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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과 주장

비정규직 공무원에게 전국공무원노조가 손을 내밀자

by 다른세상을향한연대 2017. 12. 20.

성지훈(공무원노조 조합원)

 



 

비정규직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공무원 사이에서도 비정규직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특히 고용을 늘리기 위해 한 사람 분의 인건비로 두 사람을 고용할 수 있는 시간선택제 공무원 제도는 지난 박근혜 정부가 낳은 대표적인 적폐 중의 하나이다.

 

시간선택제 채용 공무원은 정부 지침상 차별을 금지하였으나, 근무시간대 선택 등 전일제 공무원에 비해 불합리한 차별을 받고 있다. 공무원이지만 공무원연금이 적용되지 않는다. 또한 하루에 절반밖에 일하지 못해 기본급 및 각종 수당을 전일제의 절반밖에 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며, 한명의 공무원으로도 대접받지 못하고 있다.

 

또 다른 형태의 비정규직 공무원인 임기제 공무원은 1년 단위로 재계약을 하며,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고용기간 5년을 넘길 때마다 신규채용 방식으로 채용되며 기존 근무경력이 인정되지 않아 전년도보다 더 낮은 임금을 감내해야 한다. 가슴 졸이며 5년을 꼬박 성실히 일해도 임기제로라도 신규채용이 된다는 보장도 없다. 이러한 처지에서는 상관의 부당한 지시나 정규직 공무원의 업무 떠넘기기도 거부하기 어렵다.

 

시간선택제 임기제 공무원은 더욱 열악해서 주30시간도 일하지 못하고 월100만원 남짓한 월급을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20172인 가족 최저생계비 168만 원에 훨씬 못 미치는 금액이다. 초과근무수당은 시간당 3,400원 정도로 최저임금의 절반 수준 밖에 안 된다. 임기제 공무원과 마찬가지로 1년 단위의 재계약으로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비정규직 공무원 역시 여느 노동자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생계를 스스로 꾸려야 하는 사람이고, 온가족의 생계를 홀로 책임지는 사람도 많다. 이들이 최저수준 이상의 생계를 안정적으로 꾸리기 위해서는 일정수준 이상의 임금과 고용보장이 필요하다.‘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측면에서 봐도 같은 일을 하는 정규직 공무원과 동일한 수준의 임금과 처우가 제공되는 것이 공정하다.

 

불과 수십 년 전을 돌이켜보면 낮은 임금이 공무원들을 비리에 쉽게 빠지도록 했었다. 또한 안정적인 고용이 보장되지 않으면 자신의 목숨줄을 쥐고 있는 윗사람들의 눈치를 보며 행정을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결국 그로인한 피해는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채용 시부터 낮은 처우를 알고 들어왔다고 해서 비정규직 공무원들에 대한 불합리한 처우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 공무원노조의 경험을 보면 공무원들이 노조를 만들지 못한다고 분명히 알고 입직했던 공무원들이 노조를 만들고,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했다


공무원이 정치기본권이 제한된다는 것을 알고 입직했음에도, 현재 공무원노조는 정치기본권을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처럼 노동조건이라는 것은 고정불변의 것이 아니다. 더군다나 잘못된 제도인 비정규직 공무원을 만들고 채용한 것은 정부다. 비정규직 공무원들이 아니다. 잘못한 쪽이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정부가 지난 7월에 내놓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서는 비정규직 공무원은 대상에조차 포함되지 않았다. 물론 그 대상에 포함되어 있다고 해도 크게 변화할지는 의문이다. 지난 11월 정규직화의 꿈을 갖고 있던 서울시 공공기관 무기계약직 청년의 자살에서 알 수 있듯이, 정부가 내세우는 정규직화의 한 방편인 무기계약직 역시 정규직과의 차별을 그대로 둔다면 좌절만 안겨줄 수 있다.

 

비정규직 공무원의 정규직화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공무원노조들은 이런 상황에 관심을 가지고 개입을 시작하고 있다. 일부 공무원노조들에서는 시간선택제본부를 설립하고, 임기제 공무원 및 시간선택제 관련 토론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몇몇 지역 시간선택제 임기제 공무원들은 스스로 노조를 조직하고,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에 연대의 손길을 내밀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공무원노조들 가운데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서 가장 원칙적인 입장을 내왔던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의 역할이 두드러지지 않는 것은 아쉽다.

 

무엇보다도 노동조합의 생명은 단결이다. 단결이 누구나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있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노동자들을 분열시켜 단결을 저해하는 직종, 고용형태 등 갖가지 구분에 따른 부당한 처우를 해소하는 것이 진정한 단결의 기초가 된다


계속 늘어가는 비정규직 공무원을 방치하다가는 현장이 분열하여 언젠가 노동조합의 토대를 허물 수 있다. 정부와 지자체가 비정규직 공무원들의 정규직과 동등한 처우를 보장하게 하기 위해서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기사 등록 2017.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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