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세상을 향한 연대 :: 돌아보는 박근혜 정부의 성격과 모순

전지윤


 



[이 글은 박근혜가 취임하기 직전인 2013년 초에 한 좌파 신문에 발표됐던 글을 일부 표현등을 다듬고 생략한 것이다. 비록 시간이 지나간 글이지만, 박근혜 정부의 등장 배경과 계급적 성격, 모순, 전망 등을 다루고 있어서 지금 벌어지는 사태의 배경을 살펴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판단해 다시 싣는다.]

 

이명박 정부에 이어서 박근혜 정부가 등장하는 상황은 정말 짜증난다. 마치 군대 제대하고 나서 해병대로 다시 입소하는 기분이다. TV에 자주 나오는 박근혜를 보면서 인혁당 유가족의 심정이 어떨지 생각하면 정말 열 받는다.

 

먼저 박근혜가 어떻게 권력을 잡았는지부터 보자. 민주당 쪽에서 온갖 어처구니없는 잘못된 분석이 많았다. ‘이정희 후보 탓에 박근혜가 당선했다’, ‘괜히 종편에 출연 안 해서 중도층을 새누리당에 뺐겼다’, ‘문재인이 현충원에 가서 이승만, 박정희에 참배 안한 것이 실수였다등등.

 

진정한 이유는 지배계급과 우파가 박근혜 당선을 위해 모든 힘을 모았기 때문이다. ‘대선 직전 현직 대통령의 집권당 탈당 법칙이 깨질 정도로 저들은 똘똘뭉쳤다. 저들은 물질적정신적 생산수단뿐 아니라 국가기구까지 장악하고 있다. 이런 지배자들이 똘똘 뭉쳐서 지원하는 데 패배하는 게 더 이상할 것이다.

 

사실 1년 전만 해도 한나라당은 선거에서 연패하고 디도스, 돈봉투 사건 속에 흔들리고 있었다. 한나라당 해체의 위기였다. 저들은 이 위기를 간신히 넘겼다. 그리고 지난해 총선 때부터 박근혜를 중심으로 지배계급과 우파는 똘똘 뭉치기 시작했다. 이것은 심각한 위기의식 때문이었다.

 

첫째, 2008년 세계경제 위기가 해결되긴커녕 다시 심화하는 상황이 지배계급의 위기의식을 부추겼다. 동아시아에서 중미간 제국주의적 갈등 격화가 둘째 요소였다. 셋째, 이명박 5년을 거치면서 복지와 분배에 대한 대중적 요구가 높아진 것에 대해서도 지배자들은 우려가 컸다. 그래서 강성 우파인 박근혜를 내세워 위기를 돌파하고자 했다.

 

() 토니 클리프는 1979년에 영국 지배계급이 마가렛 대처 뒤로 뭉쳤던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지배계급은 지금 뒤에 숨을 방패가 아니라 노동자들에게 휘두를 칼이 필요한 것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총선 때도 새누리당이 승리했다. 하지만 그때는 우리가 통합진보당의 약진을 보면서 위안 삼을 수 있었다. 그런데 통합진보당은 총선 직후 심각한 위기와 분열로 빠져 들었다. 통합진보당은 식물정당이 됐다가 얼마 안가 쪼개져버렸다. 민주노동당과 참여당이 통합하면서 생긴 불안정과 모순이 그 근원에 있었다.

 

그래서 똘똘 뭉친 우파와 사분오열된 좌파의 구도 속에서 이번 대선은 일찌감치 판가름났다. 진보 후보가 4(이정희, 심상정, 김소연, 김순자)이나 출마해서 서로 반목했다. 이걸 보면서 노동자들은 망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결국 동요하는 중간계급을 견인한 것은 똘똘 뭉친 지배계급과 우파였다.

 

강성 우파 정부

 

그러면 박근혜 정부의 성격을 보자. 이 정부는 민주정부 10을 제외하고 지난 반세기 동안 이 나라를 지배해 온 전통적 지배계급의 당과 정부다. 대자본가, 언론 사주, 군 장성, 고위 관료들에 그 핵심 기반이다. 박근혜는 이명박보다도 더 정통 강성 우파다. 박근혜 혼맥도를 보면, 주요 재벌과 조중동이 골고루 얽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박근혜 세력은 박정희 시대 때부터 돈줄을 쥐고 재벌을 육성하면서 국가 주도로 자본을 축적해 왔다. 박근혜가 큰 정부를 내세우고 경제부총리를 부활시킨 것에서 이런 흔적을 볼 수 있다. 거대한 미래창조과학부를 만들어서 창업 국가론을 주장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 세력은 자본주의 세계화 속에서 신자유주의를 앞장서 수용했다. 5년 전에 박근혜의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국가 기강은 세운다) 공약은 신자유주의 교리의 집약판이었다. 박근혜의 경제 브레인들인 이한구, 강석훈, 안종범 등은 대표적인 신자유주의자들이다. 그래서 박근혜 세력은 지금, 국가가 기술 혁신에 앞장서면서 경쟁을 촉진하고 민영화도 해야 한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박근혜 세력은 또 냉전 시대 때 한미동맹 속에서 군사독재를 하면서 자본 축적을 이뤘다. 그래서 이들은 친미 반공적이고 권위주의적이다. 물론 한국은 1987년 이후 민주화로 인해 국가 형태상 준()부르주아 민주주의로 변해 왔다. 즉 노동조합과 진보정당 등을 허용하고 있다. 여전히 국가보안법이 민주적 기본권을 제약하고 있지만 말이다.

 

그러나 민주화의 동력은 기층 노동자민중의 아래로부터의 투쟁이었다. 박근혜 세력은 마지못해 뒷걸음질치면서도 틈만 나면 이것을 되돌리고 싶어 했다. 더구나 경제 위기 심화 때문에 저들은 민주주의를 더 거추장스러워한다.

 

이것은 법관 출신들을 선호하는 박근혜의 인사에서도 드러난다. 특히 집회의 자유, 표현의 자유, 노동기본권 등을 거스르는 판결을 내렸던 자들을 선호하는 것이다. 박근혜가 당선하자마자 국가정보원이 진보인사 미행과 사찰을 하며 제 세상을 만난 듯이 설쳐대는 것도 의미심장하다. 박근혜는 국가보안법을 애지중지해 온 것으로도 유명하다. 따라서 박근혜 정부는 법과 질서를 내세우며 권위주의적 통치를 강화할 것이다.

 

이런 것들을 통해서 박근혜 정부가 하려는 일은 국민 안전과 경제 부흥이라고 한다. 박근혜의 입인 극우익 대변인 윤창중은 이를 이런 취지로 말한 바 있다. ‘박근혜를 찍지 않은 48퍼센트의 대한민국 세력에게서 국가정체성을 지키면서 성장 동력을 창출해야 한다.’

 

, 노동운동을 힘으로 억누르면서 위기에 빠진 한국 자본주의의 수익성과 경쟁력을 높이려는 것이다. 이러한 박근혜 정부의 성격과 나아가려는 방향 때문에 우리가 당분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트릴레마

 

그러나 우리는 박근혜의 모순을 잘 봐야 한다.

 

첫째는 박근혜가 최악의 경제대외 환경으로 진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 위기로 보자면 2008년보다 더 우려스러운 점이 있다. 그때는 그나마 중국이라는 비빌 언덕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중국도 위기로 나가고 있다. 지정학적으로는 중일 간에 국지적인 충돌 가능성까지 커지는 상황이다. 위기와 불안정이 심화하고 있는 이런 조건과 환경이야말로 박근혜의 운신의 폭을 근본적으로 제약할 것이다.

 

둘째, 박근혜는 이명박 5년을 거치면서 불만과 분노를 쌓아 온 대중을 상대로 공격을 시작해야 한다. 게다가 박근혜는 노사정위같은 완충 장치가 없거나 부족하다. 그래서 아마 야당과 국회를 통한 국민적 합의를 시도할 것이다. 그런데 민주당은 포퓰리즘적 기반 때문에 노동조합과 NGO 등의 눈치를 봐야 한다. 따라서 합의는 순탄할 수 없다. 실제 민주당이 반대 시늉을 하면서 이명박 5년 동안 국회에서 수많은 날치기가 있었다.

 

이 때문에 박근혜는 우익 포퓰리즘적 기반을 이용하려 할 것이다. 알렉스 캘리니코스는 자본주의 국가는 지배를 위해서 적어도 대중 일부의 지지를 조직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래서 이명박이 친서민을 말했다가, 그 다음에는 공정사회를 말했던 것이다. 박근혜는 경제민주화와 복지까지 약속했다.

 

그런데 박근혜는 이 약속을 지킬 수 없다. 이것이 셋째 모순이다. 여기서 박근혜는 소위 복지, 증세, 재정이라는 세가지 축이 서로 충돌하는 트릴레마에 빠져 있다. 박근혜는 매년 27조씩 5년 동안 135조 원이 드는 복지 공약을 해 놨다.

 

이 돈을 마련하려면 증세를 해야 한다. 그런데 법인세나 소득세를 올리는 것은 박근혜의 핵심 기반인 재벌부자들이 결사 반대한다. 국채를 발행해서 재원을 마련하는 방법도 있다. 그런데 국채 발행은 재정건전성을 해친다는 우파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이처럼 세 가지 방향이 서로 충돌하면서 박근혜는 옴쭉달쭉 못하는 것이다. 결국 복지 약속은 말 바꾸기와 먹튀가 될 수 있다. 실제 노령연금 2배 인상, 4대 중증 질환 무료 등이 이렇게 되고 있다. 이러면 박근혜를 지지했던 일부 중간계급과 노동계급의 후진부위는 내 꿈이 이뤄지는 나라라더니하고 배신감을 느낄 것이다.

 

넷째, 박근혜 세력의 고질병인 정경유착과 부정부패의 문제가 있다. ‘만사올통으로 불리는 박근혜의 올케 서향희를 보자. 서향희는 수많은 기업들의 감사, 사외이사, 고문 변호사를 맡아 왔다. 코오롱, 포스코, LH공사, 저축은행 이런 곳들이다. 코오롱 같은 경우는 물 민영화와 연관돼 있다는 말이 나온다. 한홍구 교수는 박근혜가 육영재단 이사와 영남학원 이사에서 모두 측근 비리로 물러나야 했다고 지적한다.

 

앞서 지적한 박근혜의 모순들은 서로 결합돼서 나타날 수 있다. 경제 위기 심화 속에 박근혜는 복지 약속들을 지키기 더 어려워질 것이다. 그러면 박근혜의 우익 포퓰리즘적 기반이 흔들리고 이탈할 것이다. 만약 여기에 부패 추문이 결합된다면 상황은 더 나빠진다.

 

그러면 다가오는 지방선거 등에서 선거의 여왕이라는 박근혜의 타이틀이 빛바랠 것이다. 이럴 때 박근혜의 중요한 강점이었던 우파 결집에도 균열이 생길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은 우리에게 투쟁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준비된 변혁운동가들의 네트워크

 

따라서 우리는 인내심을 갖고서 정치적 주장을 하고 박근혜의 모순을 폭로해야 한다. 또 이런 모순을 이용해서 투쟁을 건설해 나가야 한다. 무엇보다 우파 결집에 맞서서 노동자 연대를 주장해야 한다.

 

요즘 진보정당 정치인들이 노동자 집회에 와서 단결을 호소하면 노동자들의 반응이 싸늘하다고 한다. ‘자기네들이나 잘 해라는 분위기인 것이다. 이처럼 노동계급 정치조직의 분열과 반목이 노동운동에 큰 어려움을 주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노동계급 정치조직들이 공동전선으로 뭉쳐야 한다고 주장해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는 노동조합 관료하고는 절대 함께 할 수 없다’, ‘민주당에 기대는 개혁주의자하고는 함께 못 한다는 식의 경직된 태도를 경계해야 한다. 노동자 대중 속에 들어가서 대화하며 함께 공동의 행동을 건설하려 해야 한다. 노동자 대중은 박근혜나 민주당이나 똑같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박근혜 당선 이후 절망을 느끼는 것이다.

 

최강서 열사 사망 때, 김진숙 씨는 이렇게 말했다. ‘나도 그렇고 강서도 그렇고 문재인을 정치적으로 지지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워낙 절박했던 만큼 변화를 간절히 원했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에 기대는 노동조합 관료나 개혁주의자와는 함께 못한다는 꽉막힌 태도를 취해서는 안 된다.

 

물론 민주당에 녹아들거나 민주당의 왼쪽 방에 들어가자는 기회주의적 입장과도 맞서야 한다. 이런 태도도 진보의 단결과 투쟁에 해악적이다. 참여당과의 통합이 낳은 결과가 그것을 보여 준다. 따라서 민주당의 왼쪽에서 좌파 개혁주의의 독립적인 정치 세력화를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 이것도 노동계급 정치조직들이 힘을 모아서 추구해야 할 과제중 하나다.

 

근본적 사회변혁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태도는 팔짱끼고 밖에서 논평하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개입해서 함께 대화하며 투쟁을 건설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 속에서 변화를 꾀하는 것이어야 한다.

 

러시아 혁명가 트로츠키는 다섯 명의 노동자들에 대해 말한 바 있다. 가장 일관되게 싸우려는 좌파적 노동자와 항상 투쟁에 반대하는 반동적 노동자가 있다는 것이다. 중간에서 세 명 노동자들은 둘 사이를 왔다갔다 한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좌파적 노동자가 동요하는 세 명을 견인해서 반동적 노동자를 고립시키느냐다. 변혁 활동가들의 전략과 전술의 핵심은 바로 이것이다.

 

이 과제 수행을 위한 전제는 근본적 변혁을 지향하는 활동가들의 독립적인 조직이다. 민주적이면서 응집력있는 조직말이다. 그런 조직이 있을 때 우리는 투쟁에 개입해서 방향을 제시하고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 박근혜를 폭로하고 연대를 호소하고 승리를 위한 전술을 제시할 수 있다.


문정현 신부님은 박정희 18년도 견뎠는데, 지금은 임기라도 있잖아하고 말한다. 박근혜 집권에 풀이 사람들에게 다시 주먹을 불끈 쥐고 나서라고 독려한 것이다. ‘준비된 1퍼센트의 대통령박근혜가 우리의 새로운 적으로 등장했다. 준비된 활동가들의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해서 투쟁을 시작하자.  

 

 (기사 등록 2016.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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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다른세상을 향한 연대 변혁 재장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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