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윤
● 다시 시작된 이스라엘의 폭격과 학살
지난 일주일 동안 우리가 보았던 ‘풀려난 포로, 기뻐하는 가족들, 포옹하고 키스하는 사람들’은 이제 사라졌다. 다시 비처럼 쏟아지는 폭탄, 갈기갈기 찢겨진 아이들, 지옥에서 울부짓는 사람들‘의 영상과 사진이 올라오고 있다. 지금 이스라엘은 '하마스와 전투를 다시 시작한 것'이 아니다. 제노사이드, 대량 학살, 인종 청소를 다시 시작했다!
지난 일주일의 임시 휴전 동안 이스라엘군은 서안지구에서 8세와 15세 청소년을 포함해 14명의 팔레스타인인을 살해하고 마을과 집을 파괴했고 수백 명을 잡아갔다. '하마스가 약속을 어겨서 휴전이 끝났다'는 것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이스라엘은 휴전을 끝내려고 온갖 방법을 동원했다.
지금 가자지구에서 아이들은 백기를 들고 걸어다니고 있지만, 이스라엘은 폭격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아이를 죽이고, 병원과 학교를 파괴하고, 사람들이 충격과 공포에 빠져 가자를 떠나도록 하는 게 이스라엘군의 의도적 계획이고 핵심 전략이기 때문이다. 인종청소하며 가자를 차지하고 재점령하려는 것이다.
최근 네타냐후가 받아본 보고서에는 이렇게 써 있었다고 한다. "가자지구는 바다로도 열려 있다. 바다를 건너서 유럽과 아프리카로의 대량 탈출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 이집트 사막만이 아니라 바다를 통해서도 쫓아내자는 말이다.
결국, ‘하마스와 10.7 기습공격’은 핑계에 불과했다. 당시에 네타냐후와 시온주의자들은 화장실에서 '이제 기회가 왔다'며 환호성을 질렀을 것이 명백하다. 실제로 10.7 직후에 이스라엘 정부의 문건에서는 ‘지금 독특하고도 소중한 기회가 왔다’고 적혀 있었다. 심지어 모사드가 1년전부터 하마스 작전 정보를 입수하고도 방기한 이유가 여기있다는 추측도 가능하다.
바이든 정부는 “우리도 이스라엘처럼 행동했을 것”이라고 학살을 지지하면서 최근 이스라엘에 1톤 폭탄 100발을 포함한 15,000발의 폭탄과 57,000발의 포탄을 추가로 지원했다. 이스라엘은 다시 시작된 폭격에서 이것으로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을 죽이고 있다.
폭격만이 문제가 아니다. 지금 가자지구 주민들의 하루 물 소비량은 이스라엘 소비량의 거의 100분의 1수준이다. 이렇게 물을 먹지 않고서는 사람이 살 수가 없다. 도대체 이 폭격과 학살과 비극과 통곡은 언제 멈출 것인가?
대량 학살 전쟁범죄자 네타냐후는 반드시 처벌받아야 한다. 핵심 공범들인 미국 바이든과 서방 강대국 정부들도 마찬가지다. 석유 수출과 수송의 중단이라는 방법을 통해서 미국과 유럽을 압박할 수 있었지만, 말만하던 아랍 독재정부와 왕정들도... 미국을 따라서 이스라엘을 편들고 돕던 윤석열도.
● 일시 전투 중단이 아니라 영구적 휴전과 점령 종식이 필요하다
‘일시 전투 중단’이 이틀 연장되고 있지만 지금 가자에서는 의료시스템 붕괴와 식량, 연료 부족으로 폭격만큼이나 많은 사람이 여전히 죽어가고 있다. 더구나 이스라엘은 가자에서는 폭격을 멈추었지만, 서안지구에서는 새롭게 주민들을 죽이고 체포하고 불도저로 집을 파괴하고 있다. 이것이 네타냐후식 '전투 중단'의 실체이다.
이스라엘은 처음 4일 동안 팔레스타인 포로 150명을 석방하면서, 같은 기간 동안 서안에서는 점령에 항의하는 팔레스타인 사람 133명을 체포해 갔다. 여기까지 보면, 이런 식의 ‘전투 중단’은 시온주의자들에게도 큰 손해가 아닌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지금 일주일간의 전투 중단과 ‘포로 교환’ 속에 이스라엘이 숨기고 싶었던 진실이 드러나고 있다. 풀려난 이스라엘 포로들이 하마스와 ‘절친’인 것처럼 서로 농담을 주고 받고 포옹을 하고 손을 흔들며 헤어지는 장면들이 계속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하마스가 인질과 그녀의 개를 같이 돌보다가 무사히 풀어주는 장면도 있었다.
며칠 전 하마스에게서 풀려난 이스라엘 포로가 남긴 편지에서는 "여러분의 특별한 인간애에 진심으로 감사하다. 여러분은 제게 부모와 같았다"는 내용까지 있었다. 이 사람은 이스라엘로 돌아가 간첩으로 몰리겠지만, 이런 모든 장면들은 하마스가 ‘잔인하고 야만적인 괴물이고 악마’라고 했던 이스라엘의 선전을 붕괴시키고 있다.
문제는 네타냐후가 이런 장면을 꼴보기 싫어서라도 전쟁을 다시 시작할 것이라는 데 있다. 그리고 또 언론인들을 표적 살해할 것이다. 서방 언론은 다시 가짜뉴스를 퍼트릴 것이다. 이스라엘의 파시스트 장관 벤그비르는 폭격을 중단하면 네타냐후 정부가 해체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실, 폭격도 중단하고 네타냐후 정부도 물러나면 1석2조인데 이렇게 좋은 것을 우리가 바라지 않을 아무런 이유가 없다.
저명한 반제국주의 사상가 질베르 아슈카르의 아래 글을 보면 이번 사태는 1948년 나크바를 능가하는 역사적인 범죄이고 대학살이었다. 그 공범은 미국과 서방 강대국들이었다. 나아가 아랍의 독재정부와 봉건왕정들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이들은 얼마든지 석유를 이용해 미국와 이스라엘의 범죄를 막을 수 있었지만 하지 않았다.
또, ‘레드 라인을 넘으면 가만있지 않겠다’던 이란 정부, 헤즈볼라 등은 다 어디서 무엇을 했는가? 자국의 민중을 억압하고 학살하고 민주주의 짓밟고 부패를 저질러온 이 아랍 지배세력은 처음부터 믿을 수 없는 세력이었다. 이번 사태는 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한 진정한 힘을 어디서 찾아야 하는지 다시 보여주고 있다. 전투 중단을 넘어서 영구 휴전, 나아가 점령 종식이 너무나 절실하다.
“이번 사태는 나크바 이후 오늘날까지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겪은 이전의 모든 비극과 질적으로 다르다.. 1949년 이후 오늘날까지 시오니스트 군대가 저지른 모든 범죄를 질적으로 능가하며... 특히 어린이 살해는 표적이 된 사람들을 전멸시키겠다는 의지를 표현하는 것이기 때문에 대량 학살의 노골적인 특징이다... 지난 세기 중반 이후 서방 정부들이 대량 학살 전쟁을 공개적으로 지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석유가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도울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압박 수단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지금까지 석유 무기화를 자제해 온 아랍 국가 정부들의 공모이다.”https://gilbert-achcar.net/zionist-genocidal-war
● 군사 정찰 위성에 대한 극단적 이중잣대와 전쟁 위기
1. 미국은 128개의 군사 정찰위성을 운용
2. 일본은 4개의 정찰위성 운용
3. 한국은 곧 군사 정찰위성 1호 발사
4. ‘왜 우리만 안 되냐’며 북한도 정찰위성 1개 발사
5. 북한 정찰위성은 아직 초등학생 수준이라는 전문가들
6. 윤석열, 곧바로 ‘군사적 충돌 방지 9.19 합의’ 파기
7. 총선 앞두고 북한에게 ‘드루와 드루와’
8. 전쟁나면 퇴진 피하고 감옥 안 간다는 네타냐후에게 배운
9. 한반도 상황에서 군사적 충돌은 즉각 수십만명 사망
10. 전쟁터에서 죽은 이를 끌어안고 울고있는 가자 주민들을 보며 결코 남의 일 같지 않은 이유
● 연동형 유지와 병립형 회귀, 무엇이 대안인가?
선거제 논의에서 먼저 분명히 할 것은 윤석열 정부의 폭주를 막고 진보적 개혁을 이루기 위해 더 크게 함께 싸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또 민주적 선거제 가로막고 파괴한 국힘 비판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국힘에 대응해 어쩔 수 없이 위성정당을 만들거나 출마한 정당과 정치인들을 국힘보다 더 욕하는 부조리는 이상하다. 지금도, 국힘이 병립형·위성정당 포기하면 모든 문제는 해결된다. 하지만 국힘이 버티니 굴복하고 잘못된 선거제로 돌아가자?
지금, 그걸 가장 바라는 것은 국힘과 <조선일보>이다. 기존 낡은 선거제가 기득권과 권력 카르텔 유지에 최상이기 때문이다. 결국, 국힘과 기득권 우파를 심판하기 위해서 그들과 손잡고 원하는 대로 해주자는 것부터 모순이라는 이탄희 의원의 지적이 옳다.
득표율만큼 의석을 얻는 선거제와 정치개혁은 당연한 상식이고 민주주의일 뿐인데, 이걸 '손해'라면서 국힘과 야합해 군소정당의 의석을 훔쳐 오자는 주장도 말도 안 된다. 이런 후퇴와 야합을 주장하는 대표적인 인물이 최병천이라는 것도 의미심장하다.
최병천은 검찰, 언론 개혁에 부정적이었고, <조선일보>에 나와서 “사회주의는 망했다. … 그런데 아직도 민주당의 운동권은 여기에 멈춰있다”고 매도했던 사람이다. 검찰개혁 발목잡던 사람이 이제 정치개혁도 가로막는 상황이다.
물론 무슨 수를 써서라도 총선에서 국힘의 승리와 윤석열의 폭정을 막고 싶은 심정에서 이런 주장에 솔깃하는 민주당 지지자들의 심정은 이해가 간다. 문제는 병립형 야합과 후퇴는 그것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다. 정치개혁 약속을 깨버리면 거대한 역풍이 불 것이다.
국힘과 족벌언론들은 더욱더 거세게 민주당을 공격할 것이고, 민주당 내부 분열의 후폭풍이 몰아칠 것이고, 진보정당과 시민사회도 민주당을 맹비난할 것이다. 즉, 총선 앞두고 심각한 악조건 속에 ‘더럽게 이기’긴커녕 윤석열에게 ‘더럽게 지는’ 결과만 가져올 수 있다.
목적을 위해 수단을 바꾸는 게 아니라, 수단을 위해 목적을 버리는 것이 된다. '선거를 위해 검찰 개혁을 포기하자'던 논리와 동일하다. '역풍'은 개혁을 추진할 때 오는 것이 아니라 약속을 어기고 개혁을 포기할 때 온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 이 글을 확장해 민들레에 기고했다. https://www.mindle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6229
● 최고의 막말과 폭언은 문제되지 않는 이상한 사회
지난주에 내가 들은 최고의 막말과 폭언은 용산참사 살인주범인 김석기의 “용산 화재는 도심 테러” 발언이었고, 윤석열 대통령실의 “산재 카르텔”,“나이롱 환자” 발언이었다. 실제 가해자들의 이런 발언이 용산참사 유가족과 산재 유가족들에게 얼마나 심각한 상처와 고통을 줬을지는 충분히 짐작 가능하다.
이것은 단지 개념없는 발언이 아니라 실제 당사자들에게 심각한 고통과 피해를 주고 있는 책임자이며 권력자들의 폭언이기에 더욱 심각하다. 오세훈이 전장연에게 “사회적 테러”라고 폭언한 것과 <조선일보>가 재선출된 민주노총 지도부에 대해서 “저급 주사파 ‘경기동부’ 출신”이라고 막말한 것도 비슷하다. 이것은 단지 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적 공안 탄압과 마녀사냥으로 연결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들이 ‘어떻게 이런 막말과 폭언을 할 수 있냐’며 주요 언론과 여론의 십자포화를 받고 당에서 징계받고 자리나 지위에서 쫓겨나고 이런 일은 절대 벌어지지 않는다. 김석기는 오히려 국힘 최고의원이 됐다. 툭하면 상대방을 ‘깡패, 잡범, 멍청이’ 등으로 비난하는 한동훈은 ‘여의도 사투리에서 벗어났다’며 언론의 찬양을 받고, 이태원 유가족에게 “횡령 수단”이라는 폭언을 한 권성동은 윤석열 정부의 핵심 실세가 돼 있다.
반면 야당의 정치인은 어디 구석에서 개념없는 발언이나 말실수 한번만 해도 득달같이 달려들어서 제거해 버린다. 어제 조선일보와 국힘은 또 무슨 북토크에서 함세웅 신부가 한 다소 갸우뚱하게 하는 발언을 “혐오와 비하 가득한 저급한 막말은 놀라움을 넘어 그 심각함이 경악할 수준”이라며 공격하기 시작했다.
지금, 저들이 총선 앞두고 꼬투리잡기 위해서 야당의 모든 토론회나 모임에 가서 발언들을 샅샅이 녹음하고 있다는 데 5백원을 걸겠다. 그걸로 ‘막말’, ‘경악’이러고 난리치면 다른 언론들이 받아쓰고 지식인들이 말을 보태고, 징계와 추방이 이어질 것이다. 이 모든 극단적 부조리를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넘어가고, 선택적 비난에 같이 따라가며 돌 던지기 바쁜 분위기를 이해할 수도 참기도 어렵다.
● 검찰권력에 맞서는 강미정 씨의 용기를 응원하며
솔직히 지난주 기대가 컸던 MBC <PD수첩>을 보고 실망했다. 이정섭 검사 처남댁 강미정 씨의 용기있는 고발을 <PD수첩>이 적극 대변해 그 목소리가 돼 줄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막상 그 내용은 정치검사들의 더러운 실체에 대한 고발과 정면 도전과는 거리가 있었다.
이미 <뉴스공장>에 나온 내용보다 부족했고, 뭍타기가 아닌가 하는 느낌까지 받았다. 우선 강미정 씨 본인이 스스로 용기있게 이름과 얼굴을 공개하고 나섰는데 <PD수첩>은 무슨 이유 때문인지 많은 경우에 강미정 씨의 얼굴을 계속 어둡게 처리해서 잘 보이지 않게 했다.
방송 분량에서도 이정섭 검사의 문제는 앞에만 일부 나오고 대부분의 내용이 마약수사에 대한 다른 취재들로 구성돼 있었다. 다 보고나면 ‘정치검사가 어떻게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비리를 저지르고 범죄를 덮어버렸는가’에 대한 고발보다는 ‘마약수사를 더 철저하게 잘하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가’에 대한 방송 같았다.
이것은 <PD수첩>이 이번 방송의 큰 줄기(야마)를 검찰권력의 반칙과 특권이 아니라, 마약수사에서 유전무죄의 문제점으로 잡으면서 나온 결과가 아닌가 싶다. 즉, 같은 마약 사범이라도 비싼 돈으로 법률적 대응을 하고 좋은 전관 변호사를 쓰면 빠져나갈 수 있다는 식이었다.
그것도 물론 진실의 일면이겠지만, 그러면서 이선균이나 유아인같은 연예인도 많은 돈을 써서 빠져나간 사람들로서 이정섭 처남과 비슷하게 그려졌는데, 이것은 ‘증거도 없이 이선균과 지드래곤은 족치면서 왜 현행범인 이정섭 처남은 빠져나갈 수 있었나?’라는 지금의 분노와 어긋나는 것이다.
이것이 과연 실력과 관점의 부족함이 낳은 문제였는지, 아니면 워낙 윤석열과 이동관이 서슬퍼렇게 난리치며 정치적 압박을 가하고 고소, 과태료, 징계로 협박하는 상황에서 주춤거리며 눈치본 것인지는 알 수 없는데, 솔직히 요즘 MBC 뉴스를 보면서도 뭔가 아쉬운 기분이 든 경우가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MBC가 단지 KBS나 종편보다는 낫다는 것으로 자족한다면 실망이 아닐 수 없다. 진정으로 ‘살아있는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할말은 하는 언론’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기 때문이다. 강미정 씨는 지금 이정섭 검사 쪽에서 명예훼손으로 고소고발을 당한 상황이라고 한다. 성폭력 피해자를 돕다가 '노동자연대'에게 명예훼손 역고소를 당한 입장에서 남일같지 않다.
이 검사 측은 그러면서 <PD수첩>에도 ‘함부로 보도하지 말라’고 압박했다고 한다. 무슨 꼬투리를 잡아서 강미정 씨를 구속하고 입을 막으려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용기있는 고발에 나선 강미정 씨를 위해서 스스로 방패막이 되려는 사람들은 잘 보이지 않고, 강미정 씨가 얼마나 힘든 상황일지 그려져 너무나 안타깝다.
(기사 등록 2023.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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