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읽기

[박노자] 트럼프는 실패할 것이다

by 다른세상을향한연대 2025. 3. 11.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사는 러시아계 한국인 교육 노동자/연구 노동자’라고 본인을 소개하는 박노자는 <러시아 혁명사 강의>, <당신들의 대한민국>, <우승열패의 신화>, <나를 배반한 역사> 등 많은 책을 썼다. 박노자 본인의 블로그에 실렸던 글(https://blog.naver.com/vladimir_tikhonov)을 다시 옮겨서 실을 수 있도록 허락해 준 것에 정말 감사드린다.]

 

세계 패권은 절대 '공짜'는 아닙니다. 패권에는 '가격표'가 붙어 있습니다. 패권을 가지자면 일단 어마어마한 군사력을 세계 요충지 곳곳에 전개시켜야 합니다. 그 군사력을 뒷받침하는 것은 역시 천문학적인 군비 지출입니다. 펜타곤의 연간 예산은 지금 8500억 달러 정도 되는데, 이건 거의 한국의 국내총생산의 절반에 가까운,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하는 돈입니다.

물리력 유지 및 전개에다가 패권 국가는 각종의 무거운 "의무"들을 짊어지게 됩니다. 미국이 지금 전시의 경우 참전해서 방어해야 할 하위 동반자 국가들만 해도 한국을 포함해서 50개국 넘습니다. 그리고 군비 지출과 타국 방어 의무와 함께 패권을 재생산시키는 "연성 권력"도 부단히 만들어 내야 합니다.

연성 권력 역시 결코 "공짜"가 아닙니다. 해외 개발처가 각국의 수천 개의 언론 매체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한국을 포함한 수많은 나라들의 여론 주도층 인사나 기자들에게 미국 방문과 연수의 기회를 주고...미국의 거대 경제에 비해 조족지혈인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비용은 비용입니다. 한 마디로 패권이란 "돈을 먹는 하마"긴 하죠.

그렇다면 큰 돈을 지불하면서 그래도 "패권"을 쥐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어느 선까지는 "패권" 유지를 위해 필요한 지출보다 "패권"을 통해서 얻어지는 각종의 이득들이 더 많기 때문입니다. 일단 세계 요충지마다 미군이 다 가 있는 만큼, 미국 기업들의 해외 투자부터 "보호"를 받는 겁니다. 또한, 패권의 아마도 가장 큰 이득은 바로 세계 기축 통화 발행권입니다.

세계 기축 통화를 발행하는 나라는, 그 통화를 단위로 해서 국채 발행을 할 수 있습니다. 국채 발행을 통해 군비와 외교비 등을 커버할 수 있는 "큰 돈"을 충분히 마련할 수 있는 것이죠. 지금 미국의 대외 연방 부채의 총액은 이미 35조달러인데, 이걸 한화로 계산하면 상상하기도 어려운 "48496조원"이나 됩니다.

거기에다가 예컨대 인력 보충을 이민자들을 통해서 할 수 있는 특혜도 주어집니다. 패권 국가는 이민 가능 세계의 유동 인구에 호소력이 많고, 또 그 유수 대학들이 굴지의 해외 인재들을 불러모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일단 "패권 놀이"를 해도 이득이 된다는 것이죠?

정답은 "어느 선까지"입니다. 어느 선, 어느 시점까지는 국채를 팔아 군비 지출하고, 그 돈으로 무기를 개발하고 그 무기를 하위 동반자 국가들에 팔아주고 그 대금을 받아 계속해서 군수복합체의 바퀴를 영구적으로 돌린다는 것은 장사가 됩니다. 마르크스주의자들이 이 비즈니스 모델을 "영구 무장 경제"라고 부르죠.

한데 어느 시점부터는 이 비즈니스의 마진은 현저히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일단 국채 발행에 따르는 이자 부담부터 어느 날부터 감당하게 어렵게 된다는 것이죠. 작년 같으면 미 연방 정부의 국채 이자 비용은 11330억 달러나 됐습니다. 비교하자면 트럼프가 그렇게도 내세웠던 미국의 대우크라이나 원조 총액은 지난 3년간 4860억 달러 밖에 안됐습니다.

이자 비용이 천정부지로 솟아올라 감당이 어려운데다가 "영구 무장 경제"의 바퀴를 돌리는 국가가 자국이 생산하는 무기를 실험, 홍보하기 위해서라도 계속 전쟁을 수행해야 한다는 것도 결국 부담이 됩니다.

미국 지배자들이 그들이 벌이는 전쟁에서 죽어나간 외국인에 대한 관심이야 추호도 없지만, 미국이 이라크, 아프간 전쟁에 쓴 돈만 해도 43천억 달러 이상이 됐습니다. 이라크 유전의 민영화 등에 미국 회사들이 참여하고, 이라크와 아프간의 외화 및 금 보유고를 압수해서 미국으로 가져갔지만, 아무리 약탈을 많이 해도 이 천문학적 전비를 커버할 수 있는 정도는 전혀 아닙니다.

군비와 전비는 주로 외채 발행으로 조달하고, 외채 이자 비용이 눈덩이처럼 늘어나고...일단 미국을 "관리"하는 보수 정객과 대기업인들의 입장에서는 효율성이 떨어지는 이 "패권 비즈니스 모델"을 뜯어고쳐야 할 필요가 생긴 것입니다. 트럼프의 출현이란 그렇게 해서 가능해진 것이죠.

일단 미국의 새로운 "관리팀""비즈니스 모델 수정" 차원에서는:

하위 동반자들에 대한 모든 방어 의무들을 "조건부"로 돌리고

군비를 포함한 국가 지출을 최대한 줄이고 (세계 친미파 양성 비용 등 "연성 권력" 관련 비용을 아예 거의 삭감하고)

공무원들의 숫자도 줄이고

세율 인하와 동시에 관세를 인상하여 부족한 세수를 국체 발행보다 관세 소득 등으로 채우고

경쟁 제국인 중국, 러시아를, 경쟁과 동시에 투자 등의 차원에서 "파트너"로서 이용하는

"긴축" 전략을 세웠습니다. 사실 미국이 처한 현 상황에서는 "비용 절감"만큼은 그 관리자들이 아마도 부득이하게 취할 수밖에 없는 노선일 겁니다. 그러나 아마도 트럼프가 취한 전략은 궁극적으로 "부채 경감""미국 부흥"으로 결코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일단 군비 지출이 줄어들면 무기 개발 비용 등도 절로 줄어들 터인데, 사실 무기야말로 미국의 가장 중요하고 가장 잘 팔리는 국제 시장상의 상품입니다. 결국 중국과 한국 등 신흥 경쟁자들에게 무기 시장에서 점차 밀리게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안전 담당 공무원 (원전 안전 요원, 공항 통제탑 노동자 등)을 줄이면 결국 대형 참사들이 발생되어 또 엄청난 처리, 수습 비용을 감당해야 할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관세 소득은, 세수 부족분을 채울 만큼 클 것이라는 보장도 없습니다. 결국 관세 인상은 물가 인상으로 이어져 내수를 줄이게 만들 것이고, 이는 경제 침체 등을 의미합니다.

그 사이에 더 이상 미국으로부터의 "보호"에 기댈 수 없게 될 나라들은, 중국 등 새로운 "국제 질서 보장 대국"을 밀어주게 될 가능성도 상당합니다. , 팍스 아메리카나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겠지만, 그렇다고 미국의 재정난 등은 해결되지 못하고 말 것이고, 미국인들의 상당수는 상대적으로 가난해질 것입니다. 트럼프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는 국제 위상과 국내 경제의 추락으로 끝나고 말 것이라는 건 저의 예측입니다

(기사 등록 2024.3.11)   

* 글이 흥미롭고 유익했다면, 격려와 지지 차원에서 후원해 주십시오. 저희가 기댈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여러분의 지지와 후원밖에 없습니다.

- 후원 계좌: 우리은행 전지윤 1002 - 452 - 402383/ http://www.anotherworld.kr/1300 

* 다른세상을향한연대’와 함께 고민을 나누고 토론하고 행동합시다. 

- 가입 신청 https://forms.gle/RJPxoUvQw4MQnkw57

- 문의: newactorg@gmail.com/ 010 - 8230 - 30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