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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과 주장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 공공투자와 재분배를 해야”

by 다른세상을향한연대 2019. 9. 2.

권시우


[현장에서 관련된 일을 하면서 조세와 경제 정책에 대한 정치적 관심과 고민을 구체적으로 발전시켜 온 한 다른세상을향한연대회원을 인터뷰한 글이다. 이렇게 회원들의 경험과 목소리를 직접 듣고 공유하는 기회를 가지려고 계속 노력할 것이다.]





* 문재인 정부의 조세 정책은 어떤 방향이고 문제나 한계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기존의 방향을 바꿀 생각이 근본적으로 없어 보인다. 법인세 대폭 감면에 대한 불만이 이전 정권에서부터 있었고, 박근혜 정부마저 대기업 과세를 늘려야 한다는 압박을 받았던 게 사실이다. 그래서 촛불을 거치면서 기업과 부자에 대한 과세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컸는데, 문재인 정부는 그럴 의지가 안 보인다. 대기업들이 기존보다 2% 더 내게 하는 정도에 그쳤다. 이 정도는 이명박 때 감세되기 이전의 법인세 수준으로의 회복도 안 되는 것이다. 법인세 수준이 적어도 25%는 돼야 그나마 원상 회복이라도 될텐데 말이다.

 

문재인 정부는 대기업들의 실적이 좋아서 법인세가 많이 걷히고, 부동산 폭등으로 양도세도 많이 걷히던 상황에서 집권했다. 이런 세수 호황에 기반해서 조세 개선에는 별 의지를 안보여 왔다. 상황이 좋을 때도 개선을 시도하지 않았는데, 그런데 지금은 경기후퇴로 더 안하려고 하는 것이다. 그러면 모순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시장주의에 기반해 온 민주당의 역사와 전통, 성격과 연관있는 문제일 것이다.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이라는 신자유주의적 원칙에 여전히 충실하면서, 이전 정부와의 연속성만 보여 주고 있다


* 그렇다면 조세 정책의 대안은 뭐라고 보는가?

 

경기가 나빠질수록 복지는 더 필요하다. 지금 방식으론 세금이 더 적게 걷힐 것이다. 참여정부 말기에 보건복지부 장관 김근태와 청와대가 충돌한 적이 있는데 그게 법인세 논쟁이었다. 법인세를 인상해서 복지 확대에 쓰면 경기회복에 도움이 된다는 게 김근태의 주장이었다. 이제 여당 내에서도 또 그런 주장이 나올 것이다.

 

기본소득같은 아이디어도 좋지만 사람들이 간단히 잘 알고 공감하는 법인세, 소득세부터 누진적으로 인상해야 한다. 이것들이 직접세이면서 누진적 성격이 있기 때문이다. 조세는 부자에게 걷어서 밑에 쪽으로 재분배하는 게 기본이다. 그런 주장과 그런 주장을 하는 정치인에게 힘을 보태야 한다. 지금처럼 세율이 낮아도 기업들이 투자 안하고 있는 유보금액이 몇 백 조가 있는데 그걸 거둬서 사회적으로 활용하는 게 필요한 대안이다.

 

*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또 어떤 문제나 한계가 있다고 보는가?

 

여기서도 기존 정부 정책과 방향에서 별 변화가 없다. 분양가 상한제 등은 도입했지만, 공공임대 주택을 대폭 늘리고 그러진 않고 있다. 국가 재정을 투입해서 신축 아파트의 30%는 공공임대로 하겠다고 하면 주거문제가 해결되고 토건세력도 장난 못치고 집값도 잡힐텐데, 기본적으로 민간과 시장에 맡기고 문제가 생길 거 같으면 핀셋규제만 하고 있다.

 

이것이 오히려 시장의 신뢰를 잃고 투기를 조장할 가능성이 크다. 장기적 비전이 없다. 이명박도 반값아파트’, 박근혜도 행복주택을 했듯이 분양가상한제로 일시적으로 문제와 불만만 봉합하고 있다. 집값이 너무 떨어질까봐 걱정하는 것이다. 1500조에 달하는 주택담보대출의 거품이 꺼지면서 큰 혼란이 올까봐 말이다. 그래서 부동산 가격의 변화가 천천히 진행되길 바란다. 올라가도 문제고 떨어져도 문제라고 볼 것이다. 주택가격이 너무 떨어질까봐 부동산 보유세도 올리지 않고 있다.

 

정부는 사람들의 소득이 증가하면서 대출을 갚고 문제가 해결되길 기대하고 있다. 결국 이런 식이면 집값이 떨어지지 않을 거라는 게 부동산 시장 참여자들의 생각이다. 그래서 지금도 다시 들썩이고 있다. 핀셋규제를 피해서 다시 투기하려는 시도도 있다. 그러다보면 다시 규제가 풀릴 거라는 기대도 존재할 것이다.

 

* 이런 부동산의 문제들을 해결하려면 어떤 방안이 필요한가?

 

종부세, 부동산 보유세들을 올리고 누진율을 강화해야 한다. 노무현 시절로만 올려도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이다. 네덜란드처럼 전체주택의 30%는 공공임대주택으로 만들고 그러면 주거난은 손쉽게 해결이 가능하다. 그 과정에서 가계부채 붕괴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 집값이 떨어지면서 담보대출이 많았던 사람들은 파산하고 그럴텐데, 이거야말로 공적자금을 투입해야할 문제다.

 

그동안 부동산과 주택 투기로 이익을 봤던 그룹들이 있다. 은행, 건설사, 부동산 투기꾼 등. 이들이 돈을 버니까 정부도 재산세와 양도소득세 증가분으로 많은 돈을 거둘 수 있었다. 이런 사람들이 부담하고 이런 것을 재원으로 해서 거품 붕괴 속에 파산하는 사람들에게 저리로 대출해주거나 유예, 탕감을 해주면서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 이 모든 걸 종합적으로 해야 하는데, 문재인 정부는 그런 구상과 계획이 없다.

 

*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과 소득주도성장이 지금 실패하고 있는데 어떤 문제가 있었다고 보는가?

 

문재인 정부 들어서 4대중증환자 보험 확대와 기초연금 확대 등이 이뤄진 것은 사실이다. 장애인 복지도 약간 늘리기는 했다. 그런데 이것으로는 너무 부족하고, 이런 복지를 더 강화하기 위해서는 조세 개혁을 해야 한다. 그래서 연금과 육아도 획기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이런 게 소득주도성장을 위해서 중요했는데 최저임금 인상에만 주로 의존했다.

 

시장에 대한 정부의 개입과 규제가 부족한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은 자금력이 없는 영세기업 들의 퇴출 등 인위적 구조조정을 유발하면서, 일부 부작용을 낳을 수가 있는데 순서가 잘못됐던 것이다. 그걸 몰랐던 것이라기보다 노동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생산성 향상과 자동화, 산업구조 개편과 고도화를 노렸던 거 같다. 이명박, 박근혜 때도 이런 방향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 나아가 문재인 정부의 재벌개혁 등의 전반적 경제정책 방향의 문제는 무엇이고 대안은 무엇일까?

 

삼성이 회계부정을 저질러서 회계사들도 인정하고 증거도 나왔는데 구속이 안 되고 있다. 범법행위와 투자는 별개의 문제라고 하면서 문재인이 이재용을 만나고 그래 왔다. 투자해달라고 구걸하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기본적으로 정부의 역할을 확대해서 주도적으로 투자와 성장을 이끌기는 어렵다고 보는 듯하다. 재정을 많이 지출하는데도 성장률이 떨어지고, 대기업 등의 민간 지출과 투자가 늘어나지 않고 있는 것에 조바심을 내는 것이다.

 

그래서 재벌들에게 투자를 구걸하기 시작했다. 김상조는 삼성저격수라더니 삼성을 만나겠다고 한다. 재벌개혁이 아니라 재벌투자를 기대하고 있다. 장기적 대안이 없이 그냥 이전 정부의 연장에서 부분적 대응만 하고 있다. 무역전쟁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일본과도 싸우기 시작하는 등 악화하는 국제적 환경이 이런 방향을 더욱 강제하는 것 같다.

 

지금 세수부족분을 메우려면 법인세 등의 인상이 중요하고 대기업 세금감면을 줄여야하는데, 경제가 어려우니 꺼릴 것이고 서민들과 관련된 세무조사 증가, 감면 축소, 벌금 강화 등으로 메우려고 할 것이다. 총선 끝나면 복지예산도 축소할 수 있다. ‘자주국방한다면서 국방예산 증대하고 일본과 싸운다면서 기업지원을 늘리고 있으니.

 

국가와 정부가 경제에 개입해서 여유자금을 세금으로 흡수하고 재분배하면서 재정지출을 늘리고 공공 투자를 확대하자는 목소리가 나올 수 있어야 한다. 경제 위기에도 부자와 기업들의 부가 늘었다는 걸 주목하고 세율을 높여야 한다. 그러면 정부지출이 늘어나도 재정적자만 늘릴 필요가 없어진다. 진보진영이 이런 대안을 제기해야 하고, 노무현 말기에 있었던 논쟁처럼 아마 민주당 내에서도 이런 논쟁이 벌어질 수 있을 것이다


(기사 등록 20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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