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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과 주장

삼성은 반올림의 요구를 수용하고 죽음의 행진을 멈춰라

by 다른세상을향한연대 2015. 12. 16.

이상수



삼성반도체에서 이어진 수많은 죽음과 직업병 문제 해결을 위한 반올림의 삼성 본관 앞 농성이 두 달을 넘어 계속되고 있다. 오늘(1216)69일째다.

 

지난 해 삼성의 사장이 사과도 했었고 그 때부터 협상도 진행되는 것 같았는데, 어느 순간 반올림과 피해가족들의 갈등이 보도되고 문제가 잘 안 풀리는 것 같더니 반올림의 농성 소식이 이어졌다. 주류 언론을 통해서는 그 진실을 온전히 알기가 어렵다. 알려진 것처럼 언론은 삼성을 불편하게 하지 않는다. 삼성의 뜻대로 받아 적을 뿐.

 

삼성전자 대표이사가 피해 노동자에 대한 보상과 재발방지를 약속하며 공개 사과를 했던 것이 20145월이다. 반올림과 삼성의 협상이 진행되던 중, 삼성은 일부 피해자 가족으로 구성된 가족대책위와 함께 제 3의 조정위원회 구성을 제안한다.

 

처음에 반올림은 반대했다. 진행중이던 협상을 무력화하고 삼성이 6명의 피해가족으로 구성된 가족대책위를 압박해서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밀어붙이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섭 지연이 피해가족들의 고통을 가중시키게 될 상황이라 결국 수락하게 된다.

 

6개월 뒤(2015723) 조정안이 나왔다. 유가족에 대한 사과와 보상, 재발방지 대책에 대한 17가지 권고조항의 핵심은 3의 사회적 기구를 설립하여 보상과 대책을 총괄하도록 하고, 삼성전자는 필요한 비용을 기부하라는 것이었다.

 

이 국면에서 삼성은 스스로 제안했던 조정위원회를 내팽개치고 갑자기 조정안을 무시한 채 자체적인 보상위원회를 발족하게 된다. 이를 통해 피해 가족들에게 비밀 유지를 조건으로 보상금을 지급하려는 시도를 한다. 오랜 기간 반도체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위해 활동해 온 반올림을 '외부단체'로 몰아서 피해 가족들과 이간질하는 언론 기사들도 쏟아져 나온다.

 

삼성 보상위원회의 가장 큰 문제는 가해자인 삼성이 직접 보상 심사를 하고 보상액을 정하며 이 기준과 절차가 비밀리에 진행된다는 것이다. 돈으로 보상만 할 뿐 사과도 없고 재발 방지도 없다. 삼성답다.

 

반올림은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을 지키기 위해 피해 가족과 활동가들이 함께 하는 단체이다. 단지 산업재해 보상만이 아니라 지금도 노동자들을 죽음의 병으로 몰아가고 있는 위험을 방지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이다.

 

이 때문에 삼성이 사과도 재발방지 대책도 없이 돈으로 무마하려는 것에 반올림이 동의해줄 수 없는 것이다. 마치 피해 보상이 전부인 것처럼 기사를 쓰며 피해 가족들과 반올림을 이간질하는 언론은 삼성의 공모자일 뿐이다.

 

반올림이 대리하고 있는 피해가족 55명의 이름으로 삼성의 이런 행태를 비판하고 삼성 본관 앞 항의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반올림 이종란 활동가에 따르면 농성에 제일 필요한 것은 역시 함께 참여하는 것이다.

 

매일 저녁 6시에 진행되는 이어말하기프로그램은 이 농성에서 가장 중요한 시간이다. 오전/오후/밤 시간에 농성장을 함께 지키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추운 겨울에 길거리에서 잠을 청하는 동지들을 위해 도시락으로, 핫팩으로 연대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특히 1222일에는 집중집회가 계획되어 있다.

 

“22일 집중집회에서 피해자들을 뜻하는 221명이 방진복을 입고 삼성본관 둘레를 행진하는 시위를 하려는데 많이 와주시면 좋겠습니다.”(고 황유미씨 아버지 황상기 님)

 

2007년 황유미 님의 죽음으로 반도체 노동자 산업 재해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등장한 후 반올림이 파악한 피해 사례가 221명에 달하고, 그 중 75분이 이미 죽음에 이르렀다. 이 죽음의 행렬을 멈춰야 한다. 최근 산업보건검증위원회(검증위)의 보상과 예방대책을 수용한 SK 하이닉스와 대비되어 삼성의 악랄함이 더욱 두드러져 보인다. 삼성은 이제 그만 그 못된 버릇을 고쳐야 한다.

 

삼성은 독단적 보상절차 강행에 대해 사과하고 조정권고안을 수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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