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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세상읽기 – 트럼프와 푸틴/ 신극우 파시즘/ 김새론 추모

by 다른세상을향한연대 2025. 2. 25.

전지윤

트럼프와 푸틴의 우크라이나 나눠먹기

1. 지금 우크라이나에 트럼프가 강요하는 내용을 보면 이런 날강도가 없다. 러시아에 영토 20%를 내주고 앞으로 자원 채굴로 얻는 수익의 절반을 미국에 달라는 것이다. 미국이 3년 동안 지원한 금액의 2배를 물어내라는데, 우크라이나를 영원히 식민지로 삼는 것과 다를 게 없다.

2. 그러면서 트럼프는 (푸틴이 아니라!) 젤렌스키를 '독재자'로 비난하며,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를 자극'했다는 '침략 유발설'('피해자가 성폭력을 유발했다'라거나, '민주당이 윤석열의 쿠데타를 유발했다'와 판박이)을 펴며 유엔 결의안에서 러시아 "침략"이란 표현을 빼려 했다.

3. 프랑스의 반제국주의 사상가인 질베르 아슈카르는 이 상황을 '수만 명의 가자 주민을 살해한 미국과 수만 명의 우크라이나인을 살해한 러시아가 소수 민족의 자결권을 공개적으로 부정하면서 억압받는 민중을 희생시키는 신파시즘적 융합'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4. 물론, 젤렌스키 정부는 지나치게 미국과 서방의 군사적 지원에 매달리다가 뒤통수를 맞게 됐다. '우리는 이스라엘과 비슷하다'며 시온주의에 공감한 것은, 바이든의 마음에 들었겠지만 우크라이나 민족자결권에 대한 제3세계 민중의 국제적 연대를 모으는데 걸림돌이 됐다.

5. 그러나 침략받은 정부의 성격과 정책이 마음에 안든다고, 강대국의 침략과 폭격과 학살과 영토 강탈을 외면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조선 왕조는 봉건왕정이었고 러시아 등과 손잡으려 했으니 일제 침략과 식민지배도 당할만 했다'는 것처럼 말도 안될 일이다.

6.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침략 이후 3년 동안 50만 명이 사상하는 피해를 입었고 600만명이 난민이 됐다. 반면 푸틴은 침략 전쟁을 통해 국내적 독재를 더욱 강화하며 모든 정부 비판과 반전의 목소리를 입틀막하고 전쟁 특수로 러시아 경제를 더욱 부양할 수 있었다.

7. 러시아를 비판하며 '인도주의 가치'를 명분으로 동맹을 규합하면서 가자에서는 침략과 학살을 돕던 위선적 바이든이 사라진 자리에, 이제 가자와 우크라이나 모두에서 침략과 학살을 옹호하며 오로지 돈벌이만 앞세우는 '위대한 미제국주의 퍼스트'의 트럼프가 등장했다.

8. 둘 다 가장 강력한 경쟁자인 중국 봉쇄가 목적이었지만, 바이든이 유럽 국가들과 손잡기에 치중했다면, 트럼프는 러시아(나아가 북한)와 중국을 갈라치는데 더 주력하는 차이도 있다. 이것은 미국의 약화와 중국의 부상, 곳곳에서 극우 파시스트 정부들의 등장과도 맞물려 있다.

9. 그러면서 오늘날 세계는 침략, 폭격, 학살, 전쟁, 영토 강탈, 자원 약탈이 판치던 1세기 전의 야만으로 다시 돌아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만 제국주의이고 러시아나 중국은 반제국주의적인 우리의 친구'라던 입장은 더욱 더 설 자리가 없어지며 길을 헤매게 될 뿐이다.

10. 쇠락하는 제국주의 강도와 떠오르는 제국주의 강도 모두에 맞서는, 그것이 낳는 갈등과 분열을 이용할 줄 아는, 억압받는 소수 민족의 자결권과 저항을 무조건 지지하며 국제 연대를 건설하는, 그러면서 그 저항의 정치를 재구성하는 새로운 반제국주의 좌파가 더욱 절실하다.

신극우 파시스트들에 어떻게 맞설 것인가?

1. 요즘 신극우 파시스트들이 혐오와 폭력을 선동하면서 거리 행동을 계속하고 있기에 이것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는 중요한 쟁점이라 할 수 있다. 이들은 부산, 대구, 광주 등 주요 도시와 연세대, 서울대, 고려대 등 주요 대학을 돌면서 힘을 과시하고 우파를 결집하고 있다.

2. 먼저 극우가 거리에서 혐오와 폭력을 선동할 자유는 결코 '표현의 자유, 집회의 자유'라고 편들어줄 수 없다. 극우가 '자유민주주의의 공간'을 역이용해 성장하는 동안 한국의 일부 지식인과 진보단체들은 이런 관성적 태도로 위험을 방치한 면이 있다.

3. 극우는 문재인 정부와 코로나 때 혐오와 폭력을 선동하면서 그것을 권리인 것처럼 포장했다. 그 점에서 최근 광주에서는 대응은 필요한 방향을 보여 준 면이 있다. 광주시는 '나치는 홀로코스트 광장에서 집회할 자유가 없다'면서 5.18광장에서 극우의 집회와 행진을 불허했다.

4. 동시에 극우와 같은 시간과 장소에서 충돌하면서 그들에게 난동의 빌미를 주기 보다, 더 크고 폭넓은 시위와 연대를 조직해서 극우의 영향력을 차단하려 했다. 실제로 광주에서는 몇 배가 더 많은 시민들이 모여 극우에 반대해 민주주의를 지켰다.

5. 반면에 요즘 '노동자연대'(노연)가 극우에 맞선 "맞불집회"를 강조하는 것은 이것과 좀 다르다. 먼저 오해를 피하고자 강조하자면, 이것은 '노연은 성폭력 피해자들을 괴롭히며 절대 사과하지 않는 이들이니 그들이 하는 말은 무조건 틀렸다'는 뜻은 아니다.

6. 노연이 하는 일은 무조건 부정적으로 보고 싶은 마음에서 하는 말도 아니다. 과연 극우에 맞서서 무엇이 가장 적절하고 효과적인 전술이냐가 핵심이다. 그렇게 볼 때 노연의 기관지에서 그토록 강조하던 '맞불집회'가 최근 서울대에서 나타난 결과는 안타까웠다.

7. 서울대 당국이 극우의 기자회견과 집회를 장소 허가한 것부터 문제이지만, 그 상황에서 노연은 극우보다 더 적은 규모로 '맞불'과 충돌을 불사하다 오히려 극우에게 몇 번이나 침탈당하는 장면을 보여 줬다. 학생단체와 민주동문회 분들이 달려왔지만 역부족이었다.

8. 한참 후에 극우가 다 물러나고 나서 '우리가 승리했다'고 선언하긴 했지만, 이런 방식이 우리 편의 사기와 힘을 키우는데 효과적일까? 이미 서울대에서는 지난해말 25백이 모인 총회에서 윤석열 퇴진을 결의한 바 있는데, 굳이 이번에 이런 방식으로 대응해야 했을까?

9. 예기치 않은 불상사도 우려되지만, 무엇보다 학생회나 자치단위들과 충분히 논의해서 더 크고 폭넓은 반극우 연대를 건설하는 게 더 나았다. 결국 이것은 '극우가 활개치지 못하도록 회피하지 말고 거리에서 도전해야 한다'는 도식에 대한 노연의 집착이 낳은 패착으로 보인다.

10. '윤석열 퇴진 비상행동' 내에서도 노연쪽 파견자들은 계속 다른 단체들에게 '극우의 위험을 과소평가하고 대결을 회피한다'고 비판하며 일면적으로 '맞불집회'를 강조했지만 큰 호응을 얻지 못해 왔다. 그것은 별로 효과적이고 적절한 전술로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11. 필요한 것은 언제나 되풀이되는 '정답'이 아니라 구체적 상황과 세력 균형을 면밀히 분석해서 나오는 구체적 전술이다. '극우는 거리에서 도전하고 분쇄해야 한다'라는 트로츠키 등이 말했다는 도식을 암기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현장에서 부딪히며 판단하는 것이다.

12. 노연 지도부는 억지로 '혁명가인 우리가 가장 앞장서서 극우의 기세를 눌러버리며 운동의 나아갈 길을 보여주고 있다'고 자기만족적인 평가를 하기보다는, 현장에서 활동가들이 부닥친 문제와 어려움을 듣고 배우며 더 나은 방향을 찾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13. 끝까지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서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반성하고 사과하지 않는 것이 노연이 제안하는 반극우 민주주의 연대에 대한 다른 단체들의 호응을 가로막는 핵심 문제라면 무엇보다 그것부터 해결하는 것이 필요한 것도 물론이다.

'2 건국전쟁'을 꿈꾸는 윤석열과 신극우

친윤 신극우 파시스트들은 여전히 윤석열 복귀와 '2 건국전쟁'을 말하며 꿈꾸고 있다. 정말로 이들의 꿈이 실현된다면 그것은 이승만의 '1 건국전쟁'보다 더 피비린내 나는 참극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것을 막아내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과제가 분명하다.

'진보언론', '중도언론'의 주요 필자나 지식인들은 '민주당이 강성 지지층만 대변해 줄탄핵을 하고 카톡검열 등의 자충수를 둬서 극우가 더 커졌다'고 탓하던데... 전혀 설득력이 없다. 극우의 혐오폭력과 내란선동의 '자유'를 막는 것은 당연히 정당하고 의미있다.

민주당의 문제점은 오히려 계속 '중도층의 여론'이라는 핑계로 눈치보고 타협하는데 있다. 최근의 '이재명의 우클릭'도 그 연장선에서 나오는 현상이다. 그 덕분에 최상목, 검찰 등은 주요 길목마다 내란 진압을 가로막는 구실을 톡톡히 하면서 우리를 분통터지게 하고 있다.

한편, 친윤 신극우 파시스트들에 맞서서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세력들 내부에서 입장과 노선 차이가 부각되거나, 누군가를 배제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는 것도 우려스럽다. 하지만, 트랜스젠더도, 외국인도, 중국인도, 일본인도, 누구도 배제하거나 혼자 뒤에 남도록 해서는 안 된다.

미국에서 트럼프의 트랜스젠더에 대한 표적 공격에 맞서며 나온 아래 그림이 정확하다. '연대하면 함께 설 수 있지만, 갈라지면 우리는 쓰러지기 쉽고, 한 명이 넘어지면 모두가 넘어지기' 때문이다. 그것이 미국의 트럼프나 한국의 친윤 극우가 노리는 바다.

고 김새론 배우를 추모하며

1. 김새론 배우의 사망 소식을 접하고 바로 '또 한 명 죽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설리, 구하라의 경우와 다를 게 없다. 대중의 인기가 생명이기에 언론과 사회의 시선 앞에 약자일 수밖에 없는 만만한 연예인(특히 여성)들이 언제나 그 잔인하고 지독한 마녀사냥의 제물이 된다.

2. 하지만 김새론은 음주운전의 잘못을 하지 않았냐고? 아무 허물과 잘못이 없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고, 그것은 마녀사냥의 희생양도 마찬가지다. 이선균의 경우도 그랬다. 나락 보내기 위해 실수만 기다리는 사회에서, 잘못은 반성을 통해 더 나은 사람이 될 기회가 아니다.

3. 평생 벗어나지 못할 주홍글씨와 낙인이 돼서, 끝없는 괴롭힘을 정당화할 무기가 된다. 결국 당사자는 '내가 죽어야만 여기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김새론도 그랬다. 술먹고 가로수를 들이받은 후 그녀는 모든 방송, 작품, 생계가 끊겼고 모든 언행이 비난의 꼬투리가 됐다.

4. 법적 처벌과 반성과 자숙이 있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글과 사진만 올려도, 농담을 해도 '관종'. '', '어그로'라고 했다. 사이버레카가 앞장서고, 언론이 퍼나르고, 악플들이 뒤를 따랐다. 그것은 모든 피와 눈물이 말라서 표적이 사라질 때까지 계속될 인육사냥이었다.

5. 이제는 김새론의 죽음을 추모하는 기사들을 쏟아내면서 클릭장사를 하고 있는 조선일보가 바로 그 최선봉에 있었다. '저러다가 또 한명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음주운전한 연예인 편드는 사람'이 되기 싫어 입밖에 꺼내지 않았다. 반성하고 후회하며 고인을 추모한다.

(기사 등록 2024.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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