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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세상읽기 – 총선 평가/이스라엘 패배/진보정당/개혁언론

by 다른세상을향한연대 2024. 4. 15.

전지윤

22대 총선 결과를 어떻게 볼 것인가

이번 총선 결과는 2016년 촛불의 연장 속에서 평가해야 한다. 그때 일어난 정치적 지진은 아직도 한국사회를 움직이고 있다. 혼동하지 말아야 할 것은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선 1700만명은 무슨 좌파적 활동가들이 아니었다. 그들 다수는 민주당과 심지어 검찰총장 윤석열에 적폐청산과 사회개혁의 기대를 걸었다.

그걸 이용해 윤석열을 앞세워 이준석이 양두구육사기를 치며 보수우파가 정권을 되찾은 게 지난 대선 결과였다. 하지만 대다수는 금새 속았다는 것을 깨달았고 다시 민주당에 지지가 모였다. 대선을 거치며 민주당 당원이 2030 여성들을 중심으로 100만명(이것은 정말 놀라운 숫자다)이나 늘어난 것이 그것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사람들은 보수우파 정권이 자신들의 삶을 망친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다. ‘대파혁명은 그것을 상징하고 있다. 성장률, 국민소득, 물가, 금리, 주가, 무역수지, 환율까지 모든 지표가 줄줄이 하락했다. 더구나 윤석열 정권은 촛불이 대변했던 모든 가치들을 짓밟았다.

따라서 총선 전부터 국힘의 참패는 예정돼 있었다. 이미 이 나라의 언론 환경은 레거시 미디어가 쇠락하고 유튜브가 대세가 됐는데, 실시간 동접자수와 조회수 등에서 친민주당 유튜브들은 친윤석열 보수유튜브들을 5배 가까이 앞서고 있었다.

레거시 미디어와 종편과 갤럽 조사만 보던 사람들이 지난 2월에 비명횡사 공천으로 민주당이 폭망한다는 말을 믿었다면 거대한 착각이었다. 강력한 정권 심판 민심은 한번도 바뀐 적이 없었다. 그러므로 총선 결과는 레거시 미디어의 패배, 갤럽 등 여론조사 기관의 패배, 그런 것을 근거로 떠들던 지식인 전문가들의 패배를 보여 준다.

진보언론과 지식인들이 말하던 이재명과 윤석열의 적대적 공생과 대결 정치에 지친 수많은 사람들에 대한 양비론과 헛소문을 믿고 3지대에서 노다지를 찾아나섰던 이낙연, 금태섭, 류호정 등은 모두 뒤통수를 맞았다. 그런 중립지대는 존재하지 않았다.

또 보수우파는 극심한 분열과 위기를 드러냈다. 2016년 촛불이 가한 타격과 내상이 아직 아물지 않았던 것이다. 이번 대선 기간 내내 보수우파 내부에서는 끝없이 불협화음과 상호 비난, 갈등이 터져나왔다. 유튜브 방송에서 서로 막말과 욕설도 서슴지 않았다.

도태우, 장예찬은 끝내 사퇴하지 않았고 국힘은 자유통일당을 고발했다. 한동훈의 메시지는 갈팡질팡했고, 누구를 핵심으로 겨냥한 것인지조차 불분명했다. 여가부 폐지하자는 정부가 막바지에는 갑자기 김준혁을 보라여성 유권자에게 호소했다. 조선일보는 막판에 포기한 것처럼 보였다. 조선일보의 최고 조회수 기사는 한소희-이준열 결별이었다.

지금 보수우파가 가장 증오하며 원망하고 있을 3명을 뽑는다면 1. 이재명 체포영장을 기각한 판사 2. 조국을 법정구속시키지 않은 판사 3. 김어준을 TBS에서 쫓아내며 날개를 달아준 담당자 순서일 것이다. 김어준 방송은 실시간 동접자가 30~40, 하루 시청자가 200만에 달했고 전세계에서 가장 인기있는 유튜브 방송 10위 안에 항상 올라있었다. 국정원에게서 대공수사권을 박탈한 문재인에 대한 증오도 대단할 것이 분명하다.

총선 직전 에 한동훈이 총선 승리하면 국정원 대공수사권부터 복원하겠다고 약속한 것은 매우 중요했다. 국정원 대공수사권이 여전히 있었다면 보수우파는 총선을 전후해 간첩단 사건 등을 터트리며 종북몰이를 더 '성공적'으로 할 수 있었고, 미행하고 사찰하다가 들키는 일도 없었을 수 있다. 그것은 선거 결과에도 영향을 줬을 것이다.

다만, 이번에 이준석이 가까스로 살아돌아온 것은 불길하다. 이번에 자유통일당이 또다시 의회 진출에 실패한 것은 이 나라에서 전광훈류가 포스트윤석열 시대의 우파적 대안이 되기는 어렵다는 것을 다시 확인해 줬다. 레거시 미디어들도 이준석, 천하람, 김재섭류의 신청년우파들에 우호적이다. 그래서 이들의 위험성과 가능성은 조심스럽게 주시할 필요가 있다.

이번 총선의 핵심이 정권 심판이라는 것을 외면하던 레거시 미디어들은 총선 이후 다시 복수와 응징이 아니라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운운하고 있다. 하나도 공감하기 어려운 이야기다. 이태원 참사의 희생자들을 외면하고 진실을 덮으며 조금도 반성하지 않던 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복수와 응징이다.

그것은 결코 사적인 복수가 아니며 정당한 역사의 복수이다. 이재명이나 조국에게도 그것은 마찬가지다. 두 사람의 정치와 노선에 동의하느냐 여부를 떠나서 윤석열, 한동훈, 검찰, 족벌언론들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위협하는 상징적 인물인 두 사람을 마녀사냥하고 악마화하고 그 가족까지 죽도록 괴롭힌 것은 명백하다.

그것이 올해 초 이재명 살인미수 정치테러의 배경이 됐다. 이재명은 한 방송에 나와서 당시에 칼 맞고 바닥에 누워서 하늘이 참 파랗다. 이게 마지막이다. 아내가 불쌍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득권 우파 카르텔의 이런 시도는 결국 거대한 역풍을 낳았다. 두 사람은 온 가족이 멸문지화당하고 죽을 고비까지 넘기며 지옥에서 살아돌아온서사를 얻었다.

촛불 이후에 시작된 변화와 개혁을 열망하는 거대한 대중은 이들에게 더 깊숙하게 감정이입하게 됐다. 총선 기간에 이 두 사람이 전국의 거리를 돌아다니며 엄청난 인파 속에서 유세하는 장면을 관찰한 사람은 유세가 아니라 마치 2016년 촛불에서 목격한 반정부 시위와 선동의 장면들 같다는 것을 발견하게 됐다.

이런 서사, 인물, 현상이 왜 민주당이나 조국혁신당보다 더 급진적인 진보좌파 정치세력에게서 나타나지 않았는지 아쉬워하고 돌아보며 해결책을 찾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렇게 거리에 모여서 함께 윤석열 심판을 외치던 수많은 이들이, 새로운 국회에 모든 걸 맡기고 일상으로 돌아가는게 아니라, 함께 투쟁과 연대로 나설 길을 찾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패배하고 있고 시온주의는 종말을 향해 가고 있다

며칠전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 긴급행동에서 '우리는 왜 팔레스타인과 연대해야 하는가?'라는 공개토론회가 있었다. 17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모여서 반년간 국제적 연대를 건설해온 연대체의 매우 뜻깊은 토론회였다. 나도 어제 참가해서 그동안 연대체에서 고생하신 분들에게 감사하면서 이런 취지의 발언을 했다.

지난 반년간 진행된 이스라엘의 대학살은 아이에 대한, 여성에 대한, 병원에 대한, 학교에 대한, 언론과 기자에 대한, 구호기구에 대한 전쟁이었다. 바로 이들이 폭격과 학살의 의도적 표적이었다. 그야말로 인종청소, 대량학살, 48년의 나크바를 뛰어넘는 제2의 나크바였다. 무엇보다 학살의 피해자들이 스스로 매일 그것을 생중계했다.

하지만, 미국방장관도 인정했듯이 이스라엘은 전술적으로 승리하면서 전략적으로 패배했다. 지난주 <이코노미스트> 표지 제목은 이스라엘 나홀로였다. 지금 미국조차 네타냐후 정권교체를 말하고 있다. 일란 파페가 말했듯이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시온주의의 폭력적 종말이고 동트기 전의 시커먼 어둠이다.

누가 이스라엘을 패배시키고 있는가? 아랍의 왕정과 독재정부들이? 아랍 정부들은 석유공급 중단과 미군기지 이용 차단, 이스라엘과 단교도 하지 않았다. 하마스의 무장 저항 덕분? 그보다는 끝까지 무릎꿇지 않은 가자 주민들과 아이들과 여성들이, 목숨을 걸고 진실을 보도한 가자의 기자들이, 생명을 지키려고 사투하는 가자의 의료인들이 만들어낸 패배이다.

물론 서방의 반전 시위대와 아랍 민중의 연대가 있었다. 하지만 아랍 민중의 연대는 제한적이었다. 이것은 2011년 아랍 혁명 패배의 후유증이 낳은 커다란 상처와 사기 저하 때문이다. 하지만 반년이 지나면서 요르단부터 시작해 아랍 민중이 일어서는 소리가 들리고 있다. 이것은 팔레스타인에서 3차 인티파다를, 아랍에서 2차 아랍의 봄을 낳을 수 있다.

국제적 연대는 그런 투쟁을 위한 자신감을 줄 수 있다. 그것은 시온주의의 완전한 종말을 가져올 수 있다. 그래서 지난 반년간의 우리는 연대는 의미있었고, 앞으로 더욱 중요할 것이다. 그동안 고생하고 어제 의미있는 토론회도 준비해준 긴급행동의 많은 분들에게 항상 감사한 마음이다.

#CeasefireNOW #BDSNow #EndIsraelsGenocide

진보정당들이 서로 선택을 존중하며 총선 이후 준비했으면

이번 총선의 큰 그림을 보면 사회의 진보와 변혁을 바라는 사람들에게 기쁘고 반가운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한국 사회를 지배해온 지배계급의 주류와 기득권 카르텔에 기반한 정부와 정당이 크게 패배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노동운동과 진보진영, 진보정당들은 대체로 우울하고 어두운 분위기이다. 노동 대중이 기뻐하는 상황에서 진보좌파들은 그것을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부터 뭔가가 어긋나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대중과 함께 기뻐하고 대중과 함께 슬퍼하는게 아니라 그 반대이니 말이다.

이것은 진보정당들의 총선 결과가 매우 좋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 그나마 좋은 결과를 얻을 것으로 보이는 진보당은 다른 진보정당이나 단체들과 엄청난 갈등을 겪고 있고 심지어 민주노총 지지정당에서 배제해야한다는 주장까지 나오는 상황과 관련있다.

지난해 연말만 해도 희망이 보였다. 지난 10년간 선거에서 몇몇 예외말고는 협력한 적이 거의 없던 정의당과 진보당이 선거 연합에 대한 진지한 논의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그것은 이대로면 누구도 원내정당이 될 수 없다는 정의당과 진보정당들의 위기감이 가져온 결과이기는 했다.

그러나 정의당은 자신들을 플랫폼으로 한 연합정당을 주장하고, 진보당은 민주노총을 플랫폼으로 한 연합정당을 주장했다. 촉박한 시간 속에 장단점이 뚜렷한 방안을 서로 고집하다가 진보정당들의 선거 연합은 결국 무산되고 말았다. 10년간의 갈등과 분열, 불신이 낳은 결과이니 이제와서 누구를 탓하기도 어렵다.

이 상태에서 3% 봉쇄 조항을 뚫고서 필사적으로 의회에 들어가려는 진보정당들의 선택지들은 매우 제한적일 수 밖에 없었다. 여기서 정의당은 녹색당과 통합하면서 부분적 진보 통합을 이루고 기후 의제를 강조하는 방향을 택했다.

진보당은, 마침 병립형 후퇴가 아니라 연동형 유지를 선언하며 민주당이 제안한 비례연합 정당에 들어가서라도 3% 봉쇄 조항을 넘으려는 타협안을 택했다. 노동당은 의회 진출보다는 좌파적 원칙을 더 선명하게 하면서 선전의 기회로 총선을 활용하는 방안을 택했다.

이것은 각각이 모두 아쉬운 부분과 이해할 부분이 있는 선택들이다. 하지만, 진보정당들의 의회 진출과 선거에서의 생존 자체가 의심되고 존재감이 너무나 축소된 상황에서 나온 선택들이라는 것을 감안해서 평가할 수밖에 없다.

각자의 선택을 존중하면서도,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비판할 것은 비판하면서, 총선 결과를 바탕으로 함께 그 성과와 한계를 평가하며 앞으로 연대의 길을 남겨놓는게 바람직한 태도였을 것 같다. 하지만 현실은 그 정반대였다.

의회 진출을 위한 서로의 선택과 선거 전술을 비난하면서 지난 10년간의 진보정당들의 분열과 갈등이 해소되기는커녕 새로운 수준으로 폭발하고 있다. 특히 비난이 집중되고 있는 것은 강제해산과 종북낙인 때문에 지난 10년간 제도정치에서 배제돼 온 진보당이다.

민주당 주도의 비례연합 정당에 들어가면서 진보당은 가까스로 기회를 얻었지만, 그 과정에서 피할 수 없었던 타협과 후퇴 때문에 비판을 넘어서 연대의 대상이나 민주노총 지지정당에서 추방해야 한다는 비난과 공격에 휩싸여 있다.

이것은 과도한 측면들이 있다. 진보당은 독자적인 진보정당을 해산하고 민주당으로 흡수될 것을 선택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 때의 일부 좌파들처럼 반동적 우파 정당과 후보를 지지한 것도 아니고, 일부 진보 정치인과 활동가처럼 조선일보와 손잡은 것도 아니다.

물론 선거 실리를 위해 자유주의 세력과 선거 연합을 했는데, 형태가 좀 다르긴 해도 이것은 2014년에 통합진보당이 강제해산된 이후에 유일 원내정당 지위를 독차지했던 정의당이 해 왔던 전술이기도 하다. 박근혜 정부 아래서 민주당과 정의당은 선거 때 수시로 후보 단일화와 공동 유세 등을 했다.

당시 진보당(민중당)은 지독한 종북낙인 때문에 이 연합에 낄 수조차 없었다. 분열한 진보정당들이 서로간에는 협력하지 않고, 일부는 배제당하고 일부는 민주당하고만 손을 잡는 모습은 당시에도 매우 씁쓸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정의당은 진보정당도 아니고 노동운동의 연대 대상에서 추방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는 없었다.

왜냐하면 진보좌파에게 그것은 투쟁에서 원칙의 문제가 아니라 선거나 의회에서 전술의 문제였기 때문이다. 기득권 우파에 맞서 자유주의 정당이나 후보에게 비판적 투표를 하거나 후보 단일화, 선거 연합을 하는 것은 국제적 좌파들의 실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심지어 오늘날의 진보좌파보다 훨씬 더 급진적이었던 1세기전 러시아 볼셰비키의 실천에서도 발견된다. <볼셰비키는 어떻게 의회를 활용했는가>, <공산주의 좌익 소아병>, <레닌의 합법정당론>, <레닌의 선거와 의회 전술> 등을 조금만 살펴봐도 쉽게 확인된다.

자유주의 정당과 협정을 맺고, 공동 명부를 작성하고, 선거 연합을 한 사례들을 제시하면서 레닌은 이렇게 말한다.타협 일반의 허용 가능성을 거부하는 것, 그것은 진지하게 고려하기조차 어려운 어리석은 짓이다... 볼세비즘의 온 역사가 유연한 대응, 협조, 부르조아지 정당을 포함한 다른 정당들과의 타협의 사례로 가득차 있음을 모를 리 없을 터인데!”

물론 100년전 러시아와 지금 한국 상황은 다르고, 볼셰비키나 레닌의 실천과 주장만 신봉하는 것처럼 갑갑한 태도도 없다. 정말 중요한 것은 한국의 구체적 상황에 대한 평가와 그에 맞는 구체적 전술이다. 그러려면 왜 지금 진보정당 20년의 역사가 독자적으로 3% 봉쇄 조항도 못넘을 수준으로 후퇴한 것인지 평가해야 한다.

지난 몇 년간 선거에서 누군가를 민주노총 지지후보로 결정해도 1~2%의 득표 밖에 얻지 못하고, 그래서 진보정당과 후보들이 명분보다 실리를 쫓는 일이 반복되는 이유가 무엇인지도 돌아봐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진보정당들이 분열과 위기를 극복하고, 연대의 힘으로 민주당 의존을 벗어나 독자적 대안으로 성장할 길을 찾아야 한다.

그런 길이 잘 보이지 않는 상황 속에서 진보당이 10년 동안의 종북낙인과 왕따를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는 것만 탓하기는 어렵다. 원내 정당이냐 아니냐는 투쟁과 연대에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차이라는 것도 부정하기 어렵다. 이번 타협을 디딤돌 삼아 독자적 진보정당의 길을 더 넓히겠다는 말도 거짓말은 아닐 것이다.

물론, 이것은 문제도 많은 타협이다. 진보정당의 독자성은 일시적으로 흐려질 수밖에 없고, 민주당의 요구 때문에 후보들을 사퇴시켜야 했다. 충분한 논의와 설득이 안된 상태에서 급작스러운 전술 변화 때문에 진보당 내부에서도 불협화음이 있고, 진보정당들과 민주노총 속에서 불신과 갈등은 커지고 있다. 울산 동구에서 벌어진 일은 분명 잘못이다. 진보당은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책임이 있다.

이것이 뼈아픈 이유는 아무리 총선에서 좋은 결과를 얻더라도, 노동운동과 진보진영에서 불신과 갈등이 커지면 연대와 투쟁에 도움이 될 리 없기 때문이다. '종북몰이'와 이간질, 각개격파에도 더 취약해진다. 이번 총선에서 윤석열과 국힘을 완패시키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런 선거 결과를 기회삼아 더 큰 투쟁과 연대를 만들어내는 것이기에 이것은 더욱 걱정되는 일이다.

다시 말하지만, 이번 총선에서 윤석열과 국힘이 대패하는 것은 무조건 좋은 일이다. 화물연대와 건설노조가 무참히 짓밟히던 윤석열 정부 초기와 달리 노동자들이 투쟁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회복하고 있고, 총선 결과는 그것에 기름을 부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국민의힘이든 민주당이든 똑같다'는 공허하고 추상적인 말만 할 때가 아니라는 말이다.

국민의힘이 소수파로 줄어들고 윤석열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되는 것은, 진보진영과 노동운동이 투쟁과 연대를 건설하는데 더 좋은 조건이 마련된다는 뜻이다. 진보좌파는 그런 조건을 기회로 만들며 투쟁과 연대를 더 전진시키기 위한 준비와 노력을 해야 한다. 선거 전술에 대한 이견과 논쟁을 서로간의 신뢰와 네트워크를 파괴할 정도로 발전시킬게 아니라.

윤석열과 국힘의 총선 패배 흐름 속에 나타난 장면 3가지

1. 배가 가라앉기 전에 먼저 도망치는 쥐들은 항상 나온다. 국힘 내부에서 내각 총사퇴와 윤석열 탈당을 요구하는 주장들도 나오고 있지만, 또 한가지 인상적인 것은 진중권이 왜 이재명은 공격 안하고 한동훈만 공격하냐고 반발하면서 방송 하차를 선언한 장면이다. 윤석열과 검찰이 위기에 몰리자 친윤 친검 지식인들도 스스로 궁지에 몰리고 있다고 느끼는 것이다.

2. 자유통일당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은 지금 '자통당 찍으러 나오면 지역구는 국힘 찍는다. 우리가 국힘의 중도 확장을 이루고 있다'며 조국혁신당의 주장을 황당하게 표절해서 주장하고 있는데... 이것은 결코 보수우파의 외연 확장이 아니라 우파의 위기와 분열이 나은 더욱 순수한 극우반동화의 증상이다. 이들의 주장들을 살펴보면 거의 트럼프와 퀴어논그룹을 보는 것 같은 정도로 황당무계하고 섬뜩하다. 이들의 의회 진출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

3. 이재명 살인미수 정치테러범의 변명문과 최후진술이 거의 3개월만에 공개가 됐다. 여기서 테러범은 자신이 좌익판사붉은변호사사법부내 종북세력때문에 가로막힌 이재명의 사법적 단죄 실패를 보고서 사법부에 대한 기대를 포기하고 직접 이재명 처단을 결행했다고 말하고 있다. 이처럼 자신이 인간의 외피를 두른 사악한 뱀대가리를 쳐내, 이제 종북버러지들콜레라균 같은 붉은 무리들을 해체시켜 무력화시키는 일은 남은 사람들이 할 것이라는 말이다.

이것을 잘 읽어보면 극우유튜버들이 하는 주장과 똑같고, 표현만 완화하면 윤석열과 한동훈이 주장하는 논리와 거의 똑같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더 놀라운 것은 이게 공개된지 일주일이 됐지만 진영을 떠나서 거의 어느 주류 언론도 보도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서로 입수하고 보도하려고 경쟁하는게 아니라 말이다. 마치 이재명 살인미수 사건은 존재하지도 않았듯이 모두의 기억에서 잊혀지기를 바라는 것처럼.

이번 총선에서 윤석열 정권은 반드시 붕괴해야 한다. 진보좌파는 그것을 함께 기뻐하면서 더 급진적 사회변화를 위한 투쟁과 연대를 준비하는 게 옳다. 그 역이 아니라.

'공정하고 객관적인 사실 보도'의 불공정한 결과

민주당 김준혁 후보가 과거 유튜브에서 부적절한 개념과 표현을 사용한 것은 분명 비판할 문제가 맞다. 그러나 김활란이 일제와 독재에 부역한 것도 사실이다. 김활란은 일제에 부역해 징병과 위안부 동원을 독려했고, 독재 정부에서 노동자와 소수자들을 착취하고 억압하는 데 힘을 보탰다. 그래서 나중에 이화여대의 진보적 학생들은 김활란의 동상을 철거하려고 했다.

한편에서는 엘리트 여성 지도자였던 김활란의 이런 과거는 성착취가 계급, 민족, 젠더의 교차와 결합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따라서 단순히 민족주의적 관점에서나, 여성을 대상화하는 관점에서만 이것을 폭로하고 고발하는 것은 부적절하고 성평등적이지 않다는 거부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지금 국힘의 총선 패배 가능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보수우파가 김활란의 잘못된 과거는 빼놓고 김준혁 후보의 잘못된 표현만 부각해서 선거 악용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그들로서는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진보 언론과 지식인들도 후자만을 지적하는 상황은 납득하기가 어렵다. 이것만이 문제가 아니다.

요즘 주요 언론을 보면 총선 후보 검증에서는 양문석, 박은정 문제로만 주로 도배되고 있다. 물론 양문석 후보의 편법은 명백한 사실로 보인다. 박은정 후보 남편의 고액 수임료는 거부감을 일으키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사실'들을 조중동은 과장과 왜곡, 아니면 말고도 섞어서 정말로 열심히 보도한다. 그래서 쟁점화가 되면 '진보'언론들도 따라서 보도한다. '객관적 사실'이니까.

하지만 국힘 후보들을 검증하며 투기, 불법을 취재 보도하는 곳은 찾기 어렵다. 뉴스타파 정도만이 열심히 탐사 취재해 보도하고 있다. 하지만 알다시피 뉴스타파를 '받아쓰는' 곳은 별로 없다. 이처럼 족벌언론은 오로지 야당 후보 검증과 이슈화만 열심이고, ‘진보언론은 독자적 검증은 별로 없고 주로 이슈화가 되면 따라서 보도하니, 결과적으로 사람들은 야당 후보의 비위나 결함만 주로 보게 된다.

그러면서 김건희 일가의 부동산 가액만 253(차명 제외)이고, 국회의원 재산 상위 10위 중에 재산이 수천억에서 수백억인 국힘 의원이 9명이고 그들이 이 재산을 만드는 과정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어느 주류언론도 파헤치거나 보도하지 않으면서 총선이 진행되고 있다. 결국 더 큰 불법과 투기범들이 득을 본다. 이것이 한국 언론의 신화인 '공정하고 객관적인 사실 보도'의 결과이다.

(기사 등록 2024.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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