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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의 혁신

노동계급의 재구성

by 다른세상을향한연대 2014. 6. 11.

이언 앨린슨(Ian Allinson)

번역 시우

 

[편집자 주] 이언 앨린슨이 비버리 J 실버(Beverly J. Silver)가 쓴 노동의 힘 : 1870년 이후의 노동자운동과 세계화(Forces of Labor : Workers’ Movements and Globalization since 1870,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03)의 핵심적인 아이디어를 요약하고 있다. 실버의 책은 노동계급의 힘에 대해 유익한 설명을 제공하며 노동운동의 전략적 혁신을 고민하는 우리에게도 영감을 주고 있다. 한국에서도 이미 2005년에 같은 제목으로 그린비 출판사에 의해 번역 출판돼 있는 상태이다. 이 글의 원제는 “Remaking the Working Class and its Power”이며, 원문은 RS21 블로그에 실렸다. (http://rs21.org.uk/2014/06/01/remaking-the-working-class-and-its-power/) 교정·교열은 서범진이 수고해줬다.

 

비버리 J 실버(Beverly J. Silver)의 『노동의 힘 : 1870년 이후의 노동자운동과 세계화』(Forces of Labor : Workers’ Movements and Globalization since 1870,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03)


 

노동의 힘은 십년 전 즈음 출간된 이래로 호평을 받아 왔다. 그러나 이 뛰어난 저작에 대해서 토론이 이루어진 바는 거의 없다. 이대로라면 사람들은 앞으로도 이 책을 읽지 않게 될 것이다.

실버의 책은 다양한 노동자 집단이 각각 어떤 종류의 힘을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고용주들의 다양한 대응 수단에 어떻게 취약해 질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던져 준다. 이 책을 읽으면, 어떤 방식의 투쟁이 각기 상이한 작업장과 산업 부문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 그 단초를 얻을 수 있다.

실버는 한 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세계 노동 계급의 상태와 투쟁이 어떻게 발전해왔는지 그 양상을 잘 설명하고 있다. 지역적, 부문적 흐름 또는 일시적 변화에 과민반응 하는 정치가 유행하고 있는데, 실버의 책을 잘 이해하면 그런 경향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이 책은 앞으로 전개될 투쟁의 양상이 어떨지, 그리고 어디가 투쟁의 장()이 될 것인지 예측하고 있다.

 

노동계급의 형성

 

마르크스는 자본주의가 노동계급을 형성함으로써 스스로의 무덤을 파는 사람들을 만들어낸다고 말했다. 실버는 이 과정이 1회성 과정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노동계급의 지속적인 재형성 속에서 이루어진다고 설명한다. 거대한 변화가 생산 영역에서 일어나 노동계급에게도 큰 영향을 주는 시기가 있다. 이런 시기엔 낡은 사회적 관계와 전망이 변화하고 파괴된다. 먼저, 이런 변화에 위협을 느끼는 노동계급의 이미 잘 구축되어 있는 영역에서 방어적 투쟁이 일어날 수 있다. 생산라인 기술에 위협을 느낀 수공업 노동자들의 경우나, 혹은 시장논리가 우리의 삶 속에서 심화되고 넓어질 때 우리들이 느끼는 반감을 생각해 보라. 당장 새롭게 형성된 노동계급이 곧바로 투쟁을 전개하기엔 쉽지 않다. 새로운 노동계급이 그들 스스로에 대한 관점, 자신과 외부와의 관계, 그리고 스스로의 힘을 자각하여 그 힘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터득하는 데에는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기존에 잘 조직되어 있는 부문의 노동계급이 이런 흐름에 저항하는 방식은 진보적인 성격을 띨 수도 있다. 수공업 노동자들이 반()숙련 대량 생산 노동자들과 연대하는 경우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들의 저항이 반동적인 성격을 가질 수도 있다. 실버는 국가, 고용주, 노동자 조직들이 각자 자신들의 권익을 지키기 위해, 여러 가지 방식으로 경계 긋기”(boundary drawing)를 한다고 주장한다. 잘 조직된 노동자 부문은 기존에 누리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자본에 의해 수립된 노동의 분화(예를 들어, 국적, , 인종 혹은 숙련도)를 이용하려 들 것이다. 예를 들어, “영국 직장은 영국 노동자의 것!”와 같은 슬로건이나, 주택 할당 문제를 둘러싼 담론들이 그러하다. 고용주들은 이러한 경계선을 활용해 노동자들의 핵심 조직들이 투쟁에 가담하지 못하도록 하거나, 광범위한 연대 투쟁으로 발전하는 것을 막으려고 든다. 고용주들은 강한 불만을 가진 노동자 집단이 강력한 힘을 가진 노동자 집단과 분리되기를 바란다.

실버는 수공업 노동조합이 어떤 과정을 거치며 기계화작업의 단순화임금 하락을 방어하지 못했는지 주장한다. ()숙련 노동자들의 증가는 대중실업을 함께 수반한다. 이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노동자들은 산업영역별 노동조합으로 조직화할 필요가 있다. 그녀는 생산영역에서 큰 변화가 발생하면, 유의미한 첫 번째 승리 물결은 새로운 산업 지역(예컨대 보다 발전된 경제 영역)에서 생산 주기(product cycle)가 혁신되고 있을 때 찾아온다. 그리고 투쟁의 두 번째 물결은 생산 주기의 발전 국면이 끝날 때 쯤[각주:1] 구조조정에 반대해 일어나곤 한다.

19세기 후반 그리고 20세기 초반, 파업은 수공업 노동자들의 권리에 대한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시작되곤 했다. 하지만 곧 전체 공장들로 그 투쟁은 번져나갔고, 결과적으로 다른 작업장으로 투쟁을 확산되었다. 이런 현상은 비()숙련 노동자들이 특정한 지역에 밀집되어 생활했기 때문에 벌어질 수 있었는데, 그들은 노동 조건과 다른 여러 문제에서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실버는 투쟁들을 묘사하는 데 두 가지의 범주를 이용한다. 그녀가 마르크스-유형”(Marx-type)이라고 명명한 투쟁들은 본질적으로 착취율을 둘러싸고 벌어진다. “폴라니-유형”(Polanyi-type) 투쟁은 삶에 상품화 과정이 더 깊고 넓게 침투하는 것에 맞서 사회적 규범들을 지키기 위해 벌어진다. 이러한 구분 그 자체는 불명확한 것이긴 하지만, 그녀는 이 개념들을 활용해 노동계급의 기존에 잘 구축된 부문 그리고 신생 부문에서의 투쟁의 동학을 통찰력 있게 제시하고 있다.

 

노동자들의 힘은 어디서 오는가?

 

실버는 에릭 올린 라이트(Eric Olin Wright)의 노동 계급의 힘의 근원에 대한 통찰에 바탕을 두고 자신의 생각을 발전시킨다.

연합적힘은 노동자들의 집단적으로 행동하도록 조직되어 있다는 데서 기인한다. 이것은 단지 노동조합에 국한된 의미가 아니다. 정당 운동, 사회 운동, 지역 조직 등을 포함한 이야기다.

구조적힘은 경제적 시스템 안에서 노동자 집단이 차지하는 위치에서 비롯하는 것이다. 실버는 구조적힘을 두 하위범주로 구분한다.

시장에서의 힘은 빠듯한 노동시장[각주:2], 특정 기술 보유자가 드문 경우, 완전고용상태, 노동자들이 임금 외 소득이 있는 상황의 경우 발생한다. 고용주들은 드문 기술을 습득한 노동자들과 웬만하면 싸움을 택하려 하지 않는다. 실업 수준이 낮은 상황이거나, 임금 수령에 문제가 있을 때 수당을 챙겨 주는 좋은 복지 시스템이 국가에 갖춰져 있을 때, 노동자들이 생활에서 의존할 수 있는 가족이 있을 때에도 그렇다.

작업장에서의 힘은 좀 더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일 수 있다. 이 범주는 노동자 집단의 전략적 위치에 관한 것이다. 그 힘은 특정한 기업체, 핵심 산업 부문에서 생겨날 수 있으며, 혹은 노동 부문의 전체의 사회적 분화 속에서 나타나기도 한다.

이런 개념들의 유용성은 실버가 이를 특정 산업들에 적용할 때 분명하게 드러난다. 그녀는 섬유 산업(19세기의 선두 산업)과 자동차 산업(20세기의 선두 산업)을 자세하게 검토한다. 실버는 자동차 산업 노동자들이 섬유 노동자들에 비해 훨씬 강력한 작업장교섭력을 가졌다고 강조한다.

섬유 생산 시장에 진입하는데 요구되는 자본의 양은 자동차 산업에 필요한 양보다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낮았다. 결과적으로, 섬유 산업엔 훨씬 많은 경쟁 업체들이 존재했다. 따라서 한 섬유 업체에서의 투쟁은 자동차 산업에 비교해 산업 전체에 줄 수 있는 영향력이 적었다. 각 작업장엔 상대적으로 저조한 투자가 이루어졌기에, 생산을 타지역으로 이전하는 것이 더욱 쉬웠다. 한편, 기업체가 소규모일수록 분쟁을 견뎌낼 수 있는 여유가 적었기 때문에, 이들은 타협에 대한 더 강한 압력을 받곤 했다.

섬유 생산은 다수의 분명하게 구분된 단계로 이루어진다. 이 생산 작업은 다양한 작업장이나 업체로 나뉘어서 진행된다. 각각의 단계에서 노동자들은 동일한 조건에서 동시에 작업을 하게 되는데, 비슷한 기계들을 이용해 노동자 각각이 다른 사람들과 동일한 작업을 수행한다. 반면, 자동차 산업의 특징은 연결된 생산 라인에 기초하고 있다는 것이다. 각 노동자들은 이전 단계의 공정을 거쳐야지만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소수의 노동자 집단의 행동이라도 자동차 생산 라인 전체를(심지어는 기업 전체를) 멈추게 할 수 있다. , 다른 수천의 노동자들의 작업을 멈추게 할 수 있다.

포드주의의 등장은 노동의 탈숙련화로 자동차 노동자들의 시장에서의 힘을 줄어들게 했지만, “작업장에서의 힘은 오히려 강화시켰다. 실버는 19367년 의 제너럴 모터스의 UAW 파업을 예시로 든다. 생산라인 일부를 점령하자 파업의 물결이 일어났다. 실업 수준이 높고 노동조합 운동이 약화된 시기였는데도 말이다. 노동자들은 이러한 강력한 작업장에서의 교섭력에 의존했다. 소수 핵심 활동가 그룹의 행동은 모든 노동자들의 작업을 멈출 수 있는 핵심고리가 되었다. 소수의 행동이 벌어지면 다른 노동자들도 파업에 동참했다.

섬유와 자동차 산업 사이의 차이는 투쟁 방식의 차이로 이어진다. 전 세계적으로 봤을 때, 자동차 산업에서는 조업 거부나 연좌나 점거 등을 통한 소규모 집단의 행동이 노동자 다수의 투쟁을 이끌어냈고, 이는 종종 승리로 귀결됐다. 이와 대조적으로 섬유 노동자들의 초기 조직화 시도는 패배로 끝나곤 했다. 오직 그 노동자들이 지역과 산업 전반의 연대를 강력하게 조직할 때만이, 그들은 상대적으로 취약한 작업장에서의 힘을 만회할 수 있었다.

실버는 이 모델을 교통(항공기 제조 산업을 포함해), 교육, 반도체, 패스트푸드와 같은 재생산 서비스”, 그리고 생산자에 대한 서비스”(대중이 아닌 자본을 상대하는 서비스) 같은 다양한 오늘날의 산업들을 설명하는 데 적용하고자 한다. 특정한 노동자들이 어떤 힘을 갖는지 분석하는 그녀의 작업에서 중요한 기초가 되는 이런 분석이 나는 모든 상황에서 100% 적용된다고 확신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 접근법은 매우 뛰어난 통찰력을 지녔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은 노동운동가가가 만일 그들의 작업장이 가지는 힘의 특성이 어떤지, 그 구분에 따른 효과적인 투쟁의 전개 방식이 무엇이고 전망은 어떤지 고민하지 않는다면, 나는 그들에게 정치적으로 도전해야 한다고 본다.

 

재정립

 

실버는 수익성의 위기와 정당성의 위기 사이의 긴장에 주목한다. 수익성을 끌어올리려는 모든 시도는 기존 경제 시스템의 정당성을 약화시킨다. 기존 경제 시스템의 지지기반을 구축하려는 모든 시도는 수익성을 약화시킨다.

이 책의 많은 부분에선 자본가들이 노동자들의 저항과 이윤 압박에 맞서 사용하는 여러 가지 재정립방식을 다룬다.

그녀의 공간적 재정립”(노동조합이 약해서 낮은 임금을 수용하는 지역으로 작업장을 이전시킴) -, 공장 이전[역자]-에 대한 설명은 매우 유용하다. 물리적 공간 차원에서 이뤄지는 재정립방식에 대한 그녀의 설명은 이런 현실을 끝내 부정하는 사람들을 논박하는 중요한 무기가 된다. 그려나 그녀는 동시에 공장 이전이 한계 또한 갖는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몇 번이고 기업들은 저임금 경제의 미조직 노동자들을 착취하기 위해 생산을 이전하려고 한다. 그런데 사실 그렇게 함으로써 그 기업들은 노동자들의 힘을 재배치시키는 것이기도 하다. [새로 이전한 지역의] 노동자들은 스스로를 조직하고, 그들의 임금을 올리려 끊임없이 시도할 것이다. 실버는 유행하고 있는 바닥을 향한 경쟁”(race to the bottom) 가설을 단호히 거부한다. 그녀는 또한 자본가들이 항상 공장 이전을 시도하지 못하는 다른 몇 가지 이유들도 강조하고 있다.

실버는 공장 이전을 생산의 이전만이 아니라 힘의 재배치 문제로 접근한다. 이는 단지 저임금 경제가 발전한 경제의 전철을 밟으며 움직인다는 것만은 아니다. 트로츠키는 이런 현상을 불균등 결합 발전[각주:3]으로 이해했을 것이다. 신형 제품과 서비스는 더 발전된 경제에서 등장하는 경향이 있다. 투자와 경쟁자들이 새로운 시장에 무더기로 진입하기 전, 초기 단계의 이윤율은 매우 높을 것이다. 그러나 이윤에 대한 압박이 점점 증가하면서 생산은 저임금 경제로 이전된다. 실버는 이것을 생산 주기라고 부른다. 저임금 지역의 노동자들은 직장이 이전되면서 작업장에서의 힘을 자연스레 물려받겠지만, 그들은 이윤을 위협하지 않으려 양보를 수용할 생각이 없는 고용주들을 마주하고는 한다.[각주:4] 실버는 이런 현상이 상대적으로 가난한 국가들, 억압 수단에 주로 의존하는 체제에서 생겨나는 상시적인 정당성의 위기를 설명해준다고 본다.

재정립은 각 산업 혹은 각 생산 과정의 특성에 맞게 각기 다른 방식으로 이뤄진다. 예를 들어, 교통이나 교육산업을 다른 도시로 이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국제적 차원의 이동이 불가능함은 말할 것도 없다. 이러한 산업 부문의 작업장은 제조업과 달리 같은 지역에 속한 다른 작업장들과의 경쟁에만 종속된다. 경영자들은 노동자들에게 더 강한 압력을 가하면서 각 지역 차원에서 경쟁을 강화하려 드는 것이다. 그들은 또한 지역이나 해외에서 이주노동자들을 데려와 노동자들의 시장에서의 힘을 약화시키려 든다. 이런 방식의 재정립은 언어나 문화가 중요한 구실을 하는 교육산업보다는 교통산업에 적용되기 쉽다. 지리적인 경쟁에 첨예하게 놓이지 않은 부문, 이주노동의 비율이 높은 산업에선 국제주의의 가장 강력한 물질적 기초가 놓여진다.

실버는 다른 차원의 재정립 방식들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강한 작업장에서의 힘을 가진 노동자들의 수를 줄이고 시장에서의 힘을 떨어뜨리기 위해 경영주들은 생산 과정의 혁신에 투자하고자 한다. 이것을 기술적 재정립이라고 한다. 기업들이 경쟁이 없고, 고수익율을 남길 수 있는 새로운 신형 제품 시장으로 이동하려고 하는 경우도 있다. 이것을 상품 재정립이라고 한다. 이러한 요소들 모두 고용주들은 공간적 재정립의 대안으로 이용할 수 있는 것들이다실버는 매우 강조해서 주장하길, 이러한 재정립방식들은 고용주에 의해 선택되는 것이지, 필연적인 것은 아니라고 한다.

최근의 금융화물결 역시 초유의 흐름은 아니다. 실버는 19세기 후반의 상황과 이를 비교하면서, 그 당시에 일어났던 일이 금융적 재정립이었다고 규정한다. 자본은 생산에서 이탈해 금융 투기와 과잉 투자가 이루어 진 곳으로 투입되었다. 그 효과는 이중적이었는데 한 편으로는 생산적 투자를 줄여 생산 부문에서의 경쟁을 완화했으며, 다른 한 편으로는 노동자들 사이의 경쟁을 강화했다. [금융적 재정립이 진행된] 1890년대에는 물가가 임금보다 빠르게 인상됐고, 영구적 실업과 양극화가 심화됐다. 실버는 전후 호황 시기에도 광범위한 공간적기술적상품 재정립이 일어났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특히] 금융적 재정립을 적용한다는 것은 구조적 실업과 불평등이 강화되는 시기로 회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금융화가 일어난 양대 시기는 반()노동 공격과 더불어 노사분규가 감소하는 시기였다.

실버는 각각의 경영자들이 시도하는 재정립이 스스로에 대한 압력을 이완시키고 노동자들을 일시적으로 그리고 특정한 공간에서 약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그러나 결국 새로운 문제를 만들어낸다는 것을 효과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두 층위의 노동력

 

일본 기업들은 차별적인재정립을 시도했다. 그들은 두 층위의 노동자집단을 만들어냈다. 기술적 재정립을 시행하는 데 협력한 대가로 핵심 노동력에 대해 일종의 타협을 했다.[각주:5] 대신 동시에 불안정 노동자들을 거대한 완충제로 삼았다. 두 노동자 집단 사이의 관계는 모순적이다. 핵심 부문 노동자들이 불안정 노동자의 투쟁을 지지할만한 잠재력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동시에 그들은 노동운동을 위협으로 보기도 하며 불안정 노동자들에 대한 통제에 협력하기도 한다.

실버는 기업들이 이 모델을 다른 국가에도 적용하는 과정을 다룬다. 그러나 다른 국가의 기업들은 핵심 노동력에게 양보를 할 의향이 없으면서도 다운사이징을 시도했고, 결과적으로 차별적이면서 이중적인모델 대신 차별적이면서 낮은 대우를 하는모델을 만들어 냈다. 예상할 수 있는 바이지만, 이런 차이는 핵심 노동력을 다른 방식으로 충원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 그녀는 이중적인 노동자 집단 형성이 인종이나 국적과 같은 비()계급 경계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그래서 어떻게 노동자들의 동원에 도움이 되거나 장애물이 되는지에 대해서도 분석한다.

 

도시

 

생산자에 대한 서비스를 다루는 부분에서, 실버는 도시에 대한 몇 가지 흥미로운 점들을 제기한다.

일부 작업장, 특히 사무실은 초이동성”(hypermobile)의 조건을 가지고 있다. 이런 작업장엔 물질적 투입물이나 산출물이 존재하지 않으며, 거대하고 값비싼 전문 장비가 필요 없다. 겉으로만 보면, 마치 이런 작업장은 하늘에 자유롭게 떠있는 달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버는 이러한 작업장들이 핵심 도시로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지적한다. 현실에서 이런 작업장들은 거대한 자본 인프라의 작동에 의존한다. 자본의 이동성은 교통과 통신의 거대한 고정자본을 요구한다. 이런 작업장들은 눈에 띄는 숙련 노동자들만이 아니라, 거대한 블루칼라 그리고 핑크칼라노동자들에게도 의존하고 있다. 이 노동자들은 전형적으로 작업장에서의 힘을 결여하고 있으며, 시장에서의 힘은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들이 성공적으로 조직될 수 있다면, (그녀는 미국에서의 수위를 위한 정의 운동(Justice For Janitors)을 예로 들고 있다.) 그것은 지역 차원의 단결에 의존한 결과이다. 지역이나 도시 단위에서 연대를 건설하는 것이다.

저임금 경제에도 일부 지역에선 사무실의 형태를 띤 사업장(전산 정보 처리, 콜 센터 등)이 존재한다. 실버는 이런 부문이 얼마나 취약하며 또 이것이 통신 산업 인프라의 파괴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강조한다. 또 이 부문의 노동자들이 이런 영향력을 작업장에서의 교섭력으로 전환시키는 것을 어떻게 배워나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물음을 던지고 있다.

개인으로 존재하는 노동자 혹은 재생산 서비스 노동자들은 비슷한 조건에 놓여 있는데, 이들이 작업장에서 갖는 힘은 매우 취약하다. 큰 회사의 청소노동자나 보안 경비원은 자신들의 회사에 한정되어 압력을 가할 수 있을 뿐이다. 패스트푸드 체인은 많은 지점들을 가지고 있고 다수의 다른 브랜드도 존재한다. 그래서 한 매장에서 행동하는 것은 사실 그 지역이나 체인 전체에는 큰 타격을 주지 못한다. 도시 단위의 강력한 연대, 가능하다면 그 지역의 다른 체인들을 포괄해야 분명한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실버는 역사적으로 호텔과 레스토랑 노동자들의 투쟁이 그들 도시의 더 넓은 층위의 불만들과 결합되고 연대해 벌어져왔다고 주장한다.

 

정치적인 측면들

 

이 책의 흥미로운 부분은 노동자 투쟁의 정치적 요소들의 영향을 다룬다는 점이다.

20세기 초반 반세기, 국가는 전쟁을 수행하는 데 노동자들에게 상당한 의존을 했다. 노동자들은 이것을 양보를 이끌어내는 데 이용했다. 이 점은 생각할만한 거리를 던져 준다. 오늘날 국가가 군국주의를 선전하는 노력과 함께 기술적 재정립(예를 들어, 드론기 도입)을 통해 거대 규모의 노동자들이 전쟁에 노출되는 상황을 어떻게 피하려고 하는지 말이다.

냉전은 대립하는 양대 제국주의 세력에게 노동자들에게 더욱 매력적인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압력을 형성했고, 노동자 운동을 대하는 국가의 태도에 영향을 주었다.

다수의 저임금 경제에서는 탈식민화 시기에 노동자 운동이 반()식민지 운동과 결합되면서 동원력을 증강할 수 있었기 때문에 연대를 강화할 수 있었다. 이 운동들에서 노동자들에게 행사하는 헤게모니나 지도를 제공하는 세력의 층위는 다양했다. 탈식민화 이후 계급 분화 문제가 중요한 사회적 쟁점이 되었고, 노동자 운동은 새로운 동맹과 연대연합의 형태를 구축해야 했다.

실버는 국가의 사회화(복지 국가, 공공 서비스 등)가 노동자들로 하여금 자신의 이해관계가 국가에 달려있다고 생각하게 만들며 국제주의를 약화시킨다고 본다. [그러나] 그녀가 생각하기로는, 민영화를 통한 현재의 국가의 탈사회화와 공공 서비스 삭감은 국제주의를 다시 가능하게 할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그녀는 이런 추세가 곧 경영자나 노동자들이 머리 속에 그어놓은 비계급적 분할선들을 자동으로 사라지게 만드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위의 투쟁들은 여전히 노동력 수입 제한이나 이민자 규제에 대한 요구와 함께 제기될 수도 있다.

 

오늘날의 특성

 

실버는 지난 수 십 년을 또 다른 세계화 물결과 정부 정책이라는 차원에서 반혁명이 이뤄진 시기였다고 본다. 그녀는 세계적 규모의 산업 예비군의 구실과 노동자들의 시장에서의 힘을 약화시키는 복지 공격에 대해 분석한다. 그녀는 금융시장에 대한 국가 통제력의 축소가 전통적으로 국가 기구에 영향력을 행사해온 사회적인 연대 운동의 힘도 약화시켰다고 본다. 그러나 그녀는 또한 이와 관련된 다른 측면도 보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만약 정부가 반()테러리즘을 목적으로 자본의 운동을 통제할 수 있다면, 경제적 혹은 사회적 목적으로 자본을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할까?

실버는 객관적 조건의 변화가 승리를 불가능하게 만들었다기보다, 이런 변화로 인해 노동계급의 힘에 대한 신념이 약화된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노동계급은 지금 새로운 형성기를 거치고 있는 것이다.

강력한 작업장에서의 힘을 자랑하는 다수의 산업들은 이제 주로 유럽과 북아메리카 바깥에 집중되고 있다. 우리는 그런 새로운 중심지들에서 노동자들이 그들의 힘을 발견하고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 전망할 수 있다. 특히, 그녀는 중국이 새로운 노동자 투쟁의 중심지가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영국과 같이 고용이 증가하고 있는 나라의 경우, 강한 힘을 가진 작업장과 그렇지 못한 산업 부문이 모두 섞여 존재한다. 20세기에 강력한 작업장에서의 힘을 갖춘 산업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오늘날은 그렇지 못하므로 노동자들은 더욱 강력한 사회적 지역적 연대 운동을 필요로 할 것이라고 볼 수 있다. 19세기에 섬유 노동자들이 그랬듯이 말이다. 이는 단지 작업장 조직들 간의 연대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산업적지리적정치적 경계를 넘나드는 다른 작업장과의 연대, 그리고 지역 조직 등과의 연계를 포함해야 한다. 강력한 작업장교섭력을 가진 산업들이 그 힘을 자신에게만 이로운 방식으로 이용할 것인가, 혹은 계급 전체의 이득을 위해 이용할 것인가?

실버는 계급의식은 투쟁으로부터 나온다는 E.P 톰슨의 주장을 언급한다. 투쟁의 주인공들은 투쟁 과정에서 스스로가 계급이라는 사실을 발견한다.” 그러나 동시에 그녀는 집단적 행동이 분출하기 이전에 그에 앞서 어떤 생각의 변화가 필요한 것은 아닌지 묻는다.

이 책의 전반적 결론은 20세기 후반의 노동운동의 위기는 형성중인새로운 부문의 노동계급과 결합되면서 극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노동계급의 새로운 형성은 바로 국제 자본주의의 사회적 정당성의 위기 속에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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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역자] 생산의 혁신이 보편화되어 혁신 비용이 표준화되어 낮아지는 상황을 이르는 듯. 이렇게 되면 경영자 입장에서는 기술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경제로 작업을 이전시키고자 하는 이해관계가 생긴다. [본문으로]
  2. [역자] 노동자들의 수보다 직장의 수가 더 많은 경우의 노동시장을 의미(tight labor market) [본문으로]
  3. http://rs21.org.uk/2014/02/25/what-do-we-mean-by-uneven-and-combined-development/ [본문으로]
  4. 내가 느끼기로, 고임금 경제와 저임금 경제의 노동자들의 관계에 대한 그녀의 설명은 “노동귀족론”류의 이론을 암시적으로 수용하고 있어 설득력이 떨어진다.(http://www.marxists.org/archive/cliff/works/1957/06/rootsref.htm를 참고하라) 자본가들은 잉여가치를 추출해낼 수 없다면, 고임금 국가의 노동자들을 고용하지 않으려 한다.(달리 말해, 우리는 우리가 받는 것보다, 그들에게 더 많은 가치를 준다.) 또, 영국이나 미국의 노동자들이 저발전 국가의 노동자들의 착취로부터 이득을 얻는다는 주장은 말이 안 된다고 본다. [본문으로]
  5. [역자] 핵심 노동력에 고용안정을 보장한 것을 이름.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