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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과 논쟁

5월 3일 세월호 참사 첫 촛불 대중집회 후기를 읽고

by 다른세상을향한연대 2014. 5. 15.

[편집자]  서범진 동지의 ‘세월호 참사 첫 촛불 대중집회 후기’ (http://rreload.tistory.com/20)에 대한 코멘트이다.

 

전지윤

 

서범진 동지가 쓴 ‘5.3. 세월호 참사 첫 촛불 대중집회 후기는 매우 적절한 시기에 나온 매우 적절한 글이었다. 나는 이 글이 세월호에 대한 사람들의 울분이 터져나오기 시작한 시점에 신속하고 내용적으로도 충실하게 쓰여진 것이 매우 반가웠다.

 

이 글은 지금 대중의 정서가 어떤 것인지를 포착하려는 노력이 드러난다. 그리고 그것에 잘 조응하고 있다.

시민들의 자유발언에는 깊은 슬픔이 묻어났지만, 이대로 슬퍼만 할 수 없다는 강한 힘 또한 서려있었다. 무언가를 해내야 한다는 의지가 이글이글 타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이 글을 보면서 그날 청계광장의 분위기가 어땠는지 공감할 수 있었다. 이 글의 분석에서도 나는 공감하는 지점이 많다.

 

박근혜 정부의 잠재적인 정치적 불안정성은 그동안 계속 상당히 높은 편이었다. 박근혜 정부의 통치 정당성의 위기와 취약성은 정치 쟁점의 부상 가능성을 언제나 예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지적은 정말 옳고, 나도 여러번 지적한 바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이 글의 장점은 지금 등장하는 거리 운동이 가진 가능성뿐 아니라 우려되는 지점을 지적하며 과제를 제시하려 한 것에 있다. 나는 이 글에서 지적한 과제들에 매우 공감하며 매우 적절하고 필요한 과제들이라고 생각한다.

 

이 글의 결론에도 나는 깊이 공감한다. “나는 노동운동이 더 전진하기를, 특히 세월호 참사에 관한 정치 운동이 좋은 성과를 내서, 경제투쟁에 좋은 자극을 주길 바란다. 그리고 더 좋기로는 노동운동의 힘이 지금의 세월호 참사 운동에서도 중요한 기여를 했으면 한다.”

 

다만 나는 이 글의 뒷부분의 내용에서 약간의 이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이 글은 거리의 투쟁과 작업장 투쟁을 대립시키며 후자를 일면적으로 강조하는 주장을 비판하고 있다. 이것은 전적으로 옳은 지적이다. 그런데 여기서 약간 과도함이 있었던 것 같다. “한국에서 당분간은 여전히 산업투쟁의 전국적 영향력보다 정치 투쟁, 거리 운동의 파급력이 더 클 수 있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거리 투쟁이 산업투쟁보다 더 파급력과 영향력이 클지는 단정하기 어려운 문제다.

 

당장 이번 세월호 규탄 시위가 어느 정도 발전할지는 알 수 없다. 게다가 지난해 국정원 규탄 촛불보다 철도 파업지지 거리 시위가 더 큰 규모로 발전하지 않았냐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물론 철도파업 지지 거리 시위는 단지 산업투쟁이 아니었다고 반론할 수도 있다. 결국 이것이 보여주는 바는 거리 투쟁과 산업투쟁을 대립시키며 어느 하나를 일면적으로 강조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점이다. 후자만을 일면적으로 강조하는 것을 비판하기 위해 전자를 더욱 강조하기 보다는, 두 투쟁과 요구의 연결·결합을 강조하는 게 더 적절할 것이다.

 

둘째, 이 글은 지난 몇 년동안(2006년 이후) 산업 투쟁 자체의 영향력과 규모가 전반적으로 줄어드는 추세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노사분규 발생 건수와 근로손실일수에 대한 그래프를 제시한다. 이것은 진지한 분석력을 보여 주지만, 역시 과도함이 보인다. 왜냐하면 2013년의 노사분규 발생 건수와 근로손실일수가 2012년보다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2012년 통계는 2011년 통계보다 두 배 가까운 증가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것이 장기적인 하강·정체 추세의 연장을 보여주는 단면인지, 장기적인 상승 추세 속의 일시적 하강의 단면인지는 아직 단정하기 어려운 것이다. 더구나 파업지속일수, 파업 참가자 수 등 산업 투쟁의 상태를 보여주는 다른 지표들도 고려해야 한다. 최근 삼성전자서비스, 케이블비정규직 등에서 나타나는 새로운 양상도 고려해야 한다.

 

결국 서범진 동지도 지적했듯이 세월호 참사에 맞선 운동의 궤적은 아직 결정되어 있지 않고 결말도 나지 않았으므로, 이 운동이 일단락되었을 때 보다 정교한 평가를 시도하는 것이 적절할 것으로 보인다. 서범진 동지의 경제위기의 심화에도 불구하고, 노동운동이 그 전투성을 발휘해 충분히 전국을 뒤흔들지 못하고 있는 지금 상황에 대해 어떻게 보아야할까?”라는 물음은 충분히 고민하고 답할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내 작은 이견이 이런 고민과 토론을 활성화하는 데 디딤돌이 되길 기대한다. 무엇보다 작은 변혁 조직에게 필요한 것은 당장의 개입과 선동보다는, 날카로운 분석과 평가를 통해서 조직의 중핵을 단단히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세월호를 계기로 시작되는 이 전투도 결국은 이 체제에 맞선 더 큰 전쟁의 일부이고, 이 전쟁을 대비해서 변혁조직의 주춧돌을 마련해 두는 것에 대한 사명감이 어느 때보다 우리 가슴이 와 닿는 시기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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