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의당은 공적연금 개악에 일관되게 반대해야
정기혁
새누리당은 재정안정화의 논리를 갖다 대며 공무원연금 개악이 ‘미래세대를 위한 개혁’인양 포장을 하고 있다. 부자 감세와 서민 증세 등을 추진하며 가진 자들의 정당임을 노골적으로 밝혀온 새누리당의 거짓과 위선을 일일이 반박하는 것은 불필요한 듯하다.
문제는 유시민 씨와 심상정, 박원석 의원같은 진보정당 인사들마저 '국민연금과의 형평성과 재정의 지속가능성' 등을 이유로 공무원연금 개악의 큰 방향을 반대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 속해있는 정의당 강령에는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사회적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보편적 복지국가를 실현한다”고 명시 되어 있다. 그런데 공무원연금 개악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는 것이 과연 ‘보편적 복지국가’와 어떻게 부합한다는 말인가.
한국의 공무원연금이 33년 만기 가입했을 때의 소득대체율*은 62.7%인데 이는 유럽 복지국가의 국민연금조차 수십년 전에 보장하고 있는 수준에 불과하다. 스웨덴과 네델란드는 이미 1957년에 소득대체율 60%에 도달했다. 소득대체율 60%는 국제노동기구(ILO)도 권고하는 수준이다.
공무원연금 수령액이 많은 게 문제가 아니라 다른 공적연금 수령액이 용돈 수준에 불과한 것이 문제다. 공무원연금에 재정안정성의 잣대를 댄다면 다른 공적연금에도 똑같은 잣대를 못 댈 이유가 없다. 실제로 국민연금이 개악될 때 재정안정성 논리가 적용됐다.
보건복지부는 2003년도 국민연금 재정계산을 통해 2047년에 재정이 완전히 소진될 것으로 전망했고, 이는 2007년 유시민 씨가 보건복지부 장관일 때 소득대체율(40년 만기가입)을 60%에서 40%로 떨어뜨리는 데 중요한 근거가 되었다.
연금수급액의 3분의 1을 날려버리는 개악을 했지만, 2013년도 국민연금 재정계산 결과를 보면 재정 소진되는 시점을 2047년에서 2060년으로 겨우 13년 늦췄다. 사실 국민연금은 공무원연금에 비해 수급대상이 훨씬 많기 때문에 낮은 수령액에도 불구하고 2060년 이후에는 한 해에만 수백조 원의 적자가 발생하며, 그 액수도 점차 커진다.
공적연금의 진정한 성격
만약 재정안정성 논리로만 접근하다면, 조만간 소득대체율을 절반으로 낮추거나 보험료를 2배로 올려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수익비는 민간보험 수준으로 떨어져 국민연금은 공적연금의 구실을 못하게 된다.
기초연금도 ‘재정안정성’을 위협하기는 마찬가지다. 내년도 기초연금 예산이 10조 원 정도 되고, 보건복지부 기초연금법안 비용추계서에 따르면 2040년에는 100조 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이 49%에 달하는데 20만 원에 불과한 기초연금으로는 노인빈곤율을 낮추는데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노인빈곤율을 낮추기 위해서는 기초연금 지급액을 지금보다 늘려야 하는데, 재정안정성 논리대로라면 주던 기초연금도 깎아야할 판이다. 실제로 지금도 갖은 조건을 내세워 기초연금을 안 주거나 깎고 있다.
결국, 공적연금은 재정안정성 논리가 아닌 노후를 보내기 위해 필요한 적정 수준의 소득수준 보장에 기초하여 설계되어야 한다. 물론 현행 보험료 수준으로는 이를 위해 필요한 막대한 연금 재정을 감당하기 어렵다.
추가적 재원확보는 기업과 부자 감세 철회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예컨대 법인세 감세를 철회할 경우 한해 10조 가까운 세수를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 또한 4대강이나 자원외교 같은 낭비성 예산사용만 막더라도 수십조 원의 예산을 절약하여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
작년 말 박근혜 정부가 철도의 ‘재정적자’를 내세우며 철도민영화를 밀어붙였다. 지금은 재정안정성을 내세우며 공무원연금을 개악하려 하고 있다. 공무원연금이 개악되면, 공무원연금과의 형평성과 재정안정성을 빌미로 국민연금 개악에 나설 것이다. 공기업 민영화가 요금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처럼, 공적연금의 축소는 서민들에게 노후준비를 위한 비용의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에 사실상 서민증세다.
이 때문에 공무원노조는 공적연금의 상향평준화를 통한 진정한 개혁을 외치며 박근혜 정부에 맞서 싸우고 있다. 정의당이 강령대로 진정 “복지 공공성을 확대”하기를 원한다면 공무원노조의 행동에 지지와 연대를 보내주길 바란다. 지지와 연대가 늘어나고 확고해질 때 공무원노조의 공적연금 상향평준화 요구도 힘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 소득대체율: 연금가입기간 중 평균소득을 현재가치로 환산한 금액대비 연금지급액으로 연금액이 개인의 생애평균소득의 몇 %가 되느냐 하는 개념이다. 소득대체비율이 50%이면 연금액이 연금 가입기간 평균 소득의 절반 정도 된다는 의미다. 일반적으로 안락한 노후보장을 위한 소득대체율은 65∼70%라고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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