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읽기

10월 둘째주 세상읽기 - 반드시 막아야 할 박근혜의 ‘역사 쿠데타’

by 다른세상을향한연대 2015. 10. 14.

전지윤



역사는 못 바꾸니 해석을 바꾸려는 지적 테러

 

최근 고영주의 무차별적 종북몰이는 단지 정신나간 노인네의 튀는 행동이 아니었다. 고영주는 진보당 해산의 일등공신이고 현재 세월호특조의원이기도 하다.


우파는 진보당 해산을 박근혜 정부의 최대업적으로 칭송해 왔는데, 여기서 고영주와 환상의 콤비였던 황교안은 바로 지금 이 나라의 국무총리다. ‘김기춘-고영주-황교안으로 이어지는 공안검사적 세계관은 큰 차이가 없다.


무엇보다 이런 종북몰이의 정점에는 박근혜가 있고, 역사교과서 국정화도 같은 맥락에서 추진되고 있다. 박근혜는 지난 대선 때 이정희 후보의 다카키 마사오일갈에 멘붕했고, 이승만·박정희의 실체를 폭로한 다큐멘터리 <백년전쟁>을 보면서 치를 떨었다고 한다.


그래서 박정희 탄생 100주년2017년 제사상에 친일독재 교과서를 바치기 위한 역사 쿠데타를 시작한 듯하다. <조선일보> 류근일은 이것을 대한민국 긍지(矜持)사관과 대한민국 증오(憎惡)사관, 자유민주주의 진영과 '민족해방 민중민주주의' 집단 사이의 사활을 건 문화전쟁’”이라고 했다. 국정화 추진에도 황교안이 핵심에 있다고 한다.



올바른 교과서를 만들겠다는 저들은 현재 역사교과서에서 사회주의 진영의 독립운동이 부각돼 있고 주체사상에 대한 설명까지 나오는 반면 이승만, 박정희, 미국 등에 대해서는 부정적 설명이 많다고 주장한다. 이런 반미친북적 내용을 두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화합보다는 투쟁 일변도이고 민중사관에 입각해 있다고 비난한다.


이동기 교수의 지적처럼 이것은 역사학자들의 집단적 학문 성과에 대해 일부 극우(보수) 지식인들이 권력을 앞장세워 전개하는 정치적 린치라 할만하다. 왜냐하면 위와 같은 교과서 내용은 역사에 대한 정직한 탐구와 토론의 (아직도 많이 부족한) 반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제 때 독립운동에 앞장 선 것은 사회주의 진영이었고, 항일무장투쟁 세력의 일부가 북한정권으로 이어졌다. 반면 이승만·박정희 정권은 친일파에 뿌리를 두고 있고, 일제를 이어서 한반도에 들어 온 미국은 독재정권을 후원하고 평화를 위협해 왔다. 이 나라의 기적적경제성장은 기적적초착취에 바탕한 것이었고, 기층 민중의 투쟁이 없었다면 지금의 민주주의는 없었을 것이다. 마음에 들든 안 들든 이것은 역사적 사실들이다.


따라서 역사학계의 다수가 대체로 이 같은 부정할 수 없는 경험적 사실들을 인정하게 된 것은 자연스러우면서 당연한 일이다. 우파는 뉴라이트 교과서의 실패를 통해 자유로운 학문 탐구와 토론 속에서는 이를 바꾸기 어렵다는 점을 깨달았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 저들은 종북몰이와 강제 국정화를 통해 이것의 뒤집기를 시도하는 셈이다.


역사를 바꿀 순 없으니 해석을 바꾸려는 것이다. 반제·반독재 투쟁의 역사를 자학하고, 친일·친미와 독재의 역사를 긍정하려는 것이다. 결국 지배 권력과 국정화 추진 세력들이 대한민국의 진리부에 내걸고자 하는 역사상의 구호는 식민은 근대, 분단은 건국, 독재는 부국이다.”(이동기 교수)


하지만, 역사의 진실은 오로지 자유롭고 제한없는 토론과 탐구가 허용될 때 찾아질 수 있다. 주체사상에 대해선 듣지도 읽지도 말고 조건반사적 혐오만 하라는 조건 속에서는 북한 체제의 본질과 한계에 대한 진정한 비판마저 가능할 수 없다.


물론, 불안정이 커지는 한국경제 상황과 동아시아의 지정학적 긴장 속에서 박근혜 정부와 우파가 원하는 것은 역사의 진실이 아니다. 자신들이 추진하는 전략과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한 국민적 동원과 복종의 체제이다. 황교안은 자유민주주의가 아닌 사상은 허용할 수 없는 특수한 상황을 강조했다.


저들은 과거의 친일·친미와 군부독재를 긍정적으로 교육해서, ‘미래의 한미일 군사동맹과 자본독재강화를 긍정적으로 수용하게 하려 한다. 아주 조금 들어가 있는 베트남 파병과 학살의 기억, 노동자 저항과 단결의 기억은 완전히 지우려 한다. 마치가 아베가 식민지배와 침략을 미화해 군국주의 재무장을 뒷받침하듯이 말이다.


그리고 이런 종북몰이와 갈라치기는 언제나 우파진영에게 결집과 결속의 마술피리였다. 이번에도 전략공천을 둘러싼 새누리당 내부 갈등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김무성이 이미 꼬리를 내리는 중이기도 했지만 말이다.(국정원과 검찰을 틀어쥔 박근혜 앞에서 쩔쩔매는 것을 보면 김무성은 뭔가 치명적 약점을 잡힌 게 아닌가 싶다.)


반면 민주당에게 종북몰이는 항상 쥐약이었다. 이번에도 민주당은 좌편향 교과서는 정부가 검인정을 제대로 안 한 책임이며, 앞으로 검인정을 강화하자며 정부가 그어놓은 선 안에서 움직이고 있다. 안철수 등은 북한과 종북에 대해 더 확실히 선을 긋자며 목소리를 높이는 중이다. 역사교육의 우클릭 이동은 이미 먹혀드는 것이다. 게다가 민주당도 김대중 정부의 신자유주의 개악과 노무현 정부의 이라크 파병 등을 자학할 생각은 없을 것이다.


결국 집권 초반에 종북몰이 광풍과 진보당 해산 등으로 기초공사를 해 놓고, 그 토대 위에서 전방위적 개악들을 하나씩 추진해 간다는 박근혜 정권의 전략은 그대로 진행중이다. 세월호 국면에 강하게 걸렸던 브레이크마저 풀리자 무리수까지 두며 더욱 서두르고 있다. 이것은 단지 총선만이 아니라 더 길게 보면서 추진되는 반동이 분명하다.


종북몰이와 갈라치기가 일부 진보진영에게도 분열과 마비의 마술피리였다는 게 비극이다. 사실 영국에서도 제레미 코빈에 대한 우파와 언론의 마녀사냥은 지독했다. 그는 국가를 안 부르고, 여왕을 모독했고, 헤즈볼라 등과 친하다는 이유로 안보위협’, ‘제즈볼라등의 공격을 당했지만 당당히 맞섰다.


이런 코빈을 멋있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이 나라에서 비슷한 공격(국가를 안 부르고, 박근혜를 모독했고, 북한과 친하다)이 펼쳐질 때는 같이 돌을 던지거나 종북과 선 긋기 바빴다. 이것이 지금까지도 더 큰 단결과 투쟁보다는 분열과 무기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진보를 통합하겠다면서 특정정당의 이름이 단결과 현장결속에 도움이 안 된다는 사람들도, 그 이름이 총선에서 더 큰 성과를 가져올 거라는 사람들도, 이 과정을 돌아보고 바로잡으려는 태도는 안 보인다. 특히 총선에서 이해득실을 기준점 삼아서 모든 판단을 내리는 것이 과연 신뢰와 협력을 낳을지 우려스럽다.


필요한 것은 더 이상 갈라치기에 휘둘리지 않고, 모든 진보좌파 진영이 공동의 적과 대의를 위해서 힘을 합쳐 투쟁하는 것이다. 시민사회노동단체들이 모두 힘을 모아서, 117일 세월호 특별법 제정 1년 국민대회와 ‘1114일 민중총궐기를 성공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모습은 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 같은 공동 투쟁 속에서 신뢰와 자신감이 쌓인다면, 다음 총선에선 진보가 사분오열되는 일도 피할 수 있을지 모른다.


박근혜 정권은 지금 역사뿐 아니라 역사의 해석도 계급투쟁의 결과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 지금의 좌편향’(?) 역사교과서마저 87년 이후 투쟁 속에 넓혀진 자유의 공간이 없었다면 주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헬조선을 바꾸는 데서 중요한 것은 해석이 아니라 단결과 투쟁을 통한 그것의 변혁일 것이다.



 

터키 에르도안 정부와 피 묻은 손

 

910일 터키 수도 앙카라에서 평화적 집회를 벌이던 사람들을 겨냥한 폭탄 테러가 일어나 130여 명이 사망하고, 500여 명이 부상을 입었다. 집회는 친쿠르드 성향의 좌파정당인 인민민주당(HDP)과 진보노동조합총연맹(DISK) 등이 공동 개최한 것이었다.


터키 정부에 쿠르드노동자당(PKK)을 탄압하지 말고 휴전할 것을 촉구하며 평화롭게 노래하고 춤을 추던 사람들 뒤에서 갑자기 폭탄이 터지는 장면은 정말 끔찍했다.


터키의 에르도안 정권은 이 폭탄테러가 이슬람국가(IS)PKK의 소행일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오히려 테러의 배후에 에르도안 정부가 있다는 의심이 많다. 111일 조기총선을 앞두고 벌어진 일이고, 집권여당을 위협하는 인민민주당을 겨냥한 공격이었기 때문이다


인민민주당은 지난 6월 선거에서 13%를 득표해 80석을 얻으며 급성장해 왔다. 이 때문에 에르도안의 집권 정의개발당(AKP)는 과반의석 확보에 실패했다따라서 에르도안 정권이 눈에 가시인 인민민주당을 공격하는 동시에 혼란을 빌미로 총선에서 우파를 결집하려고 공격을 사주, 방조했다는 의심이다


실제로 지난 6월과 7월에도 비슷한 테러 공격이 있었고 희생자는 좌파 활동가들이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이뤄지지 않았다터키 정부는 이번에도 안전을 위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테러가 벌어지자 오히려 최루가스를 쏘면서 집회 참가자들을 공격하고 구급차의 진입도 방해했다. 따라서 터키의 평범한 사람들이 에르도안의 손에 피가 묻어있다고 주장하며 살인 국가를 규탄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인민민주당은 사회정의와 평화를 추구하며 선거에서도 여성 50%, LGBT 10% 할당을 해 온 진보적 정당이다. 무엇보다 인민민주당은 중동지역에서 심각한 억압과 차별을 당해 온 최대 소수민족인 쿠르드족의 해방을 지지하는 정당이다. 인민민주당의 성장은 지난 2013년 터키를 뒤흔든 게지공원 광장 점거운동이 남긴 성과를 보여주는 것이다.


반면, 지난 수십 년간 쿠르드인 수만 명을 학살하며 억압해 온 터키 정부는, 이번 테러 사건 직후에도 쿠르드 지역 폭격으로 대응했다. 에르도안은 그동안 이슬람국가(IS)만이 아니라 쿠르드노동자당도 테러리스트라며 이런 박해를 정당화해 왔다.


사실 터키 정부는 쿠르드족을 공격하기 위해서 IS를 직간접적으로 키워줘 왔다. 그리고 미국 등 제국주의 강대국들은 이런 터키 정부를 지지해 왔다. 터키는 나토 회원국이다. 이번 테러도 근래 시리아, 팔레스타인 등에서 제국주의와 그 동맹세력의 폭력이 갈수록 심해지는 속에서 벌어졌다.


진보노동조합총연맹(DISK), 공공부문노동조합총연맹(KESK) 등 터키 노동자들은 1012~13일 이틀간 테러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정부를 규탄하는 총파업을 선언했다. 이에 파리, 시드니, 베를린 등에서 터키 민중과 연대하는 국제적 시위도 벌어졌다. 사회정의와 평화를 위해 파업하는 터키 노동자들과 쿠르드족의 해방을 위한 투쟁을 지지한다.  


변혁재장전과 함께 고민을 나누고 토론해 봅시다http://rreload.tistory.com/164

* ‘변혁재장전’의 글이 흥미롭고 유익했다면, 격려와 지지 차원에서 후원해 주십시오. ‘변혁 재장전’이 기댈 수 있는 것은 여러분의 지지와 후원밖에 없습니다.

- 후원 계좌:  우리은행  전지윤  1002 - 452 - 4023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