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쟁점과 주장

개인의 선택

by 다른세상을향한연대 2022. 6. 3.

박철균 

1.

사실 토요일에 구의역 추모제 다녀오고 근처 사전투표소에서 투표했었다.

2.

정말 다행스럽게도 '무투표 당선'이 아닌 7장 투표용지를 온전히 받을 수 있는 지역에 살고 있었고, 더 운이 좋게도 투표용지가 전부 양당택일이라서 투표가 힘들다고 호소하는 분들의 슬픈 사연과는 다르게 내가 사는 지역은 2(구청장, 시의원) 빼고 5장은 양당이 아닌 다른 진보정당 등 '3의 선택'(정의당, 노동당, 녹색당, 진보당, 기본소득당)이 가능했다. 그저 감사하다고 해야 하나...

다만 4년 후에도 이런 기회가 있을 지 슬픈 생각이 든다.

3.

며칠 전, 집을 나서다 우리 지역에 구의원으로 출마한 정의당 후보가 그 가파른 언덕이 많은 우리 동네에 자전거를 타고 오르 내리며 3번을 찍어달라고 호소하는 것을 보았다. 뭔가 저렇게 고생을 하는데, 좋은 결과가 나와야 할 텐데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우리 동네 양당 네 후보는 "재개발 신속 추진", "부동산 투기 지정 구역 해제"란 타이틀을 걸고 사람들의 욕망을 활활 타오르게 하는 반면, 정의당 후보는 "노원구 장애인 이동권 조례 제정", "여성청소년 월경권 보장", "재개발.재건축 갈등 조정 기구 설치", "어르신 휴 센터", "반려동물 놀이터 설치" 등의 공약이 눈에 띄었다. 정의당의 트렌드가 많이 반영되기도 했지만, 상대적으로 지역에서 일상을 어떻게 잘 살 수 있는지 이야기가 보였다.

선거에서는 거시적으로 시민들을 대박치게 만들 것처럼 흔들어대는 양당 후보들보다 어려운 상황일지 몰라도 솔직히 이런 진보정당 후보가 잘 되었으면 하는 소망이 있다. 부디 잘 되길 바라며 한 표 찍었다. 다만, 두 양당이 너무나 잘 하는, 지역을 나뭇가지처럼 파악하며 구석구석 디테일하게 공약하는 방식을 진보정당에서 이제는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다들 잘 고민하고 만들어 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4.

구청장, 서울시의원은 양당택일이라서 고민이 들었다. 지금보다 어릴 때는 양당만 나왔을 때 무효표를 만들고 나왔는데, 요즘엔 꼭 그래야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특히나 내가 사는 지역은 최근까지 장애인의 투쟁을 조롱하고 혐오 선동했던 '그 대표'가 있는 지역인지라 그 양당 선택 용지를 봤을 때, 그 대표의 그 정당이 됐을 때 그 대표가 의기양양해 하고 더 못된 말과 행동을 하는 것이 상상이 됐다. 결국 그 모습이 싫어서 파란당을 결정했다. 그러나, 제발 부디 더불어민주당이 이 선택을 '자기가 잘해서'로 판단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금의 위기는 그렇게 다수당을 만들어 놓고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더불어민주당 자신에게 있음을 부디 알길 바라며, 선거 끝나면 부디 차별금지법 제정이나 서울시 탈시설 조례 제정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5.

교육감 선거는 대놓고 교육감으로 출마하겠다는 사람들이 혐오 파티를 해서 억장이 무너졌다. 누구는 아예 캐치프레이즈로 '전교조 OUT'을 외치고 있고, 그 사람보다 좀 온건한 사람도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공약으로 걸었다. 현재 교육감이 이래저래 진보 성향의 사람들에게 아쉬웠던 모습이 많지만, 그럼에도 교육감 하나 하겠다고 혐오선동하는 사람들이 떡하니 교육감이 돼서 서울 지역의 교육을 혐오로 더럽히고 그 교육 속에서 사회적 소수자를 미워하고 배제하고 함부로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그래서 삼각지역 분향소에 조문을 온 유일한 교육감 후보에게 투표했다.

6.

요즘엔 선거기간이건 아니건 매일매일 버라이어티한 삶을 살고 있다. 장애인운동은 언제 어디든 장애인이 함께 살기 위한 목소리를 1년 내내 말하는 운동이기 때문이다. 누가 지방선거에서 당선되든 우리는 지역에서 함께 살아가기 위한 활동을 해 나갈 것이다. 며칠 전에도 장애인이 친척에게 죽임을 당했다. 더 이상 장애인을 죽음으로 몰아 가지 않길. 그 어느 때보다 장애인과 사회적 약자에게 폭력적인 못된 정치에 맞서 선거 이후에도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장애인운동을 비롯한 시민사회노동운동에 함께 했으면 좋겠다.  

(기사 등록 2022.6.3)

* 글이 흥미롭고 유익했다면, 격려와 지지 차원에서 후원해 주십시오. 저희가 기댈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여러분의 지지와 후원밖에 없습니다.

- 후원 계좌: 우리은행 전지윤 1002 - 452 - 402383

* 다른세상을향한연대’와 함께 고민을 나누고 토론하고 행동합시다.

newactorg@gmail.com/ 010 - 8230 - 3097 / http://www.anotherworld.kr/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