체로 브렉시트를 바라지 않았는데, 썩은 이를 가진 사람이 이빨빼는 걸 싫어하는 것과 비슷했다.

 

하지만 지금은 자본가들도 분열돼 있고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 브렉시트를 원한다. 자본가 대부분이 반대하는 일을 보수당이 열심히 추진할 순 없는 법이다. 브렉시트를 주도하던 극우 영국독립당은 사라졌는데, 그 역할을 보수당 자신이 적극 흡수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 보수당 강경파는 하드(강경) 브렉시트를 원한다.

 

우파민족주의 정치가 그 바탕에 있고, 그래서 북아일랜드 문제에서도 역겨운 영토적 통합성운운하고 있다. 당연히 소프트든 하드든 보수당이 내놓은 브렉시트 방안은 모두 이주민에 대한 공격, 국경 통제 강화와 연결돼 있다. 그리고 지금 브렉시트와 그것이 가져온 혼란을 반기는 사람들 편에는 보리슨 존슨, 르펜, 트럼프 등이 서 있다.

 

동시에 브렉시트 찬성인지 반대인지 도무지 알 수 없다는 노동당의 수수께끼도 여전하다. 충분히 이해가 된다. 브렉시트 찬성 쪽에는 분명 유럽연합이 추진한 신자유주의와 긴축, 실업과 복지 삭감에 대한 분노가 깔려있고, 잔류는 곧 유럽연합과 그 정책 지지처럼 곡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제레미 코빈은 탈퇴냐 잔류냐의 구분이 핵심이 아니다. 노동하는 다수와 부를 독점한 소수의 구분이 진정한 대립이다라고 했는데 전적으로 맞는 말이다. 하지만 모두 알다시피 우리는 노동자 편이라는 세력과 우리는 자본가 편이라는 세력이 나란히 마주보고 서서 싸우는그런 순수한 계급투쟁은 현실에 없다.

 

계급 적대와 대립은 온갖 다양하고 뒤틀린 형태로 나타나기 마련이고, 지금 영국에서 그것은 브렉시트를 통하고 있다. 당연히 양쪽 모두에 지배자와 노동대중이 섞여 있다. 하지만 2년전 잔류에 투표했던 쪽에 더 유색인종, 무슬림, 이민자, 청년, 노조원들이 많았고 친이민, 친페미니즘, 친생태주의 경향을 보인 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아래 사진처럼 지난해 10월 런던에서는 70만명이 거리를 행진하며 브렉시트 반대 민중 재투표를 요구했다. 대부분 친이민 다인종 청년들이었고, 2003년 이라크전 반대 집회 이후 영국 역사상 최대규모의 시위였다.

 

코빈을 통해서 더 좌파적이고 대중적으로 거듭난 노동당이 영국에서 뭔가 의미있는 운동을 건설하려면 결코 이 70만을 우회할 수 없어 보인다. 또 중요한 것은 어떤 입장이 이민자들에게 두려움과 불안감이 아니라 안도감과 연대감을 느끼게 할 것이냐다. ‘영국이 우선이다라는 구호가 두드러진 브렉시트 찬성 쪽에서는 답을 찾기 어려워 보인다




 

 

이집트 혁명 8주년을 돌아보며

 

125일은 이집트 혁명 8주년이었다. 독재자 무바라크가 퇴진했던 8년전 그날을 기념한 행사에 갔다왔다. 난민으로 와 있는 이집트 혁명가들(ERA: Egyptian revolutionary activists)이 준비한 행사였다.

 

반혁명이 가져온 고통과 난민으로서 고난에도 굴하지 않고 혁명을 기념하며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그분들을 보며 큰 힘과 영감을 얻는 시간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같이 영상을 보고 발언과 질의응답을 들으며 혁명을 기념했다.

 

그 과정에서도 이야기됐지만, 이집트 혁명은 2008년 세계 자본주의 위기의 결과이기도 했다. 또 이집트를 포함한 아랍혁명은 이어서 유럽(인디고나도스)과 미국(월가 점거하라) 등에 번져가며 국제적 저항 물결을 일으켰다.

 

하지만 2013년 군부반혁명 이후 지금 이집트는 무바라크 시절보다 더 엄혹하다. 경제를 거의 전적으로 소유통제하는 군부는 20여개의 감옥을 새로만들고 수만 명을 투옥, 고문, 사형시키며 권력을 유지하고 있다.

 

아랍혁명 전체를 보면 상황은 더욱 처참하다. 시리아는 내전으로 가면서 수십만명이 희생됐고, 예멘도 전쟁에 빠져들었고, 리비아의 혼돈은 여전하다. 튀니지 정도가 혁명의 성과를 어느 정도 유지하고 있다.

 

작년에 본 영화 <충돌>이 기억난다. 시위 도중 체포된 사람들이 경찰버스 안에서 겪는 몇시간이 영화의 전부인데, 이집트 혁명의 실패와 혼란을 담아낸 축소판이었다. 다양한 직업, 종교, 젠더, 세대의 사람들이 서로 증오, 불신하며 버스 안은 아수라장이 된다. 이슬람주의자인 아들을 미워하던 군부 지지자 아버지는 결국 질식해 죽는다.

 

영화뿐 아니라 실제 혁명 과정을 봐도 그렇지만, 강력한 물리적 투쟁만이 진정한 투쟁이고 혁명인양 여기는 것이 얼마나 협소한 시각인지 돌아보게 된다. 영화에도 나타났듯이 이슬람포비아야말로 혁명의 분열과 실패에서 핵심 구실을 했다.

 

이슬람포비아는 지금도 중동에서 독재를 유지하는데, 유럽에서 난민을 희생양삼는데, 제국주의가 군사개입을 정당화하는데 만능키처럼 활용되고 있다.(이 나라에선 종북몰이가 비슷한 구실을 해왔고)

 

2013년 당시 일부 좌파가 취했던 잘못된 판단을 부끄럽게 돌아보게 된다. 무슬림형제단 출신 대통령 무르시의 퇴진 요구를 지지하면서, 군부쿠데타와 연결된 이 과정을 ‘2차혁명이라고 환영했었다.

 

물론 지금 문정부가 촛불의 요구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듯, 무르시도 혁명의 기준에 크게 부족했다. 하지만 어떤 맥락에서 무르시 퇴진이 제기되는지 분별하지 못하면서, 사실상 이슬람포비아에 말려들게 됐던 거 같다.

 

형식은 군부쿠데타이지만 내용적으로는 혁명의 배신자를 쫓아내는 민주주의의 절정이라고 반기며 ‘3차혁명으로 나가자고 하던 걸 반성적으로 돌아봐야 한다. ‘연속혁명론에 대한 기계적 적용과 집착이었던 것도 같다.

 

물론 반혁명과 우여곡절로 뒤덮인 혁명의 긴 과정에서 민중은 계속 배워나간다. 하지만 그것은 좌파가 정해놓은 답을 민중이 깨닫고 따라오는 과정이 아니며, 좌파 스스로가 솔직히 오류를 인정하고 배우려고 하는 게 필요하다.

 

최근 수단에서 벌어지는 반란이 보여주듯 지금의 '겨울'은 언젠가 다시 아랍의 봄으로 바뀔 수 있다. 최근 프랑스를 보면서 노란조끼를 판매금지했다는 이집트 알 시시 군부정권도 그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기사 등록 20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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