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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평] 날씨의 아이

by 다른세상을향한연대 2019. 11. 13.

박철균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1.

"너의 이름은"에서도 간혹 보여줬던 여성의 몸을 대상화하고 개그 소재처럼 사용하는 것이 불편하게 다가왔다. 이런 문제 때문에 일본에선 야후 재팬 평점 테러까지 받기도 했다. 신카이 감독이 부디 다음 작품에서는 누군가에겐 수치스러운 부분을 제거할 수 있길 바란다.

 

2.

그런 부분을 빼면 굉장히 좋은 작품이었다. 워낙 "너의 이름은"이 넘사벽이고 신카이 감독의 최대 인기작이었기 때문에 그 다음 작품인 이 작품은 상대적으로 호불호가 강하고 평론가들도 점수를 짜게 주고 있다. 한국에서는 반일 시국 이후 개봉되었고 아이맥스도 단 하루만 상영됐던 엄청난 핸디캡을 안고 개봉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저주 받은 작품이 되었다. "너의 이름은"에서는 느끼지 못한 벅찬 마음을 느낀 나에게는 안타까운 상황이 되었다.

 

3.

전작 "너의 이름은"이 서로 다른 시공간에서 함께 살아가기 위한 두 타키와 미즈하의 사투기였다면, 이번 작품은 코너에 몰리고 세상에 외면당하다시피 한 두 10대의 사투기였다. 무작정 가출하여 도쿄로 왔으나 상황이 여의치 않고 나중에는 이래저래 경찰에 쫓기는 신세가 되는 10대 남성과 보호자인 엄마가 세상을 떠난 이후 어린 남동생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 나이를 속여가며 아르바이트를 하다 짤리고 물장사까지 하려 했으며 나중에는 남매가 모두 아동 보호소에 들어갈 처지가 된 10대 여성의 만남은 그 자체가 비 오다가 맑은 해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4.

서로 살아가기 위해 날씨를 맑게 하는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이로 인해 여주인공 히나는 날씨를 조작한 대가로 날씨를 맑게 하기 위해 인간재물이 되어 사라질 위기에 처한다. 그리고 마침내 사라진 히나를 찾아 폐건물 위의 조그마한 신사로 달려가는 호다카의 모습에서 벅찬 눈물이 나왔다. 어른들 대부분은 이 10대 두 남녀의 바람이 무엇인지 제대로 들으려 하지 않고 오히려 통제하려 하고 붙잡아 두려고만 했다. 세상은 각자의 이익에 따라 히나를 "맑음 소녀"라 불리며 이용하기만 했고, 그 후에는 무심하게 비가 안 오기만을 바란다.

 

그렇게 다수의 통제와 필요에 따라 그저 소수이고 평범하지 못한 두 주인공들은 복종하거나 희생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결국 절정에서 호다카는 이를 거부하고 마침내 히나를 만나고, 내가 다시 돌아오면 세상은 계속 비가 내릴 거라고 호다카는 "스스로를 위해서 기도해."라고 말한다. 그 후, 도쿄는 1/3이 잠기는 비가 계속 내리는 물의 도시가 되지만, 둘은 3년이란 세월이 흘러 다시 만난다.

 

세상은 마치 포스트 아포칼립스 같은 세상이 되었지만, 그럼에도 계속 사람들은 어떻게든 살아가고 있는 결말 부분이 흥미로웠다. 기차 대신 수송선이 다니고, 도쿄 동부는 완전히 수몰되었지만 그 와중에도 강가에선 제방 공사를 하는 지나가듯한 장면도 흥미로웠다. 다만 다른 점이라면 누군가의 희생과 슬픔이 얼룩진 맑은 날씨보다는 결국 누군가도 살아남아 "우리들은 괜찮아"라고 말할 수 있는 비오는 날씨가 더 해피엔딩에 가깝다고 생각했다.

 

그런 면에서 "날씨의 아이"는 가슴이 절절해지는 작품이다. 비단 히나나 호다카가 아니더라도 장애인, 성소수자, 홈리스, 비정규직 노동자 등 이 사회의 다양한 사회적 소수자들 역시 다수가 원하는 맑은 날씨를 위해 없는 존재처럼 희생되는 존재처럼 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와장창 맞더라도 함께 공존하는 사회가 되길 영화가 끝나고 간절히 기도했다.

 

5.

그래서 나는 이 호불호 극명한 이 작품이 처음 부분에서 말한 한계는 있지만, 너의이름은 보다 더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너의이름은"에서는 별로 느끼지는 못했지만, 다시 도쿄에 가고 싶고 그 도쿄의 실제 현장을 성지순례하듯이 가고 싶다는 생각이 강렬하게 든다. 그곳에서 함께 비 맞으며 살아가겠다고 외치고 싶은 심정이다.

 


(기사 등록 2019.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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