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라에서 장애인은 인간답게 살아갈 권리를 빼앗겨 왔다. 가장 기본적인 노동권에서 특히 명백하다. 장애인 중에 무려 61.5%가 ‘비경제활동인구’이며, 고용률도 전체 인구 고용률의 절반에 불과하다. 월 100만원 미만 근로자 비율도 29.1%나 된다.
중증장애인의 경우 상황이 훨씬 더 심각하다. 2016년 장애인 취업자 88만 명중에서 중증장애인은 17.3%에 불과했다. 여성장애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경제활동참가율은 22.4%에 불과하고 절반 이상이 ‘월 100만원 미만’이다.
이처럼 장애인들의 노동권을 파괴해 온 장본인은 바로 이윤만 우선하는 자본이다. 2015년에 장애인 의무고용율 2.7%조차 지키지 않은 사업장이 78.3%나 달했고, 장애인을 고용한 기업도 저임금으로 착취하기 일쑤다.
문제는 정부와 사회가 이것을 규제하긴커녕, 부추기고 있다는 데 있다. 당장 최저임금법은 ‘정신장애나 신체장애로 근로능력이 현저히 낮은 자’에게는 최저임금을 지급하지 않도록 허용해주고 있다. 문재인 정부도 얼마 전 ‘일자리 정책 5년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장애인 고용 정책은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특히 장애인 노동자보다 기업들의 눈치를 보는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자본편향적인 입장에서 형식적 직업훈련만 제공하며 장애인들을 ‘희망고문’해 온 것이다. 직업상담, 고용연계, 직업교육이 부실하고 장애인의 관점을 반영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많았다. 무엇보다 공단은 생산성과 효율성을 기준으로 장애인의 노동을 평가하지 않았는지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
따라서 지난 11월 21일, 장애인과 활동가들이 ‘중증장애인 노동권 3대 요구’를 내걸고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서울지사 점거농성에 돌입한 것은 너무나 정당하다. 문재인 정부가 공약한 공공일자리 81만 개 중 1만개 이상을 중증장애인에게 보장하라는 것은 최소한의 요구다. 장애인 고용 의무를 어긴 기업들에서 거둬들인 고용부담금 1조원부터 장애인들을 위해 쓰자는 요구도 지극히 정당하다.
장애인당사자들이 이미 장애인권단체 등에서 하고 있는 동료상담, 인권상담, 교육 등의 활동을 가치있는 노동으로 인정하고 공공일자리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지극히 합리적이다. 시장과 이윤의 잣대를 벗어나면 이것이 얼마나 가치있고 생산적인 노동인지 이해하는 것은 결코 어렵지 않다. 장애인고용공단은 이 요구를 모두 수용해야 하고, 적어도 당장 논의를 위한 협의기구라도 만들어야 한다. 노동부 장관도 나서야 한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활동가들은 그동안 이동권 쟁취 투쟁,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 폐지를 위한 투쟁 등에서 항상 세상을 더 인간답고 살만한 곳으로 바꿔왔다. 그래서 우리 모두에게 큰 힘을 주며 희망과 갈 길을 보여 줘 왔다. 이번 투쟁 또한 그러한 그 길을 이어가며 새로운 역사로 남을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항상 지지하며 함께 할 것이다.
장애인 공공일자리 1만개 확보하라 ! 중증장애인 최저임금 적용 조항 삭제하라 ! 중증장애인 외면하는 장애인고용공단 개혁하라 !
2017.12.12.
다른세상을향한연대
(기사 등록 2017.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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