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윤
● 이스라엘은 끝없이 죽이고 죽이고 또 죽이고 있다
이스라엘에서 드문 비판적 좌파언론 <+972매가진> 편집간부는 최근 인터뷰에서 ‘지금 이스라엘 언론은 가자의 처참한 상황에 대해 전혀 보도하지 않고, 지난해 10.7 이야기만 계속 반복하며, 그래서 이스라엘 시민들은 스스로 피해자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것이 시온주의의 작동 방식이다.(동시에 이 편집간부는 이스라엘의 모든 시민을 제거해야할 적으로 여기는 관점에는 이견을 표시했다.)
이스라엘은 가자에서 지난 300일 동안 165명의 언론인을 죽였고, 이것은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언론의 자유'를 그토록 강조하던 미국과 서방 정부와 언론들은 이것에 대해서 침묵하고 있다. "세상은 10월 7일을 정당화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하지만, 10월 7일 이후 이스라엘이 한 모든 일은 10월 7일에 의해 정당화되고 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보다 85배나 더 많은 '인질'을 납치해 가서 감금하고 있지만, 하마스의 모든 행동은 '테러'가 되고, 이스라엘의 모든 폭격과 학살은 '인질을 구하기 위한 정당방위'라고 보호받는다. 더구나 이스라엘은 '인질'을 구할 생각도 없어 보인다. 이번에 이스라엘이 하마스 지도자 하니예를 암살한 목적 중에 하나도 이것이다.
암살로 중동전쟁 가능성이 엄청나게 증가하고 모두의 눈이 거기로 쏠리면서, 이스라엘은 이제 더이상 원하지도 않았던 '인질 구출'에 신경쓸 필요가 없어졌다. 네타냐후는 하마스가 데려간 '인질'들을 살려내거나 가족들에게 돌려보낼 마음이 처음부터 조금도 없었다. 그들은 대량학살과 인종청소를 위한 핑계로만 이용됐다.
그런데 이스라엘의 하니예 암살 이후 바이든은 네타냐후와 통화해서 “이스라엘의 안보를 보장하겠다”면서 "새로운 방어용 미군 배치"를 약속했다. 제노사이드 조는 하마스가 이스라엘 장관을 암살했다고 착각한 것일까? 제노사이드 조는 이렇게 대통령 후보 사퇴 이후에도 끝없이 이스라엘을 위한 학살 도우미 구실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래서 지금 가자에서는 사람들이 또 난민촌을 떠나고 있다. 떠나고, 폭격하고, 돌아오고, 다시 떠나고, 폭격하고, 돌아오고...이스라엘은 계속 죽이고 죽이고 죽이고 또 죽이고, 우리는 그저 보고 또 보고 또 보고 있는... 끝없는 생지옥이다. 따라서 지금 전세계가 주목할 것은 '이란과 헤즈볼라가 언제 이스라엘을 공격할 것인가'가 아니라, '이스라엘이 얼마나 끝없이 가자를 폭격하고 있는가' 이다.
그럼에도 최근 카멀라 해리스가 부통령 후보로 대부분 사람들이 예상했던 조쉬 샤피로가 아니라 팀 월즈를 선택한 것에는 좀 놀랐다. 중도층의 표를 얻고, 경합주를 잡기 위해서 민주당 주류와 훨씬 더 가까운 조쉬 샤피로(친이스라엘 시온주의자)를 부통령 후보로 정할 줄 알았다. 그러나 해리스보다 더 좌파이고 친노동 진보 후보라는 팀 월즈를 지명했다.
오히려 실망한 지지층과 진보층을 단단히 하는게 선거에서도 승리의 길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이것은 한국에서도 맨날 '중도 외연 확장'을 떠드는 이들이 왜 정신 차려야하는지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민주당 부통령 후보가 된 팀 월즈는 팔레스타인 연대운동에 대해 "우리는 이 사람들을 다시 불러들이기 시작했고, 그들이 하는 말에 귀를 기울였다"고 했다.
팔레스타인 연대 대학가 농성들은 사라진 게 아니라 미국 정치를 변화시키고 있었던 셈이다. 해리스-월즈는 이들의 목소리를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최근 유세 과정에서도 해리스는 팔레스타인 연대 활동가의 항의를 가로막지 말고 듣자고 하면서 '지금이 휴전할 때'라고 강조하는 태도를 취했다.
맞다. 지금은 휴전할 때다. 그런데 미국 민주당 정부는 여전히 이스라엘에 무기를 계속 지원하고 있다!! 이것은 마치 알콜중독자에게 술을 계속 선물하고 팔면서 입으로만 술을 먹지말라고 충고하는 것과 비슷하다. 결국 미국 민주당은 '제노사이드 샤피로'를 부통령 후보로 정하지 않은 것에만 그치고 있다.
해리스-월즈 팀은 '제노사이드 조'의 이스라엘에 대한 수사(말)만 변화시키는 것에 그치고 정책을 변화시키지 않고 있다. 그리고 이스라엘은 가자에서 벌써 152개의 학교를 폭격했다. 이것은 명백히 의도적인 아동 살해 전쟁범죄자들의 행동이다. 미국은 이것의 공범이다. ‘제노사이드 조’가 ‘제노사이드 해리스’로 바뀐 것에 불과하다면, 민주당과 바이든-해리스-월즈는 결코 용서받을 수 없다.
(* 내가 올리는 이스라엘 전쟁범죄 고발과 비판 글에 가끔 '역시 유대인은 사라져야, 히틀러가 옳았다' 같은 당혹스러운 반응을 보이는 분들이 있다. 그러나 이것은 유대인 인종과 아무 상관없는 시온주의와 제국주의의 문제이다. 한번은 넘어갈 수 있지만, 지적과 비판에도 그런 반유대주의적 혐오 발화를 계속하면 모른 척할 수가 없다.)
#CeasefireNOW #BDSNow #EndIsraelsGenocide
● 민주당 전당대회를 돌아보며
엊그제 끝난 민주당 전당대회는 한국사회에서 민주당이 정치적으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정당이라는 것을 다시 확인시켜 줬다. 122만명의 권리당원에서 51만명이 참가해 지도부를 선출했는데, 이것은 얼마전 끝난 국힘당 당대회와 비교해도 당원수는 40만명 정도 더 많고, 조국혁신당이나 진보정당들과 비교하면 20배가 넘는 규모다.
기성언론(보수든, 진보든)은 거의 모두 ‘당원들의 참가율이 저조, 하락했다’, ‘당심과 민심이 달랐다’고 했는데 그냥 사실이 아닌 이야기(가짜뉴스)들이다. 이번 민주당 당대회 투표율은 2년전보다 비율로는 5%, 규모로는 8만명이 증가했고, 당심(당원 투표)과 민심(여론조사) 모두에서 이재명은 85~87%의 지지를 얻었다.
또 기성언론들은 ‘당대회 중인데도 민주당 지지율은 국힘당 지지율보다 낮다’고 ‘위기설’을 퍼트렸는데, 이런 뉴스도 놀랄 것이 없었다. 왜냐면 지난 총선 전에도 거의 모든 언론과 갤럽 등과 쪽집게라던 전문가들이 '민주당은 비명횡사 공천으로 폭망했고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 높고 총선 승리할 것'이라고 했지만, 총선 결과는 반대였기 때문이다.
물론 얼마전 국힘 당대표 경선과 비교하면 ‘재미 없었다’고 할 수 있다. 국힘 당대표 토론에서는 끼어들기, 비아냥, 인신공격, 상호비방, 폭로전이 아귀다툼처럼 펼쳐졌는데, 민주당 당대표 토론들에서는 매번 미중 신냉전과 외교전략, 기후 위기와 재생에너지, 인공지능 시대 일자리, 수도권 집중과 지방분권에 대한 정책 토론이 계속 진지하게 이어졌다.
또 대다수 언론과 지식인 평론가들(이철희, 강준만 등)은 이번에도 ‘이재명 일극체제, 사당화, 팬덤정치와 소수독재’라는 프레임을 반복했는데, 이것은 진지한 분석이 아닌 낙인찍기일 뿐이다. 이재명이 소수 강성팬덤을 이용해 당을 장악하고 반대자를 숙청하고 입틀막했다고? 이재명은 재선하자마자 금투세로 자기를 비판했던 진성준을 정책위의장으로 재임명했다.
이런 낙인찍기는 왜 민주당 당원이 역사상 유례없는 수준으로 증가하고. 그 중에 다수가 이재명을 지지했는지 설명해주지 않는다. 이재명이 정규교육도 못받은 소년공 출신으로서 ‘억강부약’을 말하며 지지를 얻었다는 것만으로는 설명이 안된다. 핵심은 지난 2년 동안의 윤석열 검찰독재의 보복과 탄압에 있다.
300번이 넘는 압수수색과 7번의 소환 조사와 5번의 기소와 주6일 재판... 이 정도의 노골적이고 지독한 정치보복과 탄압은 김대중 정도하고만 비교가 가능하다. 더구나 언론의 이재명 악마화가 낳은 암살 미수 시도와 구사일생까지 겹치면서, 이재명은 억지로 만들수도 없는 서사와 신화를 얻게 됐다. 그것이 역설적으로 압도적 지지의 바탕이 됐다.
더구나 기존의 진보정당과 정치인들이 윤석열 검찰독재에 맞짱뜨는게 아니라, 어정쩡한 태도를 취하고 분열과 위기 속에 빠져들면서, 민주당은 기존의 진보정당 지지층까지 흡수하면서 더 커졌다. 그러면서 ‘주거, 교육, 금융, 의료까지 국가가 국민의 기본적 삶을 책임지는 기본사회’와 ‘당원들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더 강한 민주주의’를 말하고 있다.
‘이재명 사당화’만 떠드는 언론이 관심도 보도도 않했지만, 이번 당대회에서 민주당 강령 개정도 인상적이다. “여성과 청년, 장애인, 이주민, 성소수자 등 모든 시민의 정치참여”, "지구평균기온 상승폭 1.5도 이하 안정화", “이주민의 권리 보장”, “차별과 학대, 혐오 금지”, “성평등 민주주의”, "구조적 성차별", "젠더기반 폭력", "피해자 중심의 관점"...
이것은 민주당이 새롭게 유입된 청년여성 당원들의 목소리를 상당히 신경쓰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 한동훈과 우파(와 중도나 진보쪽 경쟁자들도)는 그저 민주당 지지자들을 ‘개딸’이라고 낙인찍기에 바쁜 모습만 보이며 ‘이제 10월이면 이재명이 받고 있는 5개 재판 중에서 적어도 1개는 유죄판결이 나올 것’이라는 꿈에 부풀어 있다.
과연 그런 식의 사법적 제거가 자동으로 민주당과 지지자들을 흔들리고 무너지게 할까? 아니면 오히려 더욱 더 반발하고 뭉치게 만들까? 지금까지 상황은 그 반대를 가리키고 있다. 그 점에서 개혁언론들마저도 여전히 어중간한 양비론을 펴면서 민주당을 향해 ‘방탄을 중단하고, 강성 지지층에서 벗어나 중도로 가고 외연을 넓히고 협치를 해라’고 주문하는 것은 씁쓸하다.
이번 당대회에서도 드러났듯이 민주당의 문제와 위험은 오히려 ‘중도, 외연, 협치’에 있기 때문이다. 결국 경선에 떨어졌지만 막말과 가정폭력 전력에 ‘이준석을 존경한다’던 정봉주가 ‘명팔이’ 운운하며 들고나온 것도 ‘외연 확장’이었다. 소수자 혐오발언들을 충분히 반성않고 최고위에 들어간 이언주가 ‘이대남의 표를 가져오겠다’며 강조한 것도 ‘중도 외연 확장’이다.
이재명 자신이 금투세와 종부세, 국민연금 등에서 후퇴하는 바탕에도 ‘수도권과 중도층에서 기반을 확장해야 한다’는 논리가 있다. 지난 대선에서 0.73% 차이로 졌으니 1% 부자들을 위해 종부세 금투세 완화해주면 +1%? 이런 조잡한 산수와 선거공학을 일부 친민주당 유튜버와 논평가들이 주장하고 있다.
제1야당이자 국회 다수당의 이런 후퇴는 실질적인 결과로 연결될 수밖에 없으니 민주당 안팎이나 진보정당에서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들은 이런 후퇴를 막아야 한다. 오히려 목소리와 권한이 커진 민주당 당원들을 설득하고 지렛대삼아 민주당이 방송4법과 노란봉투법을 받아들였듯이, 차별금지법 등 더 진보적 정책들을 받아들이도록 강제해야 한다.
● 윤석열의 8.15 ‘백화 흡수통일’ 독트린
어제 윤석열의 '8.15 북진 백화통일 선전포고 독트린' 연설은 뉴라이트 세계관의 논리적 결론이자 총정리이기는 했다. 올드라이트와 뉴라이트의 중요한 차이점 중에 하나는 반공주의와 신자유주의의 결합만이 아니라, 반공주의의 공세적 전환에 있기 때문이다. 올드라이트는 ‘북한의 남침과 적화통일’ 야욕을 강조했다면, 뉴라이트는 북한으로 자본주의의 확장과 ‘백화통일’ 야욕을 스스로 드러낸다.
또 뉴라이트는 지역주의와 반공주의를 넘어서 세대와 젠더 갈라치기를 통해서 청년층을 포섭하려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는데, 이 부분을 담당해 온 이준석은 최근 윤석열과 갈등이 좀 있다. 그래도 어제 윤석열은 연설 뒷부분에 '청년세대와 노년세대의 국민연금 차등 보험료'를 제시하며 이준석 세력을 포용하려는 의도를 보여 줬다. 이것은 개혁신당의 주요 공약이었다. 그러니 개혁신당 대표만이 야당 중 유일하게 어제 정부 8.15 기념식 참석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뉴라이트는 올드라이트와 단절이 아니라 연속이며 변신과 확장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그래서 대표적인 극우개신교 지도자 김장환 목사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며칠전 윤석열이 자신에게 텔레그램으로 '공산주의가 기독교에 침투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고백했다. 이러니 윤석열이 계속 뉴라이트 극우일베적 인물들을 정부 주요 요직에 임명하는 것이다.
일부 좌파들이 ‘문재인든 윤석열이든 똑같다’는 공허한 이야기들을 해 왔지만, 문재인 정부 때는 전설적인 진보적 법조인인 김선수 변호사같은 사람이 대법관에 임명되는 일이 가능했다. 김선수 대법관같은 사람들이 대법원의 다수가 되면서 최근 동성동반자 건강보험 차별이 위헌이라는 판결같은 것이 나올 수 있었다.
이 판결에 많은 사람들이 기뻐하고 앞으로도 '사랑이 이길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그것은 지나친 낙관이다. 왜냐면 김선수같은 대법관들은 대부분 퇴임하고 있고, 윤석열은 임기 동안 14명중 13명의 대법관을 교체할 것이기 때문이다. 윤석열은 800원 횡령한 버스노동자 해고가 정당하다고 판결한 오석준, 대형로펌에 의견서 몇 개 써주고 18억 받은 권영준 등을 대법관으로 임명하고 있다.
이미 보수적이던 사법부는 대법원장이 교체된 이후에 더 뚜렷한 보수화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문재인 시절에는 '영장 자판기'라고 불릴 정도로 검찰이 청구하는 압수수색 영장을 줄줄이 다 허가해 줬다면, 요즘은 채해병 사건이나 김건희 관련 수사 등에서 대부분의 영장을 기각하며 수사를 가로막고 있다. 이런 사법부의 흐름을 믿고 지금 윤석열과 국힘은 '이제 10월이면 이재명 유죄 판결 나오고 얼마 후 조국은 법정 구속될 것'이라고 희망에 부풀어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극우일베 세력은 일제시대 전시성범죄 피해자들을 추모하며 만들어진 소녀상의 얼굴을 검은 비닐로 씌우는 최악의 성폭력 2차가해를 ‘챌린지’라고 전개하고 있다. 이런 일이 가능해진 것은 무엇보다 2020년에 벌어진 윤미향 마녀사냥 때부터였다. 당시에 침묵하고 사실상 동참했던 언론과 지식인들은 지금이라도 반성이 필요하다.
그래도 최근 이런 흐름에 정면으로 맞서는 2명의 여성을 보고 위로를 받는다. 먼저 전현희 의원은 죽음으로 내몰린 국민권익위 국장을 애도하며 국회에서 ‘윤석열과 김건희가 살인자’라고 직격했다. 이걸 보고서 지난해 윤석열의 '건폭몰이' 끝에 건설노조 양회동 노동자가 분신 사망했을 때, 국회에서 '윤석열이 살인자'라고 외치는 진보정당 의원은 왜 없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전현희 의원을 응원하고 진보정당 의원들의 용기를 기대한다.
이어서 며칠전 징계와 보복을 예상하고도 검사탄핵 청문회에 나홀로 참석해서 거침없이 검찰권력을 고발하고 비판하는 임은정 검사를 보고 역시나 감탄했다. 임은정은 지난 8년 동안 윤석열 사단과 검찰권력(과 언론권력) 모두에 '맞다이'해 온 거의 유일한 검사였다. 이제 대통령이 되고 정권까지 잡은 윤석열 사단에 2200여 검사들(대부분 남성)이 침묵 굴종할 때 임은정은 결코 침묵하지 않고 있다.
● 우크라이나의 반격을 어떻게 볼 것인가
1. 기본으로 최근 우크라이나의 반격을 응원하는 심정이다. 다만 좀 복잡한 심경이기는 하다. 먼저 이 사태의 출발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폭격, 강제적 영토 점령과 강탈 시도에 있다. 물론 러시아는 미국같은 제국주의 최강대국이 아니다.
2. 또 미국이 주도한 나토의 동진이 러시아를 자극한 측면이 있다. 미국 등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에 실패해서 자기들의 패권이 더 강화되길 바란다. 그러나 이 모든 것도 러시아가 주변 약소국을 침공하고 폭격하는 것을 정당화할 수 없다.
3. 우크라이나 민중은 (군사적 수단까지 포함해) 침략에 저항하고 영토를 지킬 권리가 있다. 그것은 맨손으로 싸우다 죽을 권리가 아니므로 서방 무기도 지원받을 수 있다. 다만 만약 미국이 직접 군대를 보내 방어를 넘어 러시아를 침공한다면 문제와 전쟁의 성격이 달라진다.
4. 그래서 (내가 공감해 온) 국제 좌파는 그동안 주로 우크라이나의 자결권과 서방의 방어적 무기 지원을 지지했다. 그런데 지금은 우크라이나가 동남부 방어전의 오랜 수세적 교착상태를 넘어, 푸틴의 허를 찌르며 러시아 서부(쿠르스크)로 진격해 일부 영토를 차지한 상황이다.
5. 하지만, 이것은 러시아처럼 영토를 강제 병합할 목적이 아니고, 러시아의 침공과 영토 강탈에 맞서서 협상 카드로 이용하려는 성격이 크다. 이 과정에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군과 푸틴처럼 민간인들을 무차별 폭격하고 살상하고 있지는 않다.
6. 물론, 푸틴에게 강제 징집된 러시아 청년들이 희생되고 (주로 순순히 투항하며) 포로로 잡히고 있다. 분명 쿠르스크 주민들도 고통받고 있을 것이다. 이런 안타까운 희생과 고통은 해결돼야 한다. 그것을 위해 필요한 것은 푸틴이 우크라이나 침공을 중단하고 영토를 반환하고 철군하는 길이다.
7. 이것은 이스라엘과 미국도 하루 빨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보다 수십 배는 더 끔찍한 가자 침공과 학살을 중단하고 철군해야 한다는 것으로 연결된다. 따라서 친미 제국주의 관점에서 푸틴을 욕하는 한국의 우파도, 무조건적 '반미지상주의'에 따라 푸틴을 지지하는 일부 '좌파'도 틀렸다고 생각한다.
● 윤석열의 '자살예방'과 '정신건강 대책' 사기극
윤석열 정부는 지난 몇 년간 유난히 '자살예방'과 '정신건강 대책'에 적극적이었다. 대통령 부인인 김건희 자신도 정신질환으로 고통받은 적이 있다고도 하지만, 그 보다는 그냥 요즘 국제적 트랜드에 따라간 것으로 보는게 맞을 것이다. 미국이나 영국 등 주요 정부들이 다 그렇게 하니까 흉내내고 따라간 것.
정신건강 전문가들이 지적하듯이 '자살은 결코 쉬쉬해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니까 정부가 이렇게 나서는 것은 나쁜 일은 아니다. 그러나 최근 <민중의 소리> 등 언론 기사들이 지적했듯이 한국에서 자살률이 줄어들다가 그 추세가 역전되면서 다시 폭증한 지난 2년은 바로 윤석열 집권기이다.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집계된 자살 사망자 숫자는 6,375명... 한 시간에 1.8명, 하루에 42.5명이 자살“
이 정부에서는 '건폭'으로 몰린 건설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검찰 조사받던 이들이 계속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최근에는 양심을 짓밟힌 국민권익위 공무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앞으로 얼마나 더 죽을지 가늠이 안 된다. 윤석열이 문제고 정말로 3년은 너무 너무 길다!
더구나 윤석열은 최근 국가인권위원장으로 최악의 반인권적 혐오 선동 극우일베적 인사를 임명했다. 이제 사회적 소수자와 약자들은 더욱 고통받을 수밖에 없다. 이런 것을 보면 윤석열은 마치 '문재인이나 윤석열이나 똑같다, 민주당이 집권하든 국힘이 집권하든 다를 게 없다' 이런 한가한 소리를 하던 일부 '진보 좌파' 지식인들을 망신 주고 입 막으려고 작정한 것처럼 보일 정도이다.
물론 이런 상황에서도 엊그제 경향신문 칼럼니스트 이대근이 또 지긋지긋한 양비론을 펴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두 세력은 기어코 법안 단독처리, 거부권 행사를 19번 반복했다. 서로를 향해 19번 돌팔매질한 것이다. 그 탓에 동네 유리창은 다 깨졌다." 입법은 국회의 당연한 책무이다. 반면 대통령의 끝없는 거부권은 전혀 그렇지 않다. 당연한 책무를 수행한 쪽과 깽판을 치는 쪽을 똑같다고 보는... 이런 추상적이고 공허한 입장이 윤석열 정권 탄생에 한 몫을 했다.
(기사 등록 2024.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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