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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11월 첫째주 세상읽기 - 한일 정상회담/ 샌더스/ 진보 통합

by 다른세상을향한연대 2015. 11. 4.

전지윤



한일 정상회담 - 역사 왜곡 세력의 국제연대

 

친일독재 역사 왜곡과 교과서 국정화를 시도하고 있는 박근혜가 하필이면 국정화 고시 강행을 코 앞에 두고 일본 총리 아베와 만났다. 앞서 한중일 회담은, 뒤이은 한일 정상회담의 물타기처럼 보였다. 그래서 시진핑이 안 오고 리커창을 대신 보낸 것일지도 모른다.


한일 정상회담은 알다시피 오바마의 강력한 압박 속에 3년반만에 열렸다. 오바마는 지금 유라시아에서 제국주의 패권을 유지·강화하기 위해 안달하고 있다. 미국은 드론 폭격 애용, 이란·쿠바와 화해 등으로 군사력의 여유를 확보해 왔다


그리고 그 군사력을 동아시아로 돌려 중국을 포위하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로 경제적으로도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일본의 재무장과 한미일 군사동맹, MD 구축도 이 전략의 필수요소다.


중국은 유라시아의 곳곳에 고속철도와 송유관, 해상운송로의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는 일대일로구상을 펼치며 이에 맞서고 있다. 한미일 동맹 강화 속에 동중국해가 막히자 남중국해로 빠지면서 인공섬을 건설하며 해군력을 증강하고 있기도 하다.


중국이 아직 열병식에서 근육과 무기를 과시하는 수준이라면, 미국은 그럴 필요가 없다. 중동에서 직접 폭격과 학살을 보여주고 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경제력을 바탕으로 한 중국의 추격은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인데, 최근 대표적 친미동맹인 영국까지 미중 사이에서 양다리를 걸치기 시작했다.


그래서인지 미국은 더 거칠어지고 있다.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 때 미국은 북핵에 대해서 부시 정권 때의 네오콘수준으로 후퇴한 성명의 공동발표를 한국에 요구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은 미국의 태도가 북한이 6자회담에 나올까 봐 장벽을 쌓고, 반발을 유도하는 것 같다고 했다.


오바마는 박근혜에게 미중 사이에 양자택일도 요구했다.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국제규범을 지키지 않을 때 한국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거였다. 그리고 지난주에는 남중국해의 중국 인공섬 옆에 구축함을 진입시키며 무력 시위를 했다.


이번 한일 정상회담을 앞두고는 부산항에 세계최강의 핵항모인 로널드 레이건호를 입항시켰고, 애슈턴 카터 국방장관을 한국에 보내서 아베를 측면지원했다. 한국 지배자들의 미중 양다리 걸치기는 가랑이가 찢어지는 모순에 처하고 있다.


북한 붕괴론의 꿈에 취한 박근혜 정부는 일단 북한 선제공격론과 한반도 자위대 파병론을 흘리는 아베의 손을 잡는 것으로 답하고 있다. 일본 군국주의를 본뜬 유신독재의 계승자답게 위안부와 과거사 문제를 걸림돌취급하며 말이다.


 


버니 샌더스가 보여 주는 희망과 아쉬움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로 나선 버니 샌더스는 민주적 사회주의자를 자처하고 있다. 미국 대선에서 주요 후보가 사회주의자를 자처한 것은 거의 90년만이다. 몇주 전 민주당 대선후보 TV토론에서도 샌더스는 속 시원한 폭로를 했다. ‘미국의 1% 부자가 소득의 57%를 가져가고, 의회가 월가를 통제하는 게 아니라 월가가 의회를 통제한다고 말이다.


샌더스의 등장은 ‘2011년 월가를 점거하라운동, ‘최저임금 15달러운동 등의 정치적 반영이다. 언론은 미국의 경제 회복과 실업률 감소를 떠들지만, 미국의 평균가계소득은 2008년 이후 10% 가까이 줄었고 질 낮은 저임금 일자리만 늘었다. 이 속에서 샌더스가 등장했다.(한편에는 트럼프마저 부자 증세를 주장하는 현상도 나타났다.)


하지만, 미국 주류언론과 민주당은 이미 힐러리 대세론 굳히기에 나섰다. 분노에 찬 사람들을 끌어모은 다음, 다시 민주당으로 몰고오는 양치기구실 이상을 샌더스에게 허용할 생각이 없다.


의정활동 동안 항상 민주당을 편들어 왔다는 샌더스도 그 선을 지켜 왔다. TV토론 때 샌더스는 1%를 잘 폭로했지만 민주당과 힐러리가 바로 그 1%라는 점, ‘이메일 게이트는 그 위선과 부패를 보여 준다는 점을 말하진 않았고, 힐러리는 만족한 웃음을 지을 수 있었다.


TV토론에서 샌더스는 대외정책에서 그 자신의 한계도 다시 드러냈다. 사실 샌더스는 2001 아프간 침공을 지지했고, 드론 폭격을 반대하지 않으며 지난해 이스라엘의 가자 학살도 지지했다. 이번 TV토론 때도 아랍연합군(친미 왕정 국가들로?)을 만들어 테러에 맞서자는 살벌한 주장을 했다.


샌더스 현상은 반가운 일이지만, 미국의 양당 독재(독점) 정치체제 안에서 1% 대변정당의 후보가 돼서 1%에 맞선다는 기획은 모순이 커 보인다. 물론, 양당독점 체제로 회귀를 넘어서 일당독점 체제로 나가는 올바른나라 국민으로선 배부른 소리겠지만.

 

 

진보 통합이 더 큰 분열을 낳는 일은 반복되지 말아야

 

정의당, 노동정치연대, 국민모임, 진보결집 더하기의 진보정치 통합 추진이 한 고비를 넘었다. 진보세력을 하나의 당으로 통합하는 것보다 각자의 독립성을 유지하며 선거연합이나 공동투쟁체를 만드는 게 더 낫다고 보지만, 진보의 일부가 단결하며 더 큰 진보정당을 만들겠다는 데 냉소적으로 반대하거나 저주할 수는 없는 일이다.


여러 문제에도 불구하고, 모쪼록 이 시도가 진보의 더 큰 단결을 낳으며 새누리-새정치 양당 과두체제에 파열구를 내길 바란다. 적어도 내년 총선에서는 진보가 사분오열돼서 서로 민주당과 손잡으려 하면서 서로를 비난하는 이상한 그림은 사라지길 기대한다. 참여당과 통합 과정에서 나타난 진보적 원칙의 훼손과 후퇴도 다시 복원되길 기대한다.


하지만 솔직히 우려가 큰 게 사실이다. 종북몰이에 잘못된 타협을 해온 정의당 지도부가 통합을 주도하며 처음부터 특정세력 배제의 논리로 반쪽 통합을 추진했기 때문이다. 또 통합이 공통의 가치를 중심으로 한 공동투쟁 속에서 신뢰를 쌓으며 이뤄진 것 같지가 않다.


그보다는 내년 총선과 선거 일정을 기준점으로 잡고, 여기서부터 역산하며 주요 판단이 내려진 것 같다. 총선 예비후보 등록이 다가오면서 해결되지 않은 쟁점들을 봉합한 채 통합을 서두른 것처럼 보인다.


우리는 상대방을 도구화시킨 이런 식의 통합이 어떤 결과를 낳을 수 있는지 통합진보당 사태에서 비극적 교훈을 배운 바 있다. ‘통합이 아니라 더 큰 분열을 낳으며, 투쟁에 도움이 아니라 방해가 됐던 것을 말이다. 선거 결과가 각자의 기대에 못 미치면서, 쌓였던 불신과 앙금이 터져 나오며 사태가 이상하게 발전했던 것을 말이다.


엊그제 4자 통합이 발표됐는데 벌써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민주당과 연립정부를 전제로 한 야권연대 추진발언을 한 것은 이런 우려를 더 짙게 만든다. 진보통합을 연립정부 추진 계획의 매개로 종속시킨 것이 바로 진보당 사태의 불씨 중 하나였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게다가 이 방향을 4자 모두가 동의하긴 힘들기 때문에, 이것은 벌써 균열의 시작이 될 수도 있다. 기시감까지 느껴지지만 이것이 우려로 그치길 바란다. 2012~13년의 그 악몽은 결코 반복되지 말았으면 한다


지금은, ‘민중총궐기와 노동구조개악 투쟁 등에서 단결하고 신뢰를 쌓으면서 진보노동운동의 새로운 정치세력화를 위한 기반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는 사람들의 주장이 더 타당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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