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윤
● 노동운동 공격의 무기가 된 ‘부패 척결’
윤석열 정권은 화물연대 파업의 폭력적 진압 이후에 지지율 상승으로 자신감을 얻어서 노동운동과 노동조합 때리기를 향해 더 강하게 질주하고 있다. 그러면서 들고나온 카드가 바로 “노조 부패 척결”이다. 지난 연말 윤석열은 하루가 멀다하고 관련 발언들을 쏟아냈다.
“노조(노동조합) 부패도 공직 부패, 기업 부패와 함께 우리 사회에서 척결해야 할 3대 부패 중 하나이다”, “노동시장 이중 구조 개선, 합리적 보상 체계, 노노(勞勞) 간 착취 시스템을 바꿔나가는 것이야말로 노동의 가치를 존중하는 것이다”, “노동조합 회계 공시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안을 검토하라.”
<조선일보>도 “지난 수십 년 동안 거대 노조가 이 돈을 얼마나 조달해 누가 어디에 어떻게 쓰고 있는지 드러난 적이 없었다”며 “청년 등 전체 근로자를 위한 조직으로 바뀌기 위해서도 노조 재정 투명성은 반드시 이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보수언론들과 경제지들도 ‘강성 파업·깜깜이 회계·노조(勞勞)간 착취’ 등을 “노조 적폐”라고 주장하면서 ‘노동 약자와 MZ 세대를 위해서도 바로 잡아야 한다’는 프레임을 설정해 나갔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대기업과 공공기관 노조는 조합비 사용 상세 내역을 노동청에 의무적으로 보고해야 한다는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런 압박은 과연 누가 누구에게 부정부패를 말하면서 투명성을 요구할 자격이 있는가에 대한 물음을 던지게 만든다. 윤석열은 장모와 부인이 연루된 주가조작 사건 등 각종 비리 의혹들이 해소돼지 않았을뿐 아니라, 무엇보다 본인 자신이 검찰총장 시절 사용한 막대한 특활비를 공개하지 않아서 문제가 되고 있다. <조선일보>도 사주일가가 연루된 부당거래, 일감 몰아주기, 횡령과 배임 의혹 등에 대해서 제대로 검증을 받아 본 적이 없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정부패는 개인적 특성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이기 때문에 고위 정치인과 관료, 거대언론들이 더 많은 부패 의혹과 연관돼 있는 것은 자연스럽다. 아무래도 돈과 권력이 집중돼 있고, 서로 유착된 구조 속에서 부패가 생길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사회는 압축성장 속에서 특유의 정경유착의 구조가 만들어져 왔다. 부패 문제를 분석해 온 미국의 마이클 존스턴 교수는 한국을 ‘학연·지연으로 연결된 정치인과 고위 관료, 대기업 임원과 언론인 등이 부패한 유착을 통해 이익을 추구’하는 “엘리트 카르텔형 부패”로 분류했다.
이 ‘엘리트 카르텔 부패 구조’ 속에 노동조합과 노조 활동가들이 핵심으로 들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지금 ‘노조 부패’를 강조하며 공격하는 정권과 주류언론들의 의도는 스스로 내세우는 명분들과는 다른 곳에 있다는 것을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만간 구체적인 노조 부패 스캔들이 ‘내부 고발’ 등의 형식으로 터져나올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정권과 여당과 주류언론들은 ‘역시 그럴 줄 알았다’면서 노조를 부패집단으로 낙인찍으며 난도질할 것이다. 그것은 노동운동의 정당성을 훼손하고, 노조와 구성원들의 분열과 마비, 위축과 사기 저하를 낳을 수 있다.
이미 2016년 촛불혁명 이후 꾸준히 증가하던 노조 조직률은 윤석열 정권 등장 이후 2022년에 최초로 정체 상태로 멈춰섰다. 노동조합으로 뭉치지 못하면 노동자들의 힘은 약화된다. 또 많은 노동조합과 활동가들이 정권과 주류언론의 눈치를 보면서 길들여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럴수록 윤석열 정권이 추진하고 있는 여러 가지 노동정책의 후퇴들 – 노동시간 연장, 노동시장 유연화, 최저임금 무력화, 중대재해처벌법 개악 – 을 추진하기에는 더욱 유리해진다. 물론 이 모든 것은 노동운동과 노동조합은 조금도 부패하지 않았고, 모든 부패와 비리 사건은 전부 다 권력과 자본이 만들어낸 가짜 뉴스와 조작일뿐이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1987년 이후에 단결과 투쟁 속에서 노동조합의 사회적 영향력과 조직적 힘은 커져 왔다. 민주노총은 조합원이 1백만 명이 넘고 1년 예산 규모가 200억 원 가량일 정도다. 이것은 권력과 자본에 맞설 수 있는 힘이지만, 동시에 민주적 통제에서 벗어날 때 부작용들이 나타날 수도 있다.
대부분의 노조들은 노조법 등에 따라서 예결산에 대한 대의원대회 보고와 심의, 정기적인 회계감사 등을 진행하며 노력해 왔지만, 권한이 커진 대형노조의 간부들이 저지른 채용비리나 일탈적 부패 사건들이 그동안 심심찮게 터져나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한 부패와 일탈들을 돌아보면 몇가지 특징들을 발견할 수 있는데, 투쟁과 단결보다는 사측과 유착하고 담합하던 노조 집행부에서 비리가 생겨난 경우가 많았다. 정부나 지자체의 보조금과 위탁사업 등에 더 치중하면서 문제가 싹튼 경우도 있었다. 정기적 선출과 민주적 통제가 어려운 조건에서 장기 집권하는 노조 간부일수록 일탈의 가능성이 높았다.
그래서 이미 노동운동 내부에서는 노조 집행부와 사측의 협상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사적인 접촉을 금지하자, 정부 보조금과 위탁사업을 최소화하고 엄격히 관리하자, 노조 간부의 재산을 공개하고 윤리 강령을 제정하자, 전문적 회계사를 감사로 선임하자는 등의 민주적 통제와 회계 투명성을 높이는 방안들이 제안돼 왔다.
그런데 지금 윤석열 정권과 주류언론들의 ‘노조 부패 척결’에 대한 주장과 방향들은 이런 노동운동 스스로의 건강한 성찰과 노력들을 지지하고 지원하려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정반대로 ‘강성 투쟁이 문제’라면서 노동조합이 조합원들의 권익을 대변해 단체행동을 하기 보다는 회사 경영진과 담합하며 정부의 감시와 통제 속에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아가 이런 압박은 노동조합을 넘어서 진보적 시민단체들에 대한 공격으로 확대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 혈세가 그들만의 이권 카르텔에 쓰여진다면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시민단체들을 겨냥했고, 시민단체 국고보조금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와 감사가 추진되고 있다. 윤석열 퇴진 집회에 참가한 ‘촛불중고생시민연대’에 대해서는 이미 등록 말소와 보조금 환수가 진행 중이다.
사실, 노동조합과 시민단체들에 대한 윤석열 정권과 주류언론들의 이런 공격의 수법과 패턴은 이미 2020년 윤미향 의원과 정의연(정대협)에 대한 공격 속에서 모두 나왔던 것이다. 하지만 당시에 대부분의 시민사회 단체들과 진보적 지식인들과 개혁적 언론들까지도 이것을 분명히 막아서며 윤미향 의원의 곁에 서서 같이 비를 맞아주지 않았다. 언제까지 이런 무기력한 대응을 반복할 것인지 재평가가 필요하다.
● 검찰의 윤미향 의원 5년 구형 – 누가 이것을 도왔는지 돌아보자
엊그제 윤미향 의원의 최후진술이 있었던 결심공판에 못 가봐서 정말 아쉽고 미안하고 그렇다. 윤미향 의원은 눈물을 흘리면서 최후진술을 했다고 하는데, 지난 2년반 동안의 고통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 가능하기에 정말 가슴이 아프다. 검찰과 (족벌)언론들은 잔인하고 집요하게 윤미향 의원을 파렴치한으로 낙인찍고, 조리돌리고, 마녀사냥해 왔다.
그래서 지금 판결 결과에 대해서도 낙관하기 힘든 상황이다. 사냥감을 정해서 검찰과 언론이 손잡고 몰이를 하면 거기서 벗어나기 어려운 것이 한국 사회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미 여론재판을 통해서 윤미향 의원은 ‘마녀’로, 유죄로 낙인찍혀 있고, 윤석열이 대통령으로 있는 검찰공화국에서 재판부도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는 걱정을 떨치기 어렵다.
더구나 지난 2년반 동안 대부분의 개혁언론과 진보적 지식인, 시민사회단체들도 외면, 침묵, 심지어 동조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민주당은 자신들이 국회로 영입한 윤미향 의원을 진작에 손절해 버리고 모른 척해 왔다. 그리고 이것은 지금 부메랑으로 돌아와 있다. 윤석열은 ‘윤미향과 정의연에서 보듯이’라는 말로 여가부 해체와 시민사회 단체에 대한 다양한 공격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금 감사원, 검찰 등에서 샅샅이 뒤지고 있다는데 윤미향 의원과 정의연에게 했던 방식으로 꼬투리를 잡고 악의적으로 부풀리며 문제삼기 시작하면 이런 공격에서 벗어날 수 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이기에 다음 표적은 누구일지 걱정될 수밖에 없다.
이런 메커니즘의 바탕에 무엇이 있는지는 최근 불거진 ‘대장동 김만배와 법조기자들의 돈거래’ 문제로 드러나고 있다. 마당발 법조기자였던 김만배는 특수부 검사들과 언론인들을 연결시켜 준 중간다리였다. 특수부 검찰과 언론사 법조팀은 이런 식의 유착을 통해서 네트워크를 형성해서 자신들이 좌표찍은 사람들을 낙인찍고, 몰아가고, 사냥해 온 것이다.
여기에 <한겨레> 기자도 포함돼 있었다는게 사람들에게 충격과 실망을 주는 상황인데, 사실 나는 <한겨레>도 검찰-언론 카르텔의 윤미향 의원 마녀사냥에서 별로 다르지 않았다고 계속 지적해 왔다. 다만 지금 <한겨레>와 해당 기자에 대한 의혹을 너무 기정사실처럼 단정하고, 매도하고, 몰아가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바로 검언 카르텔이 써온 수법이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한겨레> 구성원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이번 기회에 윤미향 의원같은 검언 카르텔의 피해자들이 지옥같은 고통을 겪을 때 자신들이 과연 어떤 외면, 침묵, 방관, 심지어 동조를 했는지, 앞으로 어떻게 이런 잘못을 반복하지 않을 것인지 돌아보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한겨레>와 <경향신문> 등은 대대적인 사냥이 시작된 초기에는 슬금슬금 그 뒤를 따라가기 시작하더니, 곧 이어서 ‘윤미향과 정의연의 운동 방식에는 이런 저런 문제가 있었다’며 작은 돌들을 더 얹어서 던지기 시작했다. 설사 그 비판들이 타당했다고 해도, 당시 상황과 맥락에서 그것이 어떤 효과를 낼 것인지 몰랐을 리가 없다.
그러더니 나중에 재판이 진행되면서 검찰과 언론의 의혹 제기들이 얼마나 근거없고 부실한 것이었는지 드러나기 시작하자, 이제는 거의 그런 소식을 전하지도 않으면서 관심을 끊어버리는 태도를 취했다. <한겨레>와 <경향신문> 등은 이제라도 윤미향 의원에 대한 검찰의 기소가 얼마나 모순과 허점이 많은 엉터리인지 등을 보도해야 한다. 윤미향 의원이 어떤 최후진술을 했는지라도 보도해야 한다.
윤미향 의원 최후진술 “제 개인의 고통과 별개로 제 사건으로 인해 일어나는 이러한 일들을 두 눈 뜨고 지켜보기에는 너무나 고통스러운 지난 2년 반의 시간이었습니다... 피해자들과 활동가들, 일본군‘위안부’ 문제 해결 운동이 겪고 있는 이러한 고통의 시간들을 멈추기 위해 저는 죽음을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제 개인의 금전적 이득을 취하기 위한 의도로 정대협에서 일하지 않았음을 다시 한 번 절절한 심정으로 말씀드립니다... 지난 2년 반 동안 제가 개인적으로 경험한 것은 삶이 무너지는 것과 같았습니다. 연일 확인되지 않는 수십 개의 악성 기사들이 터져 나와 일일이 대응할 여력조차 내지 못했습니다... 이미 무혐의로 불기소된 내용들조차 여론에 묻힐만 하면 다시 기사화되고 그 기사는 다시 대중들과 정치권에서 저를 마녀로 공격하는 화살촉이 되어 날아왔습니다...
여전히 인터넷상에는 해당 기사들이 2차, 3차 생산물이 되어 악성댓글의 장이 되고 있습니다... 아버지는 검찰 조사를 받은 후 심한 가슴앓이를 해야 했고, 병원신세를 져야 했습니다... 아파트 현관문까지 찾아와 초인종을 누르던 기자들 때문에 집에 홀로 있던 제 딸은 공포에 떨어야 했습니다.” https://www.vop.co.kr/A00001626085.html
● 강약약강 정권의 민낯 – 장애인 낙인찍기, 갈라치기, 도려내기
2022년과 윤석열 정권 첫해를 돌아보면서 가장 집중적 공격을 받은 사람들 중에 장애인들을 빼놓을 수 없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과 장애인 활동가들은 1년 내내 권력과 언론의 십자포화를 맞으며 몸과 마음이 상처투성이가 돼야 했다.
연말에 통과된 예산안에서 장애인 복지와 권리에 관한 예산 증액은 거의 하나도 반영돼지 않았다. 고작 106억이 증액됐는데, 이것은 전장연의 요구안은 물론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한 것에 비교해도 손톱만큼이었다. 전장연은 ‘1년 내내 짓밟히고 욕먹으며 싸운 결과가 0.8% 예산 반영인가’라며 절망했다.
전장연이 항의의 뜻으로 1월 2일부터 다시 지하철 타기 투쟁을 시작하겠다고 선언하자, 오세훈 서울시장은 즉각 “무관용 원칙”과 “경찰력 투입” 협박으로 맞대응했다. 그러면서 SNS에 ‘전장연의 시위 방식이 무고한 시민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다’며 강경한 대응과 탄압을 정당화하는 글들을 올렸다.
“이 시점에서 가장 경청해야할 목소리는 ‘아무 죄도 없는 이웃들에게 피해를 전가하지 말라’는 선량한 시민들의 목소리”, “예산안 처리를 촉구하는 방식이 왜 선량한 시민들의 출근길 불편을 초래하는 방식이어야 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이런 주장을 보면 서울시와 윤정부가 매일 출근해서 일하며 먹고 살아야 하는 보통 시민들의 불편을 가장 걱정해서 이런 대응을 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윤석열 정권과 집권여당은 막상 이번 예산안에서 보통 시민들의 삶에 도움이 될 내용들을 반영하지 않았고 거꾸로 재벌 대기업과 상위 1% 초부자들을 위한 각종 감세 등을 반영한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더구나 학교나 직장에 지각하고 싶지 않다는 시민들의 요구와 인간으로서 기본적 권리를 보장해달라는 장애인들의 요구는 대립될 이유가 없다. 당장 이번에 정부와 여당이 깍아준 매년 5조원이 넘는다는 재벌과 초부자 감세 비용의 일부만 있으면 장애인들의 요구를 들어주고 시민들도 불편하지 않을 수 있었다.
재벌 대기업과 1% 초부자들은 세금을 깎아달라고 지하철을 막아서거나 점거 농성을 하고 그러지 않았다. 그러지 않아도 자신들이 가진 사회적 지위와 권력, 인맥으로 얼마든지 요구를 관철시킬 수 있고, 정부와 여당이 알아서 들어줬기 때문이다.
반면 장애인들은 다르다. 한국사회에서 장애인들이 차분하게 주장하고 요구하면 아무도 잘 들으려 하지 않는다. 목소리를 좀 높이면 듣는 척하지만 한 귀로 흘린다. 비명을 지르고 발버둥을 치면 마지못해 아주 일부를 들어준다. 이것이 지난 21년 동안의 장애인 이동권 투쟁의 역사가 보여주는 사실이다.
그런데 오세훈 서울시장과 윤석열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여기에 중대한 변화가 시작됐다. 절박하고 처절한 요구와 저항 자체를 ‘불법’, ‘민폐’ ,‘범죄’로 낙인찍으며 장애인들을 더욱 공격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전환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것은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였다.
‘여성과 페미니즘’을 표적삼아서 갈라치기를 하는 ‘혐오정치’를 통해서 유력 정치인으로 급성장한 이준석은 이어서 ‘투쟁하는 장애인과 전장연’이라는 새로운 표적으로 이동했다. 그의 혐오 선동은 장애인을 드러내놓고 적대하고 증오하는 사람들의 양심의 거리낌과 심리적 부담감을 덜어주었다.
그후 1년을 돌아보면 이것이 집권세력 전체가 함께 한 공세의 출발점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동훈 법무장관은 전장연의 시위가 “무한정 허용되어서는 사회가 유지될 수 없으므로 법과 원칙이 준수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고,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전장연 시위같은 “불법 행위는 지구 끝까지 찾아가서라도 반드시 처벌을 받도록 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김상훈 비대위원은 전장연을 “국민 민폐 단체”라고 낙인 찍었다.
서울시, 교통공사, 경찰의 강경 대응과 함께 ‘지하철 운행 정상화를 위한 장애인 연대’라는 단체가 등장해서 전장연을 막아서기 시작했다. 친정부적인 극우 유튜버들은 ‘전장연은 이석기 석방, 반미자주, 미군철수를 말하던 친북 단체’라고 색깔론을 폈고, 각종 온라인 공간은 물론 지하철 투쟁 현장에서 전장연과 장애인 활동가들에 대한 혐오, 막말, 욕설들이 폭증했다.
역시 최고봉은 <조선일보>였다. 수시로 전장연을 매도하는 기사들을 실어오던 <조선일보>는 “지하철 민폐 시위 1년”이라고 전장연의 투쟁을 깎아내리며 “자기들 주장을 펼치기 위해 남을 괴롭히는 방식을 택한” 결과로 “천문학적 사회적 비용을 초래”했다면서 “경찰은 더 이상의 불법을 방치해선 안 된다”고 주문했다.
이것은 유대인보다 장애인들을 먼저 학살했던 히틀러 시대 독일의 고등학교 수학책에 실렸던 문제를 떠올리게 한다. “문제 95번 - 정신병원 설립에는 600만 마르크가 필요하다. 일반 주택에 1만 5천 마르크가 필요하다면 정신병원 비용으로 주택 몇채를 지을 수 있는가?” 이런 비용과 손실 계산은 이 나라에서는 너무 익숙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래서 정부와 서울시가 전장연의 시위를 막기 위한 ‘지하철 무정차 통과’를 발표한 이후 오세훈 시장은 전장연에게 4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고 했고, 법원은 열차 운행 지연이 될 때마다 전장연이 5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조정안을 냈다. 이 모든 비용과 손실 계산에는 이동, 교육, 노동의 기본권도 누리지 못하는 장애인들의 인간적 고통은 얼마이고 과연 계산 가능한 것인지가 통째로 빠져 있다.
1월 2일부터 서울시와 경찰은 전장연의 선전전은 물론 지하철 탑승조차 가로막는 무자비한 ‘무관용’을 실천하고 있다. 오세훈 시장은 서울중앙지법의 강제조정안조차 거부하며 “1분만 늦어도 큰일이 나는 지하철을 5분이나 연장시킬 수 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했다. 이와 아주 대조적인 것은 어제 올라온 또다른 뉴스였다.
그 뉴스에 보면 강남 대형빌딩들에서 청소부, 경비원으로 일하는 노동자들이 새벽부터 타는 146번 버스를 동승한 한덕수 국무총리는 그 자리에서 오세훈 시장에게 전화해 첫차 시간을 15분 앞당기기로 전격 결정했다. 이 소식을 전하는 <조선일보>의 태도에는 기쁨이 넘쳐난다. 노동자들이 더 일찍 일어나 더 많은 일을 해야 하는 것은 무조건 좋은 일이 된다.
수전 웬델은 사회가 정해 놓은 삶의 속도를 따라갈 수 없는 사람들은 장애인으로 밀려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거부당한 몸>) 이처럼 누가 장애인이고 비장애인인가는 생물학적으로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구성된다.
결국 전장연의 투쟁은 정해진 기준과 속도로 노동력을 재생산하고 운용, 배치, 통제하려는 체제에 균열을 일으키는 사회적 재생산에 관한 (계급)투쟁의 최전선인 것이다. 이 투쟁에서 윤석열과 오세훈은 기존의 기준과 속도를 거부하는 장애인들을 낙인찍고 도려내겠다고 선언했다. 어제 밤에 서울시민 모두가 동시에 받아본 ‘재난 안전 문자’는 바로 그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들은 ‘장애인들도 지하철을 탈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과 요구를 코로나나 지진과 같은 재난으로 여기고 있다. 이렇게 한국 사회는 최근에 타계한 소설가 조세희가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에서 그려낸 ‘장애인과 도시빈민들을 쫓아내는 기계도시 은강’으로 돌아갔다.
#서울교통공사는폭거를멈춰라
#장애인도전철을타야한다
● 대장동 – 기자들에게 간 돈과 '50억 클럽'의 금괴
‘대장동 일당’ 중에 핵심인 김만배와 언론사 기자들간에 수상한 돈 수억원이 오갔었다는 보도가 나오기 시작했다. 지금 거론되는 언론사와 기자들은 <채널A>, <중앙일보>, <한국일보>, <한겨레>의 법조팀 간부급 기자들이다.(솔직히 <한겨레>는 좀 놀랍다)
지금 일부 언론들이 이것을 또 ‘단독, 특종’이라고 보도하고 있지만, 사실 이것은 <뉴스타파>가 이미 지난주에 취재해서 보도했던 내용이다. <뉴스타파> 봉지욱 기자는 여기서 ‘대장동 비리의 핵심은 사실 남욱이 조성한 비자금 40여억보다 김만배가 조성한 비자금 248억원’이라고 지적했다. https://newstapa.org/article/mus5Z
그리고 지금 검찰도 대장동 수사의 핵심 근거로 삼고 있는 ‘정영학 녹취록’을 기반으로 이 돈의 일부가 언론사 기자들에게 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녹취록에 보면 이런 내용들이 나오기 때문이다. “기자들 분양도 받아주고 돈도 주고”, “걔네(기자)들한테 카톡으로 차용증을 받어. 그런 다음에 2억씩 주고... 분양받아준 것도 있어 아파트. 서울에. 분당”, “(기사를) 돈으로 막았는데”
즉 돈이나 아파트 분양 등으로 기자들에게 로비를 해서 대장동에 대한 불리한 보도를 막고 유리한 보도를 유도했다는 것이다. 김만배는 이렇게 한탄하기도 한다. “끝이 없어. 이놈 정리하면 또 뒤에서 뒤에서 숨어 있다가 다시 나오고.” 즉 입을 막아야 하고 돈을 요구하는 기자들에 많았다는 것이다.
더불어 <뉴스타파>와 봉지욱 기자는 다른 대부분의 언론 누구도 주목하지 않고 있는 사실을 거듭 지적한다. 본인들이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분명한 증거도 나오지 않은 정진상과 김용에게 간 돈만 주목하고 정작 박영수, 김수남, 최재경 등 고위 특수통 전관 검사들(50억 클럽)에게 간 돈들은 수사와 언론 보도 모두에서 주목받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뉴스타파>는 ‘정영학 녹취록’에서 김만배가 이 고위 법조인 등으로 구성된 ‘50억 클럽’(또는 ‘약속 그룹’)에 대해 언급하면서 “문제는 사람들이 세금을 안 떼고 현찰로 달래... 그래서 문제야. 금괴하고 현찰로 달래”라고 말한 것을 주목한다. 즉 금괴로 뇌물을 받아챙긴 자들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https://newstapa.org/article/nlevi
결국 검찰 수사와 언론 보도가 왜 어느 쪽은 증거와 진술이 존재하는데도 못본 척하고, 어느 쪽은 증거와 진술이 아직 불분명한데도 기정사실처럼 몰아가는 식으로 진행된 것인지 다시 확인되고 있는 상황이다. 검찰은 자기들의 직속 특수통 선배들이 이 비리 사슬의 일부인 상황이고 언론사와 기자들은 베테랑 법조기자 출신인 김만배를 통해서 얽혀들어 있는 상황이다.
그러니 검찰과 주요언론들은 서로 유착한 채 이 거대한 비리의 진실을 밝혀낼 의지도 능력도 없이 자기들이 짜맞춘 프레임에 따라 이심전심으로 몰아가기만 하는 것이다. 이러니 지금 대장동에 대한 검찰 수사와 언론 보도를 전혀 신뢰할 수 없는 것이고, 이런 검찰 수사와 언론 보도를 기반으로 정치적 주장을 하고 판단을 내리는 사람들에게 동의할 수 없는 것이다.
반면 <뉴스타파>와 봉지욱 기자만이 탐사 취재와 보도란 무엇인가를 거의 교과서적으로 보여주면서 이 사건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특히 봉지욱 기자는 원래 JTBC에서 탐사 취재와 보도를 해오다가 얼마 전 <뉴스타파>로 이전해서 자신의 능력과 장기를 마음껏 발휘하고 있다고 하는데 정말 감탄스럽다.
아마 검찰과 다른 언론들은 뉴스타파의 집요한 취재와 보도를 보면서 자신들의 숨겨진 어두운 그림자가 드러날까봐 노심초사했을 것 같다. 오늘 터져나온 ‘김만배와 기자들의 돈거래’ 보도에서는 어차피 <뉴스타파>가 찾아낸 것이 세상에 드러나는 것을 막을 수 없다면 일부를 선택적으로 흘리며 수습하자는 검찰과 기성언론들의 당혹, 조바심, 계산도 보이는 것 같다.
‘정영학 녹취록’에 지난주에 <뉴스타파>가 보도했던 이런 내용들이 담겨있다는 것을 검찰과 기성언론사 법조기자들이 몰랐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이제야 이런 식으로 검찰이 흘리고 기자들이 받아쓰는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지금까지도 그랬지만 앞으로도 <뉴스타파>의 취재와 보도를 기본으로 삼고, 검찰과 다른 언론들이 말하는 모든 것을 의심하면서 대장동 사건을 바라볼 것이다.
● 브라질 우파 폭동 사태가 심상치 않은 이유
지난 1월 8일 브라질에서 극우파 지지자들이 의회, 대법원, 대통령궁 등 입법·사법·행정 3부 기관 건물에 난입해 시설물을 파괴하고 군부의 쿠데타를 촉구하는 등 폭력적 난동을 벌인 사건은 단순한 해프닝으로 넘어가기엔 매우 심각한 사안이다.
그 이유는 첫째, 일부 경찰이 여기에 가담하고 동조한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룰라 대통령은 “경찰은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그들은 시위대를 그냥 들여보냈다"고 지적했다.
둘째, 난동이 벌어진 지역인 브라질리아의 주지사가 시위대를 옹호하거나 방조한 것으로 보인다는 사실이다. 이 주지사는 전임 극우 대통령 보우소나르의 지지자였다.
셋째, 브라질은 군대, 경찰, 헌병대가 치안을 담당하는 구조인데 여기서 헌병대가 이번 난동에 공모한 흔적이 드러나고 있다는 것이다.
넷째, 치안을 담당하는 주무부서 중 하나인 공공안전부 장관이 난동에 연루돼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도 보우소나르가 임명했던 지지자이고 즉시 해임된 상황이다.
다섯째, 지난 대선에서 룰라는 겨우 1.8% 차이로 승리했고 여전히 보우소나르를 지지하는 우파들은 만만찮은 세력이라는 것이다. 그들은 의회의 과반에 좀 못미치고 14개의 주정부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대선이 사기이고 룰라와 노동자당은 사탄이고 비리 범죄자이고 빨갱이라고 선동하고 있다. 이런 혐오 선동이 지난 대선 때 이미 여러 정치테러들을 낳았다.
여섯째, 이번에 우파는 군사 쿠데타를 선동했는데 피비린내나는 군사독재와 쿠데타, 고문과 살해의 역사적 경험을 가진 브라질에서 그것은 악몽같은 공포를 불러올 수밖에 없다.
일곱째, 그럼에도 군사쿠데타는 여전히 당장의 가능성은 높지 않겠지만, 룰라에게 온갖 비리와 부패 혐의를 씌워서 구속시켰던 2020년 사법, 검찰 쿠데타같은 위험은 여전히 사라졌다고 보기 어렵다.
바로 이런 것들이 브라질의 일부 급진좌파가 룰라의 입각 제안을 거절하고도, 여전히 우파에 맞서서는 함께 싸우고 있는 이유이다. ‘보우소나르나 룰라나 똑같은 부르주아 정치인’이라는 역사적으로도 정치구도상으로도 맞지 않는 억지 주장을 거부하고 말이다.
덧붙여, 이번 브라질 사태가 더 우려스러운 것은 최근 미국에서도 지난 2021년 국회의사당 폭동을 지지하는 자들이 공화당 하원에서 주도권을 쥐게 됐다는 사실에 있다. ‘프리덤 코커스’로 결집한 이들은 인종주의와 외국인혐오증으로 뭉친 극단적 우파 성향을 보이고 있다. 사실 한국도 윤석열 정부와 윤핵관들의 행태를 보면 여러 유사성을 발견할 수 있는게 사실이다.
(기사 등록 2023.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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