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래
샬러츠빌에서 충돌하던 나치와 반나치 시위대
이 세계가 지금처럼 문제없이 돌아갈 날이 과연 얼마나 더 남아 있을까?
트럼프가 당선되고 독일을 위한 대안이 의회에 입성하면서부터 나는 매일 혼자 물어본다. 더는 자본주의의 견고함과 요지부동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자본주의의 취약함을 두려워한다.
경제가, 먹고 사는 일이, 전처럼 계속될 수 없게 되면 사람들은 누가 가만히 있으라고 해도 절로 술렁이게 될 것이다. 극우에게도 좌파에게도, 듣지 않는 사람들에게 외쳐야 하는 답답함과 절망이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급진적으로 내달리는 대중의 흐름에 얼마나 잘 결합할 수 있는가가 문제가 될 것이다.
깃발에 사회주의라고 쓰든 공산주의라고 쓰든, 운동이 상상하는 대안이 지금처럼 체제를 수정하는 것이나 아니면 기껏해야 체제가 수용할 수 없는 요구를 내밀어서 체제에 반항하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면 좌파는 전쟁이라는 아주 구체적이고 (그들의 방향으로) 급진적인 대안을 주창할 극우에게 추월당할 것이다. 조직노동운동과 소수자운동, 반제국주의•반전운동, 탈식민주의 운동이 결합하지 못하고 나눠져 다투고 있다면 각각의 부문에 산개한 혁명적 좌파들은 결코 헤게모니를 잡지 못할 것이고 운동은 잘 조직된 극우에 의해 분쇄될 것이다.
혁명가로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타락한 혁명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라 승리에 대한 집념이라는 핀잔을 들은 적이 있다. 나는 그것은 분리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아래로부터, 주변으로부터 나오는 생명력을 잃는 것을 타락이라 부른다면, 적어도 소련 이후의 시대에 타락한 운동은 힘을 얻을 수 없다는 게 너무 명백하니까. 제발, 제발 이 시대를 넘어설 수 있기를 마음으로 비는 만큼 우리가 또다시 패배한다면 그게 어떤 식으로 이루어질지가 너무 선연하게 보여서 두렵다.
이 부조리한 세계를 넘어서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전혀 복잡하거나 불분명하지 않다. 그것은 우리의 눈앞에 분명하게 있다. 우리에게는 혁명적이고 단결된 운동이 필요하다. 그리고 체제가 중심부의 조직된 남성 중심 노동운동을 상당한 정도로 포섭한 지금 그러한 운동의 생명력은 노동하는 계급 중에서도 여성, 주변부, 유색인, 청년•청소년, 비정규직, 빈농 등 더 많이 일하고 더 적게 먹는 사람들에게서만, 손에 단단히 붙잡고 매달릴 어떠한 안정적인 자산도 없는 사람들에게서만, 하여 사회 전체를 장악하여 자기 손으로 재조직하지 않고서는 해방될 수 없는 사람들에게서만 나올 수 있다. ‘더 약한, 더 억압받는, 더 착취당하는 사람들의 관점’은 추상적인 도덕적 당위가 아니다. 그것은 이러한 사람들의 유기적 연대가 생사를 가르게 될 시기에 본질적인 정치적 과업이다. 어떤 인물, 사업, 조직, 심지어 노선과 이념조차도 이 과업에 얼마나 복무할 수 있는가를 중심으로 선택되고 재구성되어야 하고 이것을 방해한다면 버려져야 하는 것이다.
나는 우리가 준비되고 단결해 있기를 원한다. 그게 전부다.
(기사 등록 2017.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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