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세상을 향한 연대 :: 진보정당 투표에 대한 고민 - 곤혹스런 선택을 앞두고

허승영






사회주의자들에게 투쟁할 환경을 선택할 사치는 없다.”

 

영국의 EU 탈퇴(이른바 브렉시트) 선거를 앞 둔 시점에서 한 사회주의자의 이 절묘한 한 마디는 총선을 앞둔 우리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 듯하다. 우리가 바란 것은 딱 하나였다. 진보 후보들이 단결해서 나오는 것. 그래서 살얼음판처럼 위험하고 엄혹한 시기를 돌파할 수 있는 진보세력의 힘을 보여주길 바랐다.

 

하지만 그 바람은 안타깝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진보는 결국 분열했고, 우리가 원하는 결과가 나올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우리에게는 노동당, 녹색당, 민중연합당, 정의당 이렇게 찢어진 네 개의 진보정당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곤혹스런 상황에 놓였다.

 

우리에게 놓인 선택지 중에 가장 많이 고민하게 하는 정당은 정의당일 것이다우선 정의당이 가장 먼저 선거연합을 거부함으로써 진보의 단결을 깼다. 더구나 그 과정에서 정의당의 태도는 소수파였던 시절 비판했던 패권주의를 떠올리게 했다.

 

최근 정의당의 우경화는 매우 우려스럽다. 정의당은 이제 노동자 민중의 당이 아니라 범국민적지지를 받는 정당이 되기를 바라는 듯하다. 유일한 노동자 후보를 당선 가능성이 거의 없는 10순위에 배치한 것은 너무너무 서운하지만 그래도 당원들의 결정이니 그렇다 치자. 야권 연대를 한다고 하더니 하필이면 강정마을 진압에 앞장 선 경력이 있는 더민주 후보와 연대를 했다. 이는 민주노총의 선거 지침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결정이다.

 

정의당의 최근 행보를 보면서 향후 이 정당이 노동자들을 배신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충분히 개연성 있어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정의당에 대한 지지가 사표가 될 위험이 아이러니하게 가장 높다.

 

 

그런 이유 때문에 어떤 사람은 노동당, 녹색당, 민중연합당 중 하나를 선택할 것이다. 노동당, 녹색당, 민중연합당이 많은 득표를 한다면 전체 운동을 더욱 급진적인 방향으로 이끌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정의당의 패권주의를 견제하고, 진보의 단결을 낳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노동당, 녹색당, 민중연합당 중 하나를 지지한 사람들의 마음을 무조건 공감한다. 만약 결과적으로 그 세 정당이 한 석도 차지하지 못한다고 해도 그 표는 사표가 아니다그들에게 던진 표는 급진적이고 전투적인 목소리로 향후 투쟁에서 고스란히 살아 있을 것이다. 그 목소리는 더 큰 투쟁과 진보의 다양성을 위한 씨앗이 될 것이다.

 

하지만 정의당에 투표할 이유가 사라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정의당에 던지는 표의 가치가 더 적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현 시점에서 어느 정당의 실천과 정치가 더 나은가? 라는 질문을 던지면 정의당은 확실히 아니다.

 

하지만 질문을 이렇게 던져보자. 누가 정의당을 지지할까? 그리고 그 사람들은 왜 정의당을 지지할까? 어떤 과정으로 정의당에 대한 지지가 높아졌을까나는 이 질문 속에 정의당에 투표할 수 있는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정의당 지지자중 다수는 노동자들일 것이며 이 사회를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그 사람들이 정의당을 지지하는 이유는 정의당이 비정규직 차별 철폐를 주장하고, 삼성과 같은 재벌을 더욱 강력하게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정의당이 상대적으로 온건하기는 하지만 노동자 · 민중들의 정당이며 진보정당이라는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또한 정의당이 상대적으로 대중 운동에 열의가 적었다고 해도 정의당에 대한 지지는 대중운동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겉으로 보기에 정의당에 대한 지지는 심상정, 노회찬, 유시민 같은 스타들 덕분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어떤 힘이 그 인기를 만들었을까? 나는 그 힘이 심상정 · 노회찬의 언변이나 유시민의 글솜씨 때문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지난 몇 년간 높은 곳이란 곳은 다 오르며 피눈물로 벌였던 투쟁은 사람들로 하여금 비정규직 차별 철폐가 얼마나 절박한지 깨닫게 했다. 반올림 투쟁과 삼성전자 서비스 노동자들의 투쟁은 이 나라 1위 기업 삼성이 얼마나 악독한 기업인지를 사람들에게 각인시켰다. 국사교과서 국정화와 테러방지법을 막아내는 투쟁은 민주주의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느끼게 했다.

 

그런 투쟁이 대중의 열망을 만들지 않았다면 정의당의 스타들이 아무리 말을 잘하고 글을 잘 써도 인기를 얻지 못 했을 것이다. 투쟁의 과실을 몇몇 명망가들이 가져가는 현실이 아이러니하기는 하지만, 정의당의 인기가 대중 투쟁의 결과물이기도 하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원내 진출 가능성 자체가 정당을 지지하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정의당 국회의원이 더 많이 생긴다고 해서 세상이 근본적으로 바뀌는 것도 아니다. 10명 내외일 것으로 예측되는 정의당 의원들이 얼마나 많은 일을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더구나 그 국회의원들이 노동자 민중의 뜻을 충실하게 반영할지도 솔직히 의문이다.

 

하지만 정의당이 원내 진출 가능성이 가장 높은 이유를 생각해 보는 것은 중요하다. 정의당이 원내 진출 가능성이 가장 높은 이유는 가장 많은 노동자 · 민중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이 압승을 거두고, 노동법을 비롯한 수많은 악법들을 통과시킬 것이 분명한 상황에서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사람이 국회에서 우리의 목소리를 얘기해줬으면 하는 그 마음은 우리가 충분히 지지하고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그 열망에 조응하는 것도 투표에 충분한 이유가 될 수 있다

 

노동당, 녹색당, 민중연합당과 정의당을 지지하는 이유는 다르다. 그 이유의 무게는 거의 비슷하며 그래서 어느 정당을 지지하건 충분히 좋다고 생각한다개인적으로는 후자의 무게를 좀 더 크게 보았지만, 사람들과 토론하면 많은 고민이 되기도 한다.

 

남은 시간 동안 계속 고민하고 투표장에 가야겠다


 * '다른세상을향한연대’와 함께 고민을 나누고 토론해 봅시다http://rreload.tistory.com/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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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다른세상을 향한 연대 변혁 재장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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