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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세상읽기 - 양회동/ 이중잣대/ 포퓰리즘/ 오염수/ 천안함

by 다른세상을향한연대 2023. 6. 23.

전지윤

건설노동자 양회동의 자존심, 따뜻함, 남겨진 요구

어제 고 양회동 열사의 노동시민사회장이 있었고 세종대로에서 영결식이 있었다. 가보니 역시 수많은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땀이 절은 조끼와 때묻은 배낭, 배낭에 매달고 손에 쥔 온갖 집회물품 등이 지난 50일 동안 거리에서 진행된 열사 투쟁의 고단함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뒤에서 양회동 열사의 얼굴이 그려진 그 수많은 건설노조 조합원들의 등짝들을 보니까 마치 그 등이 뭔가 말하고 눈물을 흘리고 있는 것 같았다.

그것은 끝내 윤석열, 원희룡, 윤희근의 사과를 받아내지 못한 채 동지를 보내는 울분, 억울함, 서러움같은 것이었다. 50일 동안 윤석열 정부의 건설노조 탄압은 계속됐다. 거의 매일같이 건설노조 활동가들이 또 소환조사, 압수수색, 구속기소를 당했다. 그래서 우리는 존경하는 재판장님으로 시작해 불구속 재판을 위해 선처해달라로 끝나는 탄원서를 매일 끝없이 써야 했다.

심지어 어제 영결식 도중에도 3명의 활동가에 대한 탄원서를 써달라는 글이 단톡방에 연달아 올라왔다. 이것이 50일만에 차가운 냉동고에서 이제 하늘로 올라가며 우리 곁을 영영 떠나게 된 고인에게 윤석열 정부가 보내준 마지막 선물이었다. 만약 장례식을 미루고 계속 투쟁했다면 이미 체포를 경고한 건설노조 위원장까지 끌고갔을 것이 분명하다.

이런 상황이 유가족의 뜻에 따라서 일단 장례를 치르고 윤석열 퇴진 투쟁으로 계속 나간다는 판단을 낳은 것으로 보인다. 일당으로 먹고사는 건설노동자들을 언제까지 거리에서 살게 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그것이 윤석열 정부가 건설노조를 표적으로 삼은 이유이기도 하다.

야비한 잔머리만 발전한 윤석열은 상대적으로 고용이 안정돼 있고 조건이 더 나은 금속노조 등보다 저임금 일용직들인 건설노조를 더 만만하게 봤다. 또 건설노조를 건폭’, ‘종북이라고 치면서 민주노총 지도부를 옭아매는게 민주노총 대오를 이간질하고 파괴하는데도 더 효과적이라고 봤을 것이다.

이번 양회동 열사의 죽음은 여러모로 박근혜 말기 때의 백남기 농민의 죽음을 떠올리게 한다. 그때도 우파 정부의 폭압적 질주 속에 비극적 죽음이 일어났다. 그때도 권력과 언론은 자신들의 책임을 부정하며 석연치 않은 부분을 말하며 음모론을 펼치고 고인과 유가족을 두 번 죽였다. 심지어 당시 검찰은 강제부검을 시도하는 치떨리는 만행도 저질렀다.

그 때도 박근혜 정권 퇴진을 이루지 못한 상황에서 40일여만에 일단 장례를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는 장례식에 민주당만이 아니라 국민의당과 안철수까지 와서 추도사를 했지만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당시 민주노총 한상균 지도부와 진보진영의 많은 사람들은 일단 힘을 끌어모아 박근혜를 몰아내야 한다는 의지와 그럴수 있다는 자신감이 컸던 것 같다.

하지만 이번에는 장례위원에 민주당 대표가 포함된 것이 내부적으로 논란이 됐다. 아무래도 민주당 5년의 쓰라린 기억이 남아있고, 윤석열 정부가 아직 초기라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윤석열 정부를 몰아낼 수 있다는 의지나 그 과정에서 얼마든지 진보좌파들이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도 높지 않은 것 같다.

따라서 백남기 열사 투쟁이 곧바로 박근혜 퇴진으로 연결됐던 그런 흐름은 쉽지 않아 보인다. 온갖 공작에 도가 튼 MB맨들을 불러모으고 있는 윤석열은 그보다 2008년 촛불을 이겨낸 이명박 정권이 박근혜 정권으로 이어졌던 10년을 더 기대하고 자신하는 것 같다.

어제 영결식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열사의 형님인 양회선님의 마지막 한마디였다. “내 동생은 참 따뜻한 사람이었습니다.” 민주노총과 우리 모두는 가족에 대한, 동지에 대한, 윤석열 정부 아래서 고통받는 민중에 대한 그 따뜻함을 잊지 않을 것이다.

자랑스러운 건설노조 조합원으로서 자존심에 모든 것을 걸었고 반드시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을 퇴진시켜 주세요라던 양회동 열사의 요구를 기억할 것이다. 결코 이대로 물러서는 일은 없을 것이다.

언론과 검찰이 외면하는 황보승희 리스트, “원희룡 500만원”, 김기현 아들

국회의원들이 이권과 공천을 댓가로 돈봉투를 주고 받다가 걸린다. 녹취록과 리스트가 나온다. 당 지도부에서는 수수방관하며 덮으려고 한다. 일단은 문제가 된 의원들은 탈당을 시키면서 꼬리자르기를 시도한다.

여기까지 보면 또 민주당 이야기인가 할 것이다. 그리고 곧 수많은 기사들이 쏟아지고 검찰이 압수수색과 소환조사를 하는 그림을 예상할 수 있다. ‘더불어도마뱀이냐라는 조롱도 나올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국민의힘 의원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벌써 세 번째이다. 김현아, 하영제에 이어서 황보승희 의원이다.

더구나 단위도 민주당의 돈봉투 의혹에서 제기된 것이 몇십~몇백만원이라면 국민의힘에서는 단위가 기본으로 몇천~몇억이다. 여기에 국힘 대표 김기현의 아들이 가상화폐와 코인 투기 업체 간부였고 수억 주식을 가지고 있었다는 문제도 불거졌다. 탈당도 국힘이 이미 박덕흠 때부터 시끄러우면 탈당하고, 잠잠해지면 복당하는 수법을 선도적으로 개척했었다.

그런데도 취재와 보도가 이어지거나 검찰이 전격 압수수색하는 일은 보기가 어렵다. 그나마 <뉴스타파>같은 곳이 외롭게 취재와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왜 그런지는 모두가 알 것이다. 민주당은 어떻게든 없는 의혹이라도 만들어서 범죄자 집단으로 낙인찍어서 다음 총선에서 윤석열 정부의 승리를 만들어야 할 필요가 너무 강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현아, 하영제, 황보승희, 김기현 아들 등에 대해서는 그 반대로 꼬리 자르며 덮어주고 싶은 언론과 검찰의 마음이 너무 강력해 보인다. 황의원이 기자들에게 수시로 접대와 향응을 제공했다는 전남편의 폭로까지 감안하면 언론이 침묵하는 이유는 더 분명해진다.

뉴스타파의 취재로 드러난 비리에서 더 열받는 것은 황보승희 리스트에 등장하는 원희룡 500만원부분이다. ‘건폭, 갈취, 비리운운해 온 국토부 장관 원희룡의 이름이다. 이런 자가 건설 현장의 비리를 뿌리뽑겠다면서 양회동 열사를 죽게 만든 것을 생각하면 분노로 숨이 막힌다.

하지만 신검부정권에서 검사 출신 실세인 원희룡이 압수수색과 소환조사를 받을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황의원의 탈당으로 꼬리를 잘랐으니 언론이 이것을 더 파헤치는 일도 없을 것이다. 어제 제1야당의 대표가 국회연설에서 양회동의 죽음에 왜 누구도 사과하지 않냐, 이태원 참사 특별법은 왜 막는 것이냐고 말했지만, 어떤 언론도 주목하지 않는 것을 보라.

그런데 황보승희 비리 사건에서 중요하게 구분해야 할 점이 있다. 그것은 지금 황보승희와 파트너의 비리와 로비에 대해서 폭로하고 있는 황보승희의 전남편은 가정폭력의 가해자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이것은 황의원이 올린 맞아서 피를 흘리는 증거 사진뿐 아니라 전남편 본인도 뉴스타파 인터뷰에서 일부 인정한 사실이다.

, 황의원은 비리와 로비의 당사자이기도 하지만, 가정폭력의 피해자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비리와 로비는 그것대로 밝혀내고 처벌해야 하지만, 가정폭력에 대해서는 결코 제보자를 편들거나 황의원을 비난할 수 없다. 특히 불륜-상간운운하며 황의원을 비난하는 것은 조금도 정당화되기 어렵다. 간통죄조차 폐지된 게 언제인데 아직도 이런 말이 나오는가.

황의원의 사례는 아무리 언론과 검찰이 도와주는 기득권 우파 집권여당의 정치인이라고 해도, 성차별적 젠더 질서 속에서는 피해와 가해가 바뀔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이것을 정확하게 구분하고 가려내면서 비판하고 해결하는 것은 결코 부차적인 문제가 아닐 것이다.

일부 진보 지식인과 정치인들의 어설픈 분석과 잘못된 프레임

윤석열 시대의 참을 수 없는 역사적 후퇴중의 하나는 광장에서 퀴어문화축제도 편하게 할 수 없는 시대로 돌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주말 대구퀴어문화축제도 대구시장 훙준표의 극심한 방해에 시달려야 했다. 심지어 법원이 행사를 허용해서 경찰도 행사 진행을 돕는 상황에서 홍준표는 공무원을 동원해 행정대집행을 시도했다.

그래서 퀴어축제 참가자들이 대구시청에 맞서서 경찰을 응원해야 하는 역설적 상황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홍준표는 성다수자의 권익을 침해하고 청소년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고 시민에게 혐오감을 주는 퀴어축제를 반대한다는 논리를 펼쳤다. 동시에 홍준표는 최근 전광훈을 사이비 기독교라고 비난하고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반대했다.

이것은 홍준표가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혐오를 조장하면서도 대중적 인기와 여론을 신경쓰는 전형적인 우익 포퓰리스트라는 것을 보여 준다. 대중 선동을 위해 국가기관과의 충돌도 불사하는 것도 전형적이다. 트럼프도 미국의 전통적 국가기구들을 딥 스테이트라고 욕하며 대중 선동에 더 치중했다.

이런 상황을 보면 최근 조성주 씨 등이 주도하는 세번째 권력이라는 그룹에서 윤석열과 국힘은 신권위주의이고 이재명과 민주당은 포퓰리스트인데 둘 사이에 차이는 별로 없다고 주장하는게 얼마나 어설픈 분석이고 잘못된 프레임인지 생각하게 된다.

일단 이런 식으로 포퓰리즘을 규정하는 것은 조선일보식의 프레임과 논법과 별로 다르지 않다. 조선일보는 부자에게 세금을 부과해서 서민의 복지를 확대한다는 포퓰리즘은 나라 망하는 길이고, 차베스와 마찬가지로 이재명도 포퓰리스트라는 주장을 무한 반복해 왔다.

이런 프레임과 논법의 문제점은 먼저 오늘날 세계적으로 문제되고 있는 포퓰리즘은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선동해서 대중적 지지를 결집하려는 극우 포퓰리즘이라는 것을 의도적으로 흐리고 삭제한다는 점에 있다. 이렇게 볼 때 윤석열과 국힘이 신권위주의라는 단순한 분석은 틀린 것이다.

당장, 지난 대선의 전환점이 된 윤석열의 여가부 폐지선언과 멸공 챌린지를 보자. 툭하면 꺼내드는 노조 혐오 캠페인도 봐야 한다. 인터넷에서 따봉이 압도적으로 많았다며 수신료분리징수를 밀어붙이는 것도 말이다. , 윤석열은 전형적인 우익 포퓰리스트이다. 물론 우익 포퓰리스트들은 동시에 법과 질서를 외치는 권위주의자들이다. 다수의 요구라는 이름으로 소수자를 폭력적으로 짓밟는 것이 오늘날 전세계적 신우익들의 특징이다.

물론, ‘민주당도 기본소득 등을 말하며 대중적 여론과 인기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포퓰리즘적이지 않냐?’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측면과 우익 포퓰리즘을 구분하지 않는 것은 모든 분석을 무의미하게 만든다. 이것이 조선일보가 차베스도 트럼프도 포퓰리스트라고 말할 때 나타나는 헛소리다.

이것은 윤석열과 국힘, 이재명과 민주당의 진정한 성격과 차이점을 정확히 구분하고 분석해서 차별적으로 대응하며 좌파적 대안을 구축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 뿐이다. 그리고 그런 식으로 포퓰리즘을 생각과 구분없이 사용할 때 좌도 우도 아닌 중도, 중앙을 말했던 세번째 권력도 포퓰리즘이 아니냐는 의문을 피할 수 없다.

요즘 또 많은 진보적 지식인들에게서 볼 수 있는 어설픈 분석과 잘못된 프레임은 천안함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국힘과 모욕하는 민주당이라는 것이다. 지난 이래경 혁신위원장 논란 때부터 시작된 이것 또한 조선일보가 강력하게 밀고 있는 프레임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것이 얼마나 왜곡된 프레임인지는 조금만 기억과 기록을 올라가 찾아봐도 알 수 있다. 천안함의 진실을 찾으려고 하고 정부 발표를 불신하는 목소리는 초기부터 계속됐고, 그런 사람들 대부분은 천안함 희생자들을 진정으로 추모하고 누구보다 그 억울한 죽음들을 기억하고 아파하는 마음에서 목소리를 내 왔다.

세월호에 대한 검찰 수사나 정부 조사 결과를 아직도 믿지 않는 많은 사람들이 희생자들에 대한 기억과 추모를 바탕으로 그러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물론,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소수 극단적 사람들은 천안함이나 세월호의 공식 조사 결과를 지지하는 사람은 그가 누구이든, 심지어 유가족이라더라도 비난하는 태도를 취한 것은 사실이다.

족벌언론과 냉전우익들은 약삭빠르게 그것을 부여잡고 왜곡 과장해 종북몰이와 연결시켜서 천안함 북한 폭침론을 믿지 않는 사람들 = 천안함 희생자와 유가족을 모독하는 사람들 = 종북 좌파나 간첩들이라는 프레임을 만들어서 끝없이 반복해 왔다. 그리고 그런 공격의 맨 앞줄에 천안함 함장을 묶어 세워두고 있다.

민주당도 이 프레임에 침묵하고 굴복해 온 것이 진실인데, 가끔 그것을 거스르는 목소리는 저들이 맨 앞에 세워둔 천안함 함장에 대한 비판으로 불거진 것도 사실이다. 그러면 족벌언론과 냉전우파는 또다시 북한 폭침론을 믿지 않고 희생자를 모독하는 종북 좌파라는 칼을 휘두르고, 그러면 대개의 개혁언론과 지식인들도 돌과 쌀을 골라내는게 아니라 따라간다.

참사의 진실을 덮고 종북몰이 도구로 이용하는 것보다 더한 희생자 모욕이 어디있는지 모르겠다. 자신들이 얼마나 윤석열뿐 아니라 민주당도 지지하지 않는 중립적이고 공정한 진보인지를 과시하는데만 집중하며, 실제로는 윤석열의 등장에 힘을 실어주고, 그것을 돌아보지도 않는 이런 어설픈 분석과 잘못된 프레임은 그만 보고 싶다.

<재난, 그 이후>와 후쿠시마 오염수

근래에도 여러 괜찮은 영화나 드라마를 봤지만 그중에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8부작 그라마 <재난, 그 이후>이다. 2005년 여름에 미국 남부를 물바다로 만들면서 1200여명의 희생자를 낳은 태풍 카트리나와 사회적 재난의 실화를 다루고 있다. 드라마는 카트리나 재앙이 휩쓸고 지나간 후 뉴올리언스의 메모리얼병원 지하에서 발견된 45구의 시체에서 시작한다.

검사 결과 이 시신들에서는 모르핀 등 독극물로 안락사를 시킨 흔적이 발견된다. 이것은 사회적 충격과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여기에 책임있는 의사와 간호사들은 수사와 재판을 받는다. 하지만 결국 이들은 불기소되고 처벌받지 않는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고, 이런 결과가 나오게 됐는가?

역대급 태풍이었던 카트리나가 덮쳤을 때 메모리얼 병원의 상황은 처참햤다. 200명의 환자와 600명의 직원이 있던 병원에 2천여명의 피난민이 몰려들었다. 물과 식량은 바닥이 나기 시작했고, 전력이 끊기면서 의료기기와 에어컨도 멈췄다. 병원은 찜통이 되기 시작했고, 화장실도 막혀서 지독한 악취가 넘쳐났다.

병원 밖에서는 약탈과 살인이 벌어지고 있다는 흉흉한 소문이 돌았고, 사람들은 공포와 절망으로 빠져들었다. 하지만 헬스케어로 돈을 벌던 민간기업이 운영하던 이 병원은 이런 사태에 대비한 매뉴얼도 없었고, 무엇보다 당시 친시장 정책과 이라크 침공 등에 열심이던 부시 정부는 구조와 지원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던 일주일 후에 부시 정부와 주정부는 하루 안에 모두 헬기와 보트로 대피하라는 최후명령을 내리고 병원의 책임자들은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누구를 먼저 구할 것인가? 먼저 반려동물들부터 안락사시키기 시작한다. 이어서 환자들을 3개 등급으로 분류한다.

1등급은 혼자 이동이 가능한 환자들이었다. 2등급은 대피시키려면 부축이 필요한 환자들이었다. 3등급은 거동이 매우 어렵고 심폐소생술 등을 거부한 환자들이었다. 3등급에 해당하는 환자들을 대피키시지 못했고, 나중에 시신으로 발견됐다. 드라마는 이것을 단순한 선악 이분법으로 보여주진 않는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사람들을 빨리 대피시키려는 선택이 틀린 것일까? 대피하지 못한 환자들이 차오르는 물 속에서 고통스럽게 죽게 하는게 옳았을까? 하지만 그 의사와 간호사들이 불기소 판결을 받는 과정에 어떤 사회적 논리와 이해관게가 작동하는지를 보여 준다. 중요한 것은 과학적 증거가 아니었다.

그런 비극적 선택을 낳게 된 사회체제와 진정한 책임자들을 처음부터 빠져 있었고, 앞으로도 그런 일은 반복될 수 있기에 그 의사와 간호사들만 처벌할 수는 없었다. 수많은 전문가들이 나서서 그 결정은 문제가 없었고 불가피했다고 옹호한다. 결국 유일하게 체포됐던 애나포(안락사를 주도한 의사)도 처벌을 피할 것이 분명해지자 검사는 이렇게 분노한다.

“증거만으로는 이길 수 없어요. 애나포를 제외하고 체포되지 않은 것은 기업 사람들이고, 민영병원 경영자들이고, 정부 사람들이고, 주지사와 시장이에요. 그들이 리더이고 망할 책임자이지만 처벌받지 않죠. 우리가 넘어야 할 산은 그런 것들이에요.”

이 드라마를 보고서, 지금 후쿠시마 오염수를 방류하려는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 그것을 도우려는 국제원자력기구와 한국 정부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을 사회적 대재앙으로 만든 것은 돈벌이가 우선인 민영회사 도쿄전력이었다. 이제 도쿄전력은 가장 비용이 적게 드는 오염수 방류를 추진하고 있다.

사회적 재난에서 시민들을 보호해야 하는 일본정부와 한국정부는 오히려 이것을 거들고 있다. 족벌언론들은 위험을 경고하는 학자를 괴담 유포자라고 비난하고, 후쿠시마 인근에서 최근에도 기준치 180배가 넘는 세슘에 오염된 우럭이 발견됐다는 사실들은 외면한다.

수많은 전문가들이 일본정부의 오염수 방류와 한국정부의 방조가 가능할 수 있도록 과학적 증거와 논리로 뒷받침하고 있다. 이제 곧 어떤 유독한 핵종들이 남아있을지 알 수 없는 오염수가 우리 모두의 바다로 흘러내려올 것이다.

이것을 끝까지 반대하고 막아내는 것은 무슨 반일감정때문에도 단지 한국사람들을 위해서도 아니다. 누구의 것도 아니고 전부 연결돼 있는 바다를 이용하고 살아가야 할 일본사람들, 미국사람들과 전세계 모든 사람들과 바다 속 생명들을 위한 과제와 의무이다.

* 덧붙이자면 메인 테마송인 ‘Wade in The Water’(물 속으로 힘들여 나아간다)도 매우 인상적이고 드라마 내용과 분위기가 딱 들어 맞는다. https://www.youtube.com/watch?v=_CgpnL5tifU

북한이 천안함을 폭침시켰다는 신성불가침의 절대 성역

이번에 족벌언론과 기득권 우파와 민주당 내부 경쟁자들의 협공 속에 임명 9시간만에 혁신위원장에서 물러난 이래경 이사장의 과거 발언들 중에서 가장 문제가 된 것은 천안함 사고였다.(개인적으로는 이래경 이사장의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략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더 문제라고 본다.)

이래경 이사장은 천안함 사고에 대한 자신의 최종 입장은 원인 불명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나라에서는 북한의 천안함 폭침은 절대 의심해서도 이견을 제시해서도 안 되는 신성불가침의 절대 성역이 돼 있다.

먼저 분명히 할 것은 천안함 사고의 진실을 찾고자 하는 것은 희생자와 유가족에 대한 비난이나 모독이 아니라는 점이다. 또 북한 정권과 체제에 대한 호불호와도 무관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희생자와 유가족들의 아픔에 깊이 공감하거나, 북한 체제와 정권에 비판적인 사람들도 천안함 사고가 과연 북침인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해 왔다.

사실 천안함의 희생자와 유가족들을 더욱 힘들게 해 온 것은 우파 정권들이었다. 사고 초기에 이명박 정부는 실종자 가족들에게 연락도 하지 않았고, 가족들이 항의하며 부대로 진입하자 경비병들을 동원해 총구를 겨냥하기까지 했다. 가족들 속에 프락치를 심거나 무사귀환 촉구 촛불집회를 원천봉쇄하기도 했다.

천안함 사고는 하필이면 한미해군이 대잠수함 훈련을 진행하고 있던 서해바다에서 20103월에 발생했는데, 처음에 북침론을 부정했던 것은 역설적으로 이명박 정부와 미국 정부였다. 당시 이명박은 북한 쪽이라고 한다면 증거를 내놓아야 하는데, 자칫 국제적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했고, 국방부도 북한 잠수함, 반잠수함의 특이 활동은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한두달이 지나며서 분위가 바뀌었고 특히 민군합동조사단 조사 결과로 이명박 정부는 북한의 폭침을 주장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조사 결과가 별로 설득력이 없고 증거도 부실하다는 데 있었다.

‘한미 양국군이 합동군사훈련을 위해 음향탐지기, 레이다 등 거미줄같은 감시망을 펼쳐놓은 순간에 북한 잠수함이 그 모든 것을 피해 귀신같이 서해로 침투했다. 천안함의 항로까지 미리 파악한 북한 잠수정은 버블제트 효과를 내는 최첨단 신기능 어뢰를 쏘아서 단 한 방에 천안함을 정확히 두동강냈다. 그리고 그 모든 감시망을 뚫고 유유히 북한으로 빠져 나갔다.’

이것이 조사 결과가 뜻하는 바였다. 하지만 '버블 제트' 효과로 선박을 침몰 시킨 사례는 세계 해전사에도 유례를 찾기 어려웠고, 합조단은 천안함이 어디서, 언제 침몰했는지와 북한 잠수함이 어디로 침투해 어디로 빠져나갔는지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등장한 것이 정부와 군이 바다에서 발견했다며 제시한 ‘1번이라고 적힌 어뢰였다.

정부와 군은 ‘1이 북한 글씨체이고 이것이 천안함을 폭침시킨 북한 어뢰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천안함은 두 동강 났는데 정작 어뢰는 1번 글씨도 선명하고 추진축, 모터, 스크루 등이 멀쩡하게 발견된 것은 누가 봐도 납득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수많은 이들과 전문가들이 동의하지 않았고 이견을 제시했다.

당시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는 망망대해에서 건져 올린 북한제 어뢰 파편이 326일 그 밤에 천안함을 침몰시킨 원인이었다는 것은 어느 누구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길거리에서 돌 하나 주워가지고 구석기 시대부터 사용되던 돌이라고 주장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고 했다. CIA한국지부장, 주한미대사 등을 지냈던 도날드 그레그조차 나는 천안함 침몰이 북한의 소행이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

무엇보다 종북과는 아무 상관도 없는 여러 과학자와 전문가들이 중요한 지적을 하고 이견을 제시했고 논문을 제출했다. 하지만 족벌언론들은 더 이상의 논란은 이적행위”(<중앙일보>)라고 못 박았다. 이명박 정부는 이것을 이용해 그해 6월 지방선거에서 북풍을 일으키는데 매달렸다. 또 족벌언론들은 당시 천안함 추모 열기에 어긋난다며 금속노조의 파업을 비난하고 공격하는데도 북풍을 이용했다.

그후에도 천안함 사고는 어떤 합리적인 의문 제기와 이견 제시도 짓밟으면서 침묵하고 순조하기를 거부하고 북한의 폭침에 동의하지 않는 상대방을 종북 좌빨로 낙인찍는 절대 반지가 돼 왔다. 정부 조사 결과에 “0.0001퍼센트도 설득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 도올 김용옥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고발됐다.

참여연대가 유엔 안보리에 천안함 사고에 대한 비판적 의견서를 보내자 한나라당은 반국가적 종북 이적 행위라고 비난했다. 2014년에 통합진보당이 강제해산당할 때 주요한 청구 이유 중에 하나로 제시된 것이 바로 천안함 사고에 대한 입장이었다.

이런 일들이 10년도 넘게 지속되고 반복되면서 천안함 사고의 진실이 무엇인지 의심하던 목소리들은 점점 사라져갔다. ‘종북이나 친북적 진영론자로 낙인찍히거나 의심받지 않기 위해서 대부분의 개혁언론과 진보적 지식인들조차 이제는 침묵하고 있다.

이것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가 2021년 문재인 정부의 대통령 직속 군 사망사고 진상규명위원회에서 천안함 재조사 결정을 내렸을 때 벌어진 상황이다. 곧바로 문재인 정부의 종북적 본색이 드러났다는 족벌언론들과 기득권 우파의 총공세가 시작됐고, 그것에 맞서서 재조사를 지지하고 요구하는 목소리들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결국 재조사는 무산됐다.

이번에도 천안함 사고에 대해서는 어떤 다른 목소리도 거의 들리지 않는다. 이처럼 모든 의문과 이견을 낙인찍고 억누르는 일들은 중단돼야 한다. 지금이라도 국방부, 합참, 해군은 꽁꽁 숨겨두고 있는 그 때 당시의 교신일지, 상황일지, 열상감시장비(TOD) 전체 영상, KNTDS(해군전술지휘통제시스템) 자료 등을 공개하고 재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아무리 오랜 시간이 지났더라도 천안함 사고에 대한 모든 의문들은 남김없이 밝혀져야 한다. 모든 사회적 재난과 마찬가지로 천안함 사고의 진실을 밝히는 것은 희생자와 유가족들을 모독하기는커녕 진실로 그들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방법이며, 또다시 그러한 비극과 희생이 벌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길이다.

(기사 등록 2023.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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