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윤
● 가자지구 북부에서 대량학살 속의 집단학살이 벌어지고 있다
지금 가자지구 북부에서는 대량학살 속의 집단학살이 벌어지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가자 북부에 최대 규모의 강제이주 명령을 내렸고 팔레스타인인 학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새롭고 잔인한 인종 청소의 물결은 가자 지구 북부의 40만 명 이상의 팔레스타인 주민을 대상으로 한다.
이스라엘 진보언론 하레츠는 '네타냐후 정부는 인질 협상 재개를 모색하지 않고 있으며 가자 지구의 대부분을 점진적으로 합병할 것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질 구출이 아니라 가자 점령과 인종청소가 목적이었다는게 거듭 분명해진 것이다.
세계가 외면하고 침묵하고 있는 동안 이스라엘은 물, 전기, 통신, 의료 지원, 기자의 취재... 모든 것을 차단하고 가자 북부에서 보름이 넘게 조직적 학살을 벌이고 있다. 무차별적인 폭격 속에서 모든 병원은 폐쇄됐고, 구조대는 출입이 금지됐고, 기자들은 총격을 받았다. 탱크가 마지막 정리를 위해 진입했다. 이런 증언들이 이어지고 있다.
"가자 북부 자발리아 난민촌은 지금 사람들을 향해 총을 쏘는 쿼드콥터, 상공을 맴도는 전투기, 계속되는 폭격, 탱크 포격으로 공포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상황이다.“
"적의 탱크가 바로 앞에 있고, 포병이 우리를 향해 포격하고, 쿼드콥터가 우리를 향해 사격을 하고, 수백 대의 전투기와 정찰기가 하늘에 떠 있고, 우리가 어떻게 표적이 될지 예측할 수 없고, 자발리아 전체가 불타고 있고, 우리 모두가 마지막 순간을 살고 있다"
"여러분, 자발리아에서 사람들이 잇달아 죽어가고 있고 시체가 거리에 널려 있습니다. 저는 더 이상 무엇을 써야 할지, 무엇을 느껴야 할지, 누군가가 이 유혈 사태를 보고 멈출 수 있기를 바라며 여기에 글을 쓰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친애하는 전 세계 여러분... 나는 당신들에게 호소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영혼을 위해 가자 북부 자발리아 난민촌에 대해서 계속 글을 게시하고 이야기 해주세요! 자발리아의 형제 자매들이 조용히 몰살 당하고 있습니다!"
최근 가자 북부의 여성 예술가 마하센 알 카팁은 '우리는 불타고 있다'는 작품을 올려서 가자 북부의 상황을 알렸고, 그녀도 결국 이스라엘군에 의해 살해당했다. 그녀의 마지막 작품에는 '불타는 사람을 보면 어떤 기분일지 말해달라'는 글이 적혀 있었다.
최근 이슬라엘군에 폭살당한 하마스 지도자 야히야 신와르는 2018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저는 진정으로 출소한 적이 없습니다. 감옥을 옮겼을 뿐이에요... 이스라엘 감옥이 여기보다 훨씬 낫습니다. 거기엔 물이 있었고 전기도 들어왔거든요... 문제는 우리의 저항이 아니라 그들의 점령입니다"
모든 곳이 감옥인 가자에서 큰 감옥에서 작은 감옥으로 옮겨다니는 것이 가자 민중 모두의 삶이었고, 이제 그 감옥은 통째로 불타오르며 모든 수감자들을 산채로 불태워 죽이고 있다. 지금 가자는 오늘날의 아우슈비츠이다. 그야말로 절체절명의 순간이다.
● 야히야 신와르의 마지막이 보여 준 것
1. 확인 사살을 위해 다가오는 드론을 향해 막대기를 던지던 하마스 지도자 야흐야 신와르의 마지막 모습이라고 한다. 머리와 얼굴은 카피예로 덮어져 있고 한 쪽 팔은 사라져 있다. 아마도 지금 상황에 대한 큰 책임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그는 1년간 최전선에서 싸워왔는지 온몸이 상처투성이였다고 한다. 적어도 그가 여장을 하고 혼자서 생지옥 속에서 도망갔다는 서방 언론들의 보도는 가짜뉴스였던 셈이다. 가자의 난민촌에서 태어나 무장저항을 선택하고 이스라엘 감옥에서 22년을 보냈던 신와르는 이렇게 죽었다.
2. 물론 일제 강점기 때 반식민지 민족해방운동을 지지하면서도 특정한 단체들의 노선과 전략을 비판하고 동의하지 않듯이, 하마스와 신와르에 대해서 여러모로 할말이 많다. 그러나 신와르의 노선, 방식, 크나큰 오류에 대한 모든 중대한 차이와 비판을 떠나서 지금 네타냐후, 바이든, 조선일보가 이것을 기뻐하고 환영하고 서로 요란스럽게 축하하고 있기에 절대로 기쁘지 않다. 가자 민중이 느낄 슬픔과 좌절감과 원망 등 복잡한 심정을 공유하고 싶다.
3. ‘신와르의 손에는 10.7 희생자들의 피가 묻어있다’고? 네타냐후와 바이든의 손에는 4만2천명의 피가, 나아가 75년 동안 고통받고 죽어간 가자 민중의 피가 묻어있다. 적어도 신와르는 10.7에 대해 ‘사태가 통제를 벗어났고,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어야 했다’고 후회하기라도 했다. 신와르의 잘못이 무엇이든 네타냐후와 바이든의 잘못에 비하면 훨씬 작다. 이것이 ‘정의의 실현’이라고? 네타냐후와 바이든이 대량학살의 전범으로 체포되고 처벌받지 않는 한 정의는 결코 실현될수 없다.
4. 10.7은 하마스나 신와르가 만들어낸 것이 아니다. 10.7은 가자 민중 230만 명을 지붕없는 감옥으로 밀어넣고 끝없이 폭력적 인종청소를 시행한 것이 만들어낸 뒤틀린 반작용이고 비극적 결과였다. 이스라엘은 10.7을 빌미로 인종청소와 대량학살을 더 본격화했고 1년이 지난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오히려 레바논 침공 등으로 더 확대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목적은 처음부터 하마스도 신와르도 아니었다. 팔레스타인 인종청소였다. 따라서 중단하지 않을 것이다.
5. 이스라엘은 신와르 1명을 죽이겠다며 가자의 아이들과 여성들 4만 2천 명을 죽였다. 그들은 신와르가 테러리스트라서 죽인 게 아니다. 그가 옳든 그르든 가자 민중의 저항의 상징 중의 하나였기 때문에 죽인 것이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가자 민중의 저항정신을 결코 죽일 수 없다. 그들은 굴복하지 않을 것이고 파타나 하마스를 넘어선 더 평등하고 민주적이고 진보적이고 통합적인 정치적 대안과 지도력을 반드시 찾아낼 것이다.
6. 신와르은 과거에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죽어가는 동안 세상은 우리가 얌전한 희생자가 되기를 기대하나요? 우리가 아무 소리 없이 학살당하고 백기투항하는 것을요? 그것은 불가능합니다" 이스라엘과 동맹자들은 답할 자격도 없고, 누구도 쉽게 답할 수 없는 이 질문은 끝없이 기억되고 다시 던져질 것이다. 수많은 가자의 청년들이 다시 목숨을 던지며 저항에 나설 것이다.
● 북한의 러시아 지원 파병과 윤석열의 위험천만한 전쟁 책동
1. 현재 북한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으로 시작된 전쟁에서 러시아를 위해 파병했다는 정보들이 나오고 있고, 이것에 대응해 윤석열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지원하겠다고 하면서 충돌이 벌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2. 먼저 북한이 과연 파병했는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미국과 나토도 최종 확답은 못하고 있고 러시아와 북한은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국정원과 조선일보 등이 기정사실화하지만 북한 관련 정보는 국정원과 조선일보를 믿기 어렵다. 나중에 허위로 밝혀진 것이 워낙 많았으니까.
3. 사실이라고 가정해도 과연 미국과 서방, 한국 정부들이 북한을 비난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다. 강대국이 약소 국가와 민족을 침략해서 폭격하며 고통을 주는 일을 돕는 것은 인도주의에 반하고 국제 평화를 위협하는 일이라고? 백번 맞는 말이다. 그런데
4. 이것은 이스라엘의 가자 학살과 폭격, 레바논 침략과 중동 확전 시도를 1년간 도와 온 미국과 서방 정부들에게 그대로 돌려줘야 한다. 가자 학살의 희생자 규모는 이미 우크라이나 희생자 규모의 몇배를 넘어선지 오래다. 미국은 학살 비용의 70%를 지원했고 병력도 파병했다.
5. 이런 미국과 그 뒤를 따라서 이스라엘에 무기를 판매해 온 한국 정부가 북한에게 인도주의를 설교하는 것을 보자면 멀미가 올라온다. 한국은 이미 베트남 파병, 이라크전 파병 등을 통해서 강대국의 약소 민족에 대한 침략을 도와 온 부끄러운 역사가 있다. 누가 누굴 욕하나?
6. 그런데, 북한이 직접 파병을 한 것인지는 몰라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을 지지, 지원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것이 비극인 이유는, 북한은 억압적 독재사회이지만, 적어도 무장 독립투쟁의 뿌리가 있고, '반제 자주'라는 명분을 내세우던 나라였기 때문이다.
7. 그래서 북한 정권은 과거에 소련의 동유럽 압박을 비판했고, 중국의 베트남 침략도 비판하면서 '자주'를 강조해 왔다. 그런데 이제 러시아라는 강대국의 약소국 침략과 영토 강탈을 돕고 있다니, 무엇으로도 정당화할 수 없다. 북한 스스로도 국내적으로는 설명이 어려울 것이다.
8. 그래서 북한 정권은 내부적으로는 주로 이스라엘의 가자 학살을 "수많은 민간인들을 살해한 것은 극악한 전쟁범죄"라고 비판하고 미국을 "대량살륙의 공범자"라고 비난하면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에 대한 자신들의 지원은 별 설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알고 있다.
9. 결국 지금 한반도에서 강대국들의 영향력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이 속에서 한국은 러시아의 침략을 비난하면서 이스라엘의 침략은 돕는다. 북한은 이스라엘의 침략을 비난하면서 러시아의 침략은 돕는다. 두 체제가 거울처럼 마주보며 서로 '전쟁 불사'를 말하며 싸운다.
10. 특히 윤석열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 지원은 물론 북한군인 폭격 살상과 병력 파병까지 추구하는 것 같다. 비극이 벌어진 다른 민족의 땅에서 남북간 군사적 충돌을 해서 이 땅에도 전쟁을 불러오자는 끔찍한 발상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11. 지금 세계 평화를 해치는 가장 큰 전쟁범죄인 이스라엘과 미국의 가자 학살은 당장 중단돼야 한다. 미국보다 약한 제국이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도 중단돼야 한다. 한국도 북한도 강대국의 침략을 돕고, 외세를 끌어들이며, 군사적 긴장을 높이는 모든 행위를 멈춰야 한다.
● 윤석열 정권이 북한에 무인기와 삐라를 보낸 것인가?
어제그제 북한 정권은 ‘평양 상공에 남한 무인기(드론)가 침투해서 삐라를 살포했다’며 “무인기가 다시한번 발견되는 그 순간 끔찍한 참변은 반드시 일어날 것”이라는 “마지막 경고의 최후통첩”을 발표했다. 한국 정부는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없다"면서 마찬가지로 “단호하고 처절하게 응징할 것”을 선언하고 있다.
진상은 알 수 없지만, 그동안 윤석열 정부의 행태를 보면 드론을 보내서 전단(삐라)를 살포하는 무모한 행동을 하고도 남았을 것 같다. 이미 윤석열은 지난해 북한의 무인기 소동 때 ‘우리도 확전을 불사하고 무인기를 보내라’고 명령한 바 있다.
또 지금 주목할 것은 북한 정권이 흐릿하게 처리해서 알아볼 수 없게 공개한 삐라의 문구와 사진 내용을 조중동은 실시간으로 정확하게 파악해서 보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윤석열 정권이 보낸 드론과 삐라가 확실해 보이는 이유다. 그뿐만이 아니다.
그동안 윤석열 정부의 방조와 부추김 속에 대북전단이 50번 넘게 갔고, 그 결과로 북한에서 대남전단이 20번 넘게 왔다. 윤석열 정부과 군부는 매일같이 굉음 가득한 대북스피커 방송도 하고 있다. 남북간 우발전 충돌을 방지해 온 9.19 군사합의도 파기했다. 네탸냐후처럼 상대방에게 '제발 전쟁하자'는 태도다.
매일 아침마다 ‘북한에서 오물 풍선이 날라오고 있다’는 문자들은 이제 우리의 새벽잠을 깨우는 일상이 됐다. 이것은 시민들을 짜증나고 열받게 해서 나중에 북한과 국지전을 시작할 때 받아들이고 지지하게 하려는 윤석열, 국정원, 국방부의 대시민 심리전 전략이 아닌가라고 강력하게 의심된다.
이런 윤석열 정부의 도발은 결국 북한의 대응을 낳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우리는 연평도 포격, 서해교전, 천안함 등을 기억해야 한다. 그런 일이 벌어지면 많은 이들이 북한을 증오하며 윤석열을 중심으로 뭉치려 할 것이다. 이것이 사법개악으로 퇴진 직전이던 네타냐후가 10.7 이후에 1년을 버티고 지금 레바논을 침공하면서 오히려 지지율이 올라가는 배경이다.
이것을 너무나 잘 아는 조선일보는 최근 ‘우리도 이스라엘처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칼럼을 실었다. “저렇게까지 할 수 있는 이스라엘이 대단하다... 집요함, 이를 성공적으로 해내는 군과 정보기관의 실행 능력, 무엇보다 국민의 단결력에 주목하게 된다... 그리고 ‘과연 우리나라의 정치와 군, 국민은 저렇게 할 수 있는가’를 자문한다.”
가자에서 1년간 대량학살을 하다가 레바논, 시리아, 예멘, 이란까지 테러하고 공격하면서 중동전쟁과 세계대전까지 불을 붙이고 있는 이스라엘이 부럽고 따라하자는 것이다. 기가 막혀서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 언제나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으로 끔찍한 조선일보가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조선일보는 '우리도 이스라엘처럼 할 수 있을까' 걱정할 필요가 없다. 무엇을 상상하던 그 이상으로 무모하고 호전적이고 전쟁을 원하는(위기 탈출과 계엄령 선포의 핑계로서도) 윤석열 정부가 있으니까. 한반도에 사는 우리 모두의 생명을 위해서도 제발 반드시 윤석열 정부를 하루라도 빨리 퇴진시켜야 한다.
한강 작가의 2017년 뉴욕타임스 기고문 제목은 "미국이 전쟁을 말하고 있는동안, 한국인들은 몸서리친다"였다. 이제 우리는 확전 불사를 말하는 윤석열 정부를 보며 몸서리치고 있다.
● 명태균 게이트의 본질을 가리지 마라
“내가 사기꾼이면 너희들은 뭐냐?... 이제와 내 몸에 땀과 기름 냄새가 난다고... 사기꾼을 사기친 니놈들은 뭐냐?”(명태균)
명태균의 말에 공감한다. 영화 <기생충>에서 가장 기억나는 건 '냄새'로 계급을 구분하고 선을 긋는 방식이었다. '땀과 기름 냄새'난다고 무시당한 명태균보다 서울대 법대 나오고 검찰총장, 대통령까지 하고있는 윤석열과 엘리트 관료, 정치인, 지식인, 족벌언론 구성원들이야말로 지난 대선에서 권력을 훔친 최고의 사기꾼들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바에 따르면 지난 대선은 여론조작에 의한 사기극이었고, 그 핵심 주범은 명태균의 여론조작을 대대적으로 퍼나르며 대세론을 만들어낸 대형 족벌언론과 거기에 동조하며 비슷한 여론조사 결과를 쏟아내던 거대 여론조사 기관과 그것을 바탕으로 윤석열을 공정과 상식의 상징으로 포장해주던 잘나가는 지식인들이었다.
명태균은 그냥 가장 밑에서 실무적, 기술적 처리를 맡았던 행동대원일 뿐인데, 이제와서 꼬리자르려는 것에 반발하는 것이다. 따라서 명태균의 억울함에 이해가 간다. 또 한가지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은 지금 족벌언론과 한동훈 등이 문제를 김건희에게 몰아주면서, 김건희의 사과와 ‘퇴장’ 정도로 덮어버리려는 시도이다.
한국사회 젠더위계로 보든, 검사와 피의자라는 두사람 관계의 출발선에서 보든, 윤석열의 난폭한 마초적 스타일에서 보든, 윤석열-김건희 관계에서 상대적 약자의 위치는 김건희이고, 더 큰 책임이 있는 것은 윤석열이다.
다만 룸살롱에서 부하검사들 데리고 두목놀이하며 폭탄주 먹는데 돈을 다 쓰고 모아놓은 재산이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알려진 윤석열은 나중에 정치적으로 출세하는 과정에서 김건희가 부동산, 주가 조작과 투기로 번돈을 많이 사용할 수 밖에 없었고, 그것에 대한 부채감 컸던 것으로 보인다.
즉, 윤석열-김건희 부부에 대해서 김건희가 진정한 넘버1이라거나, 윤석열은 큰 문제없는데 김건희가 망쳤다는 식의 인식과 논리는 동의하기 어렵고 뭐든 문제가 생기면 여성(악녀)에게 몰아버리는 사회적 관습의 반복으로 보인다.
‘아는 것도 없으면서 지가 뭘 안다고 철없이 떠드는 무식한 오빠’ 옆에서 챙겨주고, 뒷수습하고 욕받이와 범퍼 노릇하느라 더 고생한 것은 김건희일 것이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김건희의 사과와 ‘퇴장’이 아니다. 더 큰 진정한 책임은 윤석열에게 있다.
'철없이 떠드는 것'은 용서할 수 있다. '무식한 것'도 용서할 수 있다. 많은 ‘철없는 오빠’들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여성들을 가르치려 들면서 힘들게 하는게 사실이다. 문제는 무식하면서 철없이 떠드는 사람이 여론조작으로 대통령이 돼서 우리의 삶을 망치고 있을뿐 아니라 전쟁 위기까지 일으키고 있다는 데 있다. 용서할 수 없고 당장 물러나야 한다.
● 한강 작가의 모든 글은 이미 가자 학살 반대를 뜻하고 있다
“나는 무엇이 인간을 그토록 잔인하게 만드는지 묻고 싶다... 내가... 깨달은 것은 모든 전쟁과 대학살에서 인간이 다른 인간을 '인간 이하'로 인식했다는 점이었다. 그 이유는 그들은 다른 국적, 인종, 종교와, 이데올로기를 가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상을 축하하고 기뻐하며 이제 한국은 물론 전세계가 그의 입을 쳐다보는 이 때 다시 한번 가자 학살 반대를 말해주길 기대하게 된다. 우리 모두 함께 말하게 되길.
“인간이 인간을 지킬 수 있는 최후의 방어선은 이러한 모든 편견을 극복하고서 완전하고 진정한 시각에서 다른 사람들의 고통을 바라보는 것이다.”
"2009년 1월 새벽, 용산에서 망루가 불타는 영상을 보다가 나도 모르게 불쑥 중얼거렸던 것을 기억한다. 저건 광주잖아. 그러니까 광주는 고립된 것, 힘으로 짓밟힌 것, 훼손된 것, 훼손되지 말았어야 했던 것의 다른 이름이었다....광주가 수없이 되태어나 살해되었다. 덧나고 폭발하며 피투성이로 재건되었다."
“나에게 광주는 더 이상 하나의 도시를 가리키는 고유 명사가 아니라, 인간의 폭력과 존엄이 극단적으로 공존한 시간을 가리키는 보통 명사가 되어 있었다... 나는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바로 사랑하기 때문에 우리가 절망하는 거라고. 존엄을 믿고 있기 때문에 고통을 느끼는 것이라고”
지금의 가자가 바로 광주다.
● 조커2를 보고
1. 조커2는 조커1과 분리해서 볼 수도 이야기할 수도 없다. 조커1은 가난, 학대, 차별, 혐오, 소외에 시달리던 아서가 조커가 되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였다. ‘내 말을 안 듣고 있군요?’(아서의 질문) ‘이 사회에서는 아무도 우리 말을 안 들어요’(상담사의 답) 이 장면이 핵심이었다.
2. 시궁창같은 고담시에서 악당을 처단하는 부자 엘리트 배트맨의 활약이 아니라, 그 밑바닥에서 아서 플렉이 조커로 각성하는 과정은 많은 이들에게 묘한 흥분과 어두운 열정을 불러일으켰다. 그것은 언뜻 지배 엘리트에 맞선 계급적 분노와 복수처럼 보였다.
3. 하지만 조커1은 왠지모를 서늘하고 불쾌한 뒷맛을 남긴 걸작이었고 문제작들이 흔히 그렇듯 수많은 다양한 해석과 논쟁을 낳았다. 영화는 극우 포퓰리즘 지지자들과 공명하는 면이 있었다. 체제에 대한 분노를 엘리트 개인들에 대한 사적 복수로 연결시키는 세계관부터 그랬다.
4. 그것을 ‘대안적 사실’(망상)로 정당화하는 방식도 그렇고, 주변에서 아서를 힘들게하고 상처준 것은 대부분 가난한 여성과 흑인이었다는 우연, 따뜻한 웃음이 아니라 병맛의 유머에 대한 집착까지. 트럼프나 윤석열-이준석 지지 청년(남성)들이 더 열광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5. 따라서 조커2에 대해 사람들이 무엇을 기대했는지는 분명하다. 1편에서 ‘각성’한 아서가 조커가 돼서 할리퀸과 손잡고 본격적으로 (반)혁명적인 봉기를 일으켜 고담시를 뒤집을 것이라는 기대였다. 조커와 할리퀸이 같이 계단에서 춤을 추는 예고편은 기대를 더욱 부풀렸다.
6. 하지만 조커2는 뒤통수를 치면서 그런 기대를 산산조각낸다. 둘이 계단에서 춤추는 장면은 영화에서는 나오지도 않는다. 아서는 조커에서 다시 아서로 돌아오는 ‘재각성’을 한다. 이것에 누구보다 배신감과 실망감을 느끼는 것은 조커1을 20번은 봤다던 할리퀸이다.
7. 할리퀸은 아서를 조커로 만들고 그 지지자들의 불만과 분노를 모아서 반동적 봉기로 폭발시키려고 했기 때문이다. 할리퀸은 아서가 경험한 가난과 학대, 소외를 누구보다 공감하는 척 했지만, 사실은 부자집 출신의 엘리트 지식인이었다.
8. 가난한 백인들, 희망이 없는 청년들의 절망감과 억울함을 누구보다 공감한다고 선동하는 억만장자 트럼프와 하버드 출신 이준석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반면 조커를 아서로 재각성시키는 것은 정말로 아서와 똑같이 가난, 소외, 멸시, 조롱에 시달렸던 친구 개리다.
9. 누구도 자신의 비참한 삶에 관심이 없고,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다고 생각하던 아서는 자기도 개리의 삶과 목소리를 외면했다는 것을 깨닫고 큰 혼란에 빠진다. 더구나 아서는 감옥에서 끔찍한 폭행을 당하고 죽음을 목격한다. 결국 조커2를 보고 남는 것은 패배감과 절망이다.
10. 조커2는 ‘조커1은 공유된 망상(폴리아되)’이었다고 선언한다. 망상에서 깨어난 사람들은 허탈감과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 조커1이 ‘악인, 가해자에게 서사를 부여하는 것의 위험성’을 보여주는 영화라면 조커2는 ’그럼에도 그 서사를 파헤칠 필요성‘을 증명하는 영화다.
11. 그래야 어떤 사회구조가 악과 가해자를 낳는지, 어떻게 그것을 막을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감독이 왜 이런 변화를 시도했는지 알 수 없다. 다만 조커1은 트럼프가 집권하던 2019년에 나왔고, 조커2는 다가오는 트럼프 재집권의 위험을 앞두고 개봉했다.
12. 현실의 조커를 막고 싶은 마음 아니었을까? 아쉬움도 남는다. 1편이 보여 준 드라마틱한 감동과 전율은 2편에서는 좀 부족하다. 강조점과 메시지의 변화가 낳은 필연같지는 않다. 꼭 여성인 할리퀸에게 그런 역할을 맡겨야 했는지도 의문이다. ’행오버‘의 그림자가 느껴진다.
13. 3편은 없을 것 같지만, 만약 나온다면 1편과 2편 모두에서 가장 인상적이었고, 특히 2편에서는 가장 빛나는 장면을 만들어낸 개리의 삶과 목소리를 담으면 좋을 것 같다. 또 1편의 라디오에서만 들을 수 있었던 고담시 청소노동자 파업 소식의 뒷 이야기도 궁금하다.
(기사 등록 2024.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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