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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과 논쟁

"5월 3일 세월호 ... 후기를 읽고"에 대한 답변

by 다른세상을향한연대 2014. 5. 16.

[편집자]  전지윤 동지의 ‘세월호 참사 첫 촛불 대중집회 후기를 읽고’ (http://rreload.tistory.com/22)에 대한 답변이다. 

 

서범진

지윤씨의 의견을 잘 읽었습니다. 저도 물론 산업투쟁의 부상 가능성을 닫아두는 것은 아닙니다. 산업투쟁의 영향력이 증가하는 것은 제가 진실로 희망하기도 하는 바이거니와, 무엇보다 분석상으로 보았을 때도 이 점을 쉽게 단언하기에는 저 자신이 근거가 불충분하기 때문입니다. 또 "거리 투쟁과 산업투쟁을 대립시키며 어느 하나를 일면적으로 강조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저 역시 일백 퍼센트 공감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지윤 동지의 주장은 사실상 계급투쟁의 주된 양상에 대한 구체적 전망을 유보하는 것이기도 하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합니다. 저는 지난 해 노동계급 투쟁 중에 가장 잠재력과 규모가 있었던 사안은 전교조와 철도노조의 싸움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전교조 지도부는 자신의 조직적 합법성 자체를 문제 삼는 치명적인 판돈을 건 싸움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연가파업을 자신있게 밀어붙이지 못했습니다. 철도파업은 사후적으로 해당 파업이 부분 파업이었기 때문에, 즉 "국민과 함께 하는 파업"이어서 나름의 성공을 거두었다고 내부적으로 평가되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점은, 지윤씨도 이미 2014년 정세전망 글에서 비슷하게 지적하셨다시피 노동계급 기층의 자신감이 아직 충분치 못하며 심지어 노조관료들조차 꽤나 위축되어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물론 경제위기로 인해 정부가 민영화나 노동조건에 대한 공세를 가속화하면, 저항이 일어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노동계급의 주관적 자신감 문제는 이런 저항의 규모와 파괴력이 어디까지 발전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의문을 갖게 만듭니다. 저는 이 부분에 대한 면밀한 관찰과 분석이 필요하다고 보며, 이 분석의 공백이 메워지지 않는 한 노동운동이 갖는 전국적 영향력이 제가 경험한 2002~2005년의 수준에 미칠 수 있을지에 대해 확신할 수가 없습니다. 놀라운 것은, 경제위기의 정도는 당시보다 지금이 훨씬 더 심각하다는 것입니다. 


이 불일치에 대한 의문이, 현재로서는 저로 하여금 노동운동에 대한 전망보다 거리운동에 대한 전망을 더 낙관적으로 보게 만들고 있습니다. 거리운동의 잠재적 휘발성은 이미 한참 전부터 상당히 가시적인 것이었고, 이 휘발성은 지윤씨도 지적하셨던 것처럼 철도파업과 결합되기도 했습니다. 우리가 정치적으로 "거리 투쟁과 산업투쟁을 대립시키며 어느 하나를 일면적으로 강조"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은 올바른 말입니다. 저 역시도 해당 글에서 그렇게 되어야 한다는 방향성을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러나 이 말은 산업투쟁의 전망에 대한 어떤 구체적인 비전도 제공하지 않습니다. 더욱이 "산업투쟁을 대립"시켜서 기각한다는 말의 조직적/실천적 의미 역시 현재 우리에게 구체적으로 무엇을 시사하는지가 대단히 불분명합니다. 물론 구체적 실천 과제나 선전의 영역에서 우리는 거리 투쟁과 산업 투쟁 모두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워야하겠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전망과 분석을 명확하게 세우는 일이며, 따라서 저는 단기간 내에 산업투쟁이 얼마나 전국적으로 큰 영향력을 가질지 확신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그리고 솔직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같은 맥락에서, 제가 인용한 통계에 대한 분석이 과도하다는 주장 역시 완전히 동의하기는 어렵습니다. 지윤씨는 "2012년 통계는 2011년 통계보다 두 배 가까운 증가를 보여주고 있"다며 이것이 어떤 경향을 갖는지 아직 말하기 불분명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2012년의 수치 상 증가에도 불구하고 근로손실일수는 여전히 2004년과 2006년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입니다. 노사분규 건수는 2004년과 비교했을 때, 2012년이 1/4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제 생각에 2004년부터 2013년까지의 통계는 하강 추세를 보여준다고 해도 무리가 없을 듯 합니다. 2012년이 부분적 회복의 해였다고 보아야 맞는 것 아닐지요? 물론 제가 근거로 든 통계가 파업지속일수, 파업 참가자 수 등 산업 투쟁의 상태를 보여주는 다른 지표들을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 지표를 전지윤 동지가 추산하여 제 주장에 대한 비판적 논평을 제기하지 않는 한, 이것은 충분한 반론은 되기가 어렵습니다. 또 삼성전자서비스, 케이블비정규직 등에서 나타나는 새로운 양상에 대해서도 언급하셨는데, 이 사업장들의 사례는 물론 고무적입니다만 이것이 하나의 추세나 시발점을 보여주는지 비주류적 사례인지 역시 불분명합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점입니다. 제가 제 글에서도 썼듯이, 제가 주장하고자하는 것은 산업투쟁의 회복 가능성이 없다거나 앞으로도 노동자 투쟁의 수준이 떨어질 것이라는 점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통계를 보면 "노동계급의 귀환"은 과거형이 아니라 미래형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즉, "노동계급의 귀환"이 지난 몇 년 동안 이루어져왔다는 주장을 누군가 했다면, 그것은 통계상으로 입증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한 것입니다. 또한, 이런 통계와 분석의 충돌은 새로운 분석, 보다 면밀한 분석을 요구한다는 점을 다시 강조하고자 했습니다. 아마도 노동운동의 현 상태와 미래에 대한 고민은 지윤씨나 저나 같으리라 생각합니다. 저 역시 가설적 차원에서 의문을 발전시키고 있는 중이며, 향후에 보다 구체적인 탐구와 토론 과정을 통해 구체적 분석을 함께 만들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제 글에 대한 피드백,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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