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 에반스(Nick Evans)
번역: 두견
인도 출신의 마르크스주의 학자이며 역사유물론, 이슬람의 역사, 자본주의와 농민, 인도의 노동운동 등에 대해 많은 연구와 저술을 남겨 온 자이루스 바나지Jairus Banaji의 책인 <상업적 자본주의의 간략한 역사>를 소개하면서 서평하는 글이다. 이 책은 자본주의와 제국주의의 기원과 역사에 대해 급진적으로 다시 생각해 볼 것을 요구하고 있다.
마르크스 자신에서 비롯하고 이후에 많은 이들이 고수해 온 산업자본, 생산현장, 임금노동을 강조해 온 기존의 전통적이고 유럽중심적인 해석이 자본주의의 기원과 역사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비록 <상업적 자본주의의 간략한 역사>가 아직 국내 번역 출판돼 있지는 않지만, 자본주의와 계급투쟁에 대한 새로운 혁신적 접근에 도움이 되는 내용이라고 판단해 소개한다.
출처:
https://www.rs21.org.uk/2021/02/21/review-of-jairus-banaji-a-brief-history-of-commercial-capitalism/
자이루스 바나지Jairus Banaji의 짧은 신간은 대부분의 마르크스주의 역사가들이 자본주의의 역사를 잘못 알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너무 '형식주의자'였으며, 역사적 증거를 미리 만들어진 범주들과 시기 구분에 우겨넣으려 한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그들은 상업자본이 산업자본의 등장 이전의 수세기 동안이나 산업자본과 함께 유라시아의 많은 지역에서 어떻게 생산과정을 지배했는지 보지 못했다.
바나지는 자본주의가 영국 시골 ('정치적 마르크스 주의자들'이 주장했듯이) 또는 영국의 공장에서 '자유' 임금 노동자들과 함께 시작되었다는 생각은 편협하고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주장한다. 바나지는 그가 1970년대부터 만들어 온 도전적인 노선의 분석과 요소들을 발전시키고 있다.
기존의 정식을 옹호하는 사람들에게는 불편하지만, 그는 여러 근대 및 중세 언어로 된 벅찰 정도 범위의 문헌들의 영향력으로 이를 뒷받침할 수 있다. 그의 주장에 동조하는 사람들에게는 불만스럽겠지만, 바나지는 대부분 독자들이 그의 글을 통해서 흩어진 사례와 비판적 통찰력에서 역사적, 정치적 함의를 추출해야 하는 과제를 남긴다.
상업의 우위
중심적인 주장은 상인 자본가들이 칼 마르크스와 그 이후의 마르크스주의자들이 평가한 것보다 더 오랫동안, 그리고 더 많이 세계적 생산을 통제했다는 것이다. 마르크스는 생산의 상업적인 통제를 명백히 과소평가했다. <자본> 3권에서, 그는 상업 자본이 지배하던 시대는 '자본에 대한 생산의 비종속화'와 동일시된다고 주장했다.
마르크스는 그 후 '상업자본이 산업자본에 종속되는' 과정을 기술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산업 자본가들이 생산과 유통의 모든 과정을 담당하였다. 바나지는 마르크스가 '이 과정을 심각하게 포개버렸다'는 것을 보여 준다.
사실, 바나지는 상업 자본에 대한 산업의 우위는 마르크스의 생애 동안에 전혀 확립 되지 않았고, 19세기의 마지막 수십 년 동안에 확립되었다고 주장한다. 프리드리히 엥겔스는 마르크스와 달리 다른 역사가들이 '제2차 산업혁명'이라고 언급한 것, '직물이 아닌 석유, 철강, 화학이 대규모 산업의 전형적인 얼굴이 되었을' 때를 살아서 지켜보았다.
그 사이에 '민족성이 훨씬 더 날카롭고, 세계정치가 더 공격적이며, 새로운 속도로 살아가는 감각에 의해 정의되는 완전히 새로운 세계가 출현했다.' 로자 룩셈부르크, 블라디미르 레닌, 니콜라이 부하린 등 차세대 마르크스주의자와 혁명가들이 제국주의의 특성으로 분석한 발전들은 1차 세계대전의 대재앙으로 이어졌다.
역사학자인 에릭 홉스봄Eric Hobsbawm의 말을 인용하며 바나지는 '제국주의'가 '새로운 현상을 묘사하기 위해 고안한 새로운 용어'로 19세기까지 '영국 무역에 자리 잡았던 자유주의-국제주의적 질서'를 대체했다고 지적한다.
이 책에서 바나지의 목표는 '상업 자본주의'의 긴 앞선 단계를 개괄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그는 '자본주의로의 전환'에 관한 기존 문헌의 많은 부분에서 제시된 것보다 훨씬 더 복잡했던 노동에 대한 통제 패턴과 자본 축적의 궤적을 드러낸다.
그렇다면 상업 자본주의의 시기는 어떻게 특징지어져야 하는가? 무엇보다도, 그것은 '자본에 대한 생산의 비종속'으로 특징지어져서는 안 된다. 제5장은 이 주장에 대한 중요한 장이다. ‘선대 제도'의 '고전적 형태'에서는 노동자들이 작업도구를 소유하고, 상인 자본가들로부터 원자재를 공급받았으며, 완제품의 일부로서 임금을 지급 받았다.
직장은 분산되어 있었지만 마르크스가 인식한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상인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산 그 자체를 통제, 관리, 조정'했다. 상인들은 원자재에 대한 독점(때로는 장인들과의 치열한 계급투쟁을 통해 유지됨)과 '전체 생산 공정을 조직하는 능력'을 통해 생산을 지배했다.
2장에서 바나지는 거래 식민지, 도매 시장, 환어음 등 상업자본이 이러한 통제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한 기반시설을 개괄한다. 5장에서 바나지는 상인들이 시장에 대한 그들의 지식을 어떻게 사용하여 상당히 다른 노동과정을 결합시켰는지 보여준다. 어떤 노동과정은 고용주 자신의 부지에 있고, 다른 것들은 널리 분산된 국내의 장소들에 있다.
오직 전자만이 마르크스의 관점에서 '자본에 대한 노동의 실질적 포섭'의 자격을 갖지만, 바나지는 상업 자본주의 하에서 다양한 형태의 노동 착취의 결합을 강조한다. 바나지와 다른 많은 마르크스주의자들 사이의 주요한 차이점은 생산 방식을 착취의 방식으로 환원할 수 없다는 그의 강조에 있다: 자본주의는 임금 노동과 동의어가 아니며 항상 자유 노동과 비자유 노동의 조합에 의존해 왔다.
상업 자본과 국가
이 간략한 역사는 '상업 자본주의'의 단일한 기원을 식별하지는 않지만, 11세기 이후부터 국가 권력과 상인 자본 사이의 일련의 관계를 분석한다. 바나지는 지중해와 흑해, 그리고 인도양에서 이탈리아 도시국가, 포르투갈 군주국, 네덜란드 공화국, 그리고 당시의 영국이 상업 네트워크를 무력으로 탈취한 것을 추적하고 있다. 이 이야기는 3장에서 비잔티움Byzantium으로 시작한다.
바나지는 비잔틴 국가와 원주민 상인 계급 사이의 짧은 11세기의 동맹이 이탈리아 상인들의 특권을 초래한 귀족적 반동으로 인해 뒤집혔으며, 이로 인해 중국 밖에서 세계 최대의 공동 시장에 접근할 수 있었다고 주장한다.
16세기에 포르투갈 왕가는 이슬람 상업자본의 기존 네트워크를 폭력적으로 인수하려고 시도하면서 '자본의 실질적 블록들 사이의 경쟁의 용인되는 부분으로서 무력의 습관적 사용'을 지중해에서 인도양으로 바꾸었다.
바나지는 '상업 자본주의'의 역사에서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단계들을 논의하는데, 17세기 네덜란드와 영국에서 각각의 국가의 후원을 받는 공동출자 주식회사들의 부상, 그 후 주식중개회사(위탁매매업자)와 비독점, 민간 기업의 부상을 논의한다.
반면, 동인도 회사는 1세기 이후까지 상업적 우위를 유지했다. 상업자본과 산업자본 사이의 추가적인 중간 단계는 '대리점들이 관리기관으로 진화'하는 것이었다. 19세기에 걸쳐서, '상업자본의 산업자본으로의 종속'과는 거리가 먼, 광범위한 산업 기업들에 대한 '관리기관들'(수익의 대부분을 여전히 수수료로 벌고있는 무역 회사들)의 지배력을 바나지는 보여준다.
상업적인 이익을 강력하게 지지하는 연속적인 유럽 국가들에 대한 그의 설명과 병행하여, 바나지는 '이슬람 세계는, 상업 자본주의가 북부 이탈리아에서 출현하기 전부터 그 나름의 상업 자본주의 형태를 가지고 있었다'고 주장한다.
그의 첫 페이지와 부록에서, 바나지는 이슬람 사상가들이 상업 자본주의('자본'의 개념과 노동가치 이론을 포함해)의 정치경제학을 유럽의 사상가들보다 훨씬 앞서 정교하게 표현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결정적인 차이점은 이슬람 국가들이 '교역을 장려할 용의는 있었지만 서방의 폭력적인 중상주의적 확장에서는 결코 상대가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계급투쟁
이 책에서 제시된 주장은 로버트 브레너Robert Brenner의 추종자들에 대한 도전이다. 브레너와 '정치적 마르크스주의자들political Marxists'은 자본주의가 영국 시골 지역에서 계급투쟁의 구체적인 결과라고 주장하며, 이로 인해 임금노동자로서 임차농 일을 강요받게 된 많은 소작농들이 몰려났다고 했다.
‘정치적 마르크스주의자’들에게는 시장의 긴급한 필요가 체계적으로 생산을 지배하게 된 것은 이런 맥락에서였다. 그러나 바나지는 역사적으로 추정된 자본이 노동에 대한 지배를 추구한 방식(다른 곳에서는 그는 이를 '축적의 궤적'이라 불렀다)의 범위, 농민 강탈이 중심적 이야기라는 것은 분명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줬다.
바나지가 거듭 강조했듯이, 이는 식민지 이후의 인도의 반자본주의 전략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이 책에는 비록 짧은 논점들을 조명하고 있지만 계급투쟁에 대한 직접적인 논의는 거의 없다: 여기서 그는 18세기와 19세기 프랑스에서 린넨 산업에 대한 테시 리우Tessie Liu의 저작을 인용하거나, 1378년 시옴피Ciompi 반란의 구체적인 구성을 분석한다.
그럼에도 바나지의 저서는 상업 자본이 다양한 작업장을 연계하는 경우가 많았으며, 생산공정의 일부분은 자본가들이 소유한 부지에서, 다른 일부는 하도급업체로, 다른 일부는 '외주'로 수행되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러한 서로 다른 생산 현장(가정의 맥락도 포함한)에 걸친 계급투쟁의 역사는 우리 시대에 중요한 교훈을 줄 수 있다. 그들은 또한 과거에 그러한 투쟁의 다양성과 상호 연결성을 모두 보지 못한 노동계급 투쟁의 성별화되고 인종화된 역사를 바로잡을 수 있을 것이다.
몇 가지 추가적 시사점
그 영향은 화석 자본의 역사로 확장된다. 안드레아스 말름Andreas Malm은 19세기 초 영국에서 지구 온난화의 기원을 찾아냈으며, 면화 제조업자들의 수력 발전에서 석탄과 증기로의 전환하는 것을 계급투쟁이 결정했다고 주장했다. 말름은 '면화-증기 연계는 석탄 소비의 많은 규모와 같은 것을 직접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는 것과 '화석 경제 탄생의 전체 역사'는 해운과 철도, 철 생산에서의 증기 응용의 문제를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인정했다.
<상업자본의 간략한 역사>는 마르크스가 지적했던 것처럼 '해운, 철도, 전신 등'에 대한 더 큰 자본 투자에 반영된 '유통의 속도'를 증가시키는 데 있어서 후자의 결정적인 중요성에 주목한다. 19세기 영국이 화석연료 경제의 기원을 찾는 데 적합한 곳일 수도 있지만, 바나지의 설명은 '면화-증기 연계'가 진정으로 그것의 '고동치는 심장'이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출현은 최근에 우리 곁을 떠난 두 사람에 대한 상실감을 다시 상기하게 만들고 있다. 이미 1978년에 콜린 바커Colin Barker는 생산 방식(예: 자본주의)의 개념을 착취 방식(예: 임금 노동)으로 축소하는 것에 대한 자이루스 바나지의 비판을 환영했다.
우리는 상업 자본과 국가 권력(그리고 특히 경쟁 국가)의 관계에 대한 바나지의 최근 논의에 대한 콜린의 반응을 그리워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국가 권력에 대한 바나지의 강조는 자본주의 역사에서 부르주아 혁명의 역할에 대한 닐 데이비슨Neil Davidson의 논점을 제기한다. 상업 자본주의의 국제적 성격과 자본주의로의 국가적 '전환'보다는 '축적의 궤적'을 강조하는 이 책에는 그것들이 나타나지 않는다.
우리 모두가 현재 살고 있는 착취 시스템은 그 어느 때보다도 세계적으로 상호 연결되어 있지만, 그것은 또한 경쟁하는 국민국가들에서 조직된 부르주아지의 계급적 규칙에 의해 특징지어진다. 이것이 어떻게 발생했고, 어떻게 끝날 수 있는지에 대한 이해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기사 등록 202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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