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http://rs21.org.uk/2015/01/14/8-things-you-need-to-know-about-the-oil-crash/
rs21, 2015년 1월 14일
(번역 : 이상수)
Kate Deer, Amy Gilligan, Brian Parkin이 최근 유가 폭락을 둘러싼 몇 가지 핵심 질문에 답한다.
차를 운전하는 사람은 근래 들어 휘발유 값이 급락한 것을 알 것이다. 최근 영국의 휘발유 값은 리터 당 평균 109.9 페니이고(1,800원), 슈퍼마켓 아스다에서는 103.7페니(1,700원)에 살 수 있다. 휘발유에 부과되는 세금이 더 적은 미국에서는 갤런 당 평균 2.12달러(리터 당 약 37 페니)이다. 최근 5년 간 가장 낮은 가격이다.
휘발유 가격이 낮아진 것은 원유값이 폭락했기 때문이다. 세계 표준인 브렌트 산 원유는 현재 배럴 당 약 46 달러이다. 지난 해 6월의 115달러에서 절 반 이하로 낮아졌다. 2008년 경제위기 이후에 가장 낮은 가격이다.
그러나 대중교통 이용자들은 유가 하락의 혜택을 얻지 못하고 있다. 철도요금은 연초에 2.2% 인상되었다.
석유값이 이렇게 많이 떨어진 이유는 무엇인가?
유가의 하락 추세는 지난 해 일찍부터 시작되었다. 경기 후퇴로 인한 유가 하락에 대비하기 위해서, 비축해두었던 석유를 브로커들이 싼 값에 방출했기 때문이다. 석유 수입 의존도를 줄이려는 미국의 의도에 따라 미국에서 프랙킹* 방식과 멕시코 만의 심해 개발을 통한 석유 생산이 증가해왔기 때문이기도 하다.
갑작스런 공급 과잉과 이어진 일본의 불황, EU의 경기후퇴, 중국의 경기 둔화가 과잉 공급에 의한 가격 붕괴를 가져왔다.
지정학적 요소 또한 중요하다. 2008년에 미국은 사우디 아라비아, 러시아에 이은 세 번째 석유생산국이었지만 2014년에는 최대 석유생산국이 되었다. 세계 최대 석유소비자인 미국은 여전히 많은 양의 석유를 수입하고 있지만, 최근 몇 년간 수입량은 절반 이하로 줄었다.
이 때문에 사우디 아라비아는 행복하지 못하다. 사우디 아라비아와 OPEC은 가격을 높이기 위해 생산을 줄이는 방법을 택하지 않으면서 생산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가격은 지금도 계속 떨어지고 있다. 프랙킹이나 셰일 가스 혹은 심해 개발 같은 고비용 생산을 하는데 낮은 유가는 걸림돌이 될 것이다. 사우디 아라비아는 낮은 가격을 유지하는 것을 통해 미국의 생산을 압박하고 시장점유율을 유지하려 하는 것이다.
유가의 변동은 상품 거래라는 점 때문에 더 악화되어왔다. 상품 거래자들은 부족해서 가격이 오를 것에 투자하기 때문에, 공급 과잉 상태인 석유의 가격은 더 떨어질 수 있다. 골드만 삭스는 유가가 배럴 당 42달러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보고를 발표했는데, 이것이 유가를 50달러 아래로 끌어내렸다. 그들의 예측이 자기 실현적 예언이 된 것이다.
* 프랙킹(Fracking) : 석유를 저장하고 있는 암반을 고압의 물로 파쇄하여 석유와 가스를 얻는 방법. 최근 미국의 석유 생산을 증가시킨 신기술로 배럴 당 65 달러의 비용이 드는 매우 값비싼 생산법이다. 주변 지역의 수질을 오염시키는 환경 문제를 발생시킨다.
많은 나라들의 경제가 석유에 의존하고 있지 않은가?
유가 하락은 당연히 석유수출국에 해롭다. 그러나 충격의 정도는 그 국가의 경제적 상황에 크게 좌우된다.
미국, 러시아 그리고 사우디 아라비아는 모두 최대 석유 생산국들이지만, 유가 하락의 영향은 큰 차이가 있다. 러시아에서는 에너지가 수출의 70%와 국가 재정 수입의 50%를 차지한다. 이 때문에 유가하락은 매우 고통스럽다. 마찬가지로 사우디 아라비아 수출의 90%와 국가 재정 수입의 75%가 석유 산업에서 나온다.
미국은 점차 중요한 석유생산국이 되고 있지만, 40년 이상 원유수출을 금지해왔다. 전체 석유 산업은 국내 소비를 목적으로 하고, 따라서 유가 하락이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더 적다.
또 다른 요인은 국가의 경제력이다. 사우디 아라비아처럼 부유한 나라들이 가난한 나라들에 비해 소득감소에 더 쉽게 대처할 수 있다. 적도 기니나 가봉 같은 나라들이 유가 하락 때문에 훨씬 더 큰 충격을 받을 것이다.
상황이 OPEC과 러시아, 미국 같은 큰 손들의 씨름장으로 보일 수도 있다. 각각은 자신의 시장점유율을 유지하려고 생산을 줄이지 않고 있다. 불행히도, 많은 작은 국가들이 그들 사이에서 새우등 터지는 꼴이 되었다. 석유수출 의존도가 매우 높고 가난한 베네수엘라와 앙골라 같은 나라들이 그렇다. 이라크는 35년 내 가장 많은 석유를 생산하고 있지만 지난 5년간의 수익은 낮은 상태이다. 남수단의 석유 수익도 80% 감소했다.
석유수출국의 또 다른 손실은 자국 통화 가치의 하락이다. 국가의 현금이 줄어들면서 그 통화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다. 러시아 루블에 이런 일이 일어났다. 2014년 12월에 루블은 달러 대비 50% 이상 가치가 떨어졌다. 나이지리아도 평가 절하가 있었는데 나이라(나이지리아의 통화)는 거의 10% 가치가 하락되었다.
(미국의 프랙킹 생산지역, 사진 : Simon Fraser University - University Communications, flickr)
새로운 프랙킹 기술의 개발로 미국은 세계 최대 산유국이 될 수 있었다. 미국은 하루에 약 천백만 배럴까지 생산을 늘려왔다. 예를 들면, 다코타 북부에서 광범위한 프랙킹 개발로 2007년 하루 20만 배럴에서 백만 배럴까지 생산량을 늘려왔다.
프랙킹에 의한 미국의 생산을 억제하여 자신의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해 사우디 아라비아와 OPEC은 생산을 줄이지 않은 것이다. 프랙킹은 배럴 당 평균 65달러의 비용이 드는 매우 값비싼 추출 방법이다. 상당 기간동안 유가를 낮게 유지하면 프랙킹에 의존하는 생산자를 파산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미국의 프랙킹 생산자들은 배럴 당 90달러 밑으로 유가가 하락할 것에 대비해 보험을 들어왔는데, 이미 50달러 밑으로 떨어졌고 이것은 그들이 매우 위험한 상태라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의 유가로는 프랙킹 회사의 90% 가 이익을 낼 수 없을 것으로 추정된다. 게다가, 많은 프랙킹 개발이 돈을 빌려서 자금을 조달했는데, 이들이 빚을 값을 수 없게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서브 프라임 모기지 위기가 2008년 공황으로 이어졌던 것과 비슷한 상황이 될 수 있다.
석유 산업은 유가 폭락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유가 폭락의 영향은 약간의 시간을 두고 충격이 전해져왔고, 이미 석유 산업 내에서 몇몇 조치들이 취해져왔다.
석유 가스 산업 도급업자인 슐룸베르거는 12월 말에 북해탐사선의 절반을 팔아치웠다. 기술직과 탐사 직원들의 대량 실직이 예상된다. 석유 거인 쉘과 BP는 위험 분산을 위해 합병 논의에 들어갔다. 이 합병이 성사되면 엑손/모빌에 비견되는 규모의 회사가 탄생하며 대량 실직으로 이어질 것이다.
북해에서 활동하는 석유 회사들은 이미 임금삭감과 정리해고를 발표했다. 많은 고용인들이 계약직이라는 점 때문에 실직 소식이 잘 알려지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코노코 필립스는 1650의 영국 종업원 중 230 명의 실직을 발표했고, 프리미어 오일은 내년까지 대규모 감원이 있을 거라고 말했다. 우드 그룹은 전 직원 임금 동결과 모든 계약직에 대한 즉시 해고조치를 발표했다. BP와 쉘은 계약직 임금을 15% 삭감했다.
미국에서는 오하이오와 텍사스에서 일하는 756명의 US 철강 노동자들이 해고되었다. 이 회사는 석유와 가스 탐사와 시추를 위한 강철관과 파이프를 만드는 곳이다.
(사진 : *Psycho Delia*, flickr)
낮은 유가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좋은 점과 나쁜 점이 모두 있다. 석유 수출업자에게는 나쁘지만 중국이나 인도 같은 석유 수입국에게는 이익이다. 유가 하락은 소비자들에게도 좋은 소식이다. 여행비용도 줄여줄 뿐 아니라, 제조업 비용이 줄어들기 때문에 결국 소비자 상품가격도 낮아진다. IMF는 낮은 유가 덕분에 전세계 GDP가 0.3에서 0.7%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경제성장 예측은 거의 신뢰하기 어려운 경향이 있다.
낮은 유가에는 거대한 사태를 야기할 수 있는 문제들이 있다. 낮은 유가는 환율에 영향을 준다. 러시아나 나이지리아 같은 석유 수출국의 환율이 최근 들어 많이 하락했다. 동시에 미국 같은 석유 수입국의 환율은 인상된다.
낮은 유가는 서구 경제 특히 유로존에 이미 존재하는 디플레를 악화시킨다. 낮은 유가 때문에 유로존은 2009년 이후 처음으로 디플레에 공식 진입했다. 이것은 유로의 가치를 높이는 것인데 마치 유로로 더 많이 구매할 수 있는 것처럼 좋게 들릴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부채의 가치를 높이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2008년 위기 이후 총 부채는 GDP의 272%에 달하는데, 바로 이 부담이 훨씬 더 커지게 될 것이다.
미국의 석유 생산에서 엄청난 규모의 자금이 빚으로 조달되었다. 프랙킹의 경우가 특히 그런데, 2008년 이전에는 정크 본드(고수익 고위험 채권)라 불렸던 15%에서 20% 사이의 고수익 채권이 오늘날에는 대부분 에너지 시장에서 발생한다. 이 정크 본드가 단지 에너지 회사들에게만 문제가 되는 게 아니다. 국제 투자자들은 많은 양의 정크 본드를 사들여왔고, 이것은 연금기금과 보험 회사 역시 위험에 노출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도이체 뱅크가 작성한 최근의 보고서에 따르면, 배럴 당 60달러 수준의 가격이 유지된다면 B와 CCC 등급인 고수익 채권들의 30% 정도가 파산하게 될 것이다. 에너지 생산자들은 2010년 이래로 약 5천 5백억 불의 신규채권과 부채를 늘려왔는데, 대략 3분의 1이 파산 위험에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현재 OPEC의 전세계 카르텔 형태가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파괴될 가능성도 있다. 사우디 아리비아가 생산을 줄이지 않으면 달러에 굶주린 다른 생산자들이 카르텔을 깨고 싼 석유를 현물시장에 공급하는 방식으로 더 싼 값에 팔아서 달러를 얻고자 할 수 있다.
디플레이션, 통화 위기와 정크 본드는 어쩌면 관리될 수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그것들이 이미 부담을 잔뜩 짊어진데다 회복은 금융부문의 투기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세계 경제를 강타해왔다는 점이다.
가격은 얼마나 오랫동안 떨어질 것 같은가?
주요 경제학자들의 예측은 이 부분에서 엇갈린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 삭스는 유가가 향 후 두어 달 낮게 유지되어 배럴 당 42달러까지 이를 수 있다고 예측한다. 인베스텍이라는 또 다른 투자은행은 유가가 2015년에 회복될 것이고, 미국의 석유 생산이 하루 백만 배럴에서 5십만 배럴로 반토막 날 것이라고 예측한다.
세계 경제 상황이 주요 변수이다. 일본과 유로존이 이미 경기 침체거나 디플레이고, 중국의 성장율은 둔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증가하는 과잉 공급과 반대로 전세계적 석유 수요는 계속 떨어질 수 있다.
주가가 하락하고 공급 통제가 회복될 때까지 가격은 계속 떨어질 것 같다. 사실상 달러 보유고가 거의 없는 나이지리아나 이라크 같은 주요 OPEC 회원국에서 거대한 내부 소요가 폭발할 실질적 위험이 있다. 이것은 지역적으로 매우 중요한 일이 될 것이다.
또한 기후는 어떠한가? 유가가 이렇게 낮은 상황에서 재생 가능 에너지가 가능성이 있을까?
화석 연료와 기후와 관련해서 기억해야 할 3가지 숫자가 있다. 2도 – 국제적으로 합의된 기온 상승의 “안전한” 한계치, 565 기가톤 – 온도 상승을 2도 아래로 유지하기 위해 넘어서는 안 될 화석 연료에서 생성되는 이산화탄소의 량, 2795 기가톤 – 석유와 가스의 확정 매장량에 들어있는 탄소의 양. 우리가 기온 상승을 2도 아래로 유지해서 지구에서 계속 안전하게 살고자 한다면, 대부분의 석유와 가스는 땅 속에 그대로 둬야 한다.
시장에서 국제적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혹은 빚지지 않기 위해 생산을 늘리고 있는 국가들은 기후를 위해 우리가 해야 하는 것과 정반대로 하고 있다. 재생 가능 에너지의 경쟁력은 충분하지가 않다. 너무 많은 석유가 사용되지 않도록 국제 협약이 필요하다.
최근에 석유 산업에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 혹은 곧 잃을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 대부분은 매우 숙련된 노동자들이다. 저탄소 경제를 건설하는데 그들의 기술은 필수적이다. 사람들의 삶이 파괴되고 더 나은 세계를 만들 수 있는 기술과 잠재력이 또 다시 낭비되기 전에, 저탄소 에너지를 통해 약 백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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