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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이스라엘에 패배를, 팔레스타인 민중에게 승리를!

by 다른세상을향한연대 2014. 7. 30.

전지윤

 

 우리는 지난 4월에 뻔히 두 눈을 뜨고서, 우리 눈 앞에서 죽어가는 3백여 명을 지켜보는 끔찍한 경험을 했다. 가슴이 타 들어가고 창자가 끊어지는 듯한 고통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됐다. 따라서 우리는 지금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느끼는 고통이 어떤 것일지 더욱 더 공감할 수 있다.

 

이스라엘의 학살이 진행된 지 22일째인 729일 현재 팔레스타인 사망자는 1100명을 넘어섰고 이중 80%가 어린이 등 민간인이다가자에서 전해지는 참상을 맨 정신으로 보고 있기는 힘들다. “어른의 사지가 찢어진 경우는 그나마 찾아서 수습할 수 있지만, 어린이의 경우에는 너무 잘게 찢겨서 그러기 힘들다는 증언을 어떻게 침착하게 듣고 있을 수 있겠는가.

 

이런 상황에서 주미 이스라엘 대사라는 미치광이는 국제적으로 이스라엘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거세지만 실제로는 이스라엘 군의 상당한 자제력에 노벨평화상을 줘야한다고 개소리를 했다. 노벨 학살상, 노벨 위선상, 노벨 악마상이 있다면 누구보다 먼저 이스라엘 지배자들에게 줘야 할 것이다.

 

이스라엘의 한 여성의원의 발언은 인간의 입에서 나온 것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다. “팔레스타인인들은 실질적으로 모두 다 테러리스트들이고 팔레스타인인을 낳고 기르는 그들의 부모는 테러리스트를 공급하는 것과 다름없다. 따라서 모든 팔레스타인 엄마들을 죽여야 한다. 이것이 정의다.”

 

바로 이런 분위기 속에서 살아있는 소년의 폐 속으로 강제로 기름을 집어넣은 다음, 산채로 불태워 죽이는 잔인한 행동들이 부추겨 진 것이다. 스데롯 언덕 위에 올라가서 가자지구로 쏟아지는 폭탄을 보면서 환호하는 장면이 연출된 것이다스데롯 언덕에서 이 학살을 지켜보는 자들은 물론 역겹지만, 더 역겨운 것은 백악관에 편히 앉아서 이 장면을 감상하고 있을 오바마다. 지금 저 살인마들에게 살인면허를 준 것은 바로 미제국주의이다.

 

오바마는 이번 학살이 시작되자마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이스라엘에 4,300만 달러 지원계획을 발표했다. 미국이 중재해 온 평화 프로세스는 결국 학살 준비 프로세스에 불과했다지난 5년간 이스라엘에 2천만 달러어치의 무기를 수출해 온 한국 지배자들 또한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이스라엘 지배자들이 미국의 경비견이라면 한국 지배자들은 미국의 애완견이라 할 수 있다. 이 자들은 유엔의 가자 조사결의안조차 지지하지 않고 기권했다. 학살 중단이나 이스라엘 비난조차도 아니고 그저 조사일뿐인데도!

 

이 위선적 살인마들은 하마스의 로켓 발사와 땅굴도 문제라며 위선을 떤다. 하지만 거의 가내수공업수준으로 만들어지는 하마스의 재래식 로켓과 이스라엘의 첨단살상무기들은 비교가 불가능하다. 그야말로 다윗과 골리앗 수준이다아이언돔 덕분에 피해를 줄이고 있다는 이스라엘의 주장도 사기성이 짙다. 사실 날아오는 총알을 또 다른 총알로 맞히기는 쉽지 않다. 정확도와 추진력이 매우 떨어지는 하마스의 로켓 대부분이 이스라엘 주요 도시까지 날아가지도 못하고 떨어진다는 게 더 진실에 가깝다.

 

땅굴은 열린 감옥이라는 가자지구 민중들에게 유일한 숨통이다. 이 곳으로 들어오는 식료품, 의약품 없이는 삶이 불가능한 상황인 것이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봉쇄하고 기본적 생필품과 인력의 이동마저 차단하지 않았다면, 굳이 땅굴을 만들지도 않았을 것이다. 열악한 기술과 조건 속에서 만들어진 이 땅굴들은 수시로 붕괴하고 매몰되서, 2007년부터 지금까지 땅굴 속에서 죽은 팔레스타인인만 1천 명에 달한다

 

 

제국주의와 아랍 반동 세력이 공모한 반혁명

 

저들의 구역질나는 거짓말과 핑계를 거둬내고 보면 이번 학살의 진정한 배경을 알 수 있다. 이것은 2011년 아랍 혁명이라는 도전에 직면해 잠시 움츠렸던 제국주의와 아랍의 반동세력들이 차근차근 진행해 온 더러운 반혁명 작전의 일부라는 것을 말이다그동안 사회주의자들은 중동에서 해방을 향한 길은 바그다드와 카이로, 다마스쿠스를 통한다고 곧잘 말해 왔다. , 자본주의 발전 속에 노동계급과 피억압 민중이 대규모로 형성되고 있는 바그다드(이라크 수도)와 카이로(이집트 수도), 다마스쿠스(시리아의 수도)같은 대도시에서 반란이 일어나고 반동 정권들을 몰아낼 때, 진정으로 자본주의와 제국주의에 도전할 가능성이 열린다고 본 것이다.

 

지금 상황은 그 역도 사실이라는 것을 보여 준다. 2011년 아랍 혁명은 튀니스와 카이로에서 반동 무리들을 몰아낼 수 있었지만, 다마스쿠스에서는 가로막히기 시작했다. 침공과 점령의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한 바그다드는 여전히 혼란의 소용돌이에 빠져 있다중동 지역 반동의 핵심 보루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아랍 혁명의 불길을 용케 피해갔다. 중동 저항세력의 상징이었던 헤즈볼라는 시리아 내전 과정에서 학살자 아사드를 편들면서 위신이 추락해 버렸다. 게다가 이집트마저 다시 엘 시시의 반혁명으로 시계가 거꾸로 돌기 시작했다.

 

원래 이집트 혁명 이후 권력을 잡은 무슬림형제단은 가자지구로 통하는 라파 국경을 어느 정도 개방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마스의 뿌리는 같은 수니파인 무슬림형제단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반혁명을 일으킨 엘 시시는 바로 라파 국경에 대한 봉쇄를 다시 강화했다그리고 이렇게 가자지구 민중의 숨통이 다시 막히기 시작하자 이스라엘은 방어의 날(Protective Edge)’이라는 실로 역겨운 이름의 학살 공격을 시작한 것이다. , 지금 공격을 진두지휘하는 이스라엘 총리 네타냐후 뒤에서 이집트의 군부독재자 엘 시시와 사우디아라비아의 반동적 국왕 알 사우드가 힘을 실어주고 있는 것이다.

 

반혁명의 검은 구름이 카이로를 통해서 가자로 향하기 시작한 것이다. 팔레스타인 문제와 가자지구는 중동에서 억압받는 아랍 민중의 고통과 저항의 상징점이기 때문이다. 중동에서 이란의 위상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 이라크에서 수니파(하마스도 수니파이다)가 뭉치고 있는 상황, 하마스와 파타가 공동정부 구성을 합의한 상황, 경제 위기와 양극화 속에 이스라엘 정치권에서 극우파가 강화되는 상황 등도 이 학살 작전의 시작에 이런 저런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물론 이 대학살극의 배후에는 미제국주의가 버티고 있다. 사냥개 이스라엘은 자신의 주인인 미국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듯이 팔레스타인 민중을 물어뜯고 있다. 제국주의에 자신의 전략적 가치를 거듭 입증해야 하는 게 시온주의 국가의 숙명이다. 미국이 인디언에게 그랬듯이 원주민을 몰살해야지 안정을 찾을 수 있는 게 식민정착국의 숙명이기도 하다.

 

미국은 항상 이 사냥개의 목줄을 쥐고서는 적당한 때 놓아주고 적당한 때 잡아당기는 책략을 부려 왔다. 이스라엘의 학살이 시작되기 직전에 미국의 하마스 제재가 강화되고 있었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하지만 세계최강대국의 강력한 후원을 받는 테러국가도 팔레스타인 민중의 저항의지는 꺾지 못하고 있다. 지금 가자지구 민중들의 모습은 아이러니하게도 마치 1943년 폴란드 바르샤바 게토에서 나치에 맞서 존엄성을 지키며 죽겠다며 항거했던 유대인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이스라엘 정보기관인 신베트의 간부는 사람이 자기 처지를 개선할 수 있다는 희망을 잃게 되면 극단적인 성향으로 변합니다. 가자 지구가 가장 대표적인 사례라고 우려했다. 이런 처절한 저항 때문에 현재 이스라엘 군 사망자 수는 2008년 가자 침공 때보다 훨씬 커지고 있다.

 

 새로운 인티파다

 

 728일에는 파타가 통치하는 웨스트뱅크에서도 45천여 명이 이스라엘에 맞서 항의 행진을 벌였다. 시위 참가자들은 하마스를 지지하는 티셔츠를 입고 자유와 독립을 향한 봉기, 새로운 인티파타를 외쳤다. 더불어, 지난 10년간 최대 규모의 반전시위가 중동과 유럽 등 전 세계 곳곳으로 번지고 있다. 726일 영국 런던에서는 무려 10만 명이 참가하는 반전 시위가 열렸다. 이스라엘과 미국은 정치적 명분을 잃었고 국제적 이데올로기 투쟁에서 명백히 패배하고 있다. 중동의 반동적 정권들은 이런 움직임이 매우 곤혹스러울 것이다.

 

개 주인(미국)은 이미 이 전쟁에서 승리는 어렵겠다는 판단이 섰는지 휴전을 들먹이기 시작했다. 미국의 전략가 브레진스키는 이스라엘을 고립시킨 네타냐후의 치명적 실수를 언급했다. 그러면서 자기 뜻을 몰라주는 주인에게 개가 짖어대는 광경이 벌어지고 있다최근 미국무장관 존 케리가 내놓은 휴전안에 대해 이스라엘은 배신”, “모든 것을 망쳤다며 맹비난하고 있다. 예전같으면 이집트 정부가 중재자로서 상황을 봉합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랍 민중에게 정치적 권위가 없는 이집트 군부정권의 살인마 엘 시시는 그런 구실을 하기 어렵다.

 

더구나 지난 몇 년간 확대돼 온 ‘BDS 운동’[불매(Boycott)·투자회수(Divestment)·경제제재(Sanction)를 통해 이스라엘에 압박을 가하려는 국제적 캠페인]은 앞으로 더 탄력을 받을 것이다. 이것은 마치 1970년대의 남아공 정부와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 정책에 대한 국제적 항의 캠페인을 연상케 한다물론 이 상황에서 이스라엘은 더욱 쉽게 물러설 수 없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마치 사람을 물었다가 두들겨 맞으니까 더욱 이빨에 힘을 주는 미친 개를 보는 것 같다. 이스라엘은 이집트가 제시한 휴전안을 받아들이지 않는 하마스를 탓하고 있다.

 

하지만 그 휴전안에는 하마스가 요구한 살상무기 철수, 포로 석방 약속 이행, 가자 봉쇄 해제와 왕래 허용, 어업 활동 허용, 예배를 위한 이동 허용, 공정선거 보장, 산업시설 재건 등의 내용이 하나도 들어가 있지 않았다그러면서 하마스의 공격 중단과 무장해제만을 일방적으로 요구하는 휴전안은, 팔레스타인 민중에게 당장 학살당할래, 서서히 학살당할래라는 선택을 강요하는 것과 다름없다. 왜 팔레스타인 민중이 폭격에 의한 죽음이냐, 봉쇄에 의한 죽음이냐 중에서 선택해야 하는가?

 

미국이 주도하고 이스라엘이 함께해 온 평화 프로세스는 바로 이처럼 팔레스타인 민중을 서서히 죽이는 과정이었다. 오죽하면 팔레스타인 민중이 제일 싫어하는 단어가 평화 프로세스라는 말이 나오겠는가파타는 물론 하마스조차 두 국가 방안을 받아들여 왔지만, 지금 상황은 이스라엘이라는 테러국가와의 공존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지금 팔레스타인 민중들 속에서 테러국가와 공존한다는 두 국가 방안에 대한 의구심은 커지고 있을 것이다.

 

이스라엘과 타협해 온 파타 정부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고 있을 것이다. 사실 2차 인티파다는 이스라엘에 타협하는 부패한 팔레스타인 지도자들을 향한 것이기도 했다. 한편, 이스라엘은 오늘날 유대인이 살기에도 가장 위험한 땅이 됐다. 거기서 유대인들은 철조망과 미사일과 아이언돔 없이는 편하게 잠들지 못한다. 이미 마르크스는 다른 민족을 억압하는 그 어떤 민족도 자유로울 수 없다고 했다.

 

이번 사태가 2006년 레바논 침공에 이어서 또다시 이스라엘의 실패로 기록되길 바란다. 또 이것이 아랍 혁명의 새로운 단계를 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나아가 팔레스타인 민중과 아랍 민중들이 중동 땅에서 제국주의, 시온주의 경비견, 반동정권과 왕정들을 몰아내고 모든 민중민족종교의 권리와 자유가 보장되는 해방의 길로 나아가길 염원한다팔레스타인 민중이 테러국가에 맞서듯이, 우리는 오늘 여기서 세월호 참살 국가에 맞서야 한다. 21세기 자본주의의 속살이 궁금하면 세월호를, 이 체제가 도달한 문명 수준이 궁금하면 가자 지구를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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