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니 챈(Jenny Chan)
(Assistant Professor. Department of Applied Social Sciences. The Hong Kong Polytechnic University)
[중국에서 민주노조를 만들려는 노동자들과 노학연대에 나선 학생들 모두에 대한 가혹한 탄압들이 지속되고 있다. 이것이 국제적 항의와 연대를 일으키고 있고, 중국이 세계 자본주의에서 차지하는 위상과 중요성 때문에도 주목받고 있다. 특히 선전에 있는 제이식(JASIC) 공장을 둘러싸고 탄압과 저항이 확대되고 있는데, 아래 글은 이 상황에 대해 설명하면서 중국 노동자 운동의 현재와 전망을 살펴보고 있다.
제니 챈(陳慧玲) 홍콩 폴리테크닉 대학교 교수가 쓴 이 글은 원래 성현석 기자의 꼼꼼한 번역으로 <프레시안>에 3차례 나뉘어서 실렸던 글(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225608)인데, 제니 챈 교수와 <프레시안> 성현석 기자의 허락을 얻어서 여기에 재게재한다. 고맙게도 제니 챈은 곧 발행될 미국의 계간지 <New Politics>에 실릴 예정인 글을 먼저 싣도록 보내주었다. 집필과 번역에 많은 수고가 들어간 긴 글을 다시 옮겨서 실을 수 있도록 허락해 준 필자와 <프레시안>에 깊이 감사드린다.]
* 제이식 노동자와 학생들을 지원하는 관련 계정과 링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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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진행중인 국제연대 https://bit.ly/2RZ7OFh
지난해 7월 27일, 중국 공안이 선전에서 30명을 체포했다. 이 가운데 29명은 제이식 노동자였다. 나머지 한명은 이들과 연대하는 선멍위라는 청년이었다. 그는 얼마 전에 대학을 졸업했고, 연락이 완벽하게 두절돼 있다. 더 최근에는 제이식 노동자들과 연계돼 있다고 알려진 이주노동자 센터 관계자가 단속을 당했다. 이는 다른 활동가들에 대한 중국 정부의 경고다. 제이식 노동자들의 싸움에 너무 깊이 개입하지 말라는 메시지다.
국영 매체들은 제이식 해고 노동자들이 "불법적이고 폭력적인 행동"을 해서 큰 충돌이 벌어졌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미등록 불법 단체"가 선동했다고 보도했다. 이번에 쓰는 글은 이런 보도에 대한 반박이다. 문제의 핵심이 노동자들의 권리에 대한 뻔뻔한 위반이라는 것을 보여줄 것이다. 그리고 제이식 고용주와 중국 정부의 이익이 사태의 중심에 있다는 것도 밝힐 것이다. 여기엔 중국의 유일한 공식적인 노동조합연맹인 중화전국총공회(All China Federation of Trade Unions, ACFTU. 中華全國總工會. [중국에선 노동조합을 공회라고 부른다.])도 포함된다.
지난해 5월 초, 제이식 관리자들은 일부 노동자에게 부당한 벌금을 물렸다. 또 회사 측은 노동자들을 위한 주택기금도 제대로 내지 않았다. 이럴 때 어떻게 해야하나. 일단 해당 지역 단위 노동조합 간부들은 법에 기대라고 조언했다. 중국 법이 그들의 권리를 보호할 것이라고 했다. 물론, 법이 보장한 영역이 있다. 중국 노동조합법에 따르면, 25명 이상을 고용한 기업은 사업장에 기초적인 노조 위원회를 만들 수 있다. 아울러 기업 단위 노조는 그보다 상급 단위 노조의 승인을 받는다.
그러나 한계도 분명하다. 이 대목에서 중화전국총공회의 역할이 있다. 중화전국총공회의 사회경제적 목표는 중국 공산당과 정부의 통제 밖에서 독립적인 노동조합이 생겨나는 것을 미리 막는 것이다. 요컨대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노동조합 설립은, 노동조합연맹인 중화전국총공회에 의해 가로 막힌다. 1990년대 이래 중국 노동조합은 규모 면에서 크게 성장해했다. 그러나 동시에, 노동자들의 파업과 시위는 분쇄됐다.
2005년 중반에는 약 48만 개의 외국 투자 기업 가운데 단지 33퍼센트, 그리고 민영 기업의 30퍼센트 이하에서만 노동조합이 결성됐다. 해당 지역 노동조합 간부들은 꾸준히 조직화를 시도했다. 광둥성에선 2006년 말까지 외국 투자 기업의 60퍼센트에서 노동조합이 만들어졌다. 2007년에는 세계 상위 500대 기업이 중국에 투자해서 세운 기업 전부에서 노동조합을 만들자는 게 목표였다.
2009년 말에는 <포천> 선정 500대 기업 가운데 중국에 있는 기업의 92%에서 노동조합이 생겼다. 이 가운데는 폭스콘, 월마트 등 대기업도 포함돼 있다. 그리고 2016년 말에는 3억200만 명이 가입한, 280만 개의 기업별 노조가 생겼다. 공식적으로 중국은 세계에서 노동자가 가장 광범위하게 조직된 나라가 됐다. 하지만 딱 여기까지다.
민주노조를 향한 제이식 노동자들의 투쟁
제이식(佳士科技股份有限公司)은 2005년 설립된 회사다. 선전 증권 거래소에는 2011년에 등록됐다. 광둥성 내 500대 기업 가운데 하나이며, 용접기기 분야에서 전문성이 있다. 이 회사에선 창업 초기에도 노동조합 설립 시도가 있었다. 하지만 실패했고, 이는 덜 알려져 있었다. 제이식 관리자들이 꾸준히 책임을 회피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임금, 노동시간, 보건 및 안전, 그밖의 복지 혜택 등에 대해 노동자와 협의할 책임 말이다. 그 사이, 다양한 문제가 쌓였고, 노동자들은 권리를 보장받지 못했다.
지난해 5월에야 비로소 회사 측은 "질서 있는 노조"를 허용한다고 밝혔다. 회사 측 움직임은 노동자들이 밑에서부터 올라오는, 전례 없는 도전에 대한 전략적 대응이었다. 제이식 노동자들을 이끄는 이들은 재빨리 89명의 서명을 받았다. 노동조합 결성을 위한 지원서 1000장을 모으는 게 목표였다. 바로 이 대목에서. 지방 정부는 노동자들의 단결을 향한 그저 허울뿐인 지원마저 거둬들였다. 그리고 관리자들 편에 섰다. 제이식 관리자들과 지방 정부는 아주 가까워졌다. 그들은 자기네 입맛에 맞는 새로운 노동조합을 만들기로 했다.
지난해 8월 초, 제이식 관리자들은 노동자들의 주도권을 깨부쉈다. 아울러 새로 만들어진 노조에선 당초 노동자들의 지지를 받았던 대표들이 완전히 배제됐다. 불충분한 법적 보호, 그리고 독재적인 관리 아래에서 노동자들이 서로 공유한 슬픔을 표현할 유일한 길마저 차단돼 있었다. 항의나 파업을 하는 건 아주 위험했다. 임금이나 복지에 대해 사 측으로부터 양보를 이끌어내는 것 역시 불가능했다.
더 나쁜 일도 있다. 노동조합 조직가들은 "불법 행위"를 했다며 고발당했다. 아울러 회사 측 보안요원과 지역 경찰(공안)로부터 공격당했고, 결국 회사에서 쫓겨났다. 제이식에서 해고된 유전콩, 미쥐핑, 류펑화, 리잔 등은 "사회 질서를 교란하기 위해 사람들을 모았다"라는 죄명으로 고발당했다. 그들의 가족, 변호인 등은 끈질긴 협박과 괴롭힘에 시달렸다.
중국 사회에선 불안정 노동이 증가 추세다. 이를 고려하면서 중국 노동조합(공회) 개혁의 미래를 고민하는 이들도 있다. 팀 프링글이 그런 사람이다. 그는 기업 단위에서 더 많은 노동조합이 생겨야 할 뿐아니라, 상급 단위의 역할도 더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노동조합 상급 단위가 현장에 대해 더 적극적인 지원을 하고, 더 긴밀하게 반응하며, 보다 직접적인 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정반대였다. 베이징에 본부를 둔 중화전국총공회는 노동조합을 만들려는 제이식 노동자들에 대한 차별과 보복을 사실상 지지했다. 중국 노동자들은 정치, 경제적 권리를 향한 투쟁을 시작했다. 여기엔 노동조합 지도부를 제대로 된 선거로 뽑자는 요구도 포함돼 있다. 그리고 이런 싸움은, 중국 정부의 관심을 끈다. 정부의 정통성과 관련이 있는 문제다. 그래서 시진핑이 이끄는 정부는 노동 갈등과 사회적 불만을 푸는 방식을 찾았다.
제 목소리를 내는 노동자들이 있다. 그들의 항의는 정부의 중재를 거치곤 했는데, 이는 사회적 조화를 회복하는 일로 여겨졌다. 이런 일이 몇 번이고 반복됐다. 중국 관료들은 현장 노동자들의 분쟁을, 항의를 흡수하는 방식으로 요령껏 덮는 기술을 발전시켰다.
여기엔 다양한 기법이 포함된다. 우선, 노동자들이 보상 요구에 대한 "현실적 기대치"를 낮추게끔 하는 게 있다. 아울러 노동자에게 불리한 양보를 허용하도록 압력을 넣는 방식도 있다. 동시에 항의하는 노동자의 가족 및 다른 사회적 관계에 개입해서 조작하는 길도 있다. 이는 저항을 잠재우는 효과적인 기술이다. 이런 식으로 노동자의 연대는 종종 소멸했다. 이 과정에서 노동자의 지도자가 협박당하거나 체포되곤 했다. 물론, 매수당하는 일도 있었다.
저항과 파업이 있은 뒤엔, 관료와 기업 간부들이 긴밀한 협력을 하게 된다. 이들은 노동자들의 상태를 감시하는 다면적인 방법을 고안해서 발전시켰다. 노골적인 탄압 외에도, 관료와 기업이 택할 방법은 많다. 혼다 자동차 부품 공장에서 벌어진 일은, 잘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한 상세한 기록이 있기 때문이다.
콩쉬안홍 광둥성 노조 연맹 부의장은 2010년 현장 노조 선거를 관리했다. 이듬해인 2011년 임금 및 단체 협상도 이끌었다. 그러나 몹시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였고, 노동자들로부터 불신임 당했다. 그럼에도 노조 지도부에 남을 수 있었다. 노동자들은 부분적으로나마 개혁이 이뤄진 노조에서 이런 일이 생긴 데 대해 몹시 실망했다. 그리고 두 명의 "선출된" 지도부는 회사 측 고위 관리자의 목소리를 반영했다. 아울러 관리와 통제를 강화하는 입장을 대변했다.
회사를 향한 노조의 압력은 분명히 있다. 주로 임금 관련 쟁점을 향한 압력이다. 하지만 "산업 평화"라는 이름으로, 다른 요구를 무시하는 일이 잦다. 여성 노동자의 권리와 복지에 관한 요구가 주로 희생된다. 유급 출산 휴가를 보장하라는 요구가 대표적이다. 또 한 시간 동안의 식사 시간이 보장돼야 한다는 요구 역시 무시됐다.
결과적으로, 중국 노조는 평범한 현장 노동자들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 노동자가 자부심을 가질만한 조직이 되지 못했다. 반면 정부는 "안정을 구매"할 수 있었다. 노동자가 순응한 대가로, 약간의 물질적 혜택을 나눠줬다. 대신, 노동자가 정부 정책에 영향을 줄 기회가 닫혔고, 보다 폭넓은 개혁을 할 가능성도 좁아졌다. '중화전국총공회'로 대표되는 중국 노동조합이 한 역할이다.
노동 현장의 분쟁과 사회적 불안을 관리하려는 정부의 노력은 양면적이다. "안정을 구매"하는 방식 말고도, 노골적인 강압이 있었다. 중재 혹은 재판에 대해 위에서 아래로의 개입이 공공연했다. 집단 소송을 담당한 법원은 사건을 쪼개고 원고를 고립시키곤 했다. 목소리를 내는 노동자들은 이렇게 갈라졌다.
중국 관료들이 자유 재량권을 남용하는 경향도 한몫했다. 노동자가 직접 자신들의 문제를 푸는 조직을 꾸리게끔 하기보다는, 관료가 알아서 해결하는 방식이 더 일반적이었다. 이런 방식이 얼마나 지속가능할까. 그건 아무도 모른다. 더구나 노동자의 권리와 이익이 걸핏하면 훼손되는 구조에선, 더욱 불분명하다.
여기에 중요한 변수가 보태졌다. 중국 현대사에서 학생과 지식인의 역할은 아주 중요했다. 100여 년 전인,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초반의 역사는 특히 그렇다. 초기 노동운동에 미친 영향 역시 결정적이었다. 그리고 학생들이 지난해부터 제이식 노동자들의 투쟁에 연대하고 있다. 공산당과 정부의 지원 속에서, 중국 경제는 아주 깊이 시장주의에 빠져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자와 학생이 연대하는 건, 새로운 사회적 각성이 시작됐다는 걸 보여준다.
지난해 7월 말부터 온라인 탄원이 활발히 진행된다. 중국 정부가 잡아 가둔 노동자와 지지자들을 풀어달라는 요구다. 이와 함께, 중국 본토에 있는 20여 곳 이상 대학의 학생들이 조직을 꾸렸다. 제이식 노동자와 그들의 가족을 지원하는 모임이다. 아울러 중국 정부의 온라인 감시와 검열에 맞서 싸우는 조직이기도 하다. 이들의 웹 사이트에 있는 한 단체사진을 보면, 붉은 글씨로 굵게 쓴 구호가 있다. 한 학생이 자기 티셔츠에 새겨 넣었다. "단결은 힘"이라는 구호다.
현장 학습과 사회 조사에 참여하는 중국 대학생들이 꾸준히 늘었다. 저임금으로 생활하는 대학 청소부, 구내식당 직원, 건설 노동자, 치명적인 진폐증을 앓는 광부, 원래 살던 집과 땅에서 쫓겨난 농부, 도시 변두리에서 생활하는 농민공…. 이들의 삶속에 들어간 대학생도 함께 늘어났다.
어떤 학생들은 공장에 직접 취업해서 생산 라인에서 일하는 길을 택했다. 예컨대 아이폰은 전 세계에서 쓰인다. 하지만 아이폰이 시장에 나오기까지 어떤 노동이 이뤄지는지, 그 구조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것을 이해하고자 공장에 들어간 학생들이 있었다.
다른 학생들은 다양한 성적 괴롭힘, 젠더 폭력에 주목했다. 이런 사례를 함께 나누는 "미투" 운동에 힘을 보탠 학생들이다. 그들은 대학과 사회에서 벌어진 성폭력 사례를 알리는 블로그를 개설했다.
중국 학생 운동가들의 사회경제적 배경은 다양하다. 그러나 지속적인 불평등과 불의의 원천을 되짚어보기 위해 모였다는 점에선, 그들은 늘 함께였다. 그들은 평등과 사랑과 자유를 열망했다. 그들은 칼 마르크스, 블라디미르 일리치 레닌, 마오쩌둥, 루쉰의 고전을 읽고 토론했다.
지난해 7월 27일, 제이식 노동자들에 대한 중국 정부의 대대적인 단속이 있었다. 그 뒤, 여러 대학의 제이식 노동자 지원 모임은 공개 회합 등을 통해 정부에 메시지를 보냈다. 이 가운데 일부는 중국 안팎의 언론 매체의 머리기사가 됐다. "우리의 동지들을 돌려보내라. 노동자들을 우리에게 돌려보내라."
아울러 학생들은 동영상, 사진, 블로그 등 온라인상에서 다양한 긴급 지원 활동을 했다. 인권 탄압에 맞서 항의하던 노동자와 동료 학생의 석방을 요구했다. 하지만 지난해 8월 24일, 선전에 인접한 후이저우(惠州)시에서 경찰 기동대가 한 임대 아파트를 급습했다. 그곳에서 약 50명을 체포했다. 학생과 노동자가 포함된, 제이식 노동자 지원 모임 회원들이었다. 그들 가운데 일부는 신원이 알려졌다.
웨신. 그녀는 22살이며, 베이징대학교를 갓 졸업했다. 외국어를 전공했다. 지난해 8월 경찰의 급습 이후 연락이 끊겼다. 그녀의 행방에 대한 소식은 지금까지 완벽히 차단돼 있다. 리통. 난징대학교의 '마르크스 사회' 모임 회원이다. 대학 졸업반인 그는 가택 연금을 당한 상태다. 후홍페이. 난징대학교의 '마르크스 사회' 모임 회원이다. 언론학 전공이며 졸업반이다. 그녀는 46일 동안 가택 연금 상태였다. 그리고 지난해 10월 11일, 간신히 탈출했다. 그때까지 그녀는 경찰의 긴밀한 감시를 받았었다. 부모와 선배들이 그녀에게 학생운동을 접으라고 압박했다. 하지만 그녀는 자기 뜻을 꺾지 않았다. 탈출한 그녀는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어둠 속에서 빛나는 반딧불처럼, 스스로 빛과 열을 내며 살아가겠다."
그리고 구지아위(베이징대학교 졸업생), 장승예(베이징대학교 졸업생), 우지웨이(인민대학교 졸업생), 쑤종리앙(베이징과학기술대학교 졸업생), 양샤오캉(베이징과학기술대학교 졸업생), 그밖의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청년들이 경찰에 잡혀가거나 집안에 감금됐다.
일부 석방된 청년들은 조사 과정에서 협박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그들의 협박한 이들은 정체가 모호하다. "광범위한 사회 관리 팀" 정도로 부를 수 있다. 각각 다른 정부 기관으로부터 지휘를 받는 이들이다. 이렇게 잡혀갔던 청년들은 앞으로 진보적인 공부를 하지 말라는 협박을 받았다. 공부를 계속 하면, 처벌을 받는다고 했다. 그들은 위챗(중국의 온라인 메신저) 등 통신 수단 사용이 엄격하게 제약된 상태다.
그리고 지난해 9월, 신학기가 시작됐다. 베이징대학교, 베이징과학기술대학교, 인민대학교, 난징대학교 등에선, 대학 당국이 마르크스주의, 마오주의 관련 연구 모임들에 대해 면밀하게 조사했다. 해당 모임의 구성원과 등록과정, 목표 등에 대한 조사다. 이는 좌익 성향 학생 조직에 대한 전면 사찰이었다. 새로 떠오르는 노학연대 기풍, 진보적 변화에 대한 학생들의 열망을 결코 인정하지 않겠다는 대학 측의 메시지였다. 베이징과학기술대학교의 마르크스주의 모임은 지난해 10월 12일 영구 폐쇄 통보를 받았다. 설립한 지 6년이 된 모임이다.
여러 대학의 진보 좌파 성향 학생 운동가들은 대학 내 공산당 위원회로부터 앞으로 어떤 활동도 하지 말라는 통보를 받았다. 하지만 완벽한 침묵은 불가능하다. 학생 운동가들의 입을 막을 수는 없다. 그들은 공개적으로 맹세했다. 그들이 속한 조직의 몸통은 등록이 취소될 수 있다. 최근 새로 개정된 학사 관리 규정에 따르면, 대학 관료가 조직을 폐쇄할 수 있다. 그러나 조직의 영혼까지 없앨 수는 없다. 사회 정의를 추구하는 영혼은 살아있으리라는 게 학생 운동가들의 맹세였다. 베이징과학기술대학교의 한 학생은 투쟁 결의를 담아 주먹을 움켜쥐었다.
풀뿌리 노동조합의 재활
"위대한 중국의 꿈을 실현하라. 조화 사회를 건설하라."
중국 정부가 내건 깃발에 적힌 문구다. 하지만 그 꿈이 정확히 무엇을 뜻하는지는 논쟁거리다. "중국의 꿈"은 과연 무엇인가. 그리고 그 꿈을 실현하라는 요구를, 과연 누가 할 수 있나. 그 역시 논쟁거리다.
중국 노동자들의 의식과 실천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학생, 지식인, 국내외 활동가들이 함께하고 있다. 이는 세계 경제 속에서 중국의 미래를 그리는데 중심 역할을 한다. 노동자들의 진보적 변화를 고려하지 않고서는, 중국의 미래를 내다볼 수 없다.
제이식 노동자들은 그들의 존엄과 정치적 권리를 위해 치열하게 싸웠다. 그 과정에서 부딪힌 모든 역경에 맞섰다. 그들의 이런 모습은 동료 노동자와 학생들을 고무시켰고, 새로운 행동에 나서게 했다. 중국 밖에서도 반응이 있었다.
지난해 10월 20일, 미국 코넬 대학교 노사관계 대학원은 중국 인민대학교와 진행하기로 했던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전격 연기했다. 중국 대학 당국의 노골적인 학생 탄압에 대한 우려를 전달하는 조치였다. 지난해 여름 동안 인민대학교 측이 제이식 노동자와 연대했던 학생들을 탄압한 데 대한 항의였다. 엘리 프리드 코넬 대학교 노사관계 대학원장은 "안정에 대한 병적인 강박에 사로잡힌 중국 정부, 그리고 그 대리인들이 학생들을 블랙리스트에 올리고 부당한 징계를 했다"면서 "이는 학문의 자유에 대한 심각한 침해"라고 이야기했다.
제이식 노동자들을 포함한 중국 노동운동가들에겐 새로운 과제가 있다. 효과적인 리더십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노동자들은 외부의 연대 없이 그들 자신만의 노력에만 기대야 한다. 그리고 오로지 경제적 보상과 이익만을 요구하도록 강요당한다. 그런데 이런 절차는 대부분 법으로 명시돼 있다. 문제는 법률서적에 적혀 있는 권리와 실제 적용 사이의 차이가 거대하다는 점이다. 효과적인 리더십이 있어야만, 이런 한계를 넘어설 수 있다.
제이식 노동자들의 투쟁처럼, 풀뿌리 노동조합의 재건과 재활을 향한 노력은 앞으로도 다양하게 전개될 것이다. 노동자들의 이런 도전은, 유화적 대응과 강압을 전술적으로 섞는 중국 정부의 대응에 부딪힐 것이다. 이는 새로운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을 낳는다. 그 길의 끝에 무엇이 있을지, 아무도 알 수 없다. 그러나 피할 수 없는 길이다.
(기사 등록 2019.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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