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균
괜찮다.
1.
장애인운동은 이 비장애인 중심의 일상을 멈추면서 장애인이 이 사회에 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운동이었다. 지하철을 막고 버스를 막고 길을 막고 점거를 하고 심지어는 아스팔트를 기어가기도 했다. 그렇게 21년을 존재하기 위해 살기 위해 투쟁했다.
아이러니하게 이준석이 일주일동안 펼친 혐오 차별 선동과 전장연에 대한 정파적 프레임 씌우기, 낙인 찍기 덕분에 그렇게 장애인운동이 목 놓아 외쳐야 겨우 이야기가 보일까 말까 하던 장애인에 대한 권리가 계속해서 회자되고 있다. 사흘 연속으로 주요 일간지에 1면이 실리다니, 전장연을 좋아하든 싫어하든 계속해서 그 운동을 이야기하고 이동권을 얘기한다. 지지하든 비이냥대든 이동권 말고도 장애인운동이 얘기하는 다른 이야기 - 탈시설, 노동권 등 - 도 회자되고 있다.
누가 정부를 차지하든 열심히 투쟁하고 맞섰던 전장연인데, 이준석 덕분에 아이러니하게도 차기 정부에 가장 강하게 대적하는 주요 대중운동단체가 전장연이 되었다. 그래.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고 사회에서 존재하기 위해 이 상황에서도 계속 목소리 외쳐야 겠다 생각했다.
2.
욕을 먹고 혐오를 받고 차별을 받고 협박과 폭력적 위협을 온라인 오프라인에서 받는 만큼 전장연을 지지하고 연대하는 온라인 오프라인에서의 뜨거운 마음을 확인한다. 그 마음을 알기에 다시 추스리고 아침에 일어나 출근하고 거리에 나서서 투쟁하고 업무를 하고 조직을 하고 활동을 한다. 일상이 좀 더 급진적이 되긴 하였지만, 내 일상이 멈추지 않는다. 그렇다. 그럼에도 나는 괜찮다.
괜찮지 않다.
1.
하지만 역시 SNS나 현장에서 전장연에 악다구니를 퍼붓고 저주도 모자라 폭력적 욕설을 하고 신상털기와 혐오 폭력을 저지르는 상황을 직면할 때마다 괜찮지 않다. 특히 함께 하는 활동가, 대표 등 동지들이 그런 공격을 받는 것을 옆에서 목도 하고 있는 것이 너무 괴롭다. 단언컨대 이준석의 그 공격 이후로 그 강도도 매우 강해졌다. 이준석 본인은 혐오 차별 공격 한 적 없다고 함부로 말하지만, 이준석의 그 말이 방아쇠를 당겨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숨겨왔던 차별을 부추긴 것은 분명하다.
2.
온갖 다양한 공격들이 펼쳐진다. 악마의 편집 영상은 말할 것도 없고, 최근에는 전장연이 전국민중행동 가입 단체이고 연대행사도 함께 했다고 이석기 지지 단체, NL, 종북 단체라고 프레임 씌우기를 당하고 있고, 어느 곳에서는 그 뒤에 민주노총이 있다고 프레임 씌우기를 한다. 어떤 사람은 우리가 더 많은 장애인 권리 예산을 얘기하는 것조차 문제가 있다고 말하면서 전장연이 얘기하는 6000억 탈시설 예산만큼 전장연을 패야 한다고 얘기하기도 했다.
점점 공격도 혐오적으로 바뀐다. 휠체어를 잡아 당겨서 넘어 뜨린 다음 일어서는지 안 일어서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글, 우리 동네에 오면 바로 죽여 버리겠다는 글 등... 이것이 실제로 한번 발현돼서 장애인 활동가가 실제 사무실 앞에서 위협을 받기도 하는 상황에서 이 공격이 어떻게 더 심해질지 걱정이고, 그로 인해 소중한 사람들에게 심각한 문제가 생길까봐 걱정이다. 그렇다. 아직도 상상하기 어려운 혐오 공격을 마주하는 것이 괜찮지 않다.
3.
모든 사람들이 그렇지만 예전에 함께 했던 사람들 중 일부가 이준석을 지지한답시고 "내가 전장연을 좀 아는데..."라면서 이 때다 하면서 함께 돌을 던지는 것을 확인하는 것도 매우 곤혹스럽고 괜찮지가 않다.
결론
그래서 누군가에게 나의 안부를 묻는다면
나는 괜찮고, 또한 괜찮지 않다.
괜찮지 않은 불안감, 두려움, 무서움 그리고 슬픔, 분노를 모두 뒤로 물리고 한편으론 옆에 있는 동지들, 연대하는 소중한 지인들, 친구들이 그 두려움, 불안감, 무서움, 슬픔에 잠식당하지 않도록 나는 계속 괜찮고 함께 하자고 웃을 것이다.
이제야 다양한 곳에서 혐오 차별에 견디다 못해 다른 세상을 선택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더 깊게 공감이 간다. 그런 마음들이 더 많아질까 봐 걱정이다. 사실은 나도 그런 마음에 굴복 당할까봐 걱정이다. 그래서 괜찮지 않다.
하지만 또한 그 수십년을 함께 투쟁해 왔고 세상을 바꿔왔던 장애인운동과 함께 하는 친구들, 동지들, 동무들 그리고 나의 소중한 사람들을 믿는다. 어떤 상황에서도 무너지지 않을 것이고 답을 만들고 길을 만들 것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다시 어렵게 글자를 새긴다. 나는... 괜찮다. 괜찮을 것이다...
(기사 등록 20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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