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세상을 향한 연대 :: 웹툰) <모두에게 완자가> ㅡ 우리 안의, 우리 옆의 성소수자

 조경은

 

<모두에게 완자가>(이하 모완)은 네이버에서 2년째 연재되고 있는 성소수자 완자의 생활툰이다. <모완> 첫 화를 봤을 때 나는 드디어 사람들이 세상 밖으로 하나 둘 나오는구나싶어 설렜다. 성소수자가 등장하는 웹툰이야 이전에도 여러편 있었지만 그런 웹툰들과 <모완>은 성격부터 다르다. 기존의 웹툰이 허구의 성소수자를 다루어왔다면 <모완>은 양성애자 완자의 실제 생활을 에피소드 형식으로 엮은 생활툰이다.

생활툰이란 생활을 하는 생활인으로서의 자신을 그리는 이야기다. 한 명의 성소수자는 단지 성소수자로서만 존재할 수 없으나, 지금껏 우리는 성소수자이기만 한 뒤틀린 인간형들의 이야기를 접해왔다. 성소수자인 완자는 연애를 하고 버스를 기다리고 밥을 먹고 텔레비전을 보다가 불쾌해하며 새로 나온 화장품을 사고 비를 맞다가 엄마를 만나 깔깔거린다. 나 또한 양성애자이지만 동시에 엄마로써 아이를 데리러 어린이집에 가고 남편의 이력서를 봐 주고 여동생들과 카톡을 하고 엄마의 한탄을 듣는 장녀이다. 이렇듯 완자도 나도 사람들 틈에서 평범하게 생활하는 인간일 뿐이다.

물론 <모완>이 다른 생활툰에 비해 커밍아웃 경험담, 호모포비아에 대한 생각, 트렌스젠더 인터뷰 등 성소수자 관련내용의 비중이 큰 것은 맞다. 하지만 그것은 완자가 성소수자라는 코드를 가지고 기획하여 그린 것이 아니라 양성애자로써 생활하면서 갖게 되는 자연스러운 고민이자 일상적인 이야기일 뿐이다. 우리도 당신들과 같이 사회의 일부분으로서 살아가고 있음을 표현하고 성소수자에 대해 관심도 없던 사람들이 그것을 인지하는 것. 이것이 <모완>이 연재 자체만으로 성소수자 인권 운동에 기여하는 것이며 다른 웹툰과 차별화 되는 가치다.

그러나 그 차별성 때문에 완자는 연재 초기부터 최근까지 늘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몇 가지 사례를 들어보자면, 지인의 커밍아웃을 받는 일반인들한테 당신이 소중한 사람이기에 커밍아웃 하는 것이다’, ‘오랫동안 고민하고 용기를 가지고 말하는데라는 말을 하는 화에서 커밍아웃을 받아들이도록 강요했다며 공격을 받았다. 자신의 성정체성을 알리는 자유가 있듯이 그것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고 반대의사를 표할 자유가 있다는 것이다.

언뜻 보아도 얼토당토 않는 이 말은 호모포비아들이 흔히 하는 주장임을 알 수 있다. 최근 호모포비아들은 성소수자들에 대해 의학적으로나 과학적으로나 비난할 구실이 없자 성정체성을 혐오할 권리를 주장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꾸고 있다. 대체 다른 사람을 혐오하고 억압하고 차별하는 것에 무슨 권리가 있다는 건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지만, 아마 그들은 태생부터 씨가 다르다는 신분제도를 지지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과거의 다른 성소수자 관련 웹툰과 달리 유독 <모완>이 호모포비아들의 공격을 받는 이유는, 파급력의 차이 때문이다. ‘성소수자는 괴물이 아닙니다, 돌연변이가 아니예요라는 주장보다 당신이 오늘 마트에서 스친 평범한 사람이 성소수자다라는 접근법이 사람들한테 더 설득력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혐오할 권리를 주장하며 공격하는 호모포비아들이 나는 안쓰럽기까지 하다.

두 번째로 완자가 자신의 레즈비언 친구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성소수자 커뮤니티를 언급했던 일이다. 해당 웹툰 덧글란에 누군가 만화에 언급된 커뮤니티로 추측되는 성소수자 사이트 주소를 게재, 호기심을 느낀 구경꾼들과 악플러들이 유입되어 커뮤니티 가입자들이 아웃팅 공포에 시달렸다는 사건이 있었다. 완자는 이 일로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던 호모포비아들은 물론 성소수자 내부에서도 공격을 받았다.

다음 연재분 덧글에는 완자 때문에 아웃팅 된 성소수자다’, ‘내 동생이 아웃팅되어 방에서 죽는다고 나오지를 않는다등의 과격한 항의도 있었다. 그러나 실제 커뮤니티 이용자들의 증언은 달랐다. 만화가 올라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커뮤니티 운영자가 신규가입을 중단했고 실제로 구경꾼들이 커뮤니티에 방문하기는 했지만 별다른 수확 없이 대문만 구경하다가 갔다는 것이다.

결국 완자 때문에 아웃팅 되었다는 거친 항의들은 성소수자들이 사회 테두리 안으로 들어와 일상적인 생활인으로 살아가는 것에 반대하는 호모포비아들과 좋은 건수 잡았다고 달려든 악플러들의 거짓말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이 사건으로 우리는 성소수자들이 어떤 공포를 안고 사는지 알 수 있다. 자신의 성정체성이 알려질 경우 직장은 물론 친구들과 인간관계,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야 할 가족들도 한 순간에 잃고 사회에서 내쳐질 수 있다는 공포.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그것을 성소수자들은 떠안고 살아간다.

그렇기에 성소수자들도 아웃팅 될 수 있다는 공포에 완자를 향해 자신들의 두려움을 격하게 표현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성소수자들이 시한폭탄을 안고 살아가는 곳은 다른 차원의 이세계가 아니라 바로 이 곳, 현재다. 폭탄이 터진다면 성소수자는 물론 우리들도 그 폭음에 휘말릴 것이다.

<모두에게 완자가>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완자는 생활툰을 통해 이 점을 말하고 있다. 우리도 사회 일부분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우리의 문제가 곧 당신들의 문제라고 말이다. 나는 웹툰 제목과 달리, 모두에게 모두가 말하는 세상이 오길 바란다. 그래서 누구라도 자신이 처한 자리에서 성소수자라는 정체성을 이유로 판단되지 않기를 바란다. 결국 그들과 우리는 하등 다를 게 없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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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다른세상을 향한 연대 변혁 재장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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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전지윤 2014.07.07 15: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글 잘 봤습니다. '자신의 성정체성을 알리는 자유가 있듯이 그것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고 반대의사를 표할 자유가 있다'는 식의 논리는 정말 문제죠. 부르주아적 개인주의로 인권 문제를 접근하면 저런 문제가 생기는 것 같아요. 권리와 권리의 충돌에서 무엇이 옳은가 하는 식으로. 최근 영화 '도희야'를 봤는데 그것도 동성애에 대한 편견이 얼마나 억울한 상황을 낳는지 느끼게 하더군요. 앞으로도 좋은 글 부탁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