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세상을 향한 연대 :: 삶은 그 자체로 좋은 것 - 영화 "소울"

박철균


 


* 주의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1.

픽사가 한국 흥행에선 다소 고배를 마시고 있긴 하지만, 픽사가 만든 영화들은 하나같이 명작이고 훌륭한 메시지를 가지고 있는 것이 많다. 특히, 인간에 대한 삼라만상을 애니메이션 작품을 통해 느낄 수 있달까. ""에서는 노인의 삶을, "토이스토리 시리즈"에서는 장난감의 의인화를 넘어 3에서는 어린 시절 놀던 추억과 어른이 된 나와의 작별, "인사이드 아웃"에선 인간의 감정을 고찰하고 그 모든 감정(심지어는 슬픈 감정)도 소중하다는 것을, "코코"에서는 삶과 죽음은 서로 연결되어 있고 세상을 떠난 소중한 사람을 기억하는 것을 슬프도록 아름답게 표현하고 있다.

 

2020년 제작되었고, 칸느 영화제 출품 그리고 부산영화제에서 개봉하였으나 코로나192020년 칸느 영화제는 취소되고, 미국에선 디즈니+로 스트리밍 개봉하며 한국에서도 코로나19로 밀리고 밀려 20211월 중순이 되서야 개봉한 비운의 영화가 되 버린 "소"도 우리가 사는 삶 자체는 무엇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2.

주인공 조 가드너는 중학교 기간제 음악교사이고 정규직 제안을 받을 정도로 안정적인 삶이 보이나 그것이 시큰둥 할 정도로 항상 재즈 피아니스트 공연을 갈망하고 꿈꾸고 있다. 그러다 예전 제자면서 유명 섹스폰 연주자 도로시가 있는 재즈밴드에서 드럼을 치는 컬리의 제안을 계기로 마침내 꿈의 재즈밴드 공연에 함께 하는 기회를 얻게 되고 그걸로 한창 들뜨다 공사장 맨홀에 빠지는 통에 영혼이 되는 것이 영화의 발달 부분이다.

 

영화는 내내 "어떤 삶이 중요한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물어 보고 있다. 항상 우리가 사는 일상이든 교과서든 목표를 가지고 살아갈 것을 가르치고 있고, 그렇지 않은 삶은 가치가 없는 것처럼 여긴다. 그런 모습은 주인공 조를 통해서도 절절히 표현되는데 조는 꿈앞에서 항상 갈망하고 전전긍긍하며 꿈의 재즈공연이 실현될 때에는 오로지 그것을 향해 돌진한다. 그 결과 조는 주변은 제대로 보지 않고 앞만 보며 간다. 사실 맨홀은 최종적인 결과이지만, 맨홀 이전에도 조는 공사장 벽돌에 깔려 죽을 뻔 하고 무단횡단을 하다 교통사고로 죽을 뻔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여기서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삶이 과연 교과서나 일반적인 통념대로 중요한 것인가 첫번째 의문이 든다.

 

3.

영화는 조가 다시 자신의 몸으로 돌아가기 위해 전전긍긍하고 수천년 동안 인간이 되지 못하는 어린 영혼인 "22"의 멘토가 되고 어쩌다 22호 영혼이 조로 들어가고 조의 영혼은 치료고양이로 들어가는 전개,위기에서도 "정말 삶의 목적이 중요한가?"라는 의문을 계속 던진다.

 

조는 눈 앞의 재즈와 음악에는 엄청난 열정이 있었지만, 주변은 챙기지 않았다는 것을 영혼이 뒤바뀐 상황에서 일상의 지인들을 만나면서 더 명백하게 보여준다. 밴드를 그만두겠다는 코니는 조의 모습을 가진 22호가 코니의 감정을 십분 이해하고 동의해 주는 말을 통해서 오히려 코니의 맘을 돌리고, 미용실에서는 항상 조가 자기 음악 얘기만 하는 통에 데즈만 유일하게 조를 상대했다면, 모든 것이 새롭기만 한 22호가 조의 몸으로 이발을 하면서 이것저것 자신의 이야기를 재밌게 사람들에게 얘기하고 딸의 치료비 때문에 수강비가 싼 미용학원을 다녔다는 데즈의 이야기까지 듣게 된다. 데즈는 비록 꿈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미용사가 된 지금도 행복하다는 점, 그리고 문을 나서는 조 일행에게 "이번엔 조가 나에게 물어 봐서 내 얘기를 할 수 있어서 좋았다."는 말을 건넨다.

 

목표만 눈 앞에 두고 살았던 조의 삶이 주변 사물뿐만 아니라 사람들도 눈 앞에 보이지 않았고, 자신의 이야기만 하다 보니 그 말을 들어주는 사람들 폭도 오히려 적었다는 메시지, 무엇보다 목표처럼 살지 못하더라도 지금 행복하다는 미용사 데즈의 말은 그대로 사회에 나와 있는 도덕, 윤리 교과서를 활활 태워 버리는 느낌이 들었다. 유명 뮤지션이 되는 것을 꿈꾸면서 정작 지하철역에서 버스킹을 하는 무명 음악인을 고양이가 된 조는 아무렇지 않게 지나가고, 모든 것에 호기심을 가지던 22호는 먹던 베이글조각을 동전함처럼 쓰는 바이올린 가방에 넣는 장면은 음악인 조가 정작 목표 앞에 놓치고 있던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 준다.

 

4.

이것은 수천년 동안 인간이 되지 못하고 테레사 수녀, 링컨, 무하마드 알리, 코페르니쿠스 등 수많은 가라성 같은 멘토들도 두손두발 들었던 22호에서도 의미가 확장된다. 22호는 어떻게 좋은 말을 하든 소용없고 감흥 없는 모습을 보여준다. 마치 키자니아 같은 온갖 인간 세상 체험관에서도 아무런 흥미 없음이 그대로 드러난다. 그러던 22호는 어쩌다 조의 몸에 들어간 우여곡절 속에서 변화가 생긴다. 처음엔 모든 것이 낯설고 두렵고 돌아가고 싶었지만 맛도 느낌도 감각도 없었던 태어나기 전 세상인 "유세미나"에선 경험하지 못한 다양한 경험을 통해 삶이란 것을 알게 된다.

 

피자의 맛을 알게 되고, 사람과 대화하고 소통하는 것을 알게 되고 걷다가 지하철 통풍구에 누워 하늘을 보고, 떨어지는 낙엽을 손에 잡는 등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절절한 체험을 하게 된다. 그것은 "넌 쓸모없다"고 폭언하던 그 수많은 유명 인사 멘토들이 가르쳐 주지 않았던 삶에 대한 진정한 앎이었다. 여기서도 조는 "(걸어보고 하늘을 보는 것은) 목적이 아니라 그냥 살아가는 것이다."라고 냉소하지만, 사실은 수천년 동안 목적이 없다고 구제불능 취급받던 22호에겐 그 일상이 인간이 되고 싶은 "목적"이었던 것이다.

 

이후 22호는 그 수천 년 동안 목적이 없다는 이유로 구제불능에 트러블 메이커로만 여겨지는 것에 사실은 엄청난 트라우마와 자포자기에 빠졌는지 절정 부분에서 어둠의 존재로 흑화하는 것을 통해 폭발적으로 드러낸다. 살아간다는 것이 왜 소중한지 살아가면서 경험하는 일상의 아름다음은 말하지 않고 오로지 목적만을 이야기하는 사회 모습이 누군가에겐 얼마나 상처가 되는지, 그리고 그 잣대로 우리는 얼마나 수 많은 소중한 사람들을 떠나 보내게 하는지 절절하게 느낄 수 있었다.

 

5.

조는 결국 본래 모습으로 돌아가게 되지만, 막상 꿈의 재즈무대를 이루고 난 다음엔 성취감보다는 뭔가 허전함과 공허함을 느낀다. 그 전까지는 꿈이고 목표였던 것이 이젠 일이 되고 일상이 된 것에 대한 괴리를 느끼는 것이다. 그를 향해 도로시가 "바다에 있으면서도 물에 있다고 생각하고 바다에 가고 싶다는" 옛 이야기를 하고 집에 돌아와서 22호가 호주머니에 여기저기 주웠던 물건들을 피아노 악보대 위에 올리면서 비로소 조도 깨닫게 된다. 목적만 있는 삶은 공허하고 정작 자신의 삶, 자신 주변에 펼쳐져 있는 일상을 놓치게 될 뿐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이제 도덕과 윤리책, 그리고 사회의 통념을 모두 불태운 영화는 새로운 삶의 교과서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22호를 찾아 다시 "유세미나"를 찾아 가는 모습을 보여 준다. 그 모습은 삶에 대한 다른 해답을 찾은 영화를 보는 모두의 모습이기도 할 것이다.

 

6.

픽사의 작품이 통념을 넘는 스토리 전개를 항상 보여 줬지만, "삶 자체가 너에겐 소중하다. 실패하더라도 네 주변을 둘러싼 모든 것들이 있기에 소중하다."는 메시지는 사실 내 마음에 많은 울림을 주었다. 이젠 한해를 더 넘기면 한국 나이 셈법으로는 앞자리 숫자가 바뀌고, 그냥 나는 제대로 하는 것 없이 헛 살았다는 생각을 저절로 하게 되는 나에게 삶이 그 자체로 중요하다는 말이 나에게도 이 삶을 계속 즐겁게 이어나가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맨 마지막에 삶의 모든 순간을 즐겁게 살아가겠다며 집 밖을 나서는 조의 모습처럼 주변도 잘 살피면서 즐겁게 일상을 살아가자는 나의 모습이 되었다.

 

청계천 8가의 노래가사처럼 "산다는 것이 얼마나 위대한가를"이 가슴으로 느끼고 싶은 분들이 많이 보았으면 좋겠다.

 

P.S : 기왕이면 보게 된다면 더빙으로 보는 것을 추천한다. 오랜만에 최수민 성우(배우 차태현의 엄마이기 이전에 나애리, 비룡 등 최고의 목소리 연기를 보여 주는 분)의 목소리를 오랜만에 들을 수 있어서 좋았고, 이적이 직접 작사 작곡한 엔딩크레딧 음악은 오로지 더빙버젼을 통해서만 함께 할 수 있다 


(기사 등록 202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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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다른세상을 향한 연대 변혁 재장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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