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윤
● 이스라엘-헤즈볼라 휴전을 어떻게 볼 것인가?
1.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략과 폭격, 학살이 일단 중단됐다. 무조건 반갑고 좋은 소식이다. 네탸냐후는 ‘헤즈볼라 해체와 무장해제’를 전혀 이루지 못했다. 레바논 시민들의 막대한 희생이 있었지만, 헤즈볼라의 게릴라전과 로켓 공격 속에 이스라엘의 사상자도 많았다. 이스라엘은 전쟁 비용도 부족했다.
2. 국제적 여론에서 고립되고 있었고, 더구나 국제형사재판소가 네타냐후에게 체포영장까지 발부했다. 그래서 허둥지둥 휴전한 것이다. 지난 1년 동안 이스라엘이 공격한 지역과 나라들(가자, 레바논, 시리아, 이라크, 예멘)을 살펴보면 모두 공통점이 있다.
3. 내전 중이거나 정부가 없다시피 하고, 방공망이 취약(하거나 부실)하고, 전투기가 없(거나 낡은)는 나라들만 골랐다. 그런 나라들을 세계최강 군사력 미국과 손잡고 공격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다. 즉, 지난 1년이 보여준 것은 이스라엘의 막강함이 아니라 세계최고로 야비하고 잔인한 ‘강약약강’이다.
4. 그래서 이스라엘은 헤즈볼라 정도의 군사력도 쉽게 제압하지 못하고 결국 휴전했다. 역시 헤즈볼라의 군사력은 만만치 않았고, 이스라엘이 귀를 기울이는 것은 오로지 ‘무기를 통한 언어와 대화’라는 게 다시 드러났다. 그러니 이스라엘에 맞서는 이들이 무장 저항을 선택하는 것은 필연적이다.
5. 다만 2006년과 같은 헤즈볼라의 정치적 승리는 아니다. 헤즈볼라는 이번에 나스랄라를 비롯한 핵심 지도자와 간부들이 상당수 제거됐고, 많은 인프라가 파괴됐다. ‘가자 학살 중단없이는 휴전은 없다’던 입장도 후퇴했다. 무엇보다 휴전안은 이스라엘이 언제든 다시 행동할 여지를 남겼다.
6. 60일간의 일시적 휴전이고, 네타냐후는 시간을 벌고 힘을 재정비해서 두달 후에 트럼프가 취임하면 같이 손잡고 더 강력한 군사적, 재정적 지원을 받으며 레바논과 이란에 대한 총공세를 시작할 계산일 수 있다. 무엇보다 가자 대량학살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연쇄살인마는 잡아서 처벌하지 않는 이상 살인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CeasefireNOW #BDSNow #EndIsraelsGenocide
● 국회에서 통과된 가자 휴전 결의안
민주당 이재정 의원이 주도해 며칠전 국회를 통과한 아래 가자 휴전 결의안은 중요하다. 비록 내용에 부족함과 아쉬움이 있었고, 통과 과정에서 국힘에 의해 몇가지가 또 빠졌지만 "갈등의 근본적인 원인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불법 점령"이라며 "즉각적이고 영구적인 휴전"을 촉구하고 있다. 더구나 국힘까지 포함해 거의 100%의 찬성으로 통과됐다.
이제 시작이다. 무려 1년 동안이나 침묵하던 이 나라의 국회는 이스라엘의 학살을 중단시키고 한국의 무기 수출도 중단시키기 위해 더 적극 나서야 한다. 그런데 동시에 민주당 쪽에서 나쁜 소식도 나왔다. 강기정 광주시장이 이스라엘 대사를 만나서 환영하고 악수하고 협력을 다짐하는 장면을 보여 준 것이다.
광주 학살을 기억한다면 대량학살을 자행하는 이스라엘 대사에 대해서 이런 태도는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이것은 광주 정신과 역사에 대한 모독이고 살해다. 개념을 상실한 강기정 시장은 당장 사과하고 철회해야 한다. 민주당도 뭔가 조치를 취해야 마땅하다!
● 동덕여대 남녀공학 전환 반대 학생 투쟁
조선일보가 계속 동덕여대 학생 투쟁에 대한 마녀사냥에 앞장서고 있다. 그리고 그들의 논리를 보면 지금 마녀사냥과 이간질의 핵심 무기가 '소수자 혐오하는 렏페미들이 폭력 사태 주도했다'는 것에 있음을 보여 준다. 이것은 '반유대주의하는 좌파 무슬림들이 테러 주도한다'는 국제 우파 논리의 한국식 창작적 변용이라고 할 수 있다.
동시에 오세훈도 한동훈, 이준석에 이어서 동덕여대 투쟁에 대한 마녀사냥에 뛰어들었다. 이 3명 정치인들의 공통점을 보자면
1. 셋 다 혐오정치, 여론조작, 댓글공작 등에 책임있다.
2. 셋 다 정치적 위기에 몰리면 약자를 공격하고 마녀사냥헤서 탈출하려고 한다.
3. 셋 다 자기들이 엄청 똑똑하고 멋있다고 오지게 착각하고 있다.
동시에 신남성연대라는 극우청년 단체가 계속 동덕여대 앞에 가서 학생들을 위협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신남성연대는 트럼프의 '프라우드보이스'의 한국판과 비슷하다. 일종의 극우돌격대, 신나치행동대인데 한국 보수우파와 기득권 카르텔이 직접 나서서 하지 못하는 정치폭력와 댓글공작 등을 외주받아 수행하는 용병부대 같은 구실을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민주당 정책위원장이 동덕여대 학생들을 방어하면서 국힘 정치인들을 비판하는 일도 있었다. 지지율 1위의 제1 거대야당이 동덕여대 학교, 족벌언론, 신남성연대, 준석동훈과 펨코남들에 맞서 학생들을 편든 것은 반갑고 좋은 일이다. 다만 ‘폭력은 옹호할 수 없지만’이라는 논리는 아쉬웠다. 그런 잘못된 프레임은 벗어나야. 문제는 단순하다.
동상과 대리석에 스프레이를 칠한 것 = 저항
학생들에게 재단, 언론, 정치세력이 가한 것 = 폭력
이처럼 학교당국, 집권여당, 족벌언론, 신남성연대 등의 전방위적 탄압과 공격, 수많은 이간질 시도에도 동덕여대 학생들은 꺾이지 않고 놀라운 투쟁을 지속하고 있다. 그런데 평화 시위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형사적 처벌과 50억을 배상하게 하려는 기막힌 보복과 탄압이 시작되고 있다. 동덕여대 학생들이 남녀공학 전환 추진 잠정 중단을 넘어서 완전한 철회와 총장직선제 요구를 쟁취하기를 적극 지지하고 응원한다.
● 주류언론-검찰-사법부의 공모와 카르텔 구조
1. 윤석열 사단은 족벌언론들이 여론몰이를 하고, 검찰이 칼춤을 추고, 사법부가 확인 도장까지 찍어주면 없는 죄도 만들 수 있고 거칠 것이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활용해 왔다. 이것은 단지 이재명에만 해당되는 문제도 아니고 윤석열만 퇴진시킨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
2. 기본으로 한국 사회의 사법 질서는 강자와 권력자에게 유리하게 기울어져 있었다. 강남 출신의 수도권 명문대를 나온 초엘리트들이 판검사가 되고, 김앤장 같은 대형로펌들에서 중요한 사건들을 처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3. 그들은 자산가나 기업주나 고위정치인, 언론사주, 병원장과 같은 특권층과 인맥, 혼맥, 학맥으로 연결돼 있다. 자연스럽게 그들의 눈높이와 이해관계에 따라서 '정의와 불의'를 판단하기 쉽다. 그런데 윤석열 시대에 사법 정의의 왜곡은 그 수준을 뛰어넘었다.
4. 윤석열이 대통령 자리까지 차지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정치적 사건 때마다 사법부는 마치 주문 생산하듯이 압수수색 영장 자판기 노릇을 하고 족벌언론들의 사설, 칼럼과 검찰의 기소장을 받아쓰기하듯이 판결문으로 옮겼다.
5. 윤석열 사단이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에 대한 수사를 하면서 판사들에 대한 X파일을 손에 넣었고, 그 후에도 '판사 사찰 문건'에서 드러났듯이 판사들에 대한 뒷조사를 통해서 약점을 쥐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문까지 제기되고 있는 배경이다.
6. 대통령이 된 윤석열이 대법원장, 대법관들을 입맛에 맞게 교체할 권한을 얻으면서 이 현상은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우리가 한국 사회의 이 뿌리 깊은 진정한 이권 카르텔을 해체하는 중대한 과제에 직면해 있다는 것을 뜻한다.
7. 그러기 전에는 이러한 마녀사냥과 사법살해의 희생자는 계속 나타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이런 마녀사냥이 전개되는 동안 침묵하거나 ‘나는 조국, 이재명, 윤미향과 정치적 노선과 입장이 다르고 좋아하지 않으니까’하면서 언론, 검찰의 사냥과 성공을 응원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8. 그것을 가장 극단적으로 보여 준 경우는 바로 민주당 이낙연과 구주류였다. 그들은 스스로의 주장과 실천을 통해 대중의 지지를 얻는게 아니라, 검찰의 손을 빌어서 경쟁자인 이재명을 제거하고 자신들이 우위에 설 수 있다고 생각했다. 문제는 일부 진보좌파들도 그랬다는 점이다.
8. 그러나 이처럼 없는 죄도 만들어 내는 주류언론-검찰-사법부의 공모와 카르텔 구조에서 가장 취약하고 큰 피해를 입고 있고 입게 될 것은 바로 가장 돈없고 힘없는 노동자, 소수자, 약자들이라는 것이라는 점을 볼 때 이런 태도가 누구의 편에서 무엇을 돕는 것인지는 명백하다.
● 미얀마 시민혁명을 기억하고 연대하자
얼마 전 윤석열 정부가 계엄령을 준비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었다. 많은 이들이 '21세기에 그런 일이'라며 긴가민가하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아시아의 옆 나라인 미얀마에서는 3년 9개월 전에 계엄령뿐 아니라 군사쿠데타까지 일어났다. <포가튼 미얀마>는 그 쿠데타의 기억과 기록을 생생하게 되살려낸다.
소설의 형식을 빌렸고 주인공의 이름은 영문 첫 글자로 표기했지만, 모든 것은 허구가 아니라 실제로 미얀마에서 벌어졌고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우리는 미얀마에서 쿠데타가 일어난 2021년 2월 1일의 그 시점으로 돌아가게 된다.
미얀마의 전두환과 같은 쿠데타 수괴 훌라잉과 군부는 2월 9일 첫 발포를 시작으로 민주주의의 요구를 마구 짓밟기 시작했다. 수많은 이들을 검거, 투옥, 고문, 사형 집행에 처했다. 이런 폭압 속에서 시민혁명은 더 이상 비폭력적인 거리 집회나 행진, 시민불복종 등의 방식으로 전개될 수가 없어졌다.
미얀마의 민주 시민과 정치 세력들은 4월 16일 임시정부 '민족통합정부(NUG)' 구성을 선언했고, 5월 5일 '시민방위군(PDF)'을 창설했다. 시민방위군은 소수민족 저항 세력과도 힘을 합쳤고, 9월 7일부터 '총력적인 저항 전쟁'을 선포했다. 이제 미얀마의 반군부 시민혁명은 군사적 항쟁의 단계로 넘어가면서 본격적인 '내전'이 시작됐다.
이 속에서 쿠데타 군부는 가장 잔인하고 악랄한 방식으로 민주주의를 원하는 시민들과 소수민족들을 학살했다. 정당성이 없는 군부는 오로지 피의 학살, 특히 전투기의 폭격을 통해서 권력을 지키려고 했다. <포가튼 미얀마>는 주인공들의 입을 통해서 그 끔찍한 범죄들을 고발한다. 이 장면들은 지금 이스라엘이 가자에서 벌이는 대량학살과 너무나 비슷하다.
"N은 미얀마에서 쿠데타가 벌어진 뒤 차마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영상과 사진을 매일 보아야 했다. 총탄에 맞아 머리에 뚫린 주먹만 한 구멍에서 피와 뇌수가 쏟아지는 모습, 팔다리가 잘리고 살갗이 갈기갈기 찢어진 모습, 불에 타 숯처럼 그을린 시신에서 허연 백골이 드러난 모습, 칼에 찔리고, 차에 치이고, 지뢰를 밟아 망가진 인체를 내내 보았다. 괴로웠지만 두 눈으로 보고 기억하는 것 또한 N이 할 수 있는 투쟁이었다."
주변의 강대국들과 '국제사회'는 미얀마 군부의 야만적 범죄 행위를 방치했다. 그 행태는 이스라엘의 경우와 비슷한데, 다만 여기서는 위치가 좀 바뀌어 있다. 미얀마의 경우는 중국과 러시아가 군부의 편에서 학살에 무기와 자금을 지원하고 있고, 미국과 서방 국가들이 미얀마 군부를 비판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군부를 반대한다면서 포스코 등의 기업이 군부와 협력해 돈벌이하는 것을 막을 생각이 없다. 그나마 미국과 서방 국가들이 목소리를 내는 이유는 민주주의보다는 대중국 봉쇄와 견제를 위해서다. 결국 미얀마 민중은 국제사회의 무관심 속에서 죽어가고 있다.
<포가튼 미얀마>는 이 속에서도 미얀마 민주주의의 희망을 지켜 온 진정한 힘은 목숨을 걸고 투쟁해 온 이름 없는 미얀마 시민들이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들은 쿠데타 소식을 듣자마자 분노해서 손에 피물집이 생기면서도 냄비를 두드렸고, 매일같이 거리로 나가 민주주의를 외쳤고, 총파업과 시민불복종 행동에 나섰고, 곳곳에서 도시 게릴라 투쟁을 벌였고, 가족과 고향을 떠나서 저항군에 입대해서 총을 들었다.
<포가튼 미얀마>의 저자인 최진배 활동가는 2017년에 한국국제협력단(KOICA) 해외봉사단원으로 미얀마에서 일하다가 미얀마 여성과 결혼했고, 이후 한국에 와 있다가 쿠데타 소식을 들었다. 두 사람은 그 후 미얀마 민중의 저항을 돕기 위한 연대 활동을 시작했다. 이 책은 이런 두 사람의 경험과 실천에서 나온 생생하고 절실한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다.
나는 미얀마 연대 활동을 하면서 최진배 활동가와 알게 됐는데, 지난 3년 동안 그는 지치지 않고 미얀마 민중의 목소리를 한국사회에 알려 왔다. 이번에 책을 냈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 그가 운영하는 <미얀마 투데이> 페이스북 페이지(https://tinyurl.com/2avp2dtu)에 가 보고서 그동안 잊고 있었던 나를 다시 부끄럽게 돌아보게 됐다.
미얀마 땅이 민주주의를 외치던 시민들의 피로 물들어 온 지 4년이 다 돼가는 지금, 우리는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라는 생각으로 손을 놓고 귀를 닫아서는 안 된다. 다시 미얀마를 기억하고 소식을 찾아보고 그것을 알려 나가고 할 수 있는 작은 일이라도 찾아야 한다. <포가튼 미얀마>를 사서 읽는 것은 그것을 위한 좋은 출발일 수 있다.
요즘 우리도 윤석열 정권에 맞서 다시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서고 있다. 그러면서 촛불을 들 자유조차 빼앗긴 미얀마 민중의 까맣게 타들어 가는 마음을 떠올리게 된다. <포가튼 미얀마>에 실린, 시위하다 끌려가 고문받고 사망한 켓띠 시인의 시에는 그 마음과 용기가 담겨 있다. 민주주의에 대한 이런 타는 목마름으로 우리는 서로 연결돼 있다.
그들은 우리를 죽여 땅에 묻으려 한다
허나 그들은 모른다
우리 모두가 새날의 씨앗임을...
그들은 우리의 머리를 쏜다
허나 그들은 모른다
혁명은 우리의 심장 속에 있다는걸...
책 구입 https://naver.me/5XJ23MUL
(기사 등록 2024.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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